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4.03.20

마스크로 막을 수 없는 미세먼지의 습격

정책선전위원회
미세먼지의 습격

새로운 디스토피아가 시작된 것일까?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최고치에 접근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2월 하순에는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열흘이나 지속되었으며, 3월 18일에는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쳐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위험단계인 308㎍/㎥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PM 2.5)인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폐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혈액의 순환경로를 타고 흘러가 심장이나 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유럽의 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하면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하고, 미세먼지농도가 10㎍/㎥ 상승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다. 대기오염은 평균수명을 단축시킨다. 중국에서는 미세먼지로 6억 명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2012년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몇 개 도시에서만 8,572명에 달했다. 초미세먼지가 100㎍/㎥ 상승하면 평균 수명이 3년 단축된다.
미세먼지는 어린이, 노인과 같은 약자들을 더욱 괴롭힌다. 고려대와 미국 예일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 사는 영아가 미세먼지에 덜 노출된 곳에 사는 영아보다 53%나 사망률이 높았다. 또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지면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하는 노년층이 9% 증가한다.

[출처: SBS]

근거 없는 중국 책임론

그러나 미세먼지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 판매하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대기오염은 숙명과도 같았다.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은 공해산업의 입지 이전, 기술 개발, 환경 규제로 대기오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왔다. 우리나라도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했을 때는 1970~80년대였고,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대기오염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도 2000년대 이후 옅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는 새롭게 ‘인식’된 위험에 가깝다.
언론과 정부는 미세먼지에 ‘중국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도 정확하지 않은 말이다. 미세먼지의 일부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그 양과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모델에 따른 다양한 추정치만 존재할 뿐인데, 이러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온 것이 30~50%가량이라고 추측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의 책임은 국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대책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통계 기준치가 변경된 2007년 이후만 보더라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1년 미세먼지 배출량은 2010년보다 12.3%나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미약하게나마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배출량이 이렇게 증가하면 농도는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배출원인별로 보자면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는 비산먼지가 가장 큰 요인이고, 그 다음이 자동차 연소로 인한 것이고, 세 번째가 산업·비산업 연소로 발생한 것이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는 자동차 연소로 인한 발생량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산업·비산업 연소이고, 세 번째가 건설·기계 등으로 인한 것이다. 비산먼지의 대부분이 도로에서 자동차로 인해서 발생한다고 본다면 자동차가 (초)미세먼지 배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그 다음으로 산업․비산업 연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증가한 미세먼지는 특히 제조업에서 유연탄 사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자면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자동차 배출이 압도적이고, 울산은 제조업 배출이 압도적이다. 전남이나 강원의 경우에도 제조업 배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전남은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강원은 시멘트 산업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임기응변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

미세먼지 폭풍이 몰아칠 때면 박근혜 정부는 미세먼지의 발생지가 중국이라는 변명에 더해 실외 활동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지도를 하고 있다. 중국과의 환경 협력을 통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또한 국내 배출원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자동차 운행 제한의 효과가 크다. 프랑스 파리 시는 올해 3월 대기오염이 심해지자 14일에 1단계 조치로 파리와 위성도시의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였다. 17일에는 2단계 조치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였다.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하자 자동차 운행을 줄여서 대기오염 배출을 줄인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국내에서도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에 따른 단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가 발령하면 1단계로 차량 10부제를 실시하고, 직화구이 같은 비산먼지 배출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하면 2단계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직화구이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단축한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2일 이상 계속되면 3단계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모든 오염배출원에 대한 강제적 영업제한조치를 실시한다.
정부는 위급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세먼지 발생을 더욱 악화시킬 경유 택시 허용 계획을 시급히 취소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9월부터 경유 택시를 허용하고 유가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유 택시는 LPG 택시보다 미세먼지는 3.5배, 이산화질소는 50배 더 배출한다. 택시노동자들도 기사와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유 택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또 비수도권 지역의 대기오염 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수도권에 대해서는 수도권대기환경관리기본계획을 세우고 관리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의 대책은 각 지자체에 맡겨놓고 있다. 충남, 강원, 전남, 경남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고농도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의 대기환경관리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계층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보다 종합적이고 강력한 전국적인 대기환경관리가 필요하다.

대중교통 강화, 에너지 전환은 바로 지금!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오염이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문제이고, 우리 건강과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국민적 자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푸른 하늘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며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미세먼지 대책, 동북아시아의 환경 협력에 더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하는 교통 시스템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저렴하고 편안하고 빠르다면 대중교통의 이용이 늘어나 전체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 것이다. 도심 자가용 운행 제한, 차량 10부제 등과 함께 도시 내 대중교통을 강화하기 위해 버스의 완전 공영화, 대중교통 요금 무상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시외 대중교통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친환경적인 철도 노선의 확충, 친환경 고속버스 도입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기오염 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화석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꾀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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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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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PM10 PM2.5 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