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0 겨울.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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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전략적 경쟁’의 시대로 

김진영 | 정책교육국장
코로나19 위기는 국제적 차원에서 “바이러스의 세계화, 대응의 국내화”라는 모순으로 나타났다.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같은 위기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국제적인 공조는 찾아보기 지극히 어렵다. 국경은 굳게 닫혔고 각국은 약품·마스크·식량 등의 수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자국우선주의·민족주의·인종차별이 곳곳에서 발호했다. 

세계 각국의 ‘각자도생’이 당연한 흐름이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오히려 심화한 미중갈등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미중 양국은 “중국 바이러스”, “미국이 중국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라는 과격한 말을 주고받았다. 누구도 전 인류적 위기에 걸맞은 국제적 협력을 이끌지 않았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과 미중갈등은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가장 중대한 요소로 떠올랐으며, 코로나19란 우연적 계기는 이러한 경향을 심화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곧 물러나게 되었고, 이 전염병 위기도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그러나 미중대결은 오로지 트럼프로 인해 등장한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트럼프와 함께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2020년대,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체제 대결’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글은 초당파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한반도 정책을 전망한다.
 

1. 중국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합의

 

미국 의회·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시각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미국의 외교안보정책도 행정부, 특히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이고, 의회는 이를 차후에 승인하거나 ‘발목 잡는’ 역할 정도를 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지난 4년 내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돌출적 언행이 강조되었다보니 더 그렇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대외정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 헌법은 의회가 외교정책을 스스로 형성하고, 행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규정들을 통해 의회에도 상당한 범위의 외교안보 관련 능력을 제공한다. 또한 의회는 법률·조약, 외교안보 관리 임명 청문회 등을 통해 백악관과 국방부·국무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의회는 대체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감시 혹은 후원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1차 세계대전 종식을 위해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이 구상한 베르사유조약의 승인과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거부하는 등 행정부의 행보에 중대한 제약을 걸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자 2019년 미 의회는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전년도에 2만 2000명으로 규정했던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 8500명으로 상향해 명문화했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맞고 그 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의 안보를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으며, 한국, 일본을 포함해 동맹국들과 적절히 협의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감축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국방장관이 미군 주둔 관련 한국과 일본의 직간접 기여 및 부담 분담 기여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토록 하는 조항도 담았다. 해마다 다음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정하는 국방수권법은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을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즉 동맹국들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주둔 미군 감축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차단한 것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은 초당적 합의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중국이었다. 미국 내 숱한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점과 큰 대응 방향에 있어 초당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17년 말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2017」은 지역적 차원의 전략 중 첫 번째로 인도-태평양 지역을 다루면서 이 지역 내에서의 중국의 부상과 영향력 확대가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정반대되는 세계를 만들기 원한다”며 이들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한 수정주의자(revisionist)로 규정했다. 중국은 “국가주도 경제모델을 확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질서를 재편”하려는 국가로,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다. 이는 중국을 동반자(partner)로 불렀던 오바마 행정부와는 큰 차이다. 2018년 국방수권법에서 미 의회는 이 「국가안보전략 2017」의 대중국관점에 동의하며, 중국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10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 부서와 연계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 또한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일체의 회사가 화웨이와 ZTE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것.
둘째,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정부 전략을 수립할 것.
셋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안정 구상에 관한 향후 5개년 계획」을 제출할 것.
넷째, 시행 중에 있는 해양안보구상을 5년간 더 연장할 것.
다섯째, 중요한 안보 파트너 국가로서 인도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할 것.
여섯째, 중국을 태평양 연안국 해군 훈련(림팩 훈련)에 초청하지 말 것.
일곱째, 국방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지역에 대한 군사적·강압적 행동들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것.
여덟째, 대만의 방위능력과 준비태세 강화를 지지하며 미국과 대만의 연합훈련,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안보협력 기구의 활용, 미국과 대만 간 고위급 군 간부의 교류를 증진할 것.
아홉째, 중국의 군사 및 안보 상황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중국의 지구적인 안전과 군사적 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이웃 국가들에 대한 착취적인 금융대출 등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국의 해악적인 행동을 포함할 것.
열째, 공자(孔子) 연구소를 설립한 미국 대학에 중국어 교육에 관한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제한할 것.
 
종합하면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정부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구체 방향으로 중국과의 정보전(情報戰) 대비,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서 인도·대만의 위상과 역량 강화, 세계질서의 ‘수정주의자’로서 중국에 대한 정보 확산을 주문한 것이다. 

이러한 기조가 계속되어, 2020년 미 상하원이 제출한 국방수권법 역시 중국을 가장 큰 위협이자 전략적 경쟁자로 상정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미군이 최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출 지역으로 지목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지역 내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을 대폭 강화하는 구체적인 계획들에 예산을 배정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의회 내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구체화되었다. 

미 의회는 2018년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저개발국가의 시장기반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빌드법」, 국무부, 국제개발처, 국방부에 예산을 배정하여 미국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방위능력과 민주주의 강화를 지원하게 하는 「아시아안심법」,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2017」과 2018년 「국가방위전략보고서」에 드러난 대중국 인식과 정책을 지지하기로 명시한 2020년 「인도-태평양협력법안」 제정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구체화를 뒷받침해왔다.

