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10.28

[기획(2)] 기본소득, 성장전략도 복지정책도 될 수 없다

사회진보연대
*사회진보연대는 이재명 후보의 주요 정책공약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글을 《사회운동 포커스》를 통해 연속해서 발표한다. 이 내용은 소책자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에 포함될 예정이다.
 
 

Q. 기본소득은 한국의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닌가요?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공약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2023년에 모든 국민에게 연 25만 원, 청년(19~29세)에게 연 125만 원을 지급하고, 서서히 늘려가서 2026년에는 모든 국민에게 연 100만 원, 청년에게 연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이재명 지사 스스로 “나의 필생의 정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핵심적인 정책입니다. 기본소득이 국민의 생활 안정을 보장해주는 복지정책이면서 동시에 기본소득 자체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성장전략이라는 것이지요.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경우 임기 내 연 100~200만 원 지급 달성을 제시했고, 자신이 꿈꾸는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월 50~60만 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전 국민 고용보험을 달성하고 기존에 구축된 복지망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매년 100만 원이나 200만 원을 준다면 따져볼 것도 없이 정말 좋은 일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그런 것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 청년에게는 200만 원씩 공평하게 나눠준다는데 누가 싫어할까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갈등도 생길 일이 없습니다. 기업주(자영업자)에게 직원 임금을 올려주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기업주와 직원에게 돈을 똑같이 주겠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에게 대가 없이 돈을 나눠주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대통령이 개인재산을 털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으로 나눠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국가재정은 곧 국민이 내는 돈(세금)으로 충당됩니다. 대통령이 주고 우리가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고 우리가 받는 것입니다.
 
확장재정을 통해서 지출하면 되고, 국채를 발행해서 충당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국채를 발행해서 확장재정을 펼치면 그것은 고스란히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집니다. 결국 우리가 갚거나 우리의 자손들이 갚아야 합니다. 게다가 국채를 매입한 금융기관, 기업, 외국 정부에 매년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 발행은 기본적으로 자본-노동자 간 분배 개선에도 불리합니다.
 
기본소득은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정책입니다. 임기 내 공약을 달성하려면 연 60조 원이 소요되고, 최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340조 원이 소요됩니다. 최근 제출된 2022년 정부 예산 604조 원의 10~56%나 됩니다. 기본소득은 기존 재정을 활용하는 대신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합니다만, 어떤 방식이든 민간에서 세금을 징수하면 그만큼 민간의 지출·투자 여력이 줄어듭니다. 토지나 집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국토보유세를 걷고,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세를 징수하겠다고 하는 계획이 얼마나 타당성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증세 계획에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돈을 걷어서 다른 곳에 쓰는 대신 기본소득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60조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전 국민에게 매월 8만 3,000원씩 지급하는 것이 효과적인 복지정책일까요. 60조 원은 질병·실업 등 예상하지 못하는 큰 위험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더 긴요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에 추가로, 다른 복지도 확장재정을 통해 더 많이 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국가재정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의 통장이 화수분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Q. 기본소득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증가해서 재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이 성장전략이자 복지정책이라고 합니다. 기본소득으로 복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본소득은 성장전략도 복지정책도 될 수 없습니다.
 
먼저, 기본소득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을 다시 한 번 더 과감하게 반복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자의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를 유도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임금 증가로 자본 이윤이 하락하면 이윤을 다시 높이려는 자본의 노력으로 인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성장전략이라는 주장도 같은 논리입니다. “공급 바퀴를 키우는 건 소용이 없고 수요 바퀴를 키워야 한다. …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선순환 효과(를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인데, 경제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입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서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은 불황기에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될 수는 있지만, 경제성장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공급 측면은 무의미하고 수요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틀렸습니다. 성장이 이루어지려면 자본의 투자, 노동력의 증가, 기술의 발전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의 기본인데, 소비 증가가 이러한 요소들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말은 정확히 경제 문제에도 적용됩니다.
 
기본소득은, 지급하는 동안 소비 증가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는 경제성장 효과를 불러올 수는 없습니다. 당장 경기도지사로서 실행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정책만 해도 재정투입에도 못 미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연구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적폐”라는 비난으로 일관합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해당 정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증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비난했습니다.
 
기본소득의 경기부양 효과 자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국토보유세 및 탄소세를 추가로 징수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증세로 충당되지 않으면 과감한 확장재정 정책을 쓰면 된다고도 주장하는데, 그러면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반복되는 동안 우리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점점 더 쌓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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