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해외 노동조합의 대응 현황과 시사점

류미경 | 민주노총 국제국장, 사회진보연대 회원
우리의 과업이 강을 건너는 일이라고 가정해보자. 다리나 보트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다리를 짓거나 보트를 만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강을 건너는 것에 관한 논의가 무슨 소용인가? (이탈리아 노총)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보건의료 위기는 급속하게 전례 없는 수준의 노동자 고용·생계 위기로 이어졌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0년 1분기 노동시간이 코로나19 발발 이전(2019년 4분기)에 비해 4.5%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규직(주 48시간 기준) 일자리 1억 3천만 개가 사라진 셈이다. 더 나아가 2분기에는 각국의 봉쇄조치가 연장·장기화하여 노동시간의 10.5%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정규직 일자리 3억 5백만 개에 해당한다.  

각국 노동조합은 방역의 최일선에 투입된 의료노동자 및 공공부문 노동자의 감염 예방과 건강 보호를 요구하면서 대응을 시작했다. 이후 범위를 넓혀 모든 사업장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 대책과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유급휴가와 가족 돌봄 휴가 보장을 확보하고자 했다. 유럽 각국이 지역 폐쇄 및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재택근무를 장려하자,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손실에 대한 임금 보전 대책을 요구했고, 각국 정부가 취하는 경기부양 정책에 고용유지 대책을 연계하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위기가 일시적인 위기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기 침체를 더욱 장기화하리라 전망하고 각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이 글은 여러 노동조합 중에서도 유럽 내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급속하게 확산했고, 높은 치명률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에서 노동조합이 감염병 유행 단계별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본다. 이 중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을 유럽 내외 여타 노동조합의 대응과 비교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 시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할 것이다.
 


1. 위기 대응의 주요 행위자로서 노동조합: 이탈리아노총 사례 

 
CGIL(이하 이탈리아노총)은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2월 23일부터 곧바로 대응을 시작했는데, 감염병 대유행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고용과 생계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요구안을 만들어 정부의 대책에 반영해냈다. 
 

1) 현장 투쟁과 중앙 교섭을 통한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 수립


이탈리아노총의 초반 대응은 △방역에 종사하는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 대책, △보건의료 부문 특별채용을 통한 인력확충, △안전장비 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3월 8일 정부가 ‘적색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식료품·의약품 구매 등 기초적인 용무를 제외하고 거주지 밖 외출을 금지(4월 3일까지)하고, 뒤이어 3월 11일 통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업장 안전을 위해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사업장 안전 대책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통행금지 및 재택근무 권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장이 안전대책 없이 가동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인 3월 12일 이탈리아노총은 “사업장 안전대책은 권고가 아닌 협약으로 제정되어야 하며, 안전조치가 미비할 경우 생산 활동은 중단되어야 하고 임금보장 등 대응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3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거리에 이탈리아 국기를 마스크로 표현한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전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필수 사업장 운영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출처: 연합뉴스]

