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0.02.21

해외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와 권리 보장 모색 사례를 보다

임월산 (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
 
 
최근 ‘플랫폼노동’이 새로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이에 따라 플랫폼 운영회사를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제3의 범주와 새로운 규제체계가 필요한지 등 논쟁거리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소위 ‘긱경제’(gig economy)에 대한 규제와 긱 종사자의 권리 보장 방안의 수립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긱은 영어로 계약(engagement)이란 단어를 줄여 쓴 속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연주자를 섭외해 짧은 공연에 투입하면서 긱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프리랜서·독립계약자·임시직 등 단기 일자리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는 현상을 ‘긱 경제'라고 한다.)
 
 
 

새롭다는 주장의 허구성

 
논쟁의 핵심에 있는 플랫폼 운영회사들은 플랫폼 경제의 ‘새로움’을 주장한다. 플랫폼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와 단기적 일거리를 수행하는 공급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이므로 규제와 권리보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원하는 신속함과 유연성을 담보해야 되기 때문에 경직된 노사관계와 기존 법제도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유효성을 판단하려면 디지털 플랫폼에 의한 업무형태가 얼마나 새로운지 따져봐야 한다. 직접적인 지휘·명령으로 업무과정을 통제하는 전통적인 고용주와 달리 플랫폼 운영회사들은 알고리즘과 디지털 방식을 사용해 업무를 배분하고 소통하며, 보수지불을 관리한다. 이 점에서 플랫폼 노동은 새롭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운영회사들에게 노동자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직접적인 지휘·감독 대신에 플랫폼들은 온라인 디지털 체계로 일감 접근 기회를 통제하고, 평점 또는 평판을 통해 업무 수행을 간접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은 늘 기술진보를 통해 업무과정을 혁신해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웹기반 음식배달이나 카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적시배송(just-in-time delivery)은 중요한 사례다. JIT는 소비자 데이터의 수집과 인공위성 추적기술을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필요한 양으로, 필요한 시간에 배송할 수 있도록 생산과 공급과정을 재조직했다.
 
업무를 미세작업으로 쪼개 간헐적 수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플랫폼의 혁신적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렇게 업무를 쪼개는 것은 초기 자본주의 사회들에서 일반화된 도급제 노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로 취급하는 것도 역시 1970년대 이래 자본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기술변화와 업무과정의 혁신, 그리고 노동유연화의 최근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플랫폼 노동을 90년대 이래로 확산되어 온 비정규직 고용 중의 최신 경향으로 인식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뭉친다

 
다른 불안정 노동자와 같이 고용과 업무과정의 파편화와 이를 규율할 수 있는 법제도 미비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어렵게 만든다. 반면에 플랫폼의 빠른 일상화와 신속한 정보 전파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소통체계는 일부 플랫폼 직종에서 ‘비전통적인’ 조직화 실험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음식배달 라이더와 우버(Uber)와 같은 카헤일링 기사들의 조직화와 투쟁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첫 번째 사례로 2016년 영국에서 딜리버루(Deliveroo) 음식배달 노동자들이 요율 삭감에 맞서 자발적인 파업에 나섰다. 이 투쟁은 먼저 우버이츠(UberEats)로, 그 뒤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2019년 5월에는 우버의 주식상장을 앞두고 우버 노동자들이 미국 10개 도시와 영국, 호주, 브라질 여러 지역에서 공동행동에 나섰다.
 

영국독립노동자연합의 사례

 
온라인을 통해 가시적인 행동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이 노동자들은 느슨한 협의체나 비공식적인 단체를 결성하게 되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단체교섭권 없는 좌파 성향의 소수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미국, 영국, 벨기에,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발견된다.
 
이 중에 영국독립노동자연합(Independent Workers of Great Britain, IWGB)은 국제적으로 제일 잘 알려진 사례다. IWGB는 2012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직하기 위해 설립된 대안 좌파 노조다. 기업별 단체교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영국 민간부문 노동조합들과 달리 IWGB는 교섭권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고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를 1명씩 가입시켜 가시적인 직접행동에 동원함으로써 노동조건 개선을 도모해왔다.
 
2016년에 IWGB는 딜리버루 노동자의 파업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요율 삭감을 저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여파로 파업에 참여하던 딜리버루 라이더들이 IWGB 지부로 뭉치게 되었다. 그러나 파업 이후에 딜리버루의 잦고 일방적인 정책변화로 인해 파업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았다. IWGB는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단체협약 체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그때까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법적인 지위를 새롭게 고민하게 되었다. 따라서 2016년 말에 IWGB는 노동관계법에 따라 딜리버루가 자신을 라이더들의 교섭대표로 인정해야 한다는 진정을 중앙중재위원회에 제기했다. 2017년 11월에 중앙중재위원회는 라이더들이 자발적으로 로그아웃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노무제공자’(worker)가 아니라며 진정을 기각했다. IWGB는 결국 패소했지만 노동기본권과 ‘전통적인’ 노조활동을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유럽 플랫폼노동자 단체와 노동조합의 협력

