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사회진보연대 격주간 웹소식지


제 8호 | 2012.08.17

제3차 민중건강총회: 케이프타운 호소문(Cape Town Call to Action)

보건의료팀
이번 민중건강과 사회에서는 제3차 민중건강총회에서 채택한 <케이프타운 호소문>을 소개한다. 호소문은 민중건강총회를 통해 합의된 보건의료 및 건강에 대한 인식과 대안을 제시하며, 제4차 민중건강총회가 개최될 때까지 민중건강운동과 함께하는 전 세계 보건의료운동이 활동하는데 길잡이가 될 것이다.


케이프타운 호소문은 제3차 민중건강총회의 결론이자, 민중건강운동의 향후 활동 계획이다. 호소문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생태적 원인에 주목한다. 호소문은 국가 내부의, 국가들 간의 건강불평등을 건강의 위기로 사고하고, 이것이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위원회(Commision on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는 2008년 보고서에서 건강불평등의 원인이 돈, 권력,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민중건강운동은 케이프타운 호소문에서 그러한 불균등한 분배의 원인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 위기라고 주장하면서 문제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민중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호소문은 남한 보건의료운동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민중건강총회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건강의 문제들을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부문을 넘어선 폭넓은 연대운동이 필수적임을 인식한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시장화된 보건의료 시스템 하에서는 보편적 건강보장이 달성될 수 없음을 인식한다. 호소문은 보편적인 의료보장은 반드시 조직적이고 책임성 있는 공적 의료서비스 공급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호소문에는 민중건강운동에 새로 합류하고 제3차 민중건강총회를 주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초민족적 법인기업이 토착민을 쫓아내고, 식량위기로 인한 기아와 영양실조가 원조, 구호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등에 주목할 만하다.

호소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세계적 건강 위기

우리의 건강은 식량, 생태, 재정, 경제, 정치의 위기로 확인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국가 내부의, 국가들 간의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토대가 되고 있다. 농민과 토착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위협받고 있으며, 도시빈민은 정크푸드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여성의 건강은 모성 및 가족계획에 비해서 평가절하되며, 재생산의 권리와 성적 권리에 대한 다방면의 공격이 이뤄진다. 이민자들은 외국인혐오증과 보건의료서비스의 부재에 의해 고통 받는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보편적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되고, 고소득 국가에서는 의료산업화가 강화되어 왔다. 세계적인 무역 및 투자체계는 주변부 국가의 저렴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쇠퇴, 무질서한 건강 관련 산업, 책임지지 않는 민간 기관이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행사하는 부당한 영향력, 체계적·구조적 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법 등은 보건의료 관련 세계적 거버넌스의 위기를 반영한다.
세계적인 건강의 위기는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의 결과이며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모델의 폐해가 세계화된 결과이다. 신자유주의가 약속한 풍요는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오히려 불공정하고 비대칭적인 세계 경제의 통합, 비민주적인 세계적 거버넌스와 실물경제에서 벗어난 규제 받지 않는 금융자본의 극적인 팽창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켰다.
정치적 위기는 책임성, 투명성, 민주적 의사결정의 부재에서 기원한다. 재정 위기는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완화에서 기원한다. 2007년 미국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자 금융 위기는 세계화되었으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부들은 신속하게 긴축재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보건의료와 복지에 대한 지출의 감축을 초래하였을 뿐 아니라 위기를 불러온 바로 그 신자유주의적 경제 모델을 강화했으며, 금융자본가 계급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었다. 생태적 위기는 생태계의 수용능력에 부담을 주는 소수에 의한 추악한 과소비와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하지 못하는 다수로 특징지어지는 세계적 불평등의 증대를 반영하고 있다. 식량 위기는 식량주권의 상실, 공동체와 저소득 국가의 그들 자신의 자원에 대한 통제권 상실에서 비롯되는 더 크고 만연한 문제들의 징후가 드러난 것이다.

우리의 대안적 비전

우리에게는 돈의 액수에 따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에게 공평한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경제학, 그리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소비, 대안적 무역협정과 금융협정, 노동자 관리기업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에는 참여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며, 민중은 적절한 권리와 헌법상의 보호에 의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보건의료 관련 세계적 거버넌스에 있어서 국제적 공공재원의 관리와 분배를 위한 새롭고 보다 책임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국제보건사업들과 기금들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보건의료체계는 보편적·통합적·포괄적이어야 하며, 성 인지적이고 청소년에게 친화적이며 무상으로 제공되는 일차의료서비스에 기초해야 하고 민중의 건강에 대한 요구에 적절히 부합해야 한다. 공공재정이 적절하고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보건의료 인력의 국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 대중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생태학적 원칙 및 그 실천과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중과 공동체들의 사회적·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다른 운동 및 단체들과의 연대를 건설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민중건강운동은 현존하는 많은 운동들과의 연대를 건설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향후 건강권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투쟁, 캠페인, 그리고 지역·국가·세계 수준의 여러 전선들에서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안적 비전, 분석과 담론을 대중에게 전파할 것이다. <세계건강감시>(Global Health Watch)를 활용하여 세계의 건강 현황에 대한 대안적이고 진보적인 분석을 수행하고, 세계의 건강과 관련한 현재의 제도적인 틀을 비판할 것이다. 교육과 역량강화, 주체화의 수단으로서 국제민중건강대학(IPHU: International People's Health University)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킬 것이다. 지역사회 기반 감시, 지역사회 중심 현장연구 등의 방법을 확산시킬 것이다.
과세 관련 캠페인, 사유화반대, 채광산업 관련, R&D 조약, 노동자 건강권과 특히 경제특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권리, 식량에 대한 아동의 권리 및 정크푸드와 뉴트리슈티컬*에 대한 반대, 인재 유출에 대한 배상, 공정하고 건강한 일자리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조직할 것이다.

* 뉴트리슈티컬(nutriceuticals) ‘영양’과 ‘약품’의 합성어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 의료적 효과를 주는 식품이나 식품성분을 의미. 관련된 내용은 호소문 전문을 참고.

주제어
보건의료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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