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6.06.10

조합원 채용 요구가 범죄인가?- 건설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사회진보연대

조합원 채용 요구가 범죄인가?

건설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1. 건설 노동자의 채용 요구를 범죄화한 검경과 사법부

 
지난 6월 2일 서울남부지법은,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이하 《타워크레인분과》)가 ㈜대보건설, ㈜서해건설, ㈜서희건설의 새 건설 현장으로 단체협약을 확장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 ‘공갈·협박·강요죄’를 적용해, 간부 1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놀라운 것은 《타워크레인분과》 조합원을 채용하라는 요구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인 ㈜준경타워의 인사․채용권, 경영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부가 이를 ‘자유민주적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하고는 조합원 채용 요구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이다.
2003년부터 당시 검경은 《건설노조》가 전임자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원청을 상대로 단체협약을 요구한 것이 ‘공갈․협박․강요’라며 구속한 바 있고, (《건설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정당하다는 대법 판결을 받아 망신을 샀지만) 그렇게 해서 《건설노조》를 잠시 위축시킨바 있었는데, 동일한 수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건설현장의 비정상적 관행과 부조리’를 모두 잡겠다며 5~7월 3개월간 건설형장 특별단속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불법이권개입, 건설노조의 집단행동, 오염물질 불법 배출 등을 싸잡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건설노조》가 전통적으로 집중교섭을 해온 시기이기도 하다. 《건설노조》의 임단투 시기에 공갈․협박죄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언제든지 잡아가두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이거야 말로 노조를 상대로 하는 ‘공갈․협박’ 압력 행사이지 무엇이란 말인가?
 
출처 : 건설노조 홈페이지

 

2. 임시일용직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행태

 
검경과 사법부의 이 같은 행태는 노동권을 옹호하며 신장시켜온 근현대 역사를 한 순간에 되돌리려는, 반노동자적 작태다.
 
첫째, 이들은 노동조합의 고용안정 요구를 사업주의 인사․채용권으로 간주하고는 헌법에도 없는 경영권을 운운하며 노동조합이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의 직업성 질환 및 산재 사망 유가족의 고용 승계 단협 조항에 대해, 이 역시 사업주의 ‘인사․채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가족의 고용승계요구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더니, 임시일용직이 만연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는 것도 불법화 하고 있다.
이들의 말대로 고용의제가 인사․채용권이고 또 신성불가침이라면 하청 비정규직의 ‘근속에 따른 단계적 정규직화’ 방안이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요구’ 방안 모두 불법․부당한 요구라는 뜻이 된다. 만일 검경이 태도를 바꾸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다면, 이는 다른 현장에서의 고용승계 요구도 문제를 삼겠다는 ‘사전적’ 선전포고인 셈이도 하다.
 
둘째 건설현장에서의 조합원 채용요구 불법화는, 건설현장의 임시일용직으로 하여금 평생 고용불안에 떨면서 사용자 눈치나 보며 노예처럼 살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건설노동자 대다수가 임시일용직인데, 이들에게 다음번 일자리에 대한 채용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시민으로서 자신의 노동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건설노동자들은 건설 공기가 끝나면 다음 일자리-일거리를 걱정해야 한다. 1년 중 3개월은 일을 못하거나 일거리가 없는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다음 일자리-일거리 보장이 바로 고용안정 요구다. ‘비정규직에겐 채용요구’와 ‘정규직에겐 해고반대’ 이 양자는 동전의 다른 측면일 뿐, 같은 의미이다.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의 방어가 노동조합의 기본 활동이라면, 건설노조에게는 실업을 반복하는 건설 노동자의 채용요구를 제도화하는 것이 기본 활동이다. 더구나 건설현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했던 조합원이 다른 건설현장에서 채용을 약속받지 못한다면, 일자리―일거리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합원 채용 요구는 불가피한 것이다.
실제로 《타워크레인분과》가 조합원의 채용을 요구한 일자리 비율이 대략 3:1이라고 한다. 건설 현장에 4대의 타워크레인이 돌아가면 그 중 3대의 자리를 조합원 일자리로 요구한다는 의미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74%가 《타워크레인분과》조합원이다. 이들이 75%의 일거리를 요구하며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 차례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를 ‘거대노조의 횡포’라고 하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셋째, 지금 검경과 사법부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공갈·협박·강요의 일환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그렇게 해서 건설노조 탄압의 명분을 잡고, 나아가 건설노조와 노조운동 전체에 대한 혐오감을 덧씌우고 있다.
업무방해죄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노조법상 형사면책(4조)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 해왔던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형사법상의 ‘공갈·협박·강요’죄 적용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인데, 한국사회를 19세기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행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19세기 독일에서는 “임금인상을 하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취지로 노동조합이 통고하면,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여 공갈죄로 기소”했던 기막힌 역사가 있었는데, 이를 검경과 사법부가 21세기 한국에서 재현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사문화된 조합원 자녀 채용 문제를 부풀려, 정규직 노조의 산재 사망 유가족 고용승계 단협을 문제 삼으며 ‘시정명령권’을 발동하더니, 검경은 임시일용직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을 체결과정부터 문제 삼아 범죄자 취급한다. 노조탄압을 위해 사전 공모라도 했는가? 어찌 이리 짝짜꿍이 잘 맞는단 말인가?
 