 
다른 나라에서도 전통적 노동조합과는 다른 형태의 조직으로 먼저 뭉친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과 교섭할 필요성을 느껴 기존 산별노조의 지원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느슨한 네트워크로 모였던 푸도라(Foodora) 라이더들은 운수서비스노조(Vida)의 지원을 받아 사업장평의회를 결성하였다. 사업장평의회는 거리 수당, 자전거와 휴대폰 보험, 벌칙 기준의 투명성을 비롯한 여러 사업장 문제에 대해 근로자와 프리랜서로 분류된 자전거 배달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협약의 체결을 목표로 푸도라와 교섭을 진행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산별노조들이 산별교섭을 담당하고, 평의회는 현장 문제에 대한 협의와 산별협약에 대한 보충교섭을 담당한다. 그러나 푸도라의 경우에는 산별협약 없이 사업장평의회가 교섭을 먼저 시작한 것이다.
 
서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협력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독일 여러 도시에서 음료수·케터링노조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들이 사업장평의회 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2018년에 3대 주요 산별노조와 볼로냐라이더유니온, 시의회, 이탈리아계 음식배달 플랫폼 운영회사가 자발적인 ‘도시 환경에서 디지털 노동기본권 헌장’에 합의하였다. 헌장은 보수와 노동시간, 보험에 대한 최소기준을 설정한다. 하지만 플랫폼의 참여와 집행은 자율에 맡겨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까지 딜리버루와 푸도라와 같은 주요 초국적 플랫폼 운영회사들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유럽 플랫폼들의 사회적 대화 참여와 자발적 규제

 
노조 조합주의(코포라티즘) 전통이 깊은 서유럽에서 산별노조와 플랫폼의 협의가 비교적으로 활발해 보인다. 비엔나의 사업장평의회를 기반으로 하여 2018년에 유럽 노동조합들과 푸도라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는 유럽 차원의 사업장평의회를 설립했다. 2019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적용하는 산별협약이 처음으로 체결되었다. 다만 이 협약은 종속적 고용관계가 증명되는 라이더들에게는 적용되지만, 자영인(self-employed), 또는 프리랜서로 분류된 노동자들을 배제한다.
 
독일에서는 금속노조(IGMetall)가 한 플랫폼 운영회사가 발표한 자발적인 행동강령을 발전시켜 크라우드소싱 행위준칙(Crowdsourcing Code of Conduct)을 개발했다. 행위준칙에 따라 임금 기준을 정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옴부즈 오피스(Ombus Office)를 설치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집단 대표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현재 8개 플랫폼 운영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나라들에는 오래된 사회적 대화의 전통이 있기에 일부 플랫폼 운영회사들과 협상 또는 자발적인 협의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도들은 여러 한계가 있다. 자발적인 협의나 행위준칙의 경우 플랫폼 운영회사들은 언제든지 빠지거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규제 시도들이 기존 법제도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플랫폼 운영회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 문제다.
 
오스트리아와 독일과 같이 단체교섭이 진행되더라도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형태에 따라 구별되어 자영인으로 분류되는 일부는 보호에서 배제되고 있다.
 

영미권의 경험

 
코포라티즘 전통이 비교적으로 약한 다른 나라에서는 플랫폼 운영회사들의 태도가 확실히 다르다. 예를 들어 2018년에 호주 운수노조(Transport Workers Union of Australia, TWU)는 푸도라 자전거라이더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한 노동자의 부당노동행위 소송을 지원했다. TWU가 푸도라를 첫 플랫폼 상대로 선택하는 과정에는 유럽에서 평의회 사례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이 판단은 틀렸다.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승소하여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체불임금도 받았다. 그러나 푸도라는 라이더들이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대신에 호주에서 철수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노조들이 플랫폼과의 사회적 대화, 또는 정책협의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대개 다수 플랫폼 노동자들의 동의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 노조 간 심각한 조직 경쟁과, 플랫폼을 ‘사용자’가 아닌 ‘중개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즉, 일부 노조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과 플랫폼의 사용자성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가능한 수준에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플랫폼 운영회사들은 이런 접근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사회적 대화와 자발적인 규제에 나서면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인정과 단체행동을 회피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독립운전기사협회의 사례

