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09.08

코로나19와 한국 교육의 현실② - 원격 교육

온라인 교육으로 드러난 한국교육의 위기

교육운동팀
 
코로나19로 변화된 학교교육의 현실을 짚어보고 공교육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는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두드러지거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① 돌봄 문제(7월 2일 발행. 바로가기) ② 원격 교육 ③ 대입제도’에 대해 각각 쟁점과 올바른 변화 방향에 대해 정리해보면서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 교육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 제시해보려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학교 역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한국전쟁 기간에도 임시 학교를 만들면서 학생과 상호작용하던 학교는 비대면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온라인 교육은 비대면 교육의 한 방식으로 채택되었다. 교육적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교육적 지원이 무엇인지를 잘 선택해야 했으며, 불충분할지언정 학습을 지속시키기 위한 교육적 방향성이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교육이 무엇을 교육의 중심으로 보고 있는지가 드러나게 되었다.
 

교육 격차의 심화

 
다행히도 온라인 교육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나 여러 사이버 대학의 온라인 공개강좌(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블렌디드 러닝 등 온라인 교육에 대한 연구성과가 이미 축적되고 있었다. 또한 줌(Zoom)이나 구글 등 여러 앱들과 한국교육방송(EBS) 시스템 등을 통해 볼 때, 온라인 교육은 여러 측면에서 이미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또한 교사들은 주어진 교육환경에 적응하여 그 속에서 교육적 가능성을 찾고 학생들에게 질 좋은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제시하는 학습자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생들은 학습 결손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온라인 교육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MOOC에 대한 연구에서는 온라인 교육에서의 학습 지속을 위해서는 학습자 요인인 자기조절학습능력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자기조절학습능력은 인지 전략, 행동 조절, 동기조절 등의 내적 요인을 포함한다. 교사가 직접 학생들이 학습장면에서 겪는 어려움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에서 학업 성취는 학생의 자기조절학습능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의 내적 요인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며, 이 능력의 형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습관을 형성하고 학습과정에서의 문제를 상담해주는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
 
일례로 싱가포르 교육부의 경우 학부모에게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학생의 루틴을 형성함으로써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가이드를 제공했다. 이러한 교육 형태의 긍정적 효과가 관찰되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교실환경에서는 저성취를 보이던 학습자와 교사가 개별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가 늘어났고, 그래서 고성취 학생뿐만 아니라 일부 저성취 학생들도 온라인 교육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온라인 교육 기간에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경우 온라인 교육 기간에 특이한 현상이 관찰되는데, 2021년 수능 대비 6월 모의평가의 결과를 보면,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의 비율은 늘어나고 중위권 학생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이는 자기조절학습능력이 형성되어 있거나 자신의 학습을 관리해줄 외부의 도움이 있는 학생의 경우 이 기간이 오히려 자신의 학습을 위한 기회가 되었으며, 스스로 학습하기 힘든 학생에게는 위기의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 영상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교육부 대책의 문제점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온라인 교육에서는 학생의 지적 성장을 위해서 무엇이 중심이 되어왔는가.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많은 경우 수업을 업로드하고, 그것을 들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출결의 과정과 생기부에 기록될 내용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것으로 등장했다. 동아일보가 실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느끼는 이번 1학기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출석체크 등 학생 생활관리’로 나타났다. 매일 학생들에게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묻고,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도록 독려하는 일은 교사들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온라인 수업의 성과들은 대부분 생기부에 기재될 수 없었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학생들의 등교일은 수행평가 일정으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그래서인지 교육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2학기 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려 시도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기대와 걱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학부모는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듣고, 교사와 상호작용함으로써 학습결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교사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통해 출결관리가 보다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과 그 방법의 더 교육적 효과가 클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 혹은 학생들이 하루 6시간씩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 스스로 학습하기 어려운 학생과 개별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 그리고 수업 준비 부담 등에 대한 걱정이 존재한다.
 
온라인 수업의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교사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다는 근거를 모으고, 이를 생기부 기록으로 남기는 일로 수렴된다. 물론 학생들의 진학과 진급을 위한 근거를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학습 결손을 막는 것과 온라인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은 같지 않다.
 
