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0.07.14

'인국공' 사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대의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사회진보연대
 
지난 6월 2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종 방안이 발표된 후,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다.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중단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 명 넘게 참여하는 등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표출되었고,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방안은 비정규직 9,785명 중 2,143명을 직접고용하는 것인데, 241명 직접고용으로 잠정적으로 결정됐다가 청와대의 지적으로 급작스럽게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고용하는 방안이 추가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여러 가지로 지적된다. 첫 번째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나아가서 공공기관 정규직)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경영진과 정규직 상당수는 정규직화 프로세스 초기부터 강하게 저항했는데, 방안이 확정된 이후 논란이 확산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반발에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의 기득권 방어를 넘어서는 대중적 토대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편의적이다. 정규직화 방안 발표 열흘 만에 27만 명이 반대 청원에 동참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두 번째는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회사 전환을 허용하지 않고 모든 비정규직을 공공기관이 직접고용하도록 했다면 논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직접고용의 정당성과는 무관하게) 이는 타당한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초기부터 타당성·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는데, 직무적·인적 속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로 정규직화라는 일종의 특혜를 받는다는 것이 주요한 근거였다. 이를 고려할 때 자회사 전환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 번째는 1990년대부터 오랜 기간 진행된 민영화·외주화가 원인이며, 해결 방안은 ‘직접고용 정규직’ 원칙의 확립이라는 것이다. 민영화·외주화가 없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정규직화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타당한 분석이다. 사회 전체에 ‘직접고용 정규직’ 원칙이 확립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은 현재진행형인 갈등을 설명하는 구체적인 분석은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회 전체에 ‘직접고용 정규직’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의 기저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직접고용 정규직’ 원칙의 확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만 정규직화가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공공부문 정규직의 노동조건이 민간부문보다 좋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의 평균임금이 공공기관 중에서도 최고 수준에 이른다는 점 역시 반발을 키우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보안검색요원 정규직화는 철회되어야 하는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추가로 직접고용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보안검색 업무는 인천공항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이고 따라서 인천공항공사가 직접고용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필수 업무’를 기준으로 직접고용·간접고용을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직접고용되는 노동자가 인천공항공사의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운 좋게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소위 ‘로또 일자리’ 담론은 사실이 아니다. 보안검색요원은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며, 직접고용된 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처우와 관련해서는 고용형태(직접고용, 자회사 전황)와 무관하게 동일한 처우를 보장한다는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가 이미 존재한다. 2017년 1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는 2,940명을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이후 인천공항공사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직접고용 인원이 200여 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었던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사태의 직접적 원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오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시작과 진행,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방안의 확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무능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 1호 정책이었다.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서 ‘비정규직 제로’를 호기롭게 선언했으며,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희망과 달리 공공부문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이 속출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커녕 공공부문 정규직화 자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공공부문에서만 진행되는 ‘선별적 정규직화’로 성과를 내려는 출발 자체가 오류였다. 비정규직의 광범위한 사용이 만연한 조건을 개혁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상시업무 정규직화’를 명확하게 하고 기간제를 ‘사용 사유 제한’으로 전환하는 등 법제도적 접근이 필요했지만 하지 않았다. 공공부문·재벌대기업의 정규직 일자리와 나머지 저임금·불안정한 일자리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형성된 조건에서, 민간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은 없는 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로 인식될 여지가 다분하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공정성’이 반복적으로 논란된 이유다.
 
정규직화 과정을 기관별 협의로 떠넘긴 것은 문제를 악화시켰다.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면 최소한 공공부문 전체를 포괄하는 전환자의 고용형태·임금체계·임금수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기관별 협의 방침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을 기업별 노사관계로 떠넘김으로써 전환조건에 있어서 기관별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측의 해태·이간질을 방조한 것이다. 이번 사태도 기관별 협의라는 조건에서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해태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2017년 노사전문가협의회 과정에서 보안검색요원의 직접고용이 합의되었음에도 사측이 이를 뒤집고 직접고용 규모를 축소했던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까지 무능했는데, 기관별 협의에 책임을 떠넘기고, 계속되었던 사측의 해태를 방관했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직접고용 규모를 포함한 전환 조건이 대체로 결정된 상황에서 마지막 순간에 개입해서 합의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의 쇼케이스였던 인천공항에서 직접고용 규모가 너무 적으면 안 된다는 이유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대의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번 논란을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의 저항, 정규직화에 대한 오해, 언론의 과장된 보도가 겹치며 발생한 돌발적인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규직의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오해를 정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오류와 함께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공공부문 정규직의 조건이라는 현실을 평가해야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대한 반발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우선 공공기관 정규직의 반발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 쳐서 공공기관 정규직이 되었는데, 경쟁 채용을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비정규직이 대거 정규직화될 경우 기존 정규직이 노동조건(임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다. 두 번째로는 전환 대상자들의 반발인데, 전환기관의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처우의 전제조건으로 기관에 직접고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 담론이다. 세 번째로 정규직·비정규직 당사자가 아닌 여론의 반발이다. 민간부문 노동자와 특별한 차이가 없는데 우연히 공공부문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정규직이 되어서 고용안정·임금인상을 누리는 것을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 정규직화로 인해 청년세대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도 반발의 이유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근거로 하는 다양한 갈등은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가 특별한 일자리이며, 그 성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공공부문 정규직은 여타 부문과 비교했을 때 거의 완전한 수준의 고용안정을 보장받고 있으며, 임금 역시 중위소득의 2.5배로 높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중위소득의 4배 정도다.
 
