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0.04.08

[경제해설] 코로나 경제위기③ 과연 금융공황은 발생할 것인가

부활한 그림자은행, 금융시스템에 가하는 위협

사회진보연대
 
마스크를 쓴 뉴욕증권거래소 앞 '두려움 없는 소녀상' [출처: VOA]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낳은 영향 중 하나는 금융안정성에 가한 거대한 전 세계적 충격이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진다. 과연 금융공황이 터질 것인가, 터진다면 어디일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려면 우리 앞에 어떤 안정성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알아야 한다.
 

1. 수량완화 시대의 그림자금융

 
현 시기 금융안정성에 대한 위협은 무엇보다 수량완화 시대에 다시금 엄청나게 팽창한 ‘그림자은행’에서 출발한다. 그림자은행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은행처럼 예금을 받지도 않으면서,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금융중계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그래서 은행이 아닌데도 굳이 그림자‘은행’이라고 부른다. 그림자은행은 2007-9년 금융위기로 철퇴를 맞는 듯 보였으나, 수량완화 시대에 다시금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림자은행이라는 용어는 2007년 태평양투자관리회사(PIMCO)의 고위경영진이었던 폴 맥컬리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림자은행이라는 표현 자체가 뒷골목의 악덕 사채업자를 연상시키는 만큼, 도덕적 비난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 2013년, 벤 버냉키 전직 연준 의장은 훨씬 더 복잡하게 설명했다.
 
“일반적인 정의를 따른다면, 그림자은행은 전통적인 은행의 기능을 집단적으로 수행하지만, 규제를 받는 예금기관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체계의 바깥에 있거나 오로지 그와 얼마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기관과 시장으로 구성된다. 그림자은행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요한 사례로는 증권화회사,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발행하는 콘딧(‘도관’회사), 머니마켓펀드, 환매조건부채권거래(레포)를 위한 시장, 투자은행, 모기지회사가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집단적으로’라는 표현에 있다. 그림자은행의 금융중계 과정에는 여러 금융기관이 집단적으로 참여한다. 다시 말해, 신종 금융상품을 창조하여 거래가 이뤄지게 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금융기관이 관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창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림자은행의 금융중계는 특정 종류의 금융기관만의 위기가 아니라 ‘시스템적 위기’를 야기한다.
 
버냉키 전직 의장이 그림자금융의 사례로 언급했던 기관은, 2007-2009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었던 주택담보부증권(MBS),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신종 금융상품의 창조와 거래에 관여했던 곳이다. (아래 그림1을 보라)
 
[그림1] 주택담보부증권(MBS)에 관여하는 금융기관의 흐름 [출처: 조세재정연구원 블로그]
 
 
그렇지만, 버냉키 전 의장이 언급한 곳이 그림자금융의 전부가 아니다. 그림자금융을 넓게 정의하면 예금이 아닌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신용중계 활동을 하는 금융기관이므로, 심지어 은행도 예금이 아니라 단기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여 운영하면 이 부문은 그림자금융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은행의 이런 자금을 ‘장부 외 거래’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금융감독기준을 세우는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넓은 의미의 그림자금융 중에서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부문을 ‘좁은 의미의 그림자금융’으로 선별했고,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 경제적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했다.
 
[표1] 금융안정위원회가 정의한 좁은 의미의 그림자금융
 
예를 들어 금융안정위원회가 ‘경제적 기능1’로 분류한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펀드의 경우, 시장에서 불안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환매를 한 사람이 이익을 보는 ‘선환매이득’이 존재하므로 펀드 런(대규모 환매사태)이 나타날 위험이 존재한다.
 