특히 정부 지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집중되었던 북부지역에서, 사업주들이 안전대책 없이 공장을 가동하자 3개 노총(CGIL, CISL, UIL)의 각 금속노조(FIOM-CGIL, FIM-CISL, UILM-UIL) 조합원들은 여러 사업장에서 사업장 방역과 개인 보호장비 지급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상업서비스노조(FILCAMS-CGIL, FISASCAT-CISL, UILTUCS-UIL)는 슈퍼마켓 및 식료품 상점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몇몇 금속 및 화학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요구로 공장평의회가 방역 및 감염 예방조치에 필요한 기간의 작업 중단을 결정했다. 코로나19 핵심지역인 베르가모와 브레스치아 지역에서는 사업주가 안전한 노동환경을 갖추기 전까지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광장과 거리에 나와 1m 간격의 대열을 만들어 시위에 나섰다.
총연맹의 압박과 현장투쟁에 힘입어 3월 14일에는 총리와 경제부 장관, 노동사회정책부 장관, 경제발전부 장관, 보건부 장관 등 정부대표와 3개 노총 대표자, 4개 사용자단체 대표자가 화상을 통해 18시간 동안 교섭한 끝에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 주요 내용
○ 목적
△재택근무·원격근무가 가능한 업무는 스마트 워크 최대한 활용, △유급휴가 및 단체협약에 따른 휴가 사용 장려, △생산과 관련 없는 모든 부서 가동 중단, △감염 방지 안전 협약 대책 도입, 불가능할 시 근무자 간 1m 간격 유지 및 개인 보호장비 지급, △작업장 및 공동 구역 방역, △생산시설 내 인적 이동 최소화 등 3월 11일 총리가 발표한 감염 확산 저지 가이드라인이 전국 각 사업장에서 시행되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 더불어 사업장 특성을 반영하여, 사업장 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장 단위 특별 단체협약을 노사교섭을 통해 체결할 것을 장려함.
○ 내용
1. 노동자를 위한 정보 제공
•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 및 모든 사업장 출입자가 볼 수 있게 정부의 보건 지침을 눈에 띄게 게시할 것. 특히 발열 및 호흡기 질환 유증상자 출입금지, 이전 14일 내 감염위험지역 방문 또는 확진자 접촉 경력 있을 시 출입금지 및 자가격리, 안전거리 확보, 손 씻기 등 위생수칙 준수, 작업 중 증상 확인 시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사업장 내 타인의 안전 보장에 협조할 것 등의 내용 명시.  
2. 사업장 출입 절차
• 발열 체크. 발열 시 일시 격리 및 마스크 착용, 응급실 방문 금지 및 주치의의 지시에 따를 것.
• 이전 14일 내 확진자 접촉 또는 WHO 가이드라인에 따른 위험지역 방문 이력 있을 시 출입 금지.
3. 외부 협력업체의 사업장 접근 
• 외부인 출입절차 마련 및 사전 공지(가동 중인 부서 직원과 접촉 최소화).
• 차량 이용 시 운전자는 가급적 차량에 남아 있을 것. 물품 운반 시 1m 간격 엄격하게 유지할 것.
• 외부 협력업체 직원을 위한 별도 화장실·위생시설 마련 및 청결 유지.
• 방문객 최소화. 청소·시설관리 용역업체 직원 출입 시 출입 규정 준수.
• 회사가 제공하는 통근차량에서도 노동자 안전 확보.
• 안전 규정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도 적용할 것.
4. 사업장 내 청소 위생관리
• 사업장 내 모든 시설 매일 청소, 정기적 방역.
• 사업장 내에서 확진자 발생 시 보건부 규칙에 따라 소독 및 환기.
• 매 교대조 근무 후 직접 접촉하는 장비 소독. (사무실 및 생산부.)
• 보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회안전망을 활용하여 정기/특별 방역을 위한 휴가 실시.
5. 개인위생관리 
• 개인위생관리, 특히 손 씻기 의무화.
• 회사가 손 세정제 지급.
• 비누와 흐르는 물로 자주 손 씻기 권장.
6. 개인 보호장비 
• 위생 지침 실천과 개인 보호장비 착용은 핵심적이며 현재의 비상사태를 고려하면 시장의 상황에 달려있음. 이에, WHO의 규정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함. 공급 부족을 감안하여 마스크는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보건당국이 권고한 형태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함. 세정제 역시 WHO 가이드라인에 알맞은 종류로 비치해야 함.
• 그러나 근무 중 1m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일 경우 마스크 외에도 다른 장비(장갑, 고글, 방호복 등)를 사용해야 함. 
7. 공동구역 관리 (구내식당, 탈의실, 흡연실, 식음료 자판기) 
• 구내식당, 흡연실, 탈의실 등 공동구역 출입은 제한되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환기 조치를 해야 함. 이용 시 개인 간 1m 간격 유지해야 함.
• 탈의실에 노동자들의 옷을 위생적으로 보관하도록 관리해야 함.
• 구내식당, 식음료 자판기, 키보드 등은 적절한 세제로 매일 청소하고 정기적으로 소독해야 함.
8. 업무 조직 
• 3월 11자 총리령에 따라 코로나19 비상시기 및 전국협약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는 다음을 시행해야 한다.
   △생산부를 제외한 부서에 대해 스마트워크 또는 원격근무가 가능한 모든 부서 폐쇄를 명령할 것. △생산 수준을 리모듈화하고 재조정할 것. △가능한 교대조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분리되도록 교대근무 계획을 조정할 것. △재택 혹은 원격으로 가능한 모든 업무는 스마트워크로 소화할 것. 사회안전망이 사용될 경우 직원 전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순번제로 사용하고 지속해서 평가할 것. △임금 손실 없이 결근이 가능하도록 근로계약 및 일반적인 규정에 따라 사회안전망이 적용되는 유급휴가를 우선 사용하도록 할 것. △사회안전망에 따른 보장이 충분치 않을 경우 잔여휴가를 사용하도록 할 것. △국내 국외 출장은 이미 예정된 것이라도 연기 또는 취소할 것.
9. 직원 출입관리 
• 입구, 라커룸, 구내식당 등에서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출퇴근 시간에 격차를 둘 것.
• 출입문 근처에 손 세정제를 배치할 것. 
10. 구내 이동, 회합, 교육 
• 사업장 내 동선 최소화.
• 대면 회의 금지. 원격 회의가 불가능할 경우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개인 간 안전 간격을 유지하고 방역·환기 조치를 확실히 할 것. 
• 내부 행사, 의무 교육을 포함한 강의실 교육은 연기 또는 취소할 것. 스마트워크가 가능한 직원들은 원격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것.
• 기한이 있는 보수교육, 직무교육, 안전보건교육 미실시는 불가항력으로 보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 
11. 유증상자 관리 
• 유증상자 발생 시 인사(HR)부서에 즉각 통보할 것.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격리조치를 취하고 사업장 내 모두에게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 회사는 관할 보건소 코로나19 비상연락처에 알릴 것.
• 회사는 보건 당국이 필요한 적절한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사업장 내 “밀접접촉자”를 밝힐 것. 감시기간 동안 회사는 밀접접촉자를 회사 밖으로 내보낼 것. 
12. 건강검진/사업장 주치의 
• 보건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위생 조처를 할 것.
• 코로나19 비상시기 예방적 건강검진과 요청에 따른 검진, 병가 후 업무에 복귀한 노동자에 대한 검진이 우선 이루어져야 함.
• 정기적 건강검진은 감염 의심 환자를 가려내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중단되지 않도록 할 것. 
• 사용자는 코로나19 관련 모든 규제조치에 대한 보충적 자문을 사업장 주치의에게 구할 것.
• 사업장 주치의는 회사에 노동자의 특별한 취약점 또는 현재 또는 과거의 질환을 알리고 보호조치를 요구할 것. 프라이버시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주치의는 보건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함. 
13. 협약의 업데이트
• 사업장 내 노조 대표 및 현장 대표의 참여하에 지침 준수를 점검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것. 
 