이 또한 초당적 합의의 산물이기에,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대중전략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즉흥적인 면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를 이끌던 시기에 비해 오히려 원칙적이고 일관되게 적용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지난 5월 21일, 미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미 의회가 국방수권법에 요구한 대로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정부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전략적 경쟁 상태’로 공식적으로 천명한다. 1979년 미중관계 정상화 이후 40년 동안 지속한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있어 경제, 가치, 안보라는 세 측면에서 중대한 도전이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오늘날 미국의 초당적 대중전략의 근거를 집약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세계 경제 질서의 규칙 위반자, 중국
 
보고서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경제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 중국은 경제 개혁 책무를 등한시하고 국가 주도 보호주의 정책을 확대함으로써, 미국 회사와 노동자들에 해를 끼치고, 국제시장을 왜곡하고, 국제규범을 어지럽히며, 환경을 파괴한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여 WTO 가입국으로서의 이점을 취해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 그러나 경쟁 기반 무역과 투자 규범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국 시장을 철저히 보호했다. 중국은 비시장적 경제구조와 국가 주도의 무역,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치도 개혁에 역행했는데, 시진핑 주석이 주석 임기를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 무역대표부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도록 미국 기업에 요구하거나 압박을 가했고, 미국 기업의 기술 라이센스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며, 첨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미국 기업 및 자산 인수를 지시하고, 미국 기업의 민감한 정보와 영업상의 비밀을 손에 넣기 위해 무단 사이버침입을 행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첨단기술 제품 수입국이자 국내총생산(GDP)과 국방비, 대외투자에서 미국 바로 다음의 2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미국과 여타 국가들에 해를 끼치는 정책과 관행을 정당화한다.

중국 정부의 핵심 경제 구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의 이익과 비전에 맞게 국제규범, 기준, 네트워크를 재편하려는 시도다. 중국은 일대일로와 기타 이니셔티브를 통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식 산업 기준을 확산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품질 저하, 부패, 환경 파괴, 공공의 감독 혹은 지역사회 참여의 결여, 불투명한 대출이 일어나고, 참여국들의 지배구조와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한다. 

중국은 점점 경제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나라의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거나 응징을 가한다. 호주, 캐나다, 남한, 일본, 노르웨이, 필리핀 등의 관광과 무역에 제재를 가한 것이 그 예다. 이를 감안하면 일대일로 사업 역시 부당한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미국적 가치’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보고서는 미국을 ‘체제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현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인식부터 소개한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중국의 통치 시스템이 ‘선진 서구 국가들’보다 더 잘 기능한다고 묘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이미 서구와 이데올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3년, 시 주석은 당에 “경쟁하는 두 체제 간 ‘장기적인 협력과 갈등’에 대비하라”고 하며, “자본주의는 반드시 소멸하고, 사회주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 강화를 통해, 시 주석이 2017년 표명한 대로 중국을 “포괄적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측면에서 글로벌 리더”로 만들고자 한다.
 
2019년 6월, 중국공산당은 각급 당 위원회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습요강」에 관한 통지문을 보내, 「학습요강」 학습 계획을 배치하고 ‘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명심하라’는 주제로 교육을 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은 「학습요강」이 베이징 시 시단독서빌딩에 배포된 모습이다. [사진 출처: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

먼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란 민족주의적인 일당독재, 국가 주도 경제, 국가에 복무하는 과학과 기술, 중국공산당의 이해관계에 종속된 개인의 권리가 특징이다. 이는 미국과 많은 국가가 공유하는 가치, 즉 대의제 정부, 자유로운 기업 활동, 모든 개인의 고유한 존엄성과 가치와 대치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리더로서 중국’이란 비전은 ‘인류운명공동체 구상’이라는 구호 아래 정식화한다. 이는 인류라는 운명공동체의 리더를 중국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인데, 구체적인 구상은 미국을 주요 상대로 한 ‘신형대국관계’와 다른 국가들과의 ‘신형국제관계’로 나눠진다. ‘신형대국관계’는 세계 질서를 미국 중심의 일극주의에서 중국과 미국의 양극체제로 재편하자는 구상으로, 중국에 따르면 이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관할이 된다. 시 주석은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에 신형대국관계 확립 합의와 구체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사실상 중국의 아시아 주도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 협력·공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신형국제관계’는 ‘상호 존중과 공평·정의, 협력·상생’에 기초한 국제관계로 중국이 ‘전통적인 대국(즉, 미국)과는 다른 강국의 길’을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자, 중국의 국제관계 확대에 대한 의지를 상대적으로 부각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신형국제관계’가 강조되었다. ‘일대일로’ 사업은 신형국제관계를 현실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주도의 ‘공동체’ 확립이란 중국 내에서는 ① ‘반부패운동’을 명목으로 한 정권 반대파 숙청 ② 블로거, 활동가, 변호사들에 대한 부당한 고발 ③ 소수민족 및 소수 종교집단 체포 ④ 정보, 언론, 대학, 기업, 비정부기구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검열 ⑤ 시민, 기업, 단체에 대한 감시와 ‘사회신용체계’ ⑥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자의적인 감금, 고문, 학대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지방정부가 지역 도서관에서 ‘편향성 있는’ 자료를 색출하여 불태운 일은 ‘시진핑 사상’ 관철의 극적인 예다. 

2017년 이래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인과 다른 소수민족·종교집단이 수용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수용소와 같은 인권침해는 이러한 통치의 연장선이다. 수용소에서는 강제 노동, 신체적·정신적 폭력이 자행된다. 중국에서는 기독교, 티베트 불교, 이슬람교, 파룬궁에 대한 광범위한 종교 박해(예배 장소 파괴, 신자 체포, 신앙 포기 강제 등)도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공산당 통치 시스템의 영향력은 중국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기술관료주의 모델과 선전·검열 기술을 수출하여,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이 자국 시민과 야당을 탄압하는 것을 돕는다. 
 
