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7.08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답습할 것인가

검찰총장 패싱 인사, 김건희 여사 리스크

사회진보연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도 그러한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하지만 집무실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끌어낼 수 없고 실질적인 국정운영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검찰총장 인선을 미뤄둔 채 한동훈 법무부장관 주도로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지난 정권들의 과오가 되풀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김건희 여사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이 지체된다면 대통령 측근 비리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사안에 관해 ‘전 정권은 더 못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스스로 원칙과 절차를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실패를 더욱 빠르게 맞이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검찰총장 없이 두 차례나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두 달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검찰청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검찰총장 패싱 인사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은 산적한 현안이 많다"며 총장 임명을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수완박으로 검찰수사에 시간 제약이 발생하면서, 총장 추천위원회 구성 및 국회청문회 등을 거쳐 총장을 임명하면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폐수사를 위해 총장패싱 인사가 불가피하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이 문 정권의 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인사의 절차적 하자는 보복수사 시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조직인 대검 부장들까지 법무부 장관이 인사 발령했는데, 총장이 검찰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자신이 검찰인사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의 패싱으로 고초를 겪었음에도, 법적 절차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문제다. 아무리 지난 정권의 과오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검찰인사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자제하지 않아 법치를 위협했음을 망각한다면, 윤석열 정부도 실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별감찰관의 임명도 시급하다. 윤 대통령의 약속이었고, 대통령 측근들이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위행위를 감찰한다. 박근혜 정부 시기 도입되었으며, 특별감찰관이 최순실의 미르/K재단 의혹을 포착해 내사했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공수처와 역할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대통령 측근 비리 감찰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고,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유재수 수사무마 의혹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되었다고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다고 문대통령을 비판했고 윤 대통령 역시 당선자 시절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민정수석실을 없애면서 대통령실의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이 폐지됐기 때문에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 권력형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효과적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말하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윤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특별감찰관은 법에 따라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단락되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세 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5월에 발생한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나려면, 대통령이 국회가 개회되자마자 후보추천을 요청하면서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비판을 무겁게 생각한다면 특히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모친사건을 비롯하여 본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김 여사의 팬클럽이 미공개 사진을 공개하면서 보안 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팬클럽 회장이 ‘매관매직척결국민연대’를 결성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팬클럽으로 치부할 수 없고 영부인과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가 봉화마을 방문이나 NATO정상회의와 같은 공식 업무에 지인을 동행하면서 비선 논란을 초래했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부인 리스크’로 부상하여 대통령 부정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조용한 내조에 머물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깨고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공식 수행체계를 수립하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부인을 수행하는 제2 부속실 폐지 공약을 파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부속실 내에서 대통령 보좌하면서 여사 일정이 생기고 여사 업무가 생기면 충분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되었던 비판과 의혹에 대한 충분한 답변으로 보기 어렵다.
 
조속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식 수행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특별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하여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견제를 통해 행동을 삼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인 리스크’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을 비롯한 측근 비리로 몰락했고 그것이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었음을 명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약속은 공언으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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