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11.11

2022년 대통령선거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현재 인식

사회진보연대
사회진보연대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라는 소책자를 발표하여, 2022년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사회진보연대의 기본적 관점을 제시했다. 사회진보연대와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전국학생행진의 입장문 발표를 계기로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사회진보연대의 입장이 무엇인가, 여러 논란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우리의 입장을 다시 정리해 제시해보겠다.
 
 

반보수전선인가 포퓰리즘 비판인가

 
2019년 여름, 우리가 기관지를 《계간 사회진보연대》로 개편하면서 첫 번째로 낸 특집은 ‘반보수전선인가 포퓰리즘비판인가’였고, 첫 번째 글은 ‘반보수전선이라는 막다른 길’이었다.
 
1998년 사회진보연대가 출범할 당시 우리의 첫 번째 목소리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비판’이었고, 사회진보연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반신자유주의 민중연대 전선의 구축을 최우선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며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소실되고, ‘반보수전선’, 더 간단히 말하면 ‘야권연대’ 노선이 이를 대체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처참한 실패를 겪은 후 반보수전선론을 통해 부활한 민주당은 신자유주의라고도 평가할 수 없는 타락한 포퓰리즘(인민주의)이라는 게 우리의 핵심 인식이었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주류적 견해와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지점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타락한 포퓰리즘으로 보아야 하는가, 이러저러한 한계가 있더라도 어쨌든 유의미한 개혁세력으로 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지난 수년간 바로 이 쟁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자 했다.
 
 

사회진보연대의 문재인 정부 비판

 
예컨대 사회진보연대는 초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론이나 심지어 사회운동 일각에서 옹호하는 현대화폐이론(MMT)은 단지 주류경제학의 관점이 아니라, 바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수용할 수 없는 거짓 대안임을 밝히고자 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의 실패를 자인한 후, 이를 문 정부의 개혁 후퇴, 개혁 포기로 볼 것이냐, 거짓 대안의 불가피한 귀결이냐를 두고 다시금 사회운동의 시각이 갈렸다. 지금도 사회진보연대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론이 변형된 일종의 소득주도성장론이라고 보고 비판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 다음의 거대한 쟁점은 바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그로부터 개시된 검찰개혁 문제였다. 조국 전 장관은 정치검찰이 낳은 또 한 명의 희생자인가, 아니면 실정법만 위반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공직자의 윤리성이나 책임성 원리를 파괴한 사례인가. 또한 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이나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한 여러 조치가 정치검찰의 해체를 위한 긍정적 개혁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방해이자 오히려 정치검찰의 화려한 부활이냐, 이 문제를 두고 또 다시 사회운동의 입장이 분기했다. 사회진보연대는 민주당의 조국 전 장관 옹호와 추미애 장관의 수사방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타락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라고 보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일 당시 ‘죽창가’로 반일민족주의를 선동하던 때나, 또 민중운동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할 때나, 사회진보연대는 사회운동의 주류적 인식과 입장을 달리 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반핵, 평화 연대를 위한 노력에 완전히 반한다고 판단했다.
 
 

사회운동을 포박한 민주당의 진영 논리

 
사회진보연대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주류적 흐름이 ‘촛불정부’라는 명분 때문이든 문 정부가 내놓는 어떤 ‘실익’ 때문이든 간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민주당의 진영 논리에 포박되었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비판, 심판이라는 분명한 기조를 세우고, 진영 논리를 스스로 깨야만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진영 논리에 포박된 상황은 최근 대장동 특혜 의혹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시민 대다수가 이재명 후보의 책임성에 의구심을 가지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상황임에도, 민중운동 일각에서는 대장동 건을 두고 국힘 게이트라거나 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식의 주장을 내놓았다. 우리는 민중운동 일각의 이러한 민주당 변호론이 진영 논리에 갇혀 시민 대다수의 일반적 인식과도 큰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민중운동이 진영 논리를 벗어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4·7 보궐선거에서도, 즉 정의당이 출마하지 않은 선거에서도 ‘민주당 심판이 우선’이며, 민주당 재집권의 교두보를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최근에는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이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전략적 야권연대’라는 지난 10년의 미망에서 벗어나 민주당 비판, 심판의 최적임자라는 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유력한 제1야당,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할 때, 그 최격전지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대결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헌법 수호나 법치 회복과 같이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적이고도 간명한 주장을 내세우며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본 중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가장 큰 호소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수사방해가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이라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과정에서 검찰총장직을 사퇴했고, 대통령은 무엇보다 헌법과 법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기초적인 원리를 내세우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정치판에 들어오니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정당이라면 당이 없어져야 한다”며 보수정당의 환골탈태를 거듭 요청하며 새로운 변화의 주도자를 자임하고 있다. 우리는 윤석열 후보의 등장 과정이 진영 논리에 빠진 민주당과 사회운동의 거듭된 패착과 분리해서 사고할 수 없다고 본다.
 