안보에 대한 위협

보고서는 중국이 황해, 동·남중국해, 대만해협, 중국-인도 국경지역에서 도발적이고 강압적인 군사 및 준 군사 활동을 하며 이웃 국가들을 위협한다고 간주한다. 2019년 7월, 중국 국방부장은 ‘일대일로’가 태평양 제도, 카리브해 등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주둔 확대 추진과 연계돼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은 인민해방군이 국영 및 민간 기업, 대학, 연구 프로그램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취득하는 민간 주체들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불투명한 군민융합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은 인식하지 못한 채로 이중용도 기술을 중국 군사 연구 개발 프로그램에 공급한다. 

불공정 관행을 통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지배하려는 시도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 ‘데이터 지역화’를 강제하여 중국 정부가 외국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사이버보안법」의 차별적 규제에 반영돼 있다. 또한 화웨이, ZTE 같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중국 보안 서비스와 협력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어, 중국 공급자의 장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 보안 취약점을 만들어낸다. 
 
미국의 결론: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 폐기와 ‘전략적 경쟁’

보고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은,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왔는지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년간의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 즉 중국을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국제무역에 참여시키면 중국이 개혁에 나서고 신뢰할 수 있는 국제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인식이다. 결론은 미국은 중국과 체제 간 ‘장기 전략적 경쟁’에 돌입했음을 인식하고,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정부 전략과 ‘원칙적 현실주의’로의 복귀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략적 접근의 실행 방향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방향성 역시, 구체 정책의 차이는 있겠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것이다. (뒤에서 더 서술한다.) 

① 중국의 산업 기밀 절도, 해킹, 경제스파이 행위 등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안 마련.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적극적인 다자간 협력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통신 플랫폼 공통 표준을 추진. 

② 중국의 불공정하고 폭력적인 무역 관행과 산업 정책에 대응하여, 국제협력을 통해 ‘주권, 자유 시장, 지속 가능한 개발’ 원칙에 근거한 경제 비전을 확대하고, 미중 경제관계의 재균형 확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인도-태평양 지역의 개발을 지원. 

③ 중국의 대량살상무기나 다른 전략적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핵전력 삼각축’(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 탑재 폭격기)을 현대화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중거리 핵전력을 갖춘 중국에 무기 통제와 전략적 위험 감소 논의를 촉구. 극초음속 무기, 사이버 및 우주 능력에 투자를 늘리고, 남중국해 등 중국이 과도한 영유권 주장과 패권적 행위를 하는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 중국이 군사·준군사력을 이용하여 지역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 안보 지원을 제공. 특히 대만과의 강력한 비공식 관계를 지속하고, 대만의 군사력 강화를 지원. 

④ 중국의 권위주의, 검열, 부패, 민족·종교탄압에 대항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주도.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을 저지. 미국·호주·일본 간 ‘블루 닷 네트워크’에서 선도적 역할 자임. (‘블루 닷 네트워크’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미국의 구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인프라 개발을 목표로 한다.)
 

코로나19와 미중 체제경쟁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가 미중 체제 간 전략적 경쟁을 인정한 것은 2019년까지 상황의 분석에 따른 것이었지만, 2020년 코로나19 위기는 예상치 못한 측면에서 미중 간 ‘체제경쟁’을 확고히 현실화했다. 양국은 코로나19 확산에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뚜렷하게 다른 방향으로 대응했고, 이 차이를 양자 간 체제 차이와 자국 체제의 우월성을 들어 설명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올 한 해, 새로운 전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초유의 사태 그 자체를 제외하고, 가장 극적인 장면은 전후 70여 년의 세계 질서를 주도한 미국의 위신 추락이었다. 미국이 코로나19에 절대적으로 매우 큰 피해를 봤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전후 미국이 상징해 온 자유주의와 국제협력,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라는 원칙을 스스로 거부하는 모습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컸다.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파고들어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미국이 세계 1위의 확진자 수, 사망자 수를 연일 갱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의 봉쇄정책과 보건의료 물자 관리에 나섰고 이내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를 고수하고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난하며 탈퇴를 감행한 반면, 중국은 ‘의료 실크로드’를 내세워 세계 각국에 대책 조언, 방역·의료물자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2020년 9월 22일,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 몰에 수천 개의 성조기가 백악관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설치되었다. 20만 명이 넘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의 팻말에는 ‘20만 명이 죽었다 – 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했다’고 쓰여 있다. 그 뒤로 미국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워싱턴 기념탑이 보인다. [사진출처: 게티 이미지]

코로나19 위기에 무력함을 드러낸 트럼프의 미국이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책임질 수 없다면, 중국이 그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중국은 신종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인정하고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아, 코로나19가 ‘팬데믹’ 사태로 비화되게 한 근본적이고 결정적 책임이 있으나 이를 인정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자국 내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미국·인도 등 해외 기원설을 주장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 노골화하고 있는데, 지난 11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페이스북 계정에는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증거가 중국 중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글이 실렸다. 그러나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적인 조사 요구에는 반발해왔다. 일례로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 국제 조사를 요구하자, 호주산 소고기·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보리에 80.5%, 와인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여 호주의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강도 높은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자국민에는 호주 유학·관광 자제 권고를 내렸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로 인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 중인 신종 바이러스의 정확한 기원을 밝히는 것은 미궁 속에 빠졌다. 