노사정 합의로 수칙이 채택된 다음 날 마우릿지오 란디니 이탈리아노총 사무총장은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소득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평가하며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작업중단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용자들이 안전 대책을 확보하지 않고 조업을 지속하자 3개 노총 공동 총파업을 선언했다. 정부를 압박하여 코로나19 위기 시에도 유지되어야 할 필수업무의 목록을 채택하고, 이외의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봉쇄조치 완화 시점 판단과 완화에 따른 안전 확보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개입했다.이탈리아노총은 “봉쇄조치의 경제적·재정적 안정성의 위험요소와 봉쇄 완화가 감염 확산 억제에 미칠 부정적 결과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인식하며”, 엄격한 분석에 따라 제2국면 개시의 조건을 사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노사정 합의에 따라 도입한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 및 이에 따른 사업장 단위 안전협약과, 완화조치 개시 시점에 대한 과학자 집단의 제언, 이 두 가지를 참조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봉쇄조치가 완화되었을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사업장 내 공간 및 동선 배치와 노동조직 측면에서 안전 기준을 달성해야 하고, △공급사슬망(도급, 하청) 내에서 운영되는 업체에도 이를 적용해야 하며, 특히 △통근과 이동 시 안전 확보를 위해 교통 시스템도 재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26일 총리가 봉쇄조치 완화 계획을 발표하자, 이탈리아노총은 노사정 교섭을 요청하고 완화조치에 맞게 업데이트한 수칙을 합의했다. 
요약하면,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서 사업장 안전을 확보하고자 했고, 현장 투쟁과 총연맹의 선제 개입으로 사업장 방역수칙을 확립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일방적 권고가 아닌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하여 강제력 있는 방역수칙을 만들어냈고, 이행 및 점검에 대한 개입통로를 확보함으로써 위기 대응의 주요 행위자로서 노동조합의 위상을 분명히 세운 것이다. 
 

