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2.11

추 장관의 사법방해와 자연국가로 타락하는 문 정부

사회진보연대

추 장관의 사법방해

 

지난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무능하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당시 코미 FBI 국장은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하여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스캔들에 대해서 트럼프에 불리한 증언을 한 상황이었고,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의 이와 같은 인사조치가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에서는 법과 정의의 집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사법방해 죄로 규정한다. 심지어 실제로 집행을 방해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을 기도하는 행위 역시 처벌한다. 사법방해는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정도로 큰 죄다. 일례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도청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도청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명목으로 탄핵 심판에 소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FBI 국장 해임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는 논란으로 인해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 제출됐다.
 
지난 2월 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가 요구한 청와대 선거 개입, 하명수사 의혹사건에 대한 공소장 제출을 거부했다. 2005년 이후 국회의 공소장 제출요구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증언·감정법 4조는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법무부 훈령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국회 증언‧감정법이 법무부 훈령보다 하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한 처사다. 하물며 추 장관은 현직 국회의원이자 얼마 전까지 민주당의 대표까지 맡았던 사람이다. 국회를 지켜야 할 책임자가 장관의 자리에 앉자마자 당파적 이해로 국회를 짓밟고 있다.
 
추 장관의 사법방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녀는 장관에 취임한 직후인 지난 1월 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과 조국 일가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좌천시켰다. 그리고 이것으로도 부족했는지 1월 말에는 검찰 중간 간부까지 지방으로 발령했다. 미국이었다면 추 장관은 당장 사법방해 죄로 고발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를 진행하던 검사를 별다른 이유 없이 인사발령을 낸 부분은 트럼프의 사례와 유사하다. 물론 한국에는 사법방해에 대한 법률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직권남용죄가 법 집행 절차에 개입하는 권력형 비리 사건을 포괄한다.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씨가 대표적 사례였다. 그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구속됐다.
 
 

대통령의 인맥과 대통령을 위한 개혁

 

추 장관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막으려 하는 검찰 수사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건이다. 공소장에 드러난 청와대의 개입 정황은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다. 비서실장, 정무수석실,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핵심 기관 대부분이 연루됐고, 내용도 가히 헌법파괴라 할 만큼 악랄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상대후보를 매수했고, 야당 후보를 경찰이 비리로 엮어 낙선시켰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다는 이유 하나로 발생한 일이었다.
 
대통령의 인적 네트워크가 권력의 핵심 역할을 독차지하는 국가를 ‘자연국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자연은 문명에 미달한다는 의미다. 문명은 법, 규범, 경쟁 같은 비개인적이며 개방적인 제도들을 뜻한다. 정치경제학 석학인 배리 와인개스트는 저개발 후진국의 특징이 대통령의 인적 관계 또는 소수 권력집단의 인적 관계로 통치권력을 구성하는 자연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국가의 폐쇄적 질서를 개방적 질서로 바꾸지 못하면 국민경제가 성장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한다.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비합리적 정책결정과 권력자들의 지대추구가 더욱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국가의 대표적 사례는 이승만 정부였다. 1950년대 한국은 대통령과 친한 순으로 요직에 등용됐고, 경찰이 선거에 공공연히 개입하기도 했다. 당시의 경제적 혼란과 민주주의의 퇴보는 더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현재 모습은 이승만 시대의 그것과 근본적 차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따져보면 대통령 인맥에 따라 인사와 권력을 배분하는 것은 현 정부의 일관된 행동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씨가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는 이유로 그 난리를 겪고도 장관에 임명됐고, 거시정책 전문가도 아니고 소득주도성장과도 하등 관계가 없는 장하성 씨가 대통령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청와대 정책실장에 등용됐다.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발탁된 탁현민 씨나, 대통령의 오랜 측근 양정철, 전해철 씨가 민주당에서 실세로 군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의 정치 역시 소위 ‘문빠’로 불리는 맹목적 지지자들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반대세력에게 공공연하게 인터넷 린치를 가해 3년 내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인맥이 국가권력의 중심에 있고, 친위대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자연국가의 대표적 특성이다.
 

문 정부와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

 

자연국가의 대통령이 가지는 특징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도 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나라다. 퇴임 후가 편했던 대통령이 없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현 정부는 취임 초만 해도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 보면, 현 정부는 대통령 권력에 손을 댈 의도가 조금도 없었던 것 같다. 개헌안은 대통령 권력을 더 강화하는 4년 중임제였고, 검찰개혁 역시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더 가까운 공수처 설립으로 끝났다. 최근 추 장관이 아예 대놓고 사법방해까지 하고 있다.
 
한국사회 역사를 보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대통령 권력이 확대되면 파국적 경제위기가 닥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승만의 부패로 미국이 원조를 줄여 1958~61년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막무가내 군수산업 투자가 1979~81년 경제위기를 야기했으며, 1987년 이후 대통령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재벌과의 결탁이 1997년 국가부도의 방아쇠를 당겼다. 1% 성장률이 예상되며 동시에 인구감소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까지 닥치고 있는 한국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대통령 개인과 검증되지 않은 대통령의 인맥이 통치하는 나라의 위험성은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추 장관의 검찰 수사 방해와 기소장 비공개는 명백한 사법방해이며, 목적은 문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감추는 것이다. 문 정부는 권력기관 개혁이란 이름으로 오히려 초지일관 대통령 권력을 강화했다. 저성장 인구감소라는 경제적 위기 앞에서 이런 대통령 권력은 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도 물론이다. 시민들은 이제 촛불정부 따위의 미망에서 벗어나 단호하게 문 정부와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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