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 2021.08.17

델타 변이의 위험성과 11월 집단 면역의 전망

‘위드코로나’ 논의는 시기상조다

보건의료팀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21년 8월 11일에는 최초로 신규 확진자가 2천 명을 돌파했다. 위중증 환자도 늘어나면서 8월 16일 기준으로 사망자가 11명 발생했는데,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말 이후로 최대치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대확산의 원인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델타 변이의 확산이다. 델타 변이는 초기 중국에서 발견되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약 2~3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아직 확인된 연구가 없다. 국내에서도 4월에 유입이 확인되었으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둘째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다. 델타 변이 확산이 확인되었음에도, 백신 1차 접종 초과 달성을 자랑하며 7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로 해석되었다. 셋째는 오랜 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친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 포기 행태다. 고령자들은 백신을 맞았고, 나머지는 걸려도 죽지 않으니 코로나19가 확산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인식이 곳곳에서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이런 종류의 낙관적 인식은 과학적인 근거와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델타 변이는 한국에서 이제 완전히 우세종이 되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전망을 시사한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달성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1월이 되어도 집단 면역은 달성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망에서 간혹 매우 위험한 의견이 도출되기도 하는데, 어차피 집단 면역은 불가능하니 방역 정책도 중단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8월 16일 기준으로 19% 밖에 되지 않아 확산세가 거세지면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다. 즉, 여기서 방역 정책을 중단하거나 완화하면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중환자실 포화로 인해 다른 질병에 걸린 사람들도 사망할 수 있다. 
 
 

델타변이로부터 안전해지려면, 더 많은 백신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검출률과 위중증 환자 추이 [출처: 동아일보]

먼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단기 예측을 해보자. 8월 13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과 국제백신연구소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측정하는 감염재생산지수(R)가 1.13으로 확진자 수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는데, 백신 접종으로 R이 1.03으로 소폭 감소하는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 R이 0.82로 대폭 감소하는 경우, R이 1.24로 증가하는 경우다. 첫 번째 전파력이 소폭 감소하는 경우, 4주 후에 확진자 수는 3천 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중환자 수는 1029명으로 현재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중환자실 병상 810개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로 전파력이 대폭 감소하는 경우, 4주 후 확진자는 1500명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경우 중환자 수는 776명으로 이미 확보한 병상으로 간신히 치료 가능한 수준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말할 것도 없이 심각하다. 민간 병원 병상을 추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 11월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코로나19 수리모델링 TF에서 활동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가 7월 16일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전망은 매우 어둡다. 여기서는 델타 변이가 두 달 안에 지배종이 되고, 감염재생산지수 R이 연구 당시 사람들의 생활 행태를 반영한 수치인 1.2~1.3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을 적용했다. 그러면 정부가 원래 계획한 대로 백신을 접종해 11월 말까지 인구의 65%가 2차 접종까지 마쳐도 집단 면역은 형성되지 않고, 감염자 수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백신을 계획대로 접종해도, 델타 변이를 전제하면 사망자 수는 델타 변이가 없을 때보다 7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만약 백신 접종을 안 하게 되면 사망자 수는 여기서 두 배 더 증가한다.

장기적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결책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소아용 백신을 개발하고 개인적 사유에 따른 거부자를 줄여 전체 접종률을 85~90% 수준까지 올려서 집단면역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사망 및 중증화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게 2차 접종을 완료한 후에는, 집단 면역을 고집하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자는 것(‘위드코로나’)이다. 사실 어느 쪽도 쉽지 않다. 전자의 경우, 소아용 백신은 그렇게 쉽게 개발할 수 없고, 성인용 백신도 구하지 못해 난리인 마당에 수급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백신 미접종자 사망과 소아 집단감염을 감내해야 하므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위드코로나’ 논의는 시기상조다


세간에서의 오해와 달리 소위 ‘위드코로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지금 당장 그걸 시행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백신 2차 접종률이 8월 16일 기준으로 19% 밖에 안 된다.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와 영국의 2차 접종률은 각각 70%와 60%다.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는 전문가들의 ‘위드코로나’ 주장을 왜곡하여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봤을 때, 전문가들은 입장을 개진할 때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

만약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초기 바이러스의 2~3배인데다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도 상당수 감염시킨다. 확진자 중 일부는 입원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대규모 확진자 발생은 의료 시스템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크다.

영국 연구진이 지난 7월 21일 유명 의학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자.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감염을 막는 백신의 효과는, 알파 변이에 대해서는 93.7%,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88.0%로 나타났다. 약간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꽤 높은 수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백신 효과는, 알파에 대해서는 74.5%,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67.0%로 나타났다. 화이자보다는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1차 접종만 완료한 경우다. 화이자의 경우 알파에 대해서 47.5%, 델타에 대해서는 35.6%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알파에 대해서는 48.7%, 델타에 대해서는 30.0%의 효과를 나타냈다.