고용안정과 고임금을 토대로 한 생활의 안정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며, 이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이를 요구하거나 지키려는 개별적 시도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공정성’을 근거로 심각한 갈등이 반복되는데, 그러한 공정성이 실제 달성될 수 없다면 그것은 사회적 문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대다수 노동자가 공공부문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 2017년 비정규직 임금은 월평균 167만 원인데, 821만 명의 비정규직이 공공부문 정규직과 같은 임금인 452만 원을 받으려면 국민경제에서 임금분이 연간 281조 원 증가해야 한다. 한국 경제 전체의 재산소득이 340조 원, 순고정자본투자액이 210조 원, 배당이 69조 원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단순히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국민경제에서 기업이윤을 모두 없애거나 고정자본 투자를 모두 없애는 등 국민경제 전체의 축소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비정규직과 비슷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실업자·무급가족종사자, 그리고 비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중소기업 정규직은 제외한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윤을 모두 몰수하고 사내유보금을 모두 환수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수준의 임금은 국민경제 전체가 지속할 수 없다.(자세한 내용은 계간 사회진보연대 2019년 가을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평가」를 참고하라.)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부각된 공정성은 공공부문 정규직의 조건은 기정사실로 하고, 정규직이 될 자격의 공정성을 따진 것이다. 사회 전체의 논란이 되었지만 사실 이 논란의 당사자는 기존 정규직, 공공부문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청년들, 어떤 의미에서 우연히 당사자가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국한된다. 그러나 전술한 것처럼 이러한 공정성은 보편화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공공부문 정규직의 일원이 될 공정성이 아니라 공공부문 정규직이 누리고 있는 조건 자체의 공정성이 문제가 된다. 공공부문은 고유의 생산성을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생산성을 근거로 임금이 결정될 수 없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은 유사한 민간부문 노동자 임금과의 사회적 비교를 통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공공부문은 높은 수준의 고용안정을 누리면서 동시에 임금도 높은데, 이는 1990년대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비껴간 공공부문의 특성과 대기업·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노동조건을 방어한 노동조합운동이 맞물린 역사적 결과다. 결국,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정하지 못한 노동시장의 구조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반복된 갈등의 진정한 쟁점이다.
 

불황기 노동운동이 고민해야 할 쟁점

 
정규직화 논란에 대해 노동운동이 일반적으로 취했던 입장은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오해가 상당하고, 기존 정규직의 이기주의가 문제이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대의를 청년세대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험을 본 소수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공부문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화라는 선의가 공격받는 기저에는 공공부문 정규직이 소수의 특별한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는 객관적 조건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인국공 사태’로 드러난 사회적 갈등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노동시장의 조건이 배경이 되었다. 계기가 있을 때마다 반복될 것이다. 게다가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고용·노동을 둘러싼 갈등은 첨예해지고 있으며, 모두가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혹은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가 낙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불황기 노동자계급의 연대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대기업·공공부문을 주로 조직하고 있는 민주노총에게는 특히 중요한 질문일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이 고민해야 할 쟁점을 정리해보자. 첫 번째, ‘인국공 사태’를 포함하여 반복되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관련 논란은, 공공부문 정규직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일자리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두 번째,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은 유사한 민간부문 노동자 임금과의 사회적 비교를 통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실의 노동자 간 임금격차를 사고해볼 수 있다. 세 번째, 국민경제의 객관적 조건과 장기불황이라는 경제전망을 고려하여 노동자 간 임극격차를 축소하는 운동의 방향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사업장별로 각개약진하는 임금극대화 전략은 지속되기 어려우며, 코로나19라는 충격은 제약조건을 더욱 심화시킨다. 네 번째,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기존 공공부문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그리고 그 전제조건으로서 직접고용이 모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담론은 타당하지 않은 접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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