시진핑 주석은 9월 8일,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며, ‘지난 100년간 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전염병’에 맞서 14억 중국 인민이 쾌거를 올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전면 봉쇄 정책의 효과로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드는 반면 미국, 유럽에서 대확산이 시작되자, “중국공산당의 지도력과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보여줬다”고 선전해왔다. 이런 자화자찬은 중국 내의 여론을 관리하는 데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나, 국제 사회가 찬사를 보내는 일은 없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방역 지침에서부터 혼란을 빚으며 코로나19 방역에 완전히 실패한 것과 별개로, 중국의 혹독한 ‘전면 봉쇄’ 방역정책과 정보 틀어막기 역시 위험하게 비친 것이다.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리려다 ‘허위사실 유포’로 당국의 조사를 받은 의사 리원량의 죽음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 모바일 메신저에서 플랫폼이 대화를 검열하여, ‘시진핑’, ‘리커창’(중국 총리), ‘리원량’ 등의 이름이나 ‘중앙 집중 검역’, ‘우한 폐쇄’ 등 코로나19 관련 정책 키워드는 비판적 어조가 아닌 중립적인 언급마저도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소)를 보도했다. 

중국의 공세적인 ‘코로나19 외교’도 문제를 드러냈다. 중국은 다자주의적 국제협력을 이끄는 대신, 각국에 의료물자를 수출·지원하며 중국과 해당 국가 간의 양국관계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는 WHO와 미국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방역 모델 ‘조언’은 타국들이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한 것이며, 중국산 보건의료 물자의 품질 문제가 잇달아 불거졌다. 네덜란드와 캐나다는 품질 기준 미달을 이유로 중국산 마스크를 리콜했고, 스페인, 터키 역시 중국산 진단키트의 정확성을 문제 삼았다. 미국·영국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에 전 세계 증시가 움직이는 것과 달리, ‘세계 최초 개발’을 자랑한 중국산 백신에 대한 반응은 미미하다.  
 

미국 민주당이 바라보는 중국, ‘전략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미국 민주당의 과거 대중전략은 전통적인 ‘관여 정책’에 속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7년 방미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이 향후 세계 평화 및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클린턴 행정부의 구상이 바로 냉전 종식 후 세계와 중국 경제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의 WTO 가입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3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우리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경제적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연설한다. 중국을 국제무대에 끌어들이면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시장경제 편입이 미국식 민주주의의 수용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미중 간에 1997년 합의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실현된 적은 없으나,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도 공식적으로 중국을 ‘협력적 동반자’로 일컬었다. 그러나 의회 내에서의 행보가 보여주듯, 지난 4년간 민주당은 결국 ‘전략적 경쟁’이라는 접근으로 선회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미국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입장에서는 트럼프나 공화당보다도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가치’, 즉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주의 질서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다. 실질적인 핵무기 개발 단계로 진입하기 이전에 핵 능력 동결에 합의한 ‘이란 핵협정’은 맹비난하고 협정을 탈퇴하는 반면, 2016~2017년 핵 실험을 거듭하고 북미대화 중에도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북한 지도자는 ‘내 친구’라고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는 입장의 일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이와 달리 ‘미국의 가치’를 명확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 트럼프와의 근본적 차이점이 될 것이다. 
 
2001년 8월 방중한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장쩌민 중국 주석. 바이든 위원장은 “미국은 번영과 통합의 중국이 글로벌 무대에 오르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한 기대를 전달했다. 2020년, 바이든 후보는 시진핑 주석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배’(thug)라고 불렀다. 바이든 캠프는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학살’이라는 가장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의 폐기를 약속하며 자신의 대외정책 전망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표현했다. WHO,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을 공언했다. 트럼프 정부 시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의지도 강조하였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와의 동맹 강화에, 대서양에서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의 관계 회복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조치들은 대중국 견제와 연관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책과 그 여파 전체를 되돌릴 수는 없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현재 미국 내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만 무려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신임 대통령이 일단은 국내 사안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보다 800만 표를 더 받은 것이나,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또다시 정권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완전히 믿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직후부터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유럽공동방위군 창설을 논의했다. INF 파기로 유럽이 러시아 핵무기의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놓였고, 트럼프의 행보를 봤을 때 더는 미국 주도의 NATO에만 의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단 판단에서였다.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다자주의 외교 복귀를 선언했지만,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유럽이 스스로 안전을 위해 더 독자적인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이 쟁점이 된다. 미국은 2017년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직후부터 한국에 참여를 요청했다. 미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4자 안보대화인 쿼드(Quad)를 대중국 견제 4각 안보협력체 성격으로 강화해왔는데, 이 4개국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가 추가된 ‘쿼드 플러스’도 현재의 코로나19 대응 회의체 수준을 넘어 안보협력체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하며 인도-태평양 전략 참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쿼드 플러스’ 구상을 직접적으로 계승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바이든 당선인은 중국, 러시아를 배제한 일종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과 대중국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도 핵심 정책 기조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이라며, 대중 견제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지속적으로 중국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시진핑 주석 방한 성사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일정에 열을 올린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대화의 화제로 삼은 바이든 당선인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했고, 대북 정책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자”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에 편승하여 지지율 제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문재인 정권과 ‘친문’ 진영은 이번 미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재선을 바랐다. 
 

