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1.26

왜 이재명 캠프의 네거티브는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가

서울의소리-MBC의 김건희 녹취록 공개, 네거티브의 새 장르를 개척한 민주당 지지자 집단

사회진보연대

상대 후보를 네거티브로 규정하는 것도 네거티브의 흔한 기법

 
1월 26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며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그동안 철저하게 네거티브 캠페인에 매달렸던 캠프와 민주당의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처럼 들린다. 그런데 위키피디아(영문)에서 ‘네거티브 캠페인’ 항목을 찾아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상대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공격하는 것도 네거티브 캠페인의 흔한 기법의 하나라고 분명히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야당도 동참해달라”는 그의 주문은 이제 곧 TV 토론을 앞둔 이재명 후보가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거나, 네거티브라고 역공을 가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TV 토론에서 첨예한 이슈 중 하나는 대장동 특혜 사건일 터인데, 사실 그는 대장동 사건의 본질적인 쟁점에 속 시원하게 해명한 적이 없다. 대장동 의혹에 관한 정당한 문제 제기에 진솔하게 답변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질문을 네거티브로 몰아붙이는 행태야말로 변형된 네거티브라 말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네거티브 캠페인이란 무엇이고 최근 들어 어떤 극악한 모습을 띠는가, 왜 이재명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은 치명적 약점이 있는가, 그런데도 왜 이재명 캠프와 민주당은 끝까지 네거티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가를 따져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당 이재명 캠프 측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로 당선을 노릴 방법이 고강도 네거티브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는 자신과의 대비를 피할 수 없어

 
네거티브 캠페인이란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부정적인 정보를 직접적으로, 또는 교묘하게 퍼뜨리는 선거 캠페인을 말한다. 한 마디로 진흙탕 싸움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물론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방의 결점, 약점이 사회에 진정한 위협을 가한다고 유권자에게 경고하려는 선한 의도를 담을 때도 있으나, 상대방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 악의적 의도를 품고 있을 때도 많다.
 
네거티브 캠페인에 기반을 둔 광고전략은 기본적으로 두 축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고, 두 번째는 자신과의 ‘대비’다. 즉 순전히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정치광고를 채우는 게 ‘공격’ 전략이고, 상대방에 관한 부정적 정보를 자기 자신에 관한 긍정적인 정보와 비교하는 게 ‘대비’ 전략이다. (정치광고 외에도 전화 설문을 통해서 ‘만약 상대 후보가 어떠하다는 게 사실이래도 그 후보를 지지하겠습니까’라고 묻는 교묘한 방식도 있는데, 이는 풍문이 사실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그런데, 네거티브 캠페인은 궁극적으로 ‘대비’를 피할 수 없다. 최소한 나도 나쁘지만, 상대 후보는 나보다 훨씬 더 나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이재명 후보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난다. 상대 후보의 처와 처가의 과거사, 부적절한 발언, 부정·불법 의혹을 제기하면 할수록 그와 똑같이 자신과 가족의 과거사, 부적절한 발언, 부정·불법 의혹이 강하게 떠오른다. 이재명 후보 본인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가 넘쳐나고, 그 부정성의 강도도 매우 높아서, 상대방이 나보다 훨씬 더 나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내가 더 나쁘다는 이미지를 확산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재명 캠프가 아무리 네거티브 캠페인에서 성과를 거두더라도, 즉 상대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더라도, 정작 본인 역시 30%대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도 왜 네거티브를 멈출 수 없는지, 뒤에서 다시 다룬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새 장르를 개척한 서울의소리-MBC

 
한편, 선거캠프의 공식적인 네거티브 외에도 좀 더 은밀하고, 악랄한 기법도 있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하는 정보를 은밀하게 언론에 흘리는 게 가장 흔한 방법이다. 선거캠프가 직접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비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입는 타격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언론이 보도하려면, 그 정보에 상당한 실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흑색선전을 전담하는 선거캠프 외부 조직이 부상하기도 한다. 그들은 캠프와 무관한 조직인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그들의 흑색선전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캠프에 직접 타격을 주지 않는다. 나아가 스스로 유튜브나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유포하기 때문에 언론의 팩트체크라는 장벽을 넘어야 할 필요도 없다.
 
물론 또 하나의 극단적 사례로, ‘드루킹’ 일당처럼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은밀한 관계를 맺되 외부에 존재를 숨기고 댓글 공작을 펼친 선본 밖 비밀조직도 있었다. 특정 국가가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사이버 활동을 펼친다는 얘기는 있어도, 선거 과정에서도 캠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런 비밀조직 활동을 한 사례가 우리나라 민주당 외에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처럼 네거티브 캠페인이 진화하는 흐름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에서 그 흐름을 보면 ‘인터넷 언론’을 자처하는 집단이나 ‘○○○○운동본부’를 내건 인터넷 사이트가 오늘날 네거티브 캠페인의 최전선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의 소리-MBC의 김건희 녹취록 방송은 네커티브 캠페인의 신기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 언론을 자처하는 인물이 상대 후보 본인도 아니고 부인에 접근해서, 의도나 녹음 여부를 기만하여 얻은 녹취를 지상파 방송을 통해 유포하는 행동은 참으로 전례가 없는 기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MBC가 편파적 유튜버의 확성기로 타락했다는 비탄도 나왔다. MBC는 이른바 ‘한동훈 검언유착’ 사건을 거치며 오히려 MBC가 권력과 유착했다는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의 ‘국정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2017년 대선에서의 ‘김경수·드루킹 사건’이 명백한 불법의 영역에서 벌어진 충격적 사건이라면, 이번 서울의 소리-MBC의 김건희 녹취록 방송은 ‘불법이 아닌’ 영역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새 장르를 연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궁극적 목표는 투표 억제