2) 고용·생계유지 긴급 대책에서 연대와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 소득보장제도 재편으로


다음으로는 봉쇄 및 조업 중단에 따른 고용·생계 위협에 대한 대응이 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부의 비상 재정투입이 “전국 모든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소득지원을 위한 조치에 쓰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3월 4일 개최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총리 주재 비상회의에서 이탈리아노총은 위기 시 고용·소득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를 제출했다. △비상사태기간 동안 모든 형태의 해고를 금지할 것, △사회보험 및 세금 경감 등의 조치는 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할 것, △공공부문 신규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 △조업 중단 시 임금을 보장하는 ‘사회적 완충조치’(Ammortizzatori Sociali)를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할 것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를 지속할 것 등이다. 더불어 사회보장 및 소득 지원 제도의 자격 요건 적용을 중단하고, 2월 23일(국가 비상사태 선포일) 이후 발생한 수급 자격 박탈을 무효화할 것도 요구했다.
‘사회적 완충조치’란 실업 문제에 대응하는 복합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한국의 고용보험과 비슷하지만, 더 포괄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전국사회보장공단(INPS)이 운영하는 고용유지 및 소득 보전 기금은 크게 △실업기금 △조업 단축· 중단 시 소득보장기금 △전직기금으로 구분된다. 이 중 소득보장기금은 노동자 임금의 일정 비율을 사용자들이 보험료로 납부해서 조성한 기금이다. 일반 소득보장 지원금(Cassa Integrazione Guadagni Ordinaria, CIGO)은 사용자나 노동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경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업 단축 혹은 중지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경우에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로 제조업과 건설업에 주로 적용된다. 또한 특별 소득보장 지원금(Cassa Integrazione Guadagni Straordinaria, CIGS)은 기업 구조조정, 전직 등 배치전환, 기업 위기, 도산 절차가 진행될 경우, 노동하지 못한 시간만큼 임금을 보장한다. 또 일반 소득보장 지원금(CIGO)이 적용되지 않는 업종 또는 일반 소득보장 지원금의 기한 한도를 다 소진한 사업장에 적용되는 예외적 소득보장 지원금(Cassa Integrazione Guadagni in Deroga, CIGD)도 있다. 세 경우 모두 다 임금의 80%까지 보장한다. (금액상한 및 기간 제한이 있다.)
이에 더하여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인원 감축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실시할 때, 기존 임금을 보장하는 수단인 연대협약(Solidarity Contract)이 있고, 소득보장기금(CIG)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부문의 노동자(장인, 파견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하는 연대기금(Solidarity Fund)이나, 별도의 사회보장체계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기금도 있다. 연대기금은 다시 양자 간 연대기금, 장인 및 파견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대체 양자 간 연대기금, 사회보장청이 운영하며 여타 기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임금유지기금(FIS)으로 구분된다. 이탈리아노총은 이러한 소득보장기금과 연대기금의 사업장 규모 제한을 모두 없애고 적용 범위를 모든 노동자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탈리아를 치유하자」(Cura Italia) 법을 "코로나19 전염병 위기에 대응하여, 국가 보건의료 서비스와 가족, 노동자, 기업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법"으로 소개하는 이탈리아노총(CGIL)의 웹포스터.

