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사회진보연대 격주간 웹소식지


제 26호 | 2013.08.14

삼성의 노동자들이 건강해야, 사회가 더욱 건강해집니다

보건의료팀
삼성과 건강
삼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한국 최대의 재벌이다. 지난 5월 글로벌리서치 기관인 밀워드브라운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은 브랜드 가치가 24조원으로 세계 30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2012년 30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액을 기록하였으며, 각 분야에서 80여개에 가까운 계열사와 25만명 정도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하청 및 협력 업체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한국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삼성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삼성제품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규모가 크다보니 삼성은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에 대한 문제 역시 삼성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 그 동안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이 발간하는 자료들을 꾸준히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이 보건의료 및 노동자 건강권을 주제로 할 때 삼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호 민중건강과 사회는 삼성과 관련된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다룬다. 최근 나타난 사건들을 통해 삼성에서의 노동자 건강 실태를 다루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치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삼성공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와 유해물질 노출
지난 7월 26일,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물탱크가 터지면서 노동자 3명이 죽고, 12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이틀 전부터 물탱크 4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음에도, 회사는 테스트 작업을 강행하며 노동자를 대피시키지 않았다. 또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미 지난 4월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였고, 추락 방지망 시설 등 기초적인 안전시설조차 없는 현장이다. 화성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는 7월 25일 암모니아가 누출되며 4명의 노동자가 긴급하게 병원에 호송되기도 하였다. 해당 공장은 지난 1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하청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5월에도 불산이 노출되어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1월 노동부가 시행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특별 감독 결과, 모두 1,934건의 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삼성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곧 개봉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영화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26일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와 그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故 황유미 씨가 생을 마감한 이후 그녀의 부친인 황상기 씨는, 다른 노동자들 역시 백혈병・뇌종양・유방암・자궁경부암・피부암 등에 걸리고 생식독성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반올림 등의 단체가 노동자들이 질병에 걸린 책임이 삼성에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진행했고,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포름알데히드・전리방사선・비소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올해 7월 30일 열린 ‘안전대책 3류 기업 삼성 규탄 기자회견’에서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현재까지 제보된 삼성 계열사의 직업병 노동자는 181명에 달하고 그 중 71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병들고 다치고 목숨을 잃었지만, 삼성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되찾는 데 관심이 없다. 사고가 발생한 삼성정밀화학은 정부가 2011년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해, 각종 산업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수백억 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징후가 충분히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이 겪는 명백한 직업병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그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사업장 역학조사 자료 및 화학물질 정보 등 정보공개 신청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회유하여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

‘삼성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한국사회에서 ‘삼성맨’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삼성그룹 및 그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삼성맨은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뿐만 아니라, 본인 및 그 가족들까지 병원비와 교육비 지원 등 최고의 기업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삼성맨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입사를 한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한 숨막히는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시간 노동과 잦은 업무형태의 변화, 게다가 노동조합이 없어 온갖 불만들을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 그렇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삼성맨들의 근속년수는 10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삼성 그룹은 수많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들을 거느리고 있고, 위장도급의 의혹을 불러올 정도로 업무에 대한 관여도가 크다. ‘또 하나의 삼성맨’. 이들의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지난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들의 노동조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아마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삼성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유사할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은 기본급이 없이 건별 수수료 체계로 일을 한다. 일이 많은 여름철 성수기에는 주 10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휴일도 없이 하면서도, 잔업수당과 휴일수당은 제대로 받지 못한다. 차량지원 등 당연히 회사의 경비로 감당해야 할 비용들을 노동자들 자신이 부담하며, 업무 관련 교육을 업무 외 시간에 받으면서 그에 대한 수당도 받지 못한다. 고객들의 불만은 곧바로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항상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하며, 안전장비도 없이 난간에 매달려 일을 해야 하는 조건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동조건은 당연히 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잔업의 증가와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피로를 증대시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잦은 업무형태의 변화가 노동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노동조합을 만든 이들이 가정생활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한데서 알 수 있듯이, 불규칙한 업무시간과 낮은 임금은 사회적인 관계망과 인간적인 유대를 깨뜨리게 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문제들을 노동자 개인이 감당하며, 안전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진다. 한편 이러한 건강상의 문제는 ‘진짜’ 삼성맨들 역시 적용되는 이야기로, 높은 연봉과 기업복지는 악화된 노동자들의 건강을 사후에 처리한다는 의미 밖에 갖지 못한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건강
2008년에 출판된 리처드 월킨슨의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사회적인 위계관계가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단순히 절대적 가난과 빈곤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 간에 사회・정치・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이 심할수록 전체 사회의 건강은 악화된다는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과 개인의 심리적 위축이 가난한 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기업이라는 좁은 범위로 국한하여 보았을 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사용자들이 기업의 주요 사항들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만큼 권한이 강할 때,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위계관계도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직무 형태에 관계없이 스트레스와 피로감에 노출되기 쉽고, 이는 건강상태에 반영이 된다.
현재 체제에서 이러한 상태를 최대한 완화시키고, 권력 상태를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우선 과제는 노동자와 자본가가 최대한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민주적으로 결성된 노동조합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럴 때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제도들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은 직원들에 대해 업계 최고의 처우를 보장하고 노사협의회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많은 계열사들은 회사가 만든 문서상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하고, 민주적인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도청하면서까지 저지하려고 한다.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창립식을 거쳐서 민주노총의 깃발에 함께 서게 되었다. 이들의 주요요구 중 하나는 회사가 건강과 안전상의 문제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은 다른 삼성 노동조합에도 확대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건강상의 문제들도 제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건강 찾기!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지시하여 ‘안전환경 강화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만 1.1조 원을 투입하여, 삼성전자 안전관리 스탠더드를 수립하고 안전환경분야에서 15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삼성은 각종 안전과 건강 문제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억제하고, 무재해 기록을 연장시키기 위하여 명백한 산업재해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삼성병원과 삼성생명 등은 한국의 공적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보건의료를 통해 돈벌이를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의 노동조건과 안전 및 건강 관련 처우는, 다른 기업들에게 표준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삼성에서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갖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기업복지라는 이름으로 실컷 부려먹다가 사후 처방을 해주는 것이 아닌, 병들고 아프고 스트레스 받는 원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은 확산되어야 한다. 또한 세계 각지에 전자·반도체 등 공장을 설립·운영 중인 삼성은 전세계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최근 브라질 정부는 삼성전자가 자국 공장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시켰다는 이유로 약 1200억원 규모의 배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삼성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 민중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며, 그래서 노동조합을 통한 삼성 노동자들의 싸움은 건강권 쟁취에 매우 중요하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들거나 죽은 노동자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의 힘겨운 싸움은, 노동조합만 제대로 설립되어 있었더라도 더 큰 힘을 받았을지 모른다. 가열차게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을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엄호하자. 보건의료운동의 주체들은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힘을 키우는 활동을, 삼성그룹 전체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으로 확대하는 운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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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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