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2.11.30

우루무치에서 상하이까지: 중국과 홍콩 사회주의자들의 요구

위구르 투쟁의 전략과 연대에 관한 편지

라우산(Lausan, 流傘)
번역 | 김진영 정책교육국장
 
 
역자 해설
 
11월 24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주민 1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라 건물 입구에 설치된 구조물로 인해 주민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해 생긴 사고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은 3년 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의 폭발로 이어졌다. 더구나 이 사건이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 정책의 대표적인 타겟으로 알려진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발생했고 희생자 대다수가 위구르족이라는 점, 11월 20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 중계 방송을 통해 중국 밖 세계에서는 ‘마스크 착용 해제’를 포함하여 자유로운 방역 정책이 이뤄지고 있음이 중국 내에도 널리 알려진 점, 10월 22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권력 강화로 귀결된 점이 전부 맞물렸다. 이에 따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청두와 같은 중국 주요 도시들과 중국 전역의 50개 이상의 대학, 홍콩, 대만 및 세계 각지에서의 추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오늘 11월 30일 저녁 7시 서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서 재한 중국인 시위가 예고되어 있다.
 
세계가 여기에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시위의 물결이 1989년 ‘천안문 항쟁’ 이후 33년 만의 광경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봉쇄 정책 해제 요구를 넘어 오늘날 중국에 민주주의와 자유가 결여되어 있다는 제기와,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직접적인 규탄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차 당대회 사흘 전이었던 10월 13일, 중국 시민 펑자이저우가 베이징 시퉁대교에 걸었던 현수막의 구호들, 즉 “PCR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문화혁명 대신 개혁을, 영수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公民)을”, “시진핑을 파면하라”가 곳곳에서 나왔다. 시진핑 주석의 출신 대학인 칭화대학에서 학생들이 이번 시위의 상징인 백지(“백지혁명”)를 들고 “민주주의와 법치, 표현의 자유”(民主法治,表达自由) 구호를 외치는 영상도 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공산당은 20차 당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주창했다. 이는 “현대화는 서구화의 동의어가 아니다”(11월 3일)라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보여주듯, 경제·정치·문화에 있어 ‘중국 모델’은 서구식 체제와 다르며 더 우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당대회 한 달 뒤 이러한 시위가 터져 나온 현실은, (중국공산당이 ‘서구’의 것으로 치부하는) 민주주의와 법치, 표현·집회·이동의 자유가 결여되어 있으며 그 결과 생계와 안전 보장에도 실패하고만 ‘중국 모델’에 대한 중국 인민의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래의 글은 2022년 11월 28일 ‘라우산’(Lausan, 流傘) 웹사이트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이다. 라우산은 홍콩 출신 작가, 번역가, 예술가,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홍콩이 서구와 중국 양자의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착취되어 왔다고 분석하며, 계급투쟁, 이주민 정의, 반인종주의, 페미니즘에 기초한, 초국가적 좌파 연대를 지향한다. 라우산(流傘)이란 이름의 ‘傘’(우산 산)은 ‘우산 운동’으로 상징되는 홍콩의 민주화운동과의 연관을 나타낸다. 라우산은 또한 광동어로 ‘디아스포라’란 뜻의 ‘流散’과 발음이 같은데, 이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라우산 멤버들을 상징한다.
 
중국어 초안이 게시되었던 ‘국경 없는 운동’(無國界社運, Borderless Movement)은 홍콩의 자치권과 홍콩 시민의 삶, 고용에 대한 보호, 지구 생태계의 균형 보호를 향한 사회운동을 지향한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주의와 환경에 대한 투쟁은 국제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홍콩 밖의 경험들을 참조해야 하므로, 투쟁의 전망은 세계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국경 없는 사회운동”을 표방한다.
 
* [] 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 설명이다. 본문의 링크들은 원문에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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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편집자 주> 이 글은 시위가 처음 발생한 2022년 11월 26일 밤, 본토와 해외의 중국, 홍콩 사회주의자들이 쓴 편지를 확장하여 작성한 것이다. 중국어 요약본은 11월 27일 ‘국경 없는 운동’(無國界社運)에 처음 게시되었다. 여기 실린 버전은 시위가 계속 전개됨에 따라 주말 동안 수정한 것이다. 허락을 얻고 다시 게시한다.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의 주거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문에는 이 지역을 가리키는 다양한 명칭과 ‘신장’이라는 명칭에 얽힌 역사를 소개하며, 이 지역을 어떠한 이름으로 부를 것인가와 지역 주민의 해방을 지원할 방법에 대한 대화를 환영한다는 긴 각주가 포함되어 있다.] 이 화재로 대부분 위구르족인 희생자들이 사망했고, 그보다 더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수치는 축소되어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극은 중국의 실패한 판데믹 정책이 오랫동안 일반 시민의 이동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기본적인 필수품에 대한 접근을 막은 결과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국 시민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끼쳐 왔지만,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들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에 의한 대규모 구금과 극단적인 감시를 포함하여, 고조된 탄압에 시달려왔다. 또한 신장은 가장 엄격한 봉쇄 정책이 시행되어 온 곳으로, 많은 이들이 100일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10월 13일 베이징 스퉁차오 현수막 시위 [출처: 연합뉴스]
 
