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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일 세계 노동절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는 집회가 열렸다. 122주년 노동절을 맞아 각국의 노동운동은 무엇을 요구하고 싸웠는지 살펴본다.

아시아

아시아에서는 공통적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는 빨간 셔츠를 입고 붉은 기를 휘두르는 약 8,000명의 시위대가 땡볕에서 말라카냥 대통령궁 앞의 멘디올라 다리까지 행진했으나, 수 천명의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에 가로막혔다.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리해고, 해외 투자 이탈 등의 문제를 들어 일급 3달러 인상을 요구하는 이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대만에서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임금인상, 등록금 인하,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타이페이 중심가를 행진했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지난 월요일 발표된 최저임금 인상안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법정최저임금은 말레이 반도의 경우 월 900링기트(약 32만원), 그보다 낙후된 나머지 두 개 동부 주에서는 월 800링기트(29만원)로 발표됐다.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약 3분의 1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대의 요구는 월 1,500링기트(약60만원)였다.

홍콩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일년 전 도입된 최저임금의 인상을 요구하며 행진을 했다. 현재 시간당 28홍콩달러(약4000원)인 최저임금을 시간당 33홍콩달러(약 5000원)로 인상하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1일, 노동조합의 중앙조직이 5만 명 규모의 노동절 공동 집회를 열고 파견노동 금지와 복지예산의 대폭 증액 등을 요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국 약 16만 명이 집회 및 시위에 참가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총연합, 인도네시아 복지노동조합연합,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연맹 등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모든 국민의 사회보험 실현, 파견노동 금지, 주거 교육 교통비에 보조금 혜택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빈발하고 있다. 3월 정부가 계획한 휘발유 등 연료 가격의 약 30%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고, 국회는 인상 승인을 보류했다.


중동 : 경제 개혁, 고용 대책 촉구

지난해 초 ‘혁명’의 영향으로 새로운 나라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튀니지와 이집트 등 중동 각국에서도 1일 노동절 집회가 개최되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는 2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

튀니지에서는 ‘혁명’ 이후에도 실업률이 20%로 계속되고 있어 고용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튀니지 노동총동맹의 압바시 사무국장은 집회에서 “정부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빈곤을 극복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한다”고 결의를 표명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고용, 자유, 국민적 단합을 위해 노력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튀니지와 마찬가지로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인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타흐릴 광장에서도 노동자들이 ‘혁명’의 요구 중 하나였던 최저임금제 도입 등 요구를 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집회에 참가한 호텔 노동자는 “우리에게는 아직도 고정급이 아니라 12%의 서비스료를 받고 있을 뿐”이라며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높아지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근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던 카타르 정부는 1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결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 Occupy May Day

메이데이가 8시간 노동일을 요구하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미국 시카고 헤이마켓 참사에 그 기원을 두고 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메이데이가 세계 노동자의 날로 기념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냉전시기를 거치며 노동절이 너무 ‘급진적’이고 ‘소련적’인 것으로 여겨져 금기시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958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5월 1일을 국가충성의 날(National Loyalty Day)로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분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실질실업률이 14%를 넘는 가운데 임원에게는 돈 잔치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벌어진 월가 점령 운동은 미국의 실정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하위 90%의 세전 소득은 감소한 반면, 0.01%의 세전 소득은 7배가 늘어났다. 경기 회복에 들어섰다고 하는 2010년에 상위 1%가 전체 수입 증가분의 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자유주의가 발호한 지난 30년 동안 생산성 향상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수 백만의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에 턱없이 부족한 최저임금으로 살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노동자들은 2012년 5월 1일 반월가 시위대와 함께 미국 도시 곳곳에서 노동절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노동절 행사는 월가 점령 시위가 작년 가을 해산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이루어진 행사였다. 집회는 작년의 월가 시위가 한창 격했을 무렵보다는 물리적 충돌이 덜 했지만,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오클랜드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최루탄이 등장했으며, 9명이 연행되었다. 시애틀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6명이 연행되었다. 뉴욕에서는 도시 전체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수 백명의 월가점령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상태에 들어서기도 했으나, 유니온 스퀘어에서 수 천명이 모인 가운데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시카고에서는 2,000여 명의 활동가가 이민법 개혁과 노동조건 향상을 요구하며 도심을 행진했으며, LA에서도 이민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10명이 연행되었다. 아틀란타에서는 약 100명의 시위대가 작년 미등록 이민자를 단속하는 법을 통과시킨 주의회를 포위하기도 했다.


남부 유럽, 스페인 : 긴축 반대

스페인에서는 거의 10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전국 80여 개 곳에서 벌어진 집회에 참여하여 몇 년만에 가장 큰 항의집회가 벌어졌다.

올해의 스페인 노동절의 주제는 역시 긴축 재정에 대한 반대였다. 긴축정책은 공공서비스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고, 아이들, 연금생활자와 실업자들에게 큰 피해로 다가왔다. 이미 일부 지역의 실업률은 20%를 넘었고, 청년 실업률은 40%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정권은 공공지출 삭감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교육과 의료 영역에서 100억 유로의 지출 삭감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4월 29일 스페인사회노동당(PSOE)이 주도한 대규모 시위가 여러 노총의 참여로 벌어진 바 있다. 마드리드에서만 40,000여 명의 사람들이 거리행진을 했고, 크고 작은 55개 도시와 마을에서 집회가 벌어졌다. “No Se Juega con la Educacion y la Sanidad(교육과 의료를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로 불리는 이 일련의 시위는 UGT와 CCOO 같은 주요 노총이 참여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지금까지 약 6백만에서 8백만 명 가량이 크고 작은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스페인의 노동절 집회도 이러한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6일 총선을 앞둔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중심부에서 노동절 집회에 약 5000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긴축정책 폐기와 부자 과세 등을 강하게 주장하며 좌파 정당에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스에 이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을 받은 포르투갈의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P)은 “착취와 빈곤에 반대한다, 정책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적인 활동을 펼쳤다.


프랑스 : 결선 투표 전초전 양상을 띤 세 개의 집회

5월 6일 결선 투표를 5일 앞둔 프랑스에서는 CGT를 비롯한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의 노총, 사르코지 지지자들, 극우성향의 민족전선 지지자들이 세 개의 서로 다른 노동절 집회를 가졌다.

노동조합과 프랑스 좌파들은 파리 중심부의 당페르-로슈로(Denfert-Rochereau)에서 바스티유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주요 요구는 고용안정과 반 사르코지였다고 한다. 그리고 15년 만에 집권을 바라보고 있는 사회당의 프랑소와 올랑드 후보는 파리의 노동절 집회에 참석하는 대신 노동자 출신으로 미테랑 집권시 총리를 지낸 피에르 베로고부와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네베르(Nevers)를 방문했다.

얼마 전 실업급여 수급자와 정부보조금 수급자들을 비난하며 “진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노동절 집회를 갖자고 제안해 큰 반발을 산 현 사르코지 대통령은 “CGT와 올랑드가 메이데이를 사유화한 줄은 몰랐다”고 농담을 하면서 에펠탑 근처에서 집회를 추진했다.

5월 1일 잔다르크를 기리기 위해 집회를 열자는 제안을 1988년부터 계속해온 극우 민족전선은 역시 현대 프랑스 정치사에서는 유일하게 정당차원의 독자 노동절 집회를 열어오고 있다. 민족전선은 미테랑 집권시절 미테랑 축출을 위해 우파 정당과 손을 잡은 적이 있으나, 올해는 백지투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