여기서 환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면, 어떤 펀드 A는 10명의 투자자에게 10억씩의 자금을 조달받았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투자자 1명이 6개월의 만기가 지난 후 투자를 중단하고 원금과 수익을 회수하기를 원한다고 해보자. 또는 만기가 되지 않았는데 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다. 펀드는 만기 이전에도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와 만기 이전에는 회수할 수 없는 폐쇄형으로 나뉜다. 만기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행위를 ‘환매’라고 한다. (한국에서 큰 문제를 낳았던 라임은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짧은 단기 폐쇄형 펀드나, 개방형 펀드를 주로 운용했다. 만기가 짧거나 환매가 가능해 회수가 빠르다는 점은 높은 수익성과 함께 큰 장점으로 보였다.)
 

2. 우리 앞에 어떤 안정성 리스크가 존재하나:

그림자금융의 유동성 리스크

 
 
먼저 그림2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에 따라 채권형 펀드가 대량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월 18일,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간 유출액이 1,090억 달러에 달해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림2] 채권형 펀드가 기록적인 유출을 경험하다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채권형 상장지수펀드의 주간 유출입 단위: 십억 달러 [출처: 파이낸셜 타임스]
 
 
이 뿐만 아니라 정크본드(고위험, 고수익채권)나 투자등급 회사채 펀드로부터 주간 유출도 신기록이었고, 주식형 펀드는 200억 달러의 주간 유출로 3월 첫째 주에 세운 230억 달러의 신기록에 계속 근접한 규모를 보였다. 나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투자 펀드들의 수익성이 낮았기 때문에 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점점 더 비슷해졌다”, 따라서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에서의 대량매각이 증폭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유출 때문에 중앙은행과 정부가 긴급한 개입을 결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자율 인하, 자산구매 프로그램, 긴급대출 창구, 경기부양 정책 등 중앙은행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이 동원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금융안정성에 가해진 엄청난 충격을 수습하기 위한 연방준비은행의 필사적 노력에 대해서는 “미국 연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보라.)
 
그렇다면,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왜 그림자금융은 다시 팽창했는가? 여기서 중앙은행의 수량완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을 살 때, ‘극도로 안전한’ 자산을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유럽연합 핵심국의 국채가격이 상승하고 국채수익률이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동으로, 민간의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지는 채권이나 ETF(상장지수펀드), 뮤추얼펀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런데 이런 민간의 ‘안전자산’은 안전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실제로 원금 보존을 약속할 수 없고, 단지 즉시 환매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즉 이러한 ‘그림자은행’은 실제로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은행의 예금처럼 일정 액수 이하의 원금보존을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도 없고(예를 들어 ‘예금보험공사’), 중앙은행의 재할인창구와 같이 일상적인 유동성 지원 메커니즘도 없다. 그림자은행이 즉시 환매라는 약속을 지키려면 오로지 시장유동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해 나온 《연합뉴스》의 기사 “주식시장 불안에 ETF도 채권형이 인기”(2019.5.26.)를 보자.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이달 들어 주식시장이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주가지수보다 채권지수를 추종하는 종목들의 거래가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로 채권형 ETF(이하 인버스 제외)의 가격은 주식형 ETF보다 변동성이 적은 편이다. (…)
 
게다가 채권형 ETF는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환금성이 좋고 거래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채권은 만기가 있어 매수 이후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ETF는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기관 거래가 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ETF 시장에서 채권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거나, ETF는 환금성이 좋다는 장점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 어떤 리스크가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이러한 펀드는 설계상 디폴트가 발생할 수 없지만, 상환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강제로 청산되거나 폐업할 것이다. 이는 유동성과 안전성, 양자에 대한 신뢰에 충격을 가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이는 그림자금융의 호황기에 나타나는 고전적인 양상과 완전히 동일하다. 투자기회 이상으로 저축이 풍부한 국면에서, 즉 주로는 이자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대체로 유동성의 미스매치가 증가한다. 다시 말해, 그림자금융(여기서는 채권형 ETF)이 수시입출, 상시환매와 같이 유동성이 높은 부채로 조달한 자금을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는 미스매치, 즉 유동성 리스크가 올라간다.
 