이에 대한 대응으로, 11월 26일 우루무치 주민들은 전례 없이 도시 전체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에 용기 있게 맞서며 정부 청사를 포위하고 현재의 봉쇄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 많은 봉쇄 정책은 당국이 [이번 화재로 주민들이 사망한] 건물 문을 막는 결과를 낳았고, 그 때문에 주민들이 탈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밤새 다양한 종류의 시위가 주요 도시들로 확산하였다. 어떤 이들은 난징에 있는 중국전매대학에서 열린 학생 주도의 철야 시위, 우한에 있는 화중과기대학 의대 학생들이 작성한 공개 성명서와 같이 집단적, 독립적인 대중행동에 나섰다. 상하이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중국공산당 타도! 시진핑 타도!”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행동을 더욱 확대했다.
 
전 세계의 정권들은 코로나19 대유행 내내 민중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고, 중국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는 일반 중국 시민의 권리를 더욱 제한했다. 노동조건은 훨씬 더 불안정해졌다. 10월 말, 정저우의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 상황에서 이동과 기본적인 필수품 접근이 제한된 ‘폐쇄 루프 체계’에 갇혀 있는 것이 드러났다. 많은 노동자가 울타리를 넘어 공장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지방정부의 대응은 민간기업에 책임을 묻고 이 지역의 폐쇄 정책을 수정하는 대신,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폭스콘 생산라인에 요원들을 보내는 것이었다. 지난주, 새로 고용된 폭스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항의하며 소규모 봉기를 일으켰다. 지방정부는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것을 돕기 위해 방호복을 입은 경찰 수백 명을 보냈다.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정부의 코로나19 통제조치에 항의하며 백지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출처: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전역의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고 안전을 위험에 빠뜨린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끔찍했던 우루무치 화재는 신장 민중이 다시 한 번 중국의 억압적인 정책에 시달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가장 소외된 이들 중 일부가 사는 이곳 [신장]은, 지난 수년간 중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대중운동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신장과 중국 내 다른 지역의 한족 주민들이 위구르족 및 억압된 소수민족들의 투쟁에 집중하고 그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근본적인 체제 변화를 촉구한다.
 
 
요구 사항
 
1. 민중을 집에 강제로 가두고 기본적인 필요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현재의 봉쇄 정책을 폐기하라.
 
2. 코로나19 강제 PCR 검사를 폐기하라.
 
3. 감염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라. 증상이 심한 사람은 병원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감염자와 비감염자에 대한 강제 이송과 이동식 객실 “병원”에서의 격리 조치를 취소하라.
 
4. 여러 백신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허용하라.
 
5.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직전에 중국공산당 규탄 현수막 시위를 벌인] 시퉁대교 시위자 펑자이저우와, 시위로 인해 구금된 다른 정치범들을 석방하라.
 
6. 무책임한 봉쇄 조치로 인한 사망자들의 죽음을 전국적으로 애도할 것을 촉구한다.
 
7. 판데믹 관리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료들은 사임하라.
 
8. 판데믹 통제 대책은 의료 전문가들이 고지하고, 민중이 민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9. 표현, 집회, 조직 및 저항의 자유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보호하라.
 
10. 이번 시위 속에서, 그리고 이번 시위를 넘어서, 독립적인 노동자의 힘을 지지하라. [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을 주 6일 동안 반복하는] 996 근무제와 같은 반(反)노동자 관행을 폐지하고, 노동자의 파업권과 자기 조직화를 포함한 노동법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자가 정치 생활에 더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
 
 
전략
 
1. 경찰에 의해 위협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이들은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2.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더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을 막을 것이 아니라, 체제 변화에 대한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를 우선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체제 자체의 철저한 민주화 없이는, 체제 내 정치권력의 변화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4. 거리와 광장을 장기간 점령하는 위험한 전술은 피하고, “물과 같은” 방식의 동원을 채택하여 당국이 시위대를 너무 쉽게 진압하지 못하도록 하자.
 
5. 시위를 넘어, 지역사회와 일터 사이의 상호 원조와 자기 조직화를 강화하자.
 
 
오늘날 중국 민중은 시퉁대교 시위자 펑자이저우가 “강제 PCR 검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대중행동을 촉구한 것에 화답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홍콩인, 대만인, 위구르인, 티베트인을 포함하여 [중국] 본토와 해외에 있는 학생, 노동자 및 기타 소외된 집단에 의한 독립적인 대중조직이 중국의 민주화 투쟁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가는 것을 계속 격려할 것이다.
 
우리는 이 발전 중인 운동에 연대하며, 중국 정부가 중국 시민의 생계와 기본적인 시민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고려대 게시판에 내걸린 시진핑 비판 대자보 [출처: 매일경제]
 
 
주제어
정치 국제
태그
파업 화물연대 안전운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