이러한 요구는 정부가 3월 16일 공포한 위기 대응 긴급 조치인 「이탈리아를 치유하자」(Cura Italia) 법률명령에 대폭 반영된다. 정부는 총 250억 유로(약 34조 원)를 긴급 지출하면서 이 중 100억 유로를 고용 및 노동자지원에, 35억 유로를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 강화에 투입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가계 지원: △국가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한 민간·공공부문 노동자 자녀 돌봄 휴가 15일 연장(임금 50% 보장), 12세~16세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무단결근 허용(해고 사유 안 됨) △육아 보너스(바우처) 최대 600유로 지급. 치안·국방·구조 종사자의 경우 1,000유로까지 지원 △중증 장애인 휴가 12일 추가, 중증 장애인 또는 중증 장애인 가족이 있는 노동자는 재택근무 △실거주 주택 주택담보대출 상환 유예. 강제퇴거 금지 △각종 인허가증 만료일 연장(6월 31일)
② 노동자 지원: △일반 소득보전 지원금(CIGO) 및 임금유지기금(FIS) 적용요건 완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 적용, 근속요건, 보험료 납부 기간 등 요건 적용 중단, FIS는 5인 이상 사업장 지급) △사회적 충격 완충 기금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이미 소진한 노동자를 위한 특별기금 마련 △자영업자, 독립계약자, 공연예술인, 농업노동자 등 대상으로 600유로(83만 원) 생계지원금 지급 △3월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100유로(13만 7천 원) 특별 보상금 지급(비과세) △유급 휴가 12일 추가 △확진자, 자가격리자 유급 병가 처리 △60일간 집단 해고 및 경제적 이유에 의한 개별해고 금지 △실업수당 신청 기한 연장
③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 △재정확충 1조 4100억 유로 △신규인력 채용 △비상상황에 투입되는 의료 노동자 초과근무수당 확대 △보건 전문가 및 의료 전문가 배치 △폐렴 등 감염병 치료를 위한 집중 치료실 병상 확보. △의료비 지출 한도를 완화하여 민간병원 동원
 