그런데 이러한 펀드에 대한 규제개혁은 은행 규제를 다루는 바젤 프로세스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었다. 왜 그럴까? 투자자가 원금보장이 없는 위험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2019년 영란은행 총재 마크 카니는 채권형 펀드의 실제 자산유동성과 펀드 상환기간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 은행은 괜찮은가: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

 
그렇다면 은행은 어떠한가? 지난 시기 건전한 기업의 신용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무형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팽창했다. 그러자 은행은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수요에 대응했다.
 
많은 학자는 부채상환 계약조건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한 계약조건은 적절한 회계기준을 위반하고, 차입자의 소득이라는 더 취약한 통념에 의존할 뿐이다. 급격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그처럼 담보가 없는 대출은 역사적 평균에 비해 훨씬 더 큰 손실에 노출될 것이다.
 
[그림3] 세계 부채발행에서 약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2000-2019년 12개월 이동평균) [출처: 금융안정위원회]
 
은행은 부채상환 계약을 통해 레버리지와 리스크를 통제하는 문지기로서 역할을 역사적으로 수행했다. 그렇지만 은행은 마땅한 대출기회가 적고 이자율이 낮은 오랜 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레버리지율이 높은 대출 수요라는 유혹에 빠졌다. (이러한 대출수요는 사모펀드에 가기도 했고, 새로운 투자보다는 주로 사양산업에서 이뤄지는 차입 매수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대출은 오직 차입자의 현금흐름을 통해서만 보호를 받기 때문에,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림4] 대출기준의 하락: 부채 대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비율 [출처: 금융안정위원회]
 
게다가 신디케이트 론의 대부분은 대출담보부증권(CLO)으로 재포장되었다. 대출담보부증권은 2008-9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었던 주택담보부증권(MBS)과 유사하지만, 그 기초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기업대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출담보부증권이라는 또 다른 ‘구조화 상품’의 출현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CLO에 대한 주요 투자자는 뮤추얼펀드이기 때문에, CLO의 출현은 곧 뮤추얼 펀드로의 거대한 자금 유입을 의미한다. 급격한 경기침체가 닥치면 과거 MBS를 보유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사태를 CLO의 보유자들이 또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출담보부증권의 최우량 등급(트랑셰)의 규모가 15년 전 MBS를 포함한 자산담보부증권(ABS)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실물 담보보다는 현금흐름에 기초하여 확장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도 자체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CLO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대출의 부실화, CLO의 부실화가 발생하면 은행 역시 이중, 삼중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은행 건전성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엄청난 우여곡절 끝에 은행 건전성의 위기가 연쇄폭발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야기한 위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4. 그림자금융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질문은 그림자금융을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는 문제다. 아래 그림은 한국에서 특징적인 금융시스템의 상호연계를 보여준다. 각국마다 은행과 ‘그림자은행’이 얽혀 있는 구체적인 연계구조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깊은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공통적이다.

[그림5] 한국의 금융시스템의 상호연계 지도, 유동성 충격의 금융시스템 파급경로 [출처: 한국은행]
 
위 그림은 상당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극도로 복잡한 구조로 금융권이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버냉키가 말한 대로 그림자은행은 ‘집단적으로’ 은행과 유사해 보이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은행 역시 그림자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자은행의 성장은 ‘시스템적 위기’를 발생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어떤 관문에서 충격의 확산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는 뜻이다. 특히 은행이 그 관문 역할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2007-9년 금융위기 때나, 지금이나 중앙은행이 나서서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 즉 그림자은행을 구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자은행이 증폭시키는 위험을 방치한 채, 위기가 터질 때마다 사후적으로 중앙은행이 나서서 이들을 구원해야 하겠는가? 중앙은행이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부랴부랴 그 전에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자산구매 프로그램이나 대출프로그램을 도입해야만 하겠는가?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그림자금융을 구원하는 게 계속 가능하겠는가? 이것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질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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