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1.03.16

쿠팡의 성장이 국민경제에 끼치는 악영향

쿠팡 뉴욕증시 상장에 대한 논평

사회진보연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화제다. 지난주 쿠팡은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100조 원 기업이 됐다.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와 비슷하다. 말 그대로 ‘대박’이라 하겠다. 언론에서는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전면에 내걸린 태극기를 보도하며 ‘국뽕’ 기사도 여럿 내보냈다.
 
하지만 쿠팡의 성공이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쿠팡의 사업모델이나, 지배구조가 한국경제 성장과 크게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보자.
 

쿠팡은 전통적인 독점 지향의 저임금 착취 기업.

 
먼저, 쿠팡의 성공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전통적 의미의 후진적 경제를 배경으로 한다. 쿠팡은 시장 독점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성장했고, 또 오직 이 둘에 기반해서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비유하자면 한국의 1960~70년대 고단했던 성장 시기를 압축해 놓은 것이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창사 후 지금까지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10년간 누적 손실액이 약 5조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건 다른 무엇보다 시장 독점에 대한 기대였다. 쿠팡의 투자설명서는 독점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치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미래의 독점 이윤에 대한 기대가 쿠팡의 현재 가치를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란 것이다.
 
쿠팡의 독점 전략 핵심은 물류 창고와 고강도 유연 노동이다. 쿠팡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물류창고를 늘려왔다. 상장으로 확보한 5조 원의 투자금도 창고 증설에 사용된다. 김범석 창업자는 상장 후 인터뷰에서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 이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압도적 물량으로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겠다는 포부라 하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고는 소위 ‘로켓배송’으로 불리는 빠른 배송에 이용된다. 전국에서 “오전 주문, 오후 배송”을 이루는 게 쿠팡의 목표이다.
 
그런데 쿠팡의 이러한 배송 서비스는 상상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문제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대규모 물류 창고 비용을 감당하면서, 동시에 저가로 배송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노동자를 충분히 쥐어짜는 것이다.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020년 1천여 건에 달한다. 다른 기업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과로와 심야 근무로 인한 사망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노동환경이 최악이다 보니 매달 2천 명 가까이가 입사하고, 또 1천여 명이 퇴사하는 식으로 고용이 이뤄진다.
 
요컨대, 쿠팡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노동자를 쥐어짜서 시장 독점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라는 것 말고는 없다. 이런 독점에 대한 기대는 경쟁자의 퇴출을 의미한다. 내수 소비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이상, 시장 독점은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쿠팡의 부는 누군가의 손실로만 채워진다. 더군다나 쿠팡의 독점은 장시간 고강도 저임금 노동 착취의 확대와 동시에 이뤄진다. 쿠팡의 성장은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
 

쿠팡, 국부유출의 고속도로가 될 것인가?

 
다음으로, 쿠팡의 성공은 국민적 착취를 통한 초민족적 배당을 의미한다. 이는 쿠팡의 착취에 초민족적 투자자들의 국민경제에 대한 착취가 더해지는 꼴이다.
 
쿠팡은 미국 기업 쿠팡엘엘씨(LLC)가 한국 쿠팡주식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다. 쿠팡엘엘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김범석 창업자와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이다. 뉴욕 주식거래소에 상장한 기업도 이 미국 쿠팡엘엘씨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득을 얻는 것일까? 주식을 사고팔면서 누구는 이득을 누구는 손해를 보겠지만, 최종적으로 투자자의 순이득은 당연히 배당에서 나온다. 미국 쿠팡엘엘씨의 배당 능력이 투자자들의 최종적 목적이다. 그런데 쿠팡엘엘씨는 한국 쿠팡의 배당으로만 이윤을 얻는다. 투자자의 관심은 투자금 플러스 알파를 쿠팡의 배당으로 챙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이 그러하듯, 쿠팡 역시 순이익이 어느 정도 발생하면 많은 액수의 배당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를 유지할 수 없어서다. 예로 삼성전자는 자본총액이 300조 원이고 시가총액이 500조 원이다. 자본보다 시가가 1.7배 정도 크다. 그런데 쿠팡은 자본총액이 5백억 원,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다. 자본보다 시가가 2,000배 크다. 실제 자본과 시가 사이를 채우는 것은 미래 배당에 대한 기대이다. 쿠팡은 삼성보다 1천 배 이상 더 큰 배당 기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사업 수익과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들은 미래의 성공에 대한 환상을 투자자들에게 끊임없이 제공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쿠팡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쿠팡의 순이익은 오로지 얼마나 한국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더 고강도 저임금 노동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앞서 봤듯 쿠팡의 성장은 한국경제 혹은 유통산업의 장기적 성장과 거리가 멀다. 쿠팡이 성장할수록 한국경제는 피해를 보고, 한국경제가 피해를 보는 것에 비례해 미국의 투자자들은 배당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국부유출이다.
 

부작용을 완화하려면 노동조합이 산업적 노동표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독점을 위한 투자, 그리고 그 자금을 저임금 착취에서 마련하겠다는 쿠팡의 성장전략은 처음부터 국민경제에 해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뉴욕증시 상장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유통산업 전반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 독점과 해외 배당의 기본 전제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여 현장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유통산업 전반의 노동조건을 상향 표준화하기 위한 산업적 투쟁과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 쿠팡은 지금까지 유통업의 노동조건을 하향 평준화하는 선봉장이었다. 또한 미국 상장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국부유출의 선봉에도 설 것이다. 쿠팡에서의 노동조합 역할은 사업장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산업적,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에도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물류산업의 대표적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첫째, ‘안전운임제’를 만들고 확대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도로와 기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운임을 정하는 제도이다. 현재 일부 업종에서 시범 실시 중인데, 화물연대는 이 제도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물류산업의 다단계 하청 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운임과 노동조건의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과 노동조합이 교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바지사장이나 알선 업체를 상대할 수밖에 없는 물류산업의 후진적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류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노동조합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쿠팡이 보여주듯 이미 기업들은 빠르게 인수합병을 통해 산업에 대한 독점과 지배를 높이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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