 
이번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가 ‘중도확장성’을 보이냐가 선거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실제 선거 과정을 보면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 간 선거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극악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캠프 측이 고강도의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캠프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이재명 후보가 중도 확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지율 정체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마당에 낮은 지지율로 당선을 노릴 방법이 네거티브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정 연구에 따르면, 네거티브 캠페인이 포지티브 캠페인보다 유권자에게 더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고 한다. 또한, 선거 관련 언론 보도도 네거티브를 통해 유포된 정보를 소개하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게 주를 이룬다. 그렇지만 진위가 신속하게, 공명정대하게 밝혀지는 일은 드물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즉 강력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발동되면, 선거판이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유권자에게 더 강렬한 영향을 미치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결과는 투표 억제다. 즉 부동층이나 상대 후보의 잠재적 지지층이 후보자나 선거판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들어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된다. 이는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 (전체 유권자 대비) 낮은 지지율로 당선할 방법이다.
 
실제로 그 대표적 사례가 2004년 미국 공화당 부시 후보의 당선이다. 그 이전까지 대체적인 선거기법은 ‘삼각형 만들기’였다. 삼각형 위의 정점에서 아래 밑변의 양 꼭짓점(좌우)의 장점만 뽑아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중도좌파, 중도우파의 전략이고, 곧 ‘중도확장’을 의미했다. 반면 2004년 공화당은 중도확장이 아니라 ‘내부적 자기 강화’를 선택했다. 부동층이 늘어난 현실에서, 한 축으로는 자신을 지지할 가망성이 높은 특정 집단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더욱 명료한, 즉 극단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예를 들어 복음주의 기독교 집단이 선호하는 이슈). 다른 한 축으로, 나머지 집단에 대해서는 비방 광고나 추문을 통해 정치적 혐오를 확산시켜서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일반적으로 억제하거나, 상대방 후보를 선호할 것 같은 집단의 투표 참여를 억눌렀다. (이를 ‘탈동원화’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선거참여 억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네거티브 캠페인, 선거참여 억제 전략은 비록 부시 후보에서 선거 승리를 안겨 주었지만, 정치혐오, 정치 양극화와 같은 매우 부정적인 정치적 효과를 양산했다. 과거 《한겨레》는 부시 후보의 선거 캠페인을 주도한 책사, 칼 로브를 ‘반칙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과연 2022년 한국에서는 누가 ‘반칙왕’인가?
 

이재명 캠프와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 그 도덕적 한계는 어디일까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30%대에서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는 박스권에 갇혔다는 인식을 캠프와 민주당이 공유한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 판단하려면, 지난 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 민주당이 끝까지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에 대해서는 내곡동, ‘생태탕’ 공세를, 부산시장 박형준 후보에 대해선 엘시티 공세를 밀고 나갔다. 네거티브가 먹힌다는 징후가 전혀 없는데도, 이를 왜 고집했는지, 심지어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민주당의 네거티브가 오히려 여권 후보 개개인의 장점을 가린다고까지 평가했다.
 
게다가 서울시장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뉴스 공장’ 김어준 씨에게 끌려다닌다는 평도 나왔다. 당시 진중권 씨는 “민주당 선대본부장은 바로 김어준”이다, “음모론자가 하는 방송을 두고 집권당이 당 차원에서 밀어주고, 후보까지도 덤벼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총선에서 야당이 ‘태극기부대’나 보수 유튜버에 끌려다니며 선거를 망친 것과 다름없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민주당 캠페인을 현재 관점에서 회고하면, 두 가지 요인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첫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라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 여론보다 더 높고, 중도확장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상대편에 대한 지지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캠페인 외에 뾰족한 방법이 거의 없었다. 둘째,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를 거치며 386식 정치문화가 ‘음모론’에 익숙해졌다. 언론을 통한 엄밀한 팩트체크 과정 없이도, 의혹을 한껏 부풀리기만 하더라도 정치적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식의 믿음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결과가 민주당식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그러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이 펼치는 고강도 네거티브 캠페인은 민주당 정부의 실정이 낳은 불가피한, 유일무이한 선택지인 셈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이재명 캠프와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서 그 도덕적 한계는 어디냐는 것이다. 여러 언론이 최근 이재명 후보 측의 선거 캠페인을 보며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격돌할 당시, 선거 판세를 바꾸었던 김대업 사건을 소환하고 있다. 대선 후 김대업 씨가 제시한 증거가 조작된 것이라고 밝혀졌지만, 선거 결과가 바뀔 수는 없었다. 언론이 그를 기억에서 소환하는 이유는, 이재명 후보를 구원할 또 다른 ‘김대업’이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선거 막판까지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캠프와 민주당 지지자 집단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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