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8.21

영국의 2차 대유행 대비전략과 만사태평 문재인 정부

사회진보연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가 된 지 일주일째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꾸준히 경고해왔던 2차 대유행이 시작되는 게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만약 방역 체계가 무력화된다면, 환자 수 폭증과 의료 붕괴는 순식간의 일이 될 수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수그러든 지난 4월 이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문재인 정부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라 할 만한 건 7월 2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표된 ‘코로나19 이후 시대 핵심과제 추진방향’이다. 여기서 방역 물품 공급과 병상 동원 체계를 10월에 마련하고,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12월에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적어도 6월에는 나왔어야 했고, 7~8월에는 그 계획을 집행해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했다. 영국의학회에 따르면, 2차 대유행은 가을부터 시작되어 겨울에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학회가 영국 과학청의 요청을 받아 2020년 7월 14일 발간한, 겨울 2차 대유행 대비전략 보고서를 살펴보고,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검토한다.
 
영국의학회가 예상한 영국의 코로나19 일일신규확진자 수 추이 [출처: 영국의학회 보고서]
 

2020년 겨울 예상: 코로나19 2차 대유행, 독감 유행, 포화할 의료체계

 

영국의학회는 현재까지 나온 학술적 근거를 토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시나리오에 의하면 올해 겨울은 다섯 가지 이유에서 매우 험난할 예정이다.
 
첫째, 코로나19가 대규모 재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코로나19의 전파력이 9월부터 지난 봄 유행 당시의 절반 수준까지 증가한다. 여기에 겨울이 되면 전파는 더 빨라진다.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기 쉬운 아래 네 가지 특성 때문이다.
 
① 낮은 기온과 낮은 습도는 코로나19 전파를 촉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저온 저습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의 계절성 관련 연구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논란이 있는 주제다. 겨울을 맞은 남반구의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2~5월 사이 습도가 1% 감소할 때마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7~8% 증가했다고 한다.
 
② 대기오염은 코로나19 증상을 악화시키고 감염을 촉진한다. 중국에서 이산화질소와 오존 농도가 증가하자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초미세먼지와 코로나19 증상의 심각도와의 연관성도 보고되었다.
 
③ 겨울이 되면 실내 생활이 증가해서 감염이 더 쉽다. 만약 실내가 환기가 안 되고 인구가 밀집되었다면 전파가 더 쉬워진다. 환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건물에서는 창문을 열어야만 환기가 되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이 창문을 열지 않게 된다.
 
④ 기온이 낮아지면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이 약해져, 감염이 더 쉽게 발생한다. 반대로 난방 시스템은 습도를 낮춰 코로나19 전파가 빨라진다.
 
영국의학회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1년 1/2월에 입원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최고치에 도달할 예정이다. 이 모델의 예측에 의하면, 2020년 9월부터 2021년 6월 사이에 발생할 사망자 수는 11만 9,900명이며, 이는 2020년 봄 사망자 수의 두 배에 달한다.
 
둘째, 영국의 보건의료체계인 NHS와 사회보장 시스템은 겨울에 수용 가능한 최대치까지 가동된다. 질병 부담의 총량 자체가 겨울이 다른 계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분의 겨울에 병상 점유율은 95%를 넘어갔다. 특히 호흡기 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절인데, 호흡기 질환과 코로나19는 치료에 필요한 의료 자원을 공유한다. 같은 규모라도, 지난 봄의 대유행보다 다가올 겨울의 대유행이 더 두려운 핵심적 이유다.
 
셋째, 독감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독감은 취약 집단에게는 그 자체로도 치명적이고, 증상이 코로나19와 유사하므로 두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어려워진다. 독감이 얼마만큼 유행할지는 미지수다. 증가 요인과 감소 요인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독감 발생을 감소시킨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포화가 발생하면 독감이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되지 못해 확산될 수 있다.
 
넷째, 코로나19 대응으로 보건의료체계와 사회보장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봄 대유행과 이 시기 시행된 확산방지 정책의 효과로 NHS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비-코로나19 질환을 치료할 능력도 많이 상실한 상태다.
 
다섯째,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비-코로나19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일상적인 진료활동이 중단되면서 만성질환 환자들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초진 환자들은 제대로 진단받지 못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의 부담이 매우 증가할 거라는 걸 시사한다.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심각한 합병증 역시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대비전략과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의학회는 겨울의 2차 대유행 대비전략도 제시했다. 대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 진단과 격리 등 일반적인 내용이다. 그건 생략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세 가지 이야기만 살펴보자.
 