2.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바이든의 미국, 어떤 대중국 정책으로 나아갈 것인가

미국 민주당의 대중 강경 기조는 올해 8월 전당대회에서 통과시킨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자료에는 중국이 모두 22번 언급되는데,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키는 중국에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것”,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 보호”,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항”, “위구르 등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한 행위를 규탄” 등 비판적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만 관련 내용이 주목받았는데, 중국과 대만은 나누어질 수 없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20년 만에 삭제되었다. 민주당은 「대만관계법」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만인들의 바람과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중국-대만 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처럼 노골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미국-대만 관계 강화에 나설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 당국에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이 사안만으로도 미국과 상당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민주당 정책강령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그 외 지역 문제들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며 ‘항행의 자유’를 실천하겠다고 썼고,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홍콩의 자치를 탄압하는 시진핑 주석이 아니라 홍콩 시민의 민주적 권리의 편에 서겠다”며 「홍콩 인권민주법」 전면 시행을 내걸었다. 신장 위구르 수용소 문제도 「위구르 인권법」을 통해 전 세계와 함께 규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미 의회는 초당적 동의지반이 있다. 지난 3월, 미 상하원은 중국의 대만 고립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대만 국제 보호강화 구상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5월에는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서 대만이 WTO 총회에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위구르족 인권탄압 논란을 빚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위구르 인권법」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발효하자,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은 대중국 견제 중심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에 있어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접근과 동맹 구축으로 중국을 포위한다는 구상에서는 트럼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제한, 지렛대, 경쟁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가 2019년 4월 발간한 보고서 「제한, 지렛대, 경쟁: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은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 자유주의자들의 총론을 잘 보여준다. 미국진보센터는 민주당 계열의 싱크탱크로, ‘오바마의 두뇌’라고 불릴 정도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니라 탄덴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으로 지명되었듯, 바이든 행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의 공동 작성자인 켈리 매그서먼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관련 직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행정부 내 아시아 지역 총괄책임자를 일컫는 일명 ‘아시아 차르’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보고서는 “21세기의 가장 큰 지정학적 과제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될 것”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번 세기의 중심 경합은 미국의 정치경제 발전 모델과 중국 모델 간의 경합이며, 만약 중국의 비전이 우세해져 21세기의 지배적인 힘이 된다면, 미국과 세계가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고 덜 안전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미국이 중국과 ‘제로섬’식 냉전에 돌입할 필요는 없지만, 글로벌 리더십을 재확보하고 잘못된 국내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2001년 11월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중국의 WTO 가입 서명식. 중국의 WTO 가입은 냉전 종식 후 세계와 중국 경제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연구자들은 중국이 WTO 가입으로 비약적인 수출 확대를 시작한 반면, 미국은 중동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한 이 시기를 오늘날 미중경쟁의 씨앗으로 평가한다. [사진출처: 《AP통신》]

그런데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는 지난 수십 년간의 전략적 관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미국의 기술 혁신과 노동자를 위해 공공자원을 투자하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시작하여 국력을 소비했다. 자연 비교 우위(천연자원)와 현재의 기술 우위에 안주했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이루어진 투자의 결과였다. 미국이 안주하는 동안 중국은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 등 신흥 기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미국의 기술 리더십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성공적으로 잠식했다. 요컨대 미국은 점점 더 강력해지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바로 그 영역에서 뒤처졌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수조 달러를 공교육, 공공 인프라, 첨단 연구개발(R&D), 외교에 쏟아부은 반면, 미국은 그런 투자 없이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도전이 미국에 미칠 위험을 인식했으나, 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을 약화, 고립시키고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전략을 추구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 노동자 지원과, 미국이 신기술과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을 제대로 못했다. 정치적으로는 동맹국들과 파트너들과 소원해지고 세계의 지도자 역할에서 철수했다. 

미국이 이러한 노선을 유지한다면 중국에 (국제적 영향력의) 실질적인 기반을 내줄 것이다. 중국은 세계 주요 시장과 기술, 고임금 일자리를 장악해 미국을 가치사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중국은 경제적 기반을 활용하여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정치·군사·외교적 목표를 추구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세대 이동통신 장비 공급자 역할을 활용해 세계 통신망을 통제하고, 세계 인터넷에 권위주의적 통치 모델을 밀어붙일 수 있다. 미국의 동맹이 흔들리는 동안, 중국은 군사력 격차를 축소하면서 갈수록 직접적으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아시아 내 안보 균형을 흔들 것이다. 기후변화와 공중보건을 비롯한 세계적 위기에 대해 미국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질 것이다. 이런 전망을 전환하려면 미국은 국내 경제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고, 공교육, 인프라, 혁신, 연구개발, 외교 등 경제 번영과 국가 안보의 근본 동력에 투자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대신, 동맹국 및 파트너와 다각적 대중국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는 ‘제한, 지렛대, 경쟁’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틀을 제안한다. 중국이 미국의 개방적인 시스템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중국의 역량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전염병 확산 등 세계적인 위기를 해결하며,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 맞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더 포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회색처럼 모호하고 점진적인 행동들을 통해,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응을 피해왔다고 설명한다. 중국이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통해 미국 기술을 이전하고, 남·동중국해에 인공 섬을 건설해 영향권을 늘려가고, UN 안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그 예다.
 
미중 무역전쟁에는 유보적 태도

트럼프 시기 미중갈등을 상징하는 ‘미중 무역전쟁’은 바이든 시대에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자유주의자들은 대체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행위에 대한 비판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호전적인 무역전쟁이 낳는 결과를 우려했다. 민주당 정책강령은 트럼프의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내 일자리 30만 개 이상 감소, 미국 농부·제조업자·노동자·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2018년 6월 발표한 「미국-중국 경제관계: 갈등에서 해결책으로」는 트럼프의 미중 무역전쟁을 다각도에서 비판했다. 트럼프식의 무역전쟁은 미국에도 출혈이 크며, WTO를 비롯한 다자적 세계무역시스템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해답 역시 여전히 다자주의의 틀 안에서 중국 경제와 미국 경제의 ‘윈-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간 무역규범을 다루는 유일한 세계기구인 WTO를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우회하여, WTO를 무력화하는 것을 우려한다.  

