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2.28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개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과 국회 파행을 피할 수 없다

: 20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 논평

사회진보연대

이재명 후보의 우크라이나 초보 대통령 발언

 
2022년 2월 25일, 정치를 주제로 20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토론회에서 단연 이슈가 된 부분은 지난 “기축통화국”발언에 이어 또 한 번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서 나토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은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 번이나 했으니 단순한 말실수는 아니다. 이 발언이 영미권 커뮤니티에 올라가면서 논란이 크게 확산됐다. 결국 이재명 후보는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게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매우 경솔했다. 그런데 이런 경솔한 발언은 사실 여권 인사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인식과 관련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침공예측 못하고 위기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헤드라인을 게시했고, 추미애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을 잘못 뽑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 발언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페이스북 댓글에 “우크라이나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주요인”이라는 댓글을 게시했다. 이 외에도 많은 여권 인사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이야기했다. 이를 미루어볼 때,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태인식 자체의 문제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침공은 러시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공격적인 패권추구와 그 과정에서 주변국을 주권적 실체로 인정하지 않고 수복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팽창주의가 핵심 원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사회진보연대의 인식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모든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클릭하면 이동)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사실 이재명 후보는 이 발언 외에는 안보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평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이라는 변수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미중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그가 말하는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정말로 실용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재명 후보가 진정 평화를 발언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야하며,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 평화 연대를 구축할 것을 주장해야 마땅하다. 관련해서는 사회진보연대가 발간한 소책자,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안보와 관련한 내용은 소책자의 내용으로 대신하려 한다. 본 글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개혁 제안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의 후퇴: 조국사태, 패트법, 공수처 사례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2019년 조국사태부터 일관되게 민주당의 비민주성을 비판해왔다. 「조국 논란과 개혁세력 지식인들의 타락」(2019.10.10.)에서는 조국 장관의 비리에 내로남불식 이중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민주당과 개혁지식인을 비판하고, 그들이 조국 장관을 비호하는 명분인 검찰개혁은 사실 검찰권한을 축소하되 오히려 사법권을 대통령에게 집중하는 퇴행성을 가진다고 비판했다. 「민정수석실 사태와 문재인 정부의 퇴행」(2019.12.20.)에서는 무소불위의 청와대 권력으로 인해 권력형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청와대 권력이 더욱 강화된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또 「패트법 통과, 개혁으로 포장된 민주주의 퇴보일 뿐이다」(2020.1.15.)에서는 검경수사권조정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한 민주당의 비민주성을 비판했다. 그런데 그나마도 민주당은 소수정당에 돌아가는 표가 아까워 정의당의 뒤통수를 치고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 「후안무치한 민주주의의 파괴자들-더불어시민당 창당에 부쳐」(2020.3.23.)에서는 이런 민주당의 태도가 실상 의회를 혐오하고 원외 단체를 활용해 대통령 권력을 유지한 이승만 정권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또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인한 혼란을 자유한국당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혼란의 책임은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통과시키는 게리맨더링을 저지른 민주당에 있음을 지적한다.
선거제도가 일단락된 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기 위해 공수처장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빼앗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에 대해 「공수처 개정안 본회의 통과, 민주당과 정의당을 규탄한다」(2020.12.10.)에서는 다수의 횡포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는 민주당을 규탄했다. 「검찰총장 직무 배제와 공수처 야당 배제, 문민독재로 가는 9부 능선을 넘어가는가?」(2020.11.25.)는 앞선 비판과 함께 정권의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가 정치의 사법화를 통한 문민독재로 가는 길이라 비판했다.
정리하면 사회진보연대는 첫째, 민주주의를 다수의 폭정으로 대체한 민주당의 횡포를 일관되게 비판했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라는 약속을 저버리고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계속해서 비판했다. 셋째,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혼란을 야당 등 기득권의 탓으로 돌리며 일말의 반성도 없는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정치를 주제로 한 이번 2차 TV토론은 그간 사회진보연대가 지적해온 민주당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함을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과연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행한 폭거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개혁 제안,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의제는 크게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정치개혁을 본인이 주도하겠다면서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 의제 통과를 공언했다. 주도권 토론을 진행하면서는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에는 정치개혁에 동의하느냐고 물으면서 함께하자는 제스처를, 윤석열 후보에는 반대하는 입장으로 이해하겠다면서 선을 긋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이런 구도를 만드는 것은 과거 민주당이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출범시켜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켰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 결착은 잘 알다시피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에게 정치개혁에 함께하자고 제안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일단 대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야 발표했다는 점,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빠지자 발표했다는 점에서 정치공학적 고려에 따라 급조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정치개혁 제안에 대한 야권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의 정치개혁 제안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안 한 게 문제고, 뒤집은 게 문제고, 배신한 게 문제”라고 일축했고, 안철수 후보는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실행을 요구했다. 2월 25일 TV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심 후보는 “그동안 이 후보는 국회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보여 온 모습을 잘 모를 것”이라며 “이 후보가 법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나 위성정당 방지 결의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정치개혁연대 제안은 제1야당을 배제했던 패스트트랙 연대가 부활하는 꼴이 되어 다시금 정치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민주당 정치개혁의 실내용

