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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격주간 웹소식지


제 20호 | 2013.05.06

네트워크 병의원 전면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보건의료팀
지난 4월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알려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의료인이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의료법 제33조 8항의 내용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자는 것으로, ‘2012년 8월 2일 전에 개설된 동일 명칭의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개설자가 법인이 아닌 경우 법적용을 7년간 유예한다’는 것이다.

법 시행 1년 만에 결정을 뒤짚으려는 민주당

일명 ‘의사 1인 1개소 법안’이라고 알려진 의료법 제33조 8항은 네트워크 병의원의 폐해가 공론화됨에 따라 2011년 10월 같은 당의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8월 2일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든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서영교 의원은 같은 당에서 발의한 법안이 시행된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를 뒤짚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 1인 1개소 법안’이 통과되자 네트워크 병의원들은 앞으로의 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으며 관련법의 유예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는 ‘네트워크 병원을 육성하는 것이 개방화되는 시대의 흐름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이 갑작스레 논의되는 정확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네트워크병의원들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법안 발의는 매우 우려스럽다. 게다가 당시 협회가 요구한 유예기간이 1년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특별한 근거도 없이 7년이라는 긴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서로 반대되는 두 법안의 취지가 ‘의료의 공공성’으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2011년 10월 ‘1인 1개소 법안’ 발의 당시 양승조 의원은 개정안 취지를 ‘의료법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은 다른 개인이나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영리적인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의료의 공공성을 보전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서영교 의원 역시 법안의 취지를 ‘의료의 경영방식 다양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기존의 법안과 그 법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다른 법안이 모두 공공성을 높인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이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네트워크병의원의 인센티브제도

동일 명칭의 의료기관, 소위 네트워크 병의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규모가 확대되어 왔다. 2006년 11월 7일에는 대한병의원네트워크협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2006년 말 10개의 브랜드, 60여개의 병·의원이던 것이 2013년 2월 현재 385개 브랜드, 2,509개 병·의원으로 7년 사이 4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규모는 협회에 가입된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미가입된 의료기관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이다.
네트워크 병의원은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브랜드의 공유와 함께 지분 공유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직영점’, 브랜드의 공유와 함께 동일한 경영시스템을 유지하는 ‘가맹점’, 브랜드만을 공유하는 ‘자율 체인점’ 형태가 그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병의원의 운영구조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구조는 인센티브 제도를 매개로 한 직영점 구조인데, 2011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유디치과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유디치과는 전국에 110여개 지점을 가진, 치과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병의원이다. 유디치과의 모든 지점에서 경영, 직원관리, 행정업무, 세무관리는 유디메디라는 전문적인 경영지원회사가 맡고 있었으며, 모든 지점의 부동산 역시 유디메디의 소유로 되어 있었다. 유디치과에 근무하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진료행위를 제외한 병원의 여타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근무하는 의사의 급여는 첫 3개월을 제외하면 일체의 기본급 없이 해당 의료기관이 올리는 매출의 20%를 실수령액으로 했으며, 치과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 역시 대부분 기본급 없이 매출 증대 기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였다.
이러한 인센티브 운영구조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공평’하며, 유디치과측은 이러한 구조에 대해서 의사들이 진료에만 집중하여 의료의 질을 높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운영구조가 근무하는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들의 건강상태와 무관하게 과잉진료를 하도록 부추기며, 가격이 높은 치료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디메디는 병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여 근무하는 의사의 모든 행위를 통제했으며, 수입을 미끼로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시술도 지시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5월 무허가 치아미백제를 사용하고 임플란트 등의 진료를 유도한 혐의로 유디치과 대표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유디치과에서 근무했던 한 치과의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가족이 환자라면 결코 유디치과에서 했던 방식의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인센티브 제도를 금지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의사 1인 1개소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병의원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법조항에서 ‘운영’ 이라는 표현이 갖는 모호함 및 실질적인 규제의 미흡함을 빌미로, 유디치과를 비롯한 네트워크 병의원들은 직영점 형태에서 가맹점 및 자율 체인점으로 운영형태를 바꾸며 계속 그 수를 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네트워크 병의원과 관련해서 ‘경영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만을 지원받는 형태의 네트워크 병의원은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인센티브 제도등을 매개로 하여) 개인 혹은 한 법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직영점 형태의 네트워크 병의원이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네트워크 병의원의 폐해를 인센티브 제도를 매개로 한 직영점 형태에 국한해서 해석한 것이다. 문제는 경영지원회사 자체에 있다. 의료산업은 이윤을 창출할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경영지원회사는 그 선두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이윤을 축적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소유권이 각 지점의 의사에게로 이전되었을 뿐, 홍보 및 운영과 관련한 실질적 업무는 여전히 경영지원회사가 도맡아 하면서 이윤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가맹점이나 자율 체인점 형태의 네트워크 병의원 역시 상업화의 심화라는 본질적 속성은 기존의 직영점과 다를 바 없다.
이렇듯 현행법과 정부가 네트워크 병의원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 의원이 발의 예정인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다시 인센티브 제도를 허용함으로써 네트워크 병의원을 경영하는 경영지원회사에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원사격을 해 주는 꼴이 될 뿐이다.

네트워크 병원은 영리병원의 시발점이다

2007년 처음 허용된 병원경영지원회사는 현재 각 분야별로 세분화되고 더욱 전문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 법인을 만들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까지 가시화된 상태다. 당시 정부는 의료법 25조 3항(외국인에게 병원을 소개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는 조항)을 개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병원들이 환자 유치 관련 사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의 기조 속에서 경영지원회사는 사실상 영리병원 설립의 우회로로 활용되어 왔던 것이며 그 결과가 현재 나타나는 네트워크 병의원의 모습이다.
네트워크 병의원, 더 정확히는 병원의 경영지원회사에 사실상 고용되어 일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보험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영리병원에 고용되어 환자의 건강보다 회사의 이윤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미국 의사들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다. 현재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리병원을 허용하려 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병의원들 역시 경영지원회사를 넘어서 직접적인 영리법인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병의원네트워크협회 안건영 회장은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미 수 차례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 건강은 공공성 강화를 통해서만 지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네트워크 병의원의 운영 구조는 의료인들로 하여금 환자의 건강보다 이윤을 먼저 추구하게 만듦으로써 의료의 공공성이 유달리 취약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경영지원회사의 영리 추구에서 나오며 더욱 근본적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공급부문 사유화의 결과다.
서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부당하고 이는 폐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경영지원회사의 영리추구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경영지원회사는 의료기관과 분리된 별도법인 형식을 취하면서 무분별한 투자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고 있다. 최소한 경영지원회사의 경영진과 의료기관의 소유자를 실질적으로 분리하고, 얻은 수익의 투자 대상을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공급부문의 과도한 민간화를 탈피하여 의료시스템의 구조를 공공부문 중심으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기적 대책이 없으면 설령 네트워크 병의원이 사라진다고 해도 생명을 볼모로 한 영리 추구는 다른 형태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국민의 건강이 자본의 이윤 놀음속에 무너지는 것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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