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은 분쟁의 원인보다 훨씬 더 전면적이라고 설명한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성장과 고용의 손실, 간접적으로는 세계무역체계의 피해, 즉 투자의 감소, 효율성의 감소가 일어난다. 미국과 중국 둘 다 경제성장률 둔화를 장기적 추세로 겪을 전망이다. 상대 국가에 경제성장 감속의 원인을 돌리고 싶은 정치적 욕망이 생길 것이나, 실제로는 양국 모두 세계적 생산과 무역을 통한 효율성 증가를 필요로 한다. 즉 미중 무역은 윈-윈이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적 조치는 반생산적이다. 중국산 물품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뿐 아니라 세계 공급사슬에 부담을 지운다. 협상 수단으로서도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보복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 또한 이런 식의 관세 위협은 (주로 미국의 동맹국인) 선진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며, 국제경제의 규범과 규칙을 파괴한다. 만약 중국이 대미국 무역흑자를 줄이기로 합의한다면, 중국은 미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장은 트럼프의 승리로 보이겠지만, 국제무역 시스템을 시장 경쟁력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이고, 바로 그런 차별적 행위를 막고자 한 WTO의 목표를 잠식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분쟁 중 WTO와 여타 다자적 틀을 활용하여 다룰 수 있는 것은 양자 간 협상이 아니라 그러한 틀로 다루어야 한다. 법적 위상을 지니는 분명한 결정이 상호 보복의 악순환을 억제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무역 같은 일반적 상업분쟁까지도, 철강이 군함이나 전차 생산에 쓰이니 국가안보 문제에 해당하는 예외(국가 안보가 이유일 때 긴급 무역제재를 허용하는 1962년 미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라는 억지를 쓰며 WTO를 우회하고 직접 제재를 가했다.

미중 간 경상수지 불균형의 축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 자체도 적절한 경제적 근거가 없다.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중국은 대규모 세계적 흑자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세계무역적자를 줄이는 가장 확실하고 바람직한 방법은 국내 정책의 변화를 통해 순국민저축을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중 쌍방 간 직접투자 확대가 오히려 경제관계를 개선할 것이다. 직접투자 확대는 가시적인 일자리를 창출하여 긴장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무역전쟁 비판과 WTO나 TPP 등 다자적 틀 활용 권고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단호히 폐기·역전시키는 것과 달리 무역정책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의 의제로 설정한 것 중 ‘미국 국내 산업·일자리 우선’ 기조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12월 1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나,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당장은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협상에 있어 미국이 아직 지렛대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선택권을 소진시키지 않겠다는 이유다. 같은 날 차기 경제팀 지명자 소개 행사에서 “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대규모 사업장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의 경제와 일자리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 하에 필요하다면 트럼프식 정책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군사력 현대화와 미국 국내 혁신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정책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방향이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군사동맹을 경시하고 비용 문제로 바라보면서, 미국의 국방 기조를 ‘힘을 통한 평화’로 두고 국방예산과 군비 증강, 무력대응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동맹을 복원·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실질적인 군사력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대규모 무력충돌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트럼프의 군사정책, 예컨대 대북선제공격 ‘코피’ 작전 검토,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드론 암살, 저강도 핵무기 실전 배치에 비해서 안정적일 수 있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고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포린 어페어스》 2020년 11·12월호에 기고한 「국가 안보 타산」은 그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글은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에 대한 주요한 도전으로 파악하고 그 대응으로 군사력 현대화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선 냉전의 유산인 고비용 무기 시스템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은 전쟁과 평화 사이의 ‘회색지대’와, 미국의 개방적인 인터넷과 경제를 악용하는 방식이지 전통적인 화력 경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중동에서의 지상전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동안,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A2/AD(반접근/지역거부) 무기에 투자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관계를 악화하는 동안, 중국은 외교 예산을 두 배로 늘리고 개발도상국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국제원조의 양에서 미국을 뛰어넘게 되었다. 여전히 미국의 국방예산은 중국을 능가하지만,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우위는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국제 외교뿐만 아니라 미국 국내 혁신에 대한 필수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의 제안은 국방예산부터 정비하는 것이다. 냉전의 유산과 각종 지역구 정치가 반영된, 쓸데없는 예산을 걷어내면 향후 10년간 수천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예산 정비 과정이 국내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의회는 각 세부 조정안을 논의하는 대신 포괄적 국방개혁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받아들여야 한다. 목표는 적대국들과의 비대칭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항공모함은 미국이 세계에 전력을 투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훨씬 저렴한 중국산 대함미사일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해군은 해상함대를 계속 확충할 것이 아니라 정비 가속화와 차세대 잠수함에 투자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접근을 막기 위한 전력에 투자하는 만큼, 미국은 단거리 대신 장거리 전력에 투자해야 한다. 이때 중국, 러시아와 협의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장거리 재래식 공격을 핵 공격으로 오인하는 파국을 예방할 수 있다. 육지전의 시대가 지나가고 공중·해상·우주 분쟁 가능성이 올라간 만큼, 육군은 인원을 줄이고 전차 대신 정보통신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저강도 핵탄두 배치는 핵무기 실전 사용으로 이어져 전면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회해야 한다. 향후 30년간 핵무기 개발에 1조 달러를 투여하기로 한 계획도 취소해야 한다. 노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무기의 질은 새롭게, 양은 적게’ 만드는 방향으로 군사력 현대화를 꾀해야 한다. 트럼프가 무너뜨린 군비통제 외교를 되살려야 하는데, 급선무는 2021년 만료를 앞둔, 미러간 장거리 핵무기 감축조약 ‘신전략무기 감축 협정’(뉴스타트)을 연장하는 것이다.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군사력 현대화와 국내 혁신은 상호보완적이다. 군사력 현대화를 통해 미국 내 첨단 제조업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수십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력이나 국방예산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무너진 기술력과 공급사슬을 정비하고 새로운 외교에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3.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그림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의 원칙은 확고해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핵능력 축소’라는 전제조건에 동의해야만 만날 것이며, 트럼프의 ‘파격외교’, ‘탑다운 대화’와 달리 ‘원칙에 입각한 외교’로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점을 미 대선토론이나 직접 연합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을 꺼려온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무장관 지명자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에이브릴 헤인즈 등 추후 대북 정책을 담당할 주요 인선은 모두 대북 ‘원칙주의자’로 평가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판단과 원칙을 기준으로 대북 행동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북한의 제재 저항 능력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셋째, 북한이 타협 노력을 보이면 미국은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능력 문제