 

3.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탄압의 본질 : 집중화된 교섭력 와해

 
임시일용직 채용과정이 불합리하다 싶으면(실제로 임시일용직의 처지는 그 자체로 불합리하다), 다단계하도급과 임시일용직 사용,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를 매개하는 간접고용 관행을 규제하고, 임대업체나 원청이 상시고용을 할 수 있도록 바로잡는 것이 상식적인 조치다. 그런데 검경은 이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왜인가?
사실 공갈․협박, 채용권 위협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나 건설시공업체 사용자들이 실제 불만이었을 것은 그로 인해 노동력 공급이 잘 안 되어서가 아니다. 《타워크레인분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둘러싼 과다 경쟁을 제어함으로써 자신의 임금 하락을 막고, 도리어 집단적인 임금인상을 도모하며 10~20% 임금인상을 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더 낮은 단가로 일을 부릴 수 있었는데, 《타워크레인분과》 때문에 불가능해서다.
뿐만 아니다. 《타워크레인분과》는 2014년 기준 타워크레인 기사 2,300명 중 1,700명이 조합원이라는 ― 74%에 이르는 압도적인 조직률로 건설 현장의 집중화된 교섭을 선도하고 있다. 2001년에는 일요일 휴무제를 쟁취하더니, 2007년에는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을 상대로 중앙교섭을 쟁취하고 건설현장에서 주 44시간을 현실화했고, 2009년에는 주40시간으로까지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왔다. 단체교섭 내용을 전국 건설 현장으로 확장시켜 나갔던 《타워크레인분과》의 단결력과 교섭력이 정권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래서 체면이고 뭐고 다 뒤로 한 채, 19세기적 탄압 방법을 찾아내고는 《타워크레인분과》를 공격하는 것이다. 집중화된 교섭력을 파괴하기 위해 《타워크레인분과》의 노조활동을 범죄화하고, 그래서 교섭력을 분산시키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4. 건설노조 공안탄압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의 연대가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집중화된 교섭은 주로 정형화된 노동조합운동보다 비전형적인 노동조합운동에서 출현했다. 《타워크레인분과》 뿐만 아니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대정부 교섭 및 중앙교섭,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의 중앙교섭 시도, 《지역 건설노조》의 줄기찬 지역교섭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운동은 기존 노조운동과 양상이 다를 뿐만 아니라 정형화된 노조처럼 관리되지도 않는다. 이들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며 정권의 무능을 폭로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민주노총 총궐기 투쟁에서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저항했고, 앞으로도 계속 선봉에 있을 운동집단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들은 지역노동표준의 확립, 지역노동시장을 통제하는 운동을 통해 임시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방어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미래를 보여줄 역량을 축적해가고 있다.
《타워크레인분과》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점증할 반실업자․반취업자, 임시일용직, 비정규직의 노조운동을 송두리째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자운동과 민중운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적 경계를 넘나드는 더 넓은 고용연대, 더 많은 단결을 향한 실험을 해나가야 한다.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건설노조》의 압도적인 단결력이다. 검경의 돌출행동에, 사법부의 일탈행위에 주춤할 이유가 없다. 더 많은 단결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정권의 공안탄압에 맞서 조합원 가입을 더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우리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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