 
그런데 민주당이 현재 추진하는 정치개혁에는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다. 4년 중임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중간평가로 인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겠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에 대한 개혁 없이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건 대통령 임기를 늘려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제왕적 권력행사가 중간평가가 존재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행정부에 집중된 권한으로 인한 것인데, 자국내 권한만 놓고 보자면 미국보다도 그 권한이 강하다. 대통령은 정부 예산에 대한 권한, 법률제출 권한을 가진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인사권을 가지는데, 332개 공공기관 중 74개 기관장 임명권을 가진다. 이재명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런 대통령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린 아주 분명한 선례가 있다. 2016~17년 촛불로 대통령의 권한분산이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그것에 호응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민주당 정권은 임기 내내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1천 명에 달하는 청와대 규모, 그리고 1년에 1900억에 달하는 청와대 예산은 노무현 정부 이후 최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규모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켜 비서실 인원과 예산을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분산에 의지가 없다는 사실은 2018년에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때도 4년 중임제를 제시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통령 권한 제한은 없었다. 게다가 개헌안도 국회합의를 무시하고 대통령 발의 형식을 취하지 않았던가. 대통령 개헌 발의야말로 대통령이 자제해야 할 비민주적 권한이 아닌가.
두 번째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개헌은 일종의 분권형 이원 정부제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체제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제안이다. 따라서 매우 신중한 검토와 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무총리 국회추천제가 겉으로는 국무총리가 명실상부한 국회의 대표가 되면서 권한분산을 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당이 다른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큰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원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이원정부제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당이 다른 분점정부 상황에서 프랑스는 두 주체 중 한쪽이 자신의 권한을 대승적 차원에서 상당히 자제하면서 정국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타협의 정치를 펼친다. 그런 고도로 발전된 정치토양 아래서만 이런 체제가 큰 혼란 없이 유지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어떠한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정치문화가 만연하다. 한국의 이런 정치토양에서 권한을 가진 두 주체가 충돌한다면 과연 권한자제가 가능할까. 오히려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따라서 국회 대표의 권한만을 강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 자체의 기능을 강화시켜 높은 수준의 정치토양을 구축하는 게 우선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특히 입법권과 예산권을 국회로 이전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분산이 필수적이다.
끝으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회에서 합의를 만들어야하는 사안이다. 선거의 주요 상대인 제1야당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거의 규칙을 바꿔버리는 게리맨더링이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런 일이 재현된다면 한국 정치는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정치개혁 이전에 후안무치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켜 좀 더 나은 한국 정치를 만들 절호의 개혁 기회를 자신의 권력강화를 위해 모두 사용했다. 이제 와서는 정권재창출이 쉽지 않아지니 정치개혁을 의제로 던지면서 야권 후보나 중도층을 포섭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펼친 폭거를 진실로 반성하고 있는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진정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가. 일부 야당을 배제하는 게리맨더링을 다시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정치개혁 제안은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사이비 개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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