북핵 문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의 문제에서 미국 본토의 안보 문제가 되었다. 북한 핵능력은 북미대화가 시작된 2018년 이래로도 계속 강화하여, 지난 7월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는 대북 대응작전 지침 보고서 「북한 전술」에서 북한이 20~60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북한이 해마다 새로운 핵무기를 6개씩 만들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측되므로, 2020년 이내에 100개까지 보유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UN,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도 북한이 2018년 이래로 핵물질 생산과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핵 역량도 이전보다 발전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 SLBM 등 전략무기를 공개하여, 군사력이 상당히 증강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와 달리 ‘전략적 인내’로만 일관하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202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형이 아닌 실제 미사일이라면 중국·러시아가 운용중인 ICBM보다 큰, 세계 최대의 이동식 ICBM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뉴스1》]

북한의 경제난과 코로나19
 
한편 올해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홍수 피해라는 3중고가 겹쳐 경제위기에 빠져들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현 상황을 ‘전대미문의 고난’으로 표현했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데, 11월에는 혜산시 등 국경 도시에 이어 평양시까지 봉쇄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중국이 제공한 쌀 10만t을 받지 않거나, 어업과 소금 생산을 전면 금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히 올해 1월 말부터 방역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차단한 것이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11월 27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국경봉쇄로 인해 올 1월~10월 북중무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분의 1 수준(5억 3000만 달러)으로 급감했다. 중국 물자 반입이 끊겨 생필품 가격은 4배로 뛰었다.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10월부터 급격히 떨어져 11월 중순에는 6900~7000원(20% 하락)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북한 원·위안 환율 역시 한 달 만에 37.5% 폭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 속에서의 북한 화폐 가치 상승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제재 장기화로 인해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 금지령을 내렸을 가능성 등이 언급되지만, 정보 부족으로 명확한 분석이 아직 없다. 다만 북한 당국이 환율 급락의 책임을 물어 평양의 환전상을 처형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급격한 환율 변화로 인한 시장 혼란을 다스릴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2월 5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현상’ 질책에 따른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을 보도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의 여파로 어지러운 민심에 대한 내부 통제 수단으로 보인다. 

새로운 북미대화의 전제조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원칙적으로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화의 성립 조건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등 여권 인사들은 ‘페리 프로세스’와 같이 과거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 합의를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접근법에 대해 낙관한다. 그러나 지난 세월 북한의 핵 개발 때문에 상황은 이전과 달라졌다. 합의의 붕괴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은 미국 민주당의 대북 관여 정책을 파산시켰다. 당시에는 주로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책임이 부각되던 ‘제네바 합의’ 붕괴의 경우에도, 북한은 적어도 2002년 이전부터 합의 위반 사항인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었다는 것이 후에 밝혀졌다. 북한은 또한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내세운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미사일 실험을, 곧이어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하여,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선회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진정으로 미국과 협상을 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했고, 대화의 가능성은 점점 닫혔다. 2013년 3차 북 핵실험 뒤,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북한이) 나쁜 행동을 하는 데 대해 보상하는 패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소득 없는 북미대화를 보면서 민주당의 불신은 더더욱 강화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인해 과거와 같은 초기조건의 협상도 불가능하다. 1998년  페리 프로세스의 1단계 협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핵의혹시설에 대한 미국의 현장방문을 대북 경제제재 일부 해제와 맞바꾸는 것이었다.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이었기에 이러한 제안이 가능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과시하는 오늘날에는 첫 단계에서부터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핵 시설 신고, 핵 물질 감축, 미사일 폐기, 검증 로드맵 합의 등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 당국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로 주요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를 이룰 수는 없으리라는 것은, 하노이회담의 결렬과 북미대화 교착상태라는 현실이 증명한다.  

중요한 점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폐기하고, 북한과의 ‘핵 통제’ 협상으로 만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으로 확립된 세계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무력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페리 프로세스 당시에도 궁극적 목표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중지’였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시험대에 놓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의지를 조속히, 분명하게, 실물로 보여줄수록 핵전쟁위기는 빠르게 해소될 것이다. 
 