교육부가 지금 시기에 학습을 관리하는 방식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의 방향과 연속성을 가진다. 흔히 ‘교수평기 일체화’로 불리는 이 정책은 학생의 수행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학생이 수업 내용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고, 이를 정성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학생에게 도움을 준다고 본다. 그러나 학습내용에 대한 기록은 교사가 직접 관찰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을 통해 이룬 학업적 성취는 대부분 기록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면, 교사가 학생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되고,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학생들에 대한 개별적 지원은 힘들어지게 된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온라인 교육의 방향에는 학생들의 성장이 기록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으나 기록을 위한 관찰이 제한되면서, 그 교육 정책의 방향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생기부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은 학생의 실질적인 지적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보다 우선될 수 없으나, 교육부가 현재 교육현장에 지시하는 공문에는 생기부 기재요령이나 출결관리 지침이 적혀있을 뿐, 이 시기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적 처방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학생들의 학습경험과 성장은 부차화되는가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조건이라면, 적어도 어떤 방식의 온라인 수업형태를 통해서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지원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방식과 제작 영상이나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은 어느 한쪽이 더 우세하다기보다는 학생의 연령, 학습능력 그리고 교사의 상황에 따라 더 효과적이거나 덜 효과적일 것이다. 1학기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적 판단을 확장시켜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교육적 논쟁의 과정을 소개한 적도, 어떤 방법이 더 교육적인지 설득하려는 노력을 한 적도 없었다.
 
한편 온라인 학습 기간에 상실된 학교의 기능은 학습관리의 기능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내용을 던져주고 학습은 오로지 학생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오지 않았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습의 시간을 견디고, 만족을 지연시키며, 목표한 학습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왔고 그것을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해왔다. 물론 학습관리가 과도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학생들의 학습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학습관리의 중요성 자체가 소홀히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학습 습관의 형성은 지적 성장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의 난점은 학습의 시작과 종료 사이에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기 힘들다는 것, 다시 말해 학생들의 학습 습관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대면 교육의 상황에서 어떤 수업 형태를 사용하든지 교사가 이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대면 교육은 대면 교육보다 효과적이지 않다. 게다가 현재 교육부가 지시하는 학습관리의 방향은 ‘학습과제 제시-과제 이수여부 확인’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학생의 지적 성장은 동영상 재생 시간과 비례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유은혜 장관은 해외 온라인 수업 출석률은 60%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온라인 수업 출석률은 99%라는 것에 감명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출석률 99%를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어떤 종류의 노력이 필요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등교 수업을 한다 해도 어떤 학생들은 단지 앉아만 있을 뿐, 실제로 무언가 배우고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실에 있는 학생이 수업 시간을 견디게 하는 노력은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게 하는 노력과 같지 않다. 현재의 방식에서는 학생이 수업을 들었는지 듣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화면 앞에 앉혀 놓는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학습경험을 하고 있는지, 학습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기록될 수 있는 교육’의 역설

 
정리하자면, 이 글은 온라인 교육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드러난 한국교육의 지향성에 대한 비판이다. 지금의 한국교육은 ‘교수평기 일체화’를 기본으로 정량적·정성적으로 ‘기록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의 성장이 관찰되고, 더 나은 교육경험이 제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의 성장을 관찰하는 것이 힘든 지금의 상황에서, 한국교육은 역설적으로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보다 ‘기록될 수 있는 교육’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
 
최근 유은혜 장관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초중등교육에서 온라인 수업을 병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고교학점제 등과 연관되어 교사 고용의 축소를 불러올 것이라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교육적 관점에서의 비판 역시 중요하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드러난 것은 학습관리를 제공하는 학교 공간의 부재로 인한 학생의 지적 성장의 위기였다. 한국교육이 지향하는 ‘학생 성장을 위한 교육’은 비대면의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록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하면서 갈피를 잃었다. 학생의 지적 성장의 위기를 둔화시킨 것은 기록될 수 없는, 교사의 노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교육부에게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정세균 총리는 ‘위기는 기회다. 비대면 교육의 경험을 발전시켜서 혁신 미래 인재를 양성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위기는 누군가에게만 기회가 된다. 일반적으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스스로를 조절하며 학습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많은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적 처방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위기는 고착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교육의 위기는 학생의 지적 성장의 위기와 연결되며, 이는 학습 결손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록될 수 있는 교육’이 지적 주체를 성장시키는 일에서 멀어진다면, 교육부가 줄곧 주창해온 주체적 학습자와 자기주도적 학습자를 (재)생산하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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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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