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6.01.11

북한 핵실험에 대한 입장 : 핵무기 개발은 전쟁유발요인일 뿐, 모든 핵실험은 중단되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1998년 핵실험을 마지막으로 다른 어떤 국가도 대기 중이나 지하에서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은 다시금 세계적 충격을 가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세계 민중의 염원을 배신하고 심각한 좌절감을 주는 처사다. 세계 민중의 강력한 규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북한 핵실험의 의미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냐, 기술적 동기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전자라면 북한의 동기가 미국의 관심을 끌어 정치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후자라면, 핵무기 개발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향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실험을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라도 핵 실험을 정당화할 수 없으나, 대부분의 관측은 북한의 동기가 후자라고 보고 있다. 즉 정치 환경이 핵실험의 주기나 횟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도출된다. 이번 핵실험이 세계적으로 강력한 후폭풍을 동반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것을 감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목표는 핵장치의 소형화라는 분석이 강하다. 즉 핵장치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 중량으로 소형화하고자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주목하는 바는 핵무기의 폭발력이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바로 미국 본토나 해외 군사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냐는 점이다. 만약 언론에서 그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증폭핵분열탄이 사실이라면 곧 핵무기의 소형화를 의미한다. 결국 북한은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인 실험을 강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어떤 정치협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더라도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핵 보유를 우선시한다는 해석이 도출된다.

이러한 시도가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동아시아에 세력균형, 즉 안정과 평화를 야기할까? 결코 아니다. 오히려 심각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할 뿐이다.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전쟁을 억지하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전쟁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의 핵보유에도 해당된다.

핵보유국의 위선

물론 기존 핵보유국은 이미 엄청난 핵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1,054회, 구 소련 715회, 영국 45회, 프랑스 210회, 중국 45회, 인도 6회, 파키스탄 6회.

지금도 미국, 러시아, 중국은 임계전 핵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임계전 핵실험이란 핵폭발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연쇄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 임계상태에 이르기 전에 폭발을 중지시키는 핵실험이다. 이 실험을 통해 핵물질이 비산하는 모양을 조사하면 핵폭발 자체를 거의 정확하게 컴퓨터 상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에 들어서만 7회 임계전 핵실험을 진행했다. 미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임계전핵실험 금지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그 자체도 비준하지도 않았다. 중국도 비준하지 않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르면, 핵무기 보유국은 ‘수직적 비확산’이라고 하여 비핵무기국에 대하여 핵무기를 이양하지 않을 의무를 지며 단계적으로 핵무기를 축소할 약속을 하였다. 비핵무기국은 ‘수평적 비확산’이라고 하여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고 핵무기국으로부터 수령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NPT는 핵무기국이 단계적으로 핵군비를 축소한다는 약속을 이행하며 핵공격 위협을 가하지 않을 때에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비핵무기국가에게 적용되는 동일한 잣대로 생각해본다면, 미국이 첨단 핵무기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과정 역시 인류의 핵무기로부터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한·미의 대북정책 비관론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나?

오바마 정부의 등장 이후 외교적 접근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을 명시했다. 여기서 소극적 안전보장이란 핵무기국가가 비핵무기국가에 대해서 핵무기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9·19 공동성명은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6자회담은 북한의 과거 핵 프로그램 검증과정에서 중단되었다. 오바마 정부가 등장하여 6자회담 외에 북미 양자 간 직접 협상을 진행할 의사를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 후, 미국 내에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북한이 진정 원하는 바는 소극적 안전보장이 아니라 핵-미사일의 실제 보유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대북협상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미국 측 입장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나아가 이란과 핵 협상 타결도 북한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은 최소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었으나,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 추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를 위한 협상을 할 것이며 또한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추가적 인센티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반면, 북한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가운데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의도라면 빠른 시일 내에 어떤 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비관론만으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제재나 최후통첩으로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해 2015년 1월 9일,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실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데 대하여 밝혔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라며 일축했다.

북한과 미국, 박근혜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북한은 핵무장으로,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한 사회운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군사적 긴장을 증폭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북한의 핵실험, 핵보유를 즉각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은 세계 민중에게 심각한 좌절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계를 열망하는 세계 반핵평화운동이 중단될 이유는 전혀 없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남한에서 핵 숭배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아무리 해프닝 성격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 내에서 한국 독자 핵무장론이 제기된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정부는 전략자산 배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1월 10일 한미연합사는 미군 전략자산인 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켰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자산이란 전략핵무기를 의미한다. 또한 전략핵무기란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발사 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된 핵탄두를 말한다. 전략핵자산의 남한 내 배치란 만약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전장이 한반도가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이전에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어 다행이고, 이제 한미일 군사협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일본이 2015년 전쟁법안을 통과시키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선포한 가운데 한미일 군사협력은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봉쇄를 목표로 한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공공연하게 강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덧붙여 대북확성기 방송은 2015년 여름의 악몽을 재연할 뿐이다. 어떤 최소한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행동은 상호작용과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박근혜 정부와 한미일 군사동맹이 시도하는 모든 군사적 긴장 강화 조치를 비판해야 한다.
 
2016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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