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2.02.23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모든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망과 의미

사회진보연대
2월 22일,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 승인을 가결했다. 미국은 이미 이런 움직임을 예측했다고 발표하면서 즉각 도네츠크,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했다. 추가로 국제협정 위반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도 제재를 가할 것이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러시아는 군대의 해외파병 승인을 상원에 요청했다. 미국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이 어떤 방식의 것이든 침공으로 간주할 것이라 경고했다.
 
2022년 1월 30일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시위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쓰인 "푸틴을 멈춰라, 전쟁을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들고 있다. 시위자들은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으로 운집하게 한 푸틴의 명령을 비판하면서, 독일에게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사태는 2008년 조지아(당시 이름 그루지야) 침공,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연상시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 사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시나리오, 러시아인들의 현 사태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러시아의 팽창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이전 글에 이어 다시 한번 강조한다. 러시아는 모든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해야만 한다.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는?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 6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중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시나리오는 러시아 침공 이후 이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을 나토가 지원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2가지 경우로 나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어느 수준까지 점령하는가에 따라서 3가지 경우로 나뉜다. 이를 종합하여 6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즉 시나리오 1, 2, 3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저항(insurgency)을 지원한다는 전제, 4, 5, 6은 나토가 어떤 이유로든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원하지 않는 전제다.
 
우선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원하는 전제에서, 시나리오 1은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 장악에서 멈추는 경우다. 크림 합병과 유사하게 우크라이나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나리오 2는 러시아가 키예프를 포함한 드네프르강 동부 전역을 점령하는 경우다. 서우크라이나와 동우크라이나로 나뉘어 상호 경쟁하게 될 것이다. 서방은 적어도 동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이상으로 지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나리오 3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는 경우다. 이는 상당한 시간과 군사행동이 필요하겠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될 경우, 모든 무기수송과 공격은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괴롭힌 방식 그대로 나토를 괴롭힐 것이다. (에너지 수출 방해, 사이버 영역 공격 등.)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는 전제에서, 러시아가 영토이익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로 제한하고 나토가 반란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돈바스지역은 크림반도와 비슷해지리라는 것이 시나리오4다. 즉 지역 내 어떤 저항도 곧 가라앉을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제국을 향한 러시아의 점진적인 압박이 계속될 것이다. 시나리오 5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국가, 서부의 친유럽 잔재 국가로 나뉘는 것이다. (잔재국은 분리, 합병, 민족통일주의, 점령, 혁명, 반란 등의 성공으로 붕괴된 국가의 잔여지역으로 구성된 국가를 의미한다.) 서우크라이나는 동부의 자원이 없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설립해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동부의 난민유입에 직면할 것이다. 서우크라이나가 약해 보일수록, 동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더 안전하다 느낄수록 러시아는 나머지를 무력으로 빼앗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시나리오 6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를 점령하고 어떤 저항도 무너뜨릴 만한 충분한 군사력을 갖춘 상황이다. 푸틴에게는 거대한 승리가 될 것이리라 전망한다.
 
CSIS는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와 비슷하게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을 제언한다. 전반적으로 CSIS 시나리오는 나토가 지원하는 경우에 혼란이 그나마 최소화되고 러시아의 팽창 의욕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진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러시아인들이 인식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가 발생한 원인으로 러시아의 안전보장과 함께 다수의 언론이 중요하게 지적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이익이다.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 뒤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동부는 러시아의 옛 영토”라며 국민이 자신의 결정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는데, 이와 관련한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푸틴 대통령이 ‘확신’하는 것과 같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푸틴의 기대와는 다르게, 많은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서 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푸틴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직후 지지율이 80%를 상회했던 상황을 원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오히려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비슷한 사태로 인식한다. 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할 경우 대규모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것이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가 상당할 것이며,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예상 때문에, 러시아인은 아프간 침공 당시 많은 젊은이이 희생당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소련 붕괴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경제적 타격을 입힌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예상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의 상황과는 매우 다른 것인데, 당시 합병은 대규모 군사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Levada) 센터의 조사는 러시아인이 느끼는 불안을 잘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느끼는 인구의 비율이 1년 전 50% 미만에서 64%로 증가했다. 최근 러시아인이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레바다 센터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56%의 러시아인이 세계대전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게다가 많은 러시아인은 군사행동이 감행될 때, 국내에서 (정치적) 억압이 증가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레바다 센터의 같은 조사에서 당국의 권력 남용을 두려워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3%에 달했다. 2014년 크림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반대하던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가 크렘린궁 인근에서 피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작 이번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통일된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압도적이지 않다. 레바다 센터와 키에프국제사회학연구소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은 대체로 양국이 독립적이면서 우호적인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6%의 러시아인만이 통일된 국가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조사를 근거로 러시아 대중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2021년 하반기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푸틴에 대한 지지율 변동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이번 사태를 경유하면서도 큰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인들이 이번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전쟁의 결과 감당해야 하는 경제위기, 그리고 군사행동에 수반되는 국내적 억압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설사 푸틴의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계획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우리라 예상할 수 있다.
 
 

러시아는 군사행동을 멈춰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크게 첫째, 안전보장 둘째, 푸틴의 국내 정치적 이익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안전보장과 관련하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금지를 요구조건으로 걸었다. 서방은 이를 거절했지만 동시에 단기간 내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표 미달성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없었다. 러시아 자신이 공언한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시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부터 러시아는 막대한 무기와 병력을 남부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하고,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에는 러시아군 전체의 1/3이 참가한다. 사진은 러시아 서부군관구의 T-72B3 전차가 Kadamovsky 지역에서 사격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이 외에도 30여 군데 훈련장에서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2월 17일 내전 상태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 행동이 발생했을 때, 이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러시아의 자작극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즉 어떻게든 침공의 명분을 마련해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었다. 이런 우려는 2월 23일 러시아가 해외파병에 대한 승인을 상원에 요청하면서 현실화되었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러시아가 내세운 안전보장은 적어도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최우선적인 목표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푸틴의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푸틴의 바람과 달리 러시아인들의 전쟁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지 않디는 점에서 그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결국 러시아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실익을 거두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모하는가. 이는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와 관련된다.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라시아지역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국경 근외 지역의 국가들을 온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두면서 자국의 이익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국민 담화에서 푸틴의 발언은 이와 같은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단순한 이웃 국가가 아님을 강조하려 한다. 이는 우리 역사, 문화, 종교 공간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이었던 전통이 없다. 현대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러시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셰비키가 만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한 것인데, 이런 인식에 따라 러시아는 구소련에 속했던 국가에 대해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러시아가 생각하기에 이른바 ‘러시아 제국’을 건설하여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리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국가에 대한 (군사적) 강압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야말로 러시아가 언제나 서방에 대해 자기방어 논리로 내세우는 내정간섭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와 같은 팽창주의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혹자는 이번 사태가 1938년에 체결된 뮌헨협정으로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뮌헨협정은 히틀러가 더 이상의 영토요구를 하지 않으며 체코의 주권을 존중하겠다는 조건으로 체코의 주데텐 독일인 거주지역을 독일에 할양했던 조약이다. 이 조약은 평화를 수호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히틀러의 2차 세계대전 도발을 가능하게 했던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체코는 영토의 1/6, 석탄 생산의 66%, 시멘트의 80%, 제철의 70%, 전력의 70%, 각종 산업 시설의 40%를 상실했고, 나아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나라 전체가 독일의 손안에 들어갔으며, 체코의 병합으로 40개 사단의 병력이 독일군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인을 포함하여 세계인이 느끼는 확전에 대한 두려움은 이런 우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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