 
우버와 북미기계항공우주노동조합(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reospace Workers, IAMAW) 뉴욕지부 간의 합의로 설립된 독립운전기사길드(Independent Drivers Guild, IDG)는 이와 같은 사례다. 2015년 말 우버는 다른 도시에서 노동자 지위 인정 소송을 다투는 동안 뉴욕에서는 IAMAW와 정책협의에 나섰다. 수만 명의 카헤일링 기사들이 있는 뉴욕에서 같은 문제를 피하고 싶었던 우버는 IDG 설립 제의를 반겼다.
2016년 5월에 이루어진 합의에 따라 우버는 IDG의 설립을 허용했고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우버 앱에 로그인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협회의 ‘알림회원’(informed member)으로 인정했고, 이들의 이메일을 IAMAW에 넘기기로 했다. (월 18달러 회비를 납부하는 알림회원들은 정회원 자격을 얻는다.) IDG는 현안과 일부 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정기 협의체계를 설립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IAMAW는 5년 동안 소송을 제기하거나 단체행동을 조직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미국노동운동 내외에서 IDG의 설립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IAMAW와 지지자들은 플랫폼에 대한 규제나 단체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최소수준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운영회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버와의 정기적인 협의를 통해 IDG는 의무적 팁 옵션의 도입과 계정 비활성화(해당 기사의 앱 접속 차단)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의 수립과 같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변화를 이끌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반면 많은 사람들은 IDG가 우버 노동자들의 이해를 효과적으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는 IDG는 ‘실제 관련하지 않았거나 IDG가 설립되기 이전에 우버가 이미 추진하고 있던 정책변화의 공을 차지한다’고 평가했다. 회사와의 정책협의, 비활성화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가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노동조합들은 우버의 운영자금 지원과 IDG의 비민주적인 결성 과정과 의사결정 체계에 대해서 문제제기한다. 우버와 협상을 시작할 때 법인과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구성된 IAMAW의 뉴욕지부에 우버 앱을 사용하는 노동자 일부가 소속돼 있지만, IDG의 설립에 대해 의견 수렴이나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가 없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카헤일링 시장에서 IAMAW와 조직경쟁을 하고 있는 뉴욕택시노동자연합(NYTWA)은 ‘어용노조’의 설립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우버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바 있다.
 
IDG는 우버의 경쟁사들을 타격하는 데에 우버와 협력하고 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2017년에 IDG가 경쟁사인 리프트(Lyft)의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호출한 후에 취소하는 동시행동을 유도하는 이메일를 우버 기사들에게 발송했다. 리프트가 노조와 교섭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것이 행동의 공식 목표였지만 리프트 노동자들에게도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다.
 
 
 

AB5를 막으려는 플랫폼 운영회사들

 
최근 일부 주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 모델에 대한 논쟁이 특히 첨예하다. IDG가 추구하는 협의체계와 자발적인 규제가 오히려 법제도 개선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문제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러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작년 9월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AB5 법안이 캘리포니아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라 보수를 위해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개인은 우선 노동자로 간주되며, 이들이 자영업자라고 주장하려는 기업은 3대 요건 모두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이들의 노무제공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3대 요건(소위 ABC테스트)은 다음과 같다. (a) 해당 개인(노무제공자)이 업무 수행에 관해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통제나 지시도 받지 않는다. (b) 그 사람의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 사업 수행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c) 노무제공자가 독립 자영업으로 직종, 직업이나 사업에서 일상적으로 근무하면서 해당 고객(기업)을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일한다.
 
AB5가 의회를 통과한 후에 우버와 다른 플랫폼 운영회사들은 법안의 시행을 막기 위한 캠페인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법안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한 일부 산별노조들을 접촉해 IDG와 비슷한 형태의 협의체계를 제안했다. 노조 측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자영업자 지위를 인정하면 플랫폼 운영회사들이 일부 의제에 대해 노조들을 플랫폼 노동자의 대표로 인정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최저임금 15달러 쟁취 운동을 주도한 조직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북미서비스노조(SEIU)는 플랫폼 운영회사들과의 협의에 나선 노조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SEIU는 다각적인 비판을 겪게 되었고 결국 협의에서 빠졌다.
 

해외 사례의 교훈

 
구체적인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조직화와 권리 보장에 관련된 해외사례에 대한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조직사업이 시작되었고, 일부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철저한 조사는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예비적인 관측만 제시해본다.
 
첫째, 일부 직종을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조직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 속에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노동조건을 향상하기 위한 경로로 보고 플랫폼 노동자들이 기존 노동조합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협력은 ‘노동자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사회적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여러 지역에서 플랫폼 운영회사들이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자발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고 일부 노동조합들과 협력하고 있다. 해당 나라의 노사관계 문화에 따라 그 효과가 달리 나타나고 있다. 코포라티즘 전통이 있는 서유럽에서는 일부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같이 비교적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된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협력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권 행사와 노동자성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셋째, 사회적 대화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고용형태나 소속 기업별로 나눠지고, 권리보장 여부와 그 수준이 다르게 결정되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기존 조직경쟁 구도와 결합해 노동운동 내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일부 노조들이 플랫폼 운영회사들과 사회적 대화와 단체교섭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문제들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자와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법제도 개선, 조직화와 투쟁 사업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통일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전략은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우선적 목표로, 분열과 경쟁 대신 연대와 단결의 원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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