 

민주당 심판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있나

 
물론 민주당 재집권을 저지한다고 해서 과연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달라지겠느냐, 과거 노무현 정부의 몰락이라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집권한 이명박 정부나, 그 후 재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정부처럼 보수정당이 집권한 정부의 실패가 다시 반복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그들이 집권한다고 해도 한국 자본주의의 심원한 위기가 결코 사라질 리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윤석열 후보 개인의 말이나 인식에도 큰 문제나 한계가 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12·12, 5·18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고 하는 분 많다”는 윤 후보의 발언은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다. 어떤 정당성도 없고, 양심·사상의 자유가 없고, 그래서 아무런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폭압의 정치가 ‘잘하는 정치’의 사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명백백하다.
 
나아가 그는 당시 경제전문가 김재익 경제수석을 기용하여 경제정책을 전적으로 맡긴 사실을 말하고자 했다고 부언했는데, 우리는 바로 그 김재익 수석이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설계한 신자유주의 전도사라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물론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무모한 중화학공업화가 자초한 부채위기라는 위중한 상황에서 그 시대의 개혁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의 파괴와 같은 반동적 폭압을 동반했다는 사실도 똑똑히 기억한다. 나아가 그 위기의 폭발은 지체되었으나, 또 누적되어 1990년대 후반 IMF 위기로 분출했다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IMF 위기는 또 다시 강도 높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간단히 말해,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향한 정책개혁은 자본주의 위기의 표현이자, 다음 번 찾아올 위기의 폭발력을 높이는 화약으로 작용한다.
 
또 하나, 부차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매우 중요한 문제도 있다. 윤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어떻게 막겠냐는 질문에 대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대통령 권한 행사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상시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청와대의 무소불위한 권력을 함축하는 민정수석실 폐지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87년 헌법 그 자체가 제도적으로 보장한 막대한 대통령 권한이 청와대 수준의 조직개편이나 대통령 개인의 권한 자제로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만성적 정치파행을 낳는 제왕적 대통령과 식물국회-기생정당 체제나, 위기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한국 자본주의라는 상황에는 진정으로 심원한 대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87년 헌법은 정치적 민주화를 추구하기에는 그 출발부터 결함이 있었고, 재벌 중심 중화학공업화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그 본질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만 좌파운동이 존립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심판이 대선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

 
그렇더라도, 우리는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심판, 민주당 집권 저지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능가하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낳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정치, 외교 분야를 필두로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것인데, 우리의 분석과 평가를 이 글에서 모두 말할 수는 없으므로, 앞에서 언급한 소책자,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에서 자세히 다루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경제 분야에서 단적인 예를 들자면,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의 비용은 252조 원이며, 목표한 대로 월 50만원 수준에 도달한 후 5년만 유지해도 GDP 대비 국가부채가 여러 번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남유럽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예상되는 하락치보다 더 낮아져 0%대를 기록하며 임기 내에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재정이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동반하는 민중의 고통에 직면하여 더 긴요한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진영 논리를 깨지 못한다면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거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뛰어든 상황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고 본다. 한국사회의 독자적, 자율적 사회운동의 대표주자격인 민주노조운동의 지도자조차 민주당 캠프에 들어간다면, 이제 비판적 사회운동, 즉 진정으로 민주당의 포퓰리즘과 싸울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사회진보연대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더 폭넓게 말하자면 사회운동이 대선을 향하는 전 과정에서 민주당이 강요하는 진영 논리나 포퓰리즘 정치의 중독성을 벗어나서, 민주당 비판, 심판의 최적임자라는 대표성을 획득하도록 노력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 외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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