한반도 위기를 심화하는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

2019년 초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범여권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언급하며, 한 방에 국면을 타개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북미 간에, 남북 간에 진전된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의 바람과 달리 북미대화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운영 재개, 북한 개별관광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의 핵심 매개로 강조한 ‘종전선언’조차 유관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지 못했다. 종전선언이 미국에도 북한에도 큰 의미가 없는 카드라는 것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종전선언 교환’이라는 안이 하노이 회담에서 ‘스몰딜’로 취급되고, 양측 모두 차라리 ‘노딜’을 택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나 강화조약에 선언적으로 동반되는 개념이지, 그 자체로 따로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표현대로 ‘정치적 선언’일 뿐 구속력이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과 ‘친문’ 진영은 트럼프가 세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하고, 성차별·인종차별·자국우선주의적 기류를 세계에 확산한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재선을 기대하며 움직였다. 트럼프가 재선되어야 남북미정상대화라는 프레임이 무너지지 않고, 혹시 모를 ‘제2의 싱가포르, 판문점 선언’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그런 기대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라도 지속할 수 있어야 정권 재창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본 듯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도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정책을 전면 재구성하는 대신, 트럼프 시기의 기조를 이어가며 한미 간 동상이몽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이어가자”는 발언이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북미의 시간’이 아니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발언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현하지 못한 일들은 바이든 행정부에는 더욱 기대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문재인 정권의 입장은 북핵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고, 이러한 한미 간 불협화음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 정권을 대하는 태도도 한반도 위기의 심화 요인이다. 북한 당국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거듭하여 위반했다.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9월에는 서해상에서 남한 공무원을 총격 살해하는 일까지 있었다. 문재인 정권이 제1의 성과로 내세우는 남북군사합의가 이렇게 무너진 데에는,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이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 없이도 한반도 평화가 가능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북한의 비상식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행위들에 책임을 묻지 않으며, 이벤트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지지율 제고라는 젯밥에만 관심을 보여 왔다. 이러한 행보는 북한 당국에게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자신감과, 대남 압박을 가해도 전혀 불이익 없이 보상만 얻어낼 수 있다는 인식을 주었다. 이는 북한이 과감히 대남 도발을 선택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나아가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자신의 협상력을 과신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 정권 모두 미중경쟁이 격화되는 정세를 ‘호재’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북한 정권은 2018년 이래로, 사실상 중국의 후원에 기대 핵무기 보유를 고수하면서 고강도 대북제재를 버텼다. 코로나19로 중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대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만약 북한이 지금 미국 정권 교체기를 노려 군사적 도발 행동에 나선다면, 이는 미중경쟁 격화 속에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계산이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활용하여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권이 대중외교에 공을 들이고, 사상 초유의 전염병 위기 앞에서도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삼간 것 역시 미국을 대체할, 남북교류의 후원자를 찾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전선 참여 요구를 거절하는 것을 ‘민족자주 외교’로 합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남북한 정권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여 미중경쟁을 활용하는 속에서, 한반도 비핵평화라는 목표는 실종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적 행보에 대한 통제도 난맥을 겪고 있다. 
 

4. 미중 전략적 경쟁,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미중관계가 ‘전략적 경쟁’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한다는 의미인가? 헤게모니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인가?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제안은 미국에 세계 헤게모니를 나누자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은 혼자서든, 미국과 함께든 세계 헤게모니를 담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중국의 ‘신형국제관계’와 ‘일대일로’ 구상, 동·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현대 이전, 인근국과의 조공체제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중화질서’ 세계관을 연상시킨다. 20세기에 형성된, 일관되고 상호주의적인 규칙과 다자주의적 국제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현대 자본주의의 국제규범을 따를 생각이 없는 ‘중국 특색의’ 지도는 미국을 차치하더라도 유럽연합이나 일본과 같은 주요 국가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2020년, 중국이 코로나19의 기원과 확산 문제에 책임을 지는 대신, 중국 책임론에 대해 경제보복을 가하고, 일명 ‘전랑(늑대 전사)외교’로 대응하는 모습은 그러한 여론을 더욱 굳혔을 것이다.

헤게모니 국가란 새로운 자본 축적 체제를 만들어내고, 해당 국가의 이익이 전체 국가의 보편적 이익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국가다. 중국이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미국과 달러 중심의 헤게모니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미국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득세하며 미중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20세기 중반의 영광을 쉽게 되찾을 수 없는 것도 확실하다. 가능한 길이 G0, G1, G2의 세 갈래라고 했을 때,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세계를 이끌어가는 G2의 길은 아직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이상적인 G2 체제 형성에 기여할 생각이 아직까지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은 G1을 향한 경쟁을 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세계를 G0 상태로 몰아넣었다. 당분간 G2 헤게모니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과거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가장 근본적으로 세계정세를 좌우하는 요소였던 것처럼, 오늘날 세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다. 하버드대 벨퍼국제문제연구소 소장, 미 국방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중경쟁이 열전(熱戰)이 될 가능성은 대부분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크며, 미중이 격돌한다면 한반도가 제3차 세계대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경고한다. 미국 국방 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2016년 작성한 「미중전쟁 시나리오」는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과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데, 미중 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계기로 북한 정권의 붕괴나 한반도 통일을 둘러싼 갈등 등을 꼽는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꺼내지 않더라도, 미중경쟁은 ‘강 건너 불구경’일 수가 없다. 한반도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경제보복, 한국전쟁 ‘항미원조’ 주장 논란, 화웨이 제재와 LG유플러스 5G망 논란, 쿼드 가입 문제 등 그 영향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세계 전략 경쟁을 모른 척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미중 양자로부터 이미 많은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은 선택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미국도 중국도 만족하지 않는 결과를 내 왔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이를 두고 “최상의 시나리오는 없다. 로맨틱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한국은 미중 양쪽에서 바람둥이로 낙인이 찍혔다.”라고 평했다.

 사회운동도 미중경쟁 같은 강대국 간 다툼은 우리 민중의 삶과 상관없다는 ‘로맨틱한 생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다자주의적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중국 특색의’ 신형국제관계, 각각이 의미하는 바를 더 엄정히 평가해야 한다. 그래도 어떤 길이 대안적 세계화의 길과 친화성이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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