또 백신 접종 완료자라 할지라도 일단 돌파감염이 되면, 미접종자와 똑같은 전파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구팀이 2021년 7월 31일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자.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도시에서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24일까지 83명의 코로나19 환자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했다. 이 중 약 88%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32명은 두 번의 백신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난 상태였고 51명은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백신 접종군과 미접종군의 코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비슷한 양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즉, 백신을 2회 모두 맞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미접종자와 똑같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 확산 이전에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졌던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이 전파 위험성을 7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왔었다. 이는 델타 변이가 기존 변이와는 차원이 다른 전파력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미접종자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지만, 집단 면역이 없다면 미접종자는 코로나19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60대 이상에도 개인적 사유에 따른 백신 접종 거부자가 있다. 80세 이상에서 1차 이상 접종률은 81.4%, 70대에서 91.1%, 60대에서 90.3%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자 중 얼마만큼의 사람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낸 치명률이, 80세 이상에서 17.5%, 70대에서는 5.2%, 60대에서는 1.0%다. 즉, 사망 위험성이 큰 연령대에서도 10~20% 정도는 개인적 사유로 인해 접종을 하지 않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 백신을 거부하고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떠안았지만, 이들에게도 감염되었을 때 치료받을 권리는 있다. 특히 이 연령대에서는 중증화 위험도가 매우 높으므로, 감염되면 중환자 병상이 더욱 부족해질 것이다.
 
 

백신 공급 전망은 밝지 않다

 

 
장기적인 전망에 있어서도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도, 지금 시점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에 있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바로 코로나19 취약층에 대한 백신 2차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쉽지 않고, 특히나 한국은 더욱 어렵다. 백신 계약이 다른 국가보다 늦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많이 접종했기 때문에 더 늦은 것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와 2차 접종 간 간격이 길어 2차 접종률을 올리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의 1차 이상 접종률은 48.9%로 한국의 43.6%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2차 접종 완료율은 일본이 36.7%로 한국의 19.0%보다 훨씬 높다. 일본은 거의 대부분의 백신을 화이자로 접종했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에 대한 보호력도 앞서 살펴봤듯이 화이자가 아스트라제네카에 비해 훨씬 낫다. 한국 정부의 백신 구매 전략에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2분기 2천만 회분 도입을 약속했던 모더나가 8월 16일 시점까지 겨우 245만 회분 백신만 보내주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모더나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을 하기로 했던 노바백스는 출시 계획을 또 연기해서 4분기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제약회사들이 올해 초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생산량 전망치를 모두 합하면 140억 회분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이미 많은 수의 국가에서 허가된 백신과 가말레야, 시노박, 시노팜, 바랏 등 일부 국가에서 허가된 백신, 허가가 임박한 노바백스 백신, 임상 3상 중인 사노피 백신을 모두 합친 분량이다. 이 중 허가가 나지 않은 노바백스, 사노피 백신 등을 제외해도 전체 물량은 약 100억 회분에 달한다. 그 중 겨우 30%만이 상반기에 생산·유통되었다. 하반기에 생산량 확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계획했던 생산량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의 연구진들은 지난 5월,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2021년 백신 생산량은 60억 회분에 불과할 거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제 플랜B를 준비해야 할 때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는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델타 변이의 등장이나 세계적 백신 가뭄 현상도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과 백신 구매 전략 실패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로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률을 올리는 방법 밖에 선택지가 없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코로나 위기를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고, 백신 접종도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11월 집단 면역이라는 당초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분석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플랜B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는 11월이 되어 집단면역이 달성되지 않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방역 당국이 접종률 상향이나 ‘위드코로나’ 전략도 검토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질병청 혼자 결정할 사항은 아니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계획된 백신 2차 접종이 모두 완료된 후에 시행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사회적 토론을 통해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드코로나’ 전략으로 인해 발생할 사망자와 사회적 혼란을 감내할 것인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가면서 사망자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결정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 사회에 절실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 고려하는 왜곡된 낙관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건설적 토론이다.
 

참고문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코로나19 수리모델링 TF.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 2021년 8월 13일.

Lopez Bernal, J., Andrews, N., Gower, C., Gallagher, E., Simmons, R., Thelwall, S., ... & Ramsay, M. (2021). Effectiveness of Covid-19 vaccines against the B. 1.617. 2 (delta) variant.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Riemersma, K. K., Grogan, B. E., Kita-Yarbro, A., Jeppson, G. E., O’Connor, D. H., Friedrich, T. C., & Grande, K. M. (2021). Vaccinated and unvaccinated individuals have similar viral loads in communities with a high prevalence of the SARS-CoV-2 delta variant. medRxiv.

Shim, E. (2021). Projecting the impact of SARS-CoV-2 variants and the vaccination program on the fourth wave of the COVID-19 pandemic in South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8(14), 7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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