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0.12.17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사회진보연대
어제(1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가 정직 2개월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를 지체 없이 재가했다. 윤석열 찍어내기 소임을 끝낸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기자회견 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권력 비리를 파헤치는 윤 총장과의 전면 대결이 꺼려졌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시종일관 이 사건에 거리를 두고 사건의 의미를 격하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처분이 단순히 추-윤 사이의 갈등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의 징계를 위해 상식을 넘어서는 억지가 이어지자, 지지자조차도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추 장관이 사임을 표명한 이상, 바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답할 시간이다.
 
 

징계 사유의 부당함이 입증된 것 아닌가

 
추 장관은 윤 총장 감찰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징계를 청구하면서 동시에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징계 사유가 부당하다는 것은 이미 분명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사임했고, 법무부 감찰위가 만장일치로 추 장관의 징계 청구가 부적절하다 밝혔다. 급기야 서울행정법원이 추 장관의 명령을 중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징계위도 고작 정직 2개월을 내릴 뿐이었다. 17시간의 고심 끝에 내린 궁여지책이었다. 이는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 집행 정지가 과장이고 억지였음을 확인한 것이 아닌가.
 
징계위는 추 장관이 내세운 6개의 징계 사유를 8개로 세분하여 그 중 4가지 혐의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혐의가 인정된 판사 사찰,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위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윤 총장 측에게 변호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징계위가 처음부터 윤 총장의 징계 사유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에, 모두가 징계는 이미 결정되어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징계위는 윤 총장 측에 증인을 심문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결정을 번복했다. 궁극적으로 윤 총장의 징계를 주장하는 증인이 징계위에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기에 윤 총장 측에는 반대 심문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셈이 되었다. 심지어 윤 총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는 심재철 국장은 징계위의 직권으로 증인 채택되었다가 당일 징계위 직권에 의해 증인 심문이 취소되었다. 심재철 국장은 문제적 진술서를 제출했지만, 윤 총장 측은 이를 검토할 시간을 얻지 못했다. 윤 총장의 징계 사유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는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징계위는 왜 윤 총장에게 변호할 기회를 주지 않는가. 징계가 부당함을 징계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 사유가 징계 수준에 비추어 적절했다고 보는가. 헌정 사상 초유로 검찰총장을 징계하여 검찰총장의 임기제를 무력화할 만큼 중대한 사유였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은 지켜졌나

 
애당초 2일로 예정되었던 징계위는 위법, 편파성 논란으로 미뤄졌다. 지지율이 하락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 징계위 운영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16일에 열린 징계위도 위법, 편파성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우선 징계위 구성에서,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법과 혐의 사안과의 관련성을 들어 정한중(위원장 직무대행) 한국외대 교수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지만, 징계위는 이를 기각했다. 윤 총장 측은 법이 정한 징계위원 7명을 채우라고 요구했지만, 징계위는 이 역시 기각하여 정족수를 겨우 넘긴 4명의 위원으로 징계위를 속행했다.
 
[출처: 연합뉴스]
 
가까스로 열린 징계위도 절차가 적법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무엇을 감추고 싶었는지, 윤 총장의 변호인들의 핸드폰을 수거하려 한 소동이 있을 정도였다. 일방적인 징계위의 진행에 윤 총장 측이 항의하면서 논란의 징계위는 파행으로 끝났다.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시간을 줄 것처럼 말했던 징계위가 돌연 1시간 만에 최종 진술을 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검사 징계위가 최종 진술도 없이 징계 결정으로 이어진 이 사안에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엣가시인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억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 계속될 거라 확약할 수 있나

 
징계위는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우며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검찰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법무부 장관의 감찰과 징계로 ‘검찰총장이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후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 임기제를 회피하려는 시도임을 지적했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징계를 재가함으로써 행정부가 (준)사법부인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듯,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에 대한 수사에 훼방을 놓는 정권의 사법방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에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비위를 수사하기 시작하자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장관을 임명해 윤 총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청와대 개입 의혹에서 검찰의 수사가 정권을 향할 때마다 추미애 장관을 앞세워 검찰을 방해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 인사 개편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검사를 중용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7월 2일에는 추미애 장관이 직접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주장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중단시켰다. 검찰이 월성 원전 1호 경제성 조작을 수사하자 추 장관은 보다 본격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결국 11월 24일 윤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는 동시에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그 끝이 윤 총장의 ‘정직 2개월’이다.
 
윤석열 검찰 총장의 직무가 정지된 2개월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시간이라는 평가가 파다하다. 집행정지 판결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당히 약하지만, 징계를 청구한 법무장관의 체면은 적당히 살리면서, 지난 15일 개정법이 통과되어 검찰의 정권 비위 수사를 넘겨 받을 공수처가 출범하기에 딱 정당한 시간이라는 판단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가로막고 출범한 공수처이기에, 이후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총장을 징계를 통해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출범한다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이라는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이라 보장할 수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하게 약속해보라.
 
[출처: 연합뉴스]
 

촛불 이후 민주주의가 전진하고 있나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17일, 국민의 절반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리얼미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강하다 의견 49.8%).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친정권 언론이 나서, 대통령의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추, 윤을 모두 잘라내는 정도로 이 사태를 마무리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뿐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눈속임에도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 추 장관의 행위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징계를 재가한 것에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정 이 징계로 검찰이 바로 설 것이라고 믿는가. 그게 아니라면 윤 총장의 정직 2개월로 귀결된 일련의 사태는 정치권력이 법 위에 서려는 시도, 공정한 절차를 가장해,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위법하고 부당한 이 징계가 대체 왜 필요한지 문재인 대통령이 설명해보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징계가 민주주의와 법치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문재인 대통령 당신은, 2017년 촛불 이후 당선된 당신들의 정권이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이라고 믿는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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