첫째, 취약 집단에 대한 지지와 정보 소통이 필요하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기저질환이 있을 확률이 높고, 고령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은 코로나19에 취약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수입이 감소하고,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앓고 있던 만성질환이 악화하여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이런 합병증은 겨울에 더 많이 생긴다.
 
둘째, 충분한 수의 보건의료 노동자를 확보하고, 교육·훈련과 신체적·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해, 지난 4~6월에 걸쳐 ‘나이팅게일 병원’이라는 수백~수천 병상의 임시 병원 7개를 영국 전역에 설립했다. 그러나 시설은 있어도 운영할 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나이팅게일 병원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그만큼 다른 병원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영국의학회의 평가다.
 
사회진보연대의 자체 분석 결과에 의하면, OECD 최저 수준의 한국 간호인력으로는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없다. 간호인력이 충분한 국가들마저도 의료인 감염 또는 격리, 방호복으로 인한 업무 강도 증가 때문에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그런데 한국 공공병원 일반 병상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평균 13.5명이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법적 최대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5명, 호주는 4~6명, 영국은 8명, 일본은 7명인 것에 비하면 너무 많다. 보호자가 병동에 들어오지 못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간호인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공병원 간호인력을 약 1만 5천 명 신규채용해야 한다. 중환자실에 약 5천 명, 일반 병상에 약 1만 명이 필요하다. 특히 중환자실 간호인력은 교육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을이 오기 전에 충원을 완료해야 한다.
 
교육·훈련 역시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환자 입원에 대비해 오염 구역과 비오염 구역을 미리 나눠놓고, 해당 구역을 완전히 분리하여 일하는 법을 교육받고 훈련해야 한다. 그래야 비오염 구역에서는 방호복을 벗고 일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의사·간호사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함께 감염 방지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의료 외적인 업무까지 간호사들이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이런 걸 미리 해놓지 않았을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에서의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방역 당국의 확산방지 조치를 맹신하고 치료 분야에서는 아무런 준비를 해놓지 않았다. 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어느 병원에 추가로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마련할 것인지,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결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입원 3시간 전에 병원 노동자들에게 통보하는 일이 발생했다.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정리하느라 오염 구역과 비오염 구역을 분리할 시간이 없었다. 환자는 그대로 밀어닥쳤고, 병원 전체는 오염 구역이 되었다. 간호사들은 비오염 구역이 있었다면 방호복을 벗고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방호복을 입고 수행해야 했으며, 이들을 도와줄 보조 인력도 없어 청소부터 배식까지 모든 일을 떠맡아야 했다.
 
이런 교육·훈련은 중앙정부가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모든 병원에 강제해야 하지,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결국 코로나19 치료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때문에 대구지역 의료인들은 제대로 된 교육·훈련 없이 과중한 업무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시기에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과중한 업무 강도와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에 노출되기 때문에 충분한 신체적·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셋째, 비-코로나19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국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는 많은 의료 자원과 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인력과 자원을 비-코로나19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에 얼마만큼 배분할 것인지, 어떤 비-코로나19 환자는 당장 치료하고, 어떤 비-코로나19 환자는 응급하게 치료하진 않을 것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래야 코로나19 환자만큼 중한 비-코로나19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고, 의료인 개인이 인력과 자원 배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중환자실 병상 배분과 같은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만 의료인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다가오는 2차 대유행과 헛발질만 하는 문재인 정부

 

2차 대유행이 예고되고, 아무런 준비도 안 해놓은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뉴딜에 몰두했다. 원격의료 뉴딜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경제성장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국산 원격의료기기를 정부 예산, 또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많이 사주다 보면, 애플이나 구글 같은 블록버스터 기업이 탄생한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원내감염이 아닌, 지역사회 감염이 주된 확산 경로인 코로나19가 원격의료를 한다고 잡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 역시 뜬구름 잡는 소리다. 한국에서 원격의료기기 기술의 선두 주자는 재벌기업인 삼성이며, 삼성마저도 외국기업에 밀려서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하는 소비 진작 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다. 뚜렷한 국정 기조 없이 서로 다른 이해집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모임과 여행을 활성화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그 뒤처리는 방역 실무자들이 떠안는다. 포퓰리즘 정권 특유의 안이함과 낙관주의가 낳은 참사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2차 대유행 대비전략을 세우고 빠르게 집행해야 한다. 준비 없이 대유행을 다시 맞았을 때 발생할 비극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가 늘 하듯이 보수 세력의 탓만 할 순 없을 것이다.

 

* 영국의학회 보고서 원문: 

The Academy of Medical Sciences, COVID-19: Preparing for a challenging winter 2020/21, 14 Jul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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