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19.01.25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한다. 하지만 관성적 투쟁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한다. 하지만 관성적 투쟁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
- 민주노총은 사회변화를 위해 어떤 투쟁을 조직할지 토론해야
 
 
사회진보연대는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한다. 대의원들은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의 입장을 통해 경사노위 참여가 자본 측 요구에 포섭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혔다. ( [2018년 11월 21일] 탄력근로제가 경사노위 입장료인가? -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단호히 거부하라! , [2018년 10월 15일] 준비없는 민주노총, 경사노위에 참여할 때가 아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에 참여해 사회대개혁의 포부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요인들도 하나같이 경사노위로 들어와 민주노총의 포부를 실현해보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회대개혁의 포부가 무엇인지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민주노총의 내부자료 어디에도 그런 구상은 없다. 기껏해야 각종 사회현안 의제들을 나열한 목록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김명환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없는 구상을 경사노위에 가서 만들겠다는 것일까?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서 정부와 자본에게 놀아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경사노위에 ‘올인’하는 민주노총 집행부도 문제지만, 경사노위 불참과 함께 단호하게 총파업을 조직하자는 노동운동 단체들의 입장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탄력적근로시간제와 최저임금결정체계 개악저지,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내걸고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이미 제출한 바 있다. 단호한 총파업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주장 역시 민주노총 집행부 계획과 크게 다르지않다. 경사노위에 불참하면 총파업이 더 잘 조직될 것이라고는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경사노위 참가 반대”가 민주노총과 산하단위의 이전과 비슷한 관성적 투쟁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당위성만으로 총파업이 제대로 조직되지는 않는다. 지도부의 의지 문제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다. 자칫 의지만 앞세우다가는 이른바 ‘뻥파업’만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더군다나 민주노총 투쟁은 미조직 노동자의 지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노동법개악저지 투쟁은 임금격차, 고용위기, 세대 간 불평등 같은 노동자계급의 시급한 과제들과 여전히 연결되고 있지 못하다. 조합원 다수가 노동시장의 상위그룹에 속하는 민주노총은 “개악 저지”, 즉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투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의 시대적 사명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나 집행부에 비판적인 세력 모두 대통령에게 하소연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권력이 노동관계에 매우 주요한 행위자란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모든 것은 아니다. 장기저성장과 고령화는 한국사회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구조적 변화이다. 그래서 자본과 정부 역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정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정부에게 대안을 내놓으라고 아무리 요구해봤자 답이 나올 리 없다. 노동운동 스스로가 대안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가 조합원 간의 엄청난 임금 격차를 단협을 통해서든 기금을 통해서든 스스로 해결하며 계급적 단결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학적 전환에 대해 노동운동이 페미니즘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자계급 스스로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재건하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무능한 포퓰리즘 정권의 백가지 정책보다 세상을 더 크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 정세가 한국사회의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여러 분석과 의견들이 있다. 경제성장, 인구, 국제관계 모두 그렇다. 노동운동은 경사노위 같은 양보를 타협으로 둔갑시키는 기만에 놀아날 시간이 없다. 또한 이미 실패한 것들, 세상의 변화보다 현재를 지키려는 투쟁에 힘을 낭비할 여유도 없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당장 중단하고,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한국사회의 대안을 가지고 2천만 노동자를 단결시키자. 그리고 노동자계급을 한국사회의 유일무이한 대안세력으로 성장시키자.
 
 
2019.1.25.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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