「이탈리아를 치유하자」 법률명령 중 한시적 해고금지에 관한 조항(46조)은 다음과 같다. “동 법률명령 발효일부터 223호법 (1991년 7월 23일 발효) 4조, 5조, 24조에 따른 절차 개시를 60일간 배제하며 2020년 2월 23일 이후 개시된 절차는 진행을 보류한다. 위의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사업주는 종업원 수와 관계없이, 604호법(1966년 7월 15일) 3조에 따른 ‘정당한 객관적 이유’에 해당하여 해고 예고가 필요한 고용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 223호법에 따른 해고란 경영상 이유에 따른 집단 정리해고를 뜻하며, 604호법에 따른 해고 중 ‘정당한 객관적 이유’에 따른 해고는 생산 방식, 노동조직의 편성 및 그 규칙이나 기능상의 이유를 말한다.
이러한 조치는 4월 6일자 「유동성 지원에 관한 법률명령」(Decreto Liquidatá)과 5월 15일자 「경제활동 재개에 관한 법률명령」(Decreto Rilancio)을 통해 연장된다. 특히 「이탈리아를 치유하자」 법률 명령을 통해 60일 한도로 도입된 해고금지 조치는 2020년 8월 17일까지로 연장되었고 고용유지 및 소득보장 기금으로 160억 유로가 추가 투입되었다. 자영업자, 독립계약자, 공연예술인, 농업노동자 긴급 지원을 위한 생계지원 및 빈곤가구 긴급 지원 역시 연장되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부의 긴급 대책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동안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한 점, 비전형 노동자, 자영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위한 대책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한시적으로 해고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어 위기 시 고용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신호를 주었다고 평가하고, 영세사업장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이탈리아노총은 확대 적용된 고용유지 및 소득보장 조치가 대량해고를 막아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사회보장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소득보장 기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일반소득보장기금(CIGO) 신청은 전년 동월에 비해 9,509.8%가 증가했고 예외적 소득보장기금(CIGD)은 무려 239,056.2% 증가했다. 반면 정리해고 예비조치에 대한 지원인 특별소득보장기금(CIDS) 신청과, 단체협약에 따른 인원감축 회피 목적의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연대협약 신청은 각각 30.3%, 46.2% 감소했다. 2020년 3월 신규실업자 실업급여(NASpl) 신청 건수는 142,348건, 전직급여 신청 건수는 0건, 자영업자 실업급여(DIS-COLL) 신청 건수는 1,85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2% 정도 증가했다. 정리해고 예비조치나 실업급여보다 고용유지에 따른 소득보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활용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비상사태는 이러한 각종 소득보장기금 제도가 제조업 및 대규모사업장 위주로 설계되어 적용 범위가 협소하고,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별도 제도는 재원의 차이로 인해 보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뚜렷하게 확인시켜주었다. 이는 노동시장 탈규제의 결과이자 생산 사이클의 파편화와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19 비상사태 동안 적용 요건을 완화하고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긴급대책 도입 하는 등의 한시적인 대책을 넘어, 고용 보호와 소득보장 제도를 연대성을 바탕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제도로 개편할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일자리의 질 강화, 불안정 노동 철폐에 중점을 두고, 고용계약의 혁신을 통해 노동시장의 탈규제화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거시경제 정책·산업정책 제안: “비상상황에서 새로운 발전모델로”


더 나아가 이탈리아노총은 국가비상사태가 개시된 초반부터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코로나19가 이탈리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분석하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3월 9일 발표한 『코로나 비상사태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수요 측과 공급 측 모두에서 발생해, 기존 대외 무역의 둔화를 증폭하고 국내수요를 급격하게 압박할 것이라 보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자 국내총생산(GDP) 1% 규모의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내수를 부양하는 동시에 경제 생산 시스템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특히 글로벌 공급사슬 및 연관 산업의 파괴로 인한 수출 위축과 산업생산의 감소를 제어할 것과 관광, 문화, 운송, 무역 등 코로나19의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경기 역행적 기능을 하는 공공 부문, 특히 국가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코로나19의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고정투자에 투입할 공적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병원과 학교 등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증대, 도로 보수, 지진 피해 지역의 재건 속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 등 건설 부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 성장전략으로는 생산구조의 환경적 전환과 디지털화 과정이 생산, 노동, 삶에 가져온 변화를 고려한 전반적인 산업 발전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재원 마련은 유럽연합의 구조기금(Structural Fund), 개발기금, 결속기금 등 2014~2020년 책정되었으나 지출되지 않은 재원을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적자재정이 은행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그 해법으로 유럽 차원의 통화정책(유럽투자은행을 통한 유로본드 발행, 유럽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제안으로 이탈리아노총이 4월 14일 발표한 보고서, 「비상상황에서 새로운 발전모델로」를 통해 보충된다.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보건의료·경제 비상사태를 지나 새로운 사회에 도달하는 것을 강을 건너는 일에 비유하며 강을 건너는 과업은 “다리를 짓거나 보트를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을 함께 건너기 위해 코로나19가 초래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공포, 즉 건강에 대한 공포와 실업에 대한 공포를 연대적 관점의 강화를 통해 극복해야 하며, 코로나 방역 조치를 위해 단절된 생산활동의 재개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예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막대하게 투입되는 국가의 개입은, 일자리 보호와 건강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한, 감염병은 노동권의 후퇴가 아니라 노동의 불안정성 축소와 노동자 간 경쟁 완화를 위한 새로운 규칙의 도입, 표준 노동시간과 실노동시간의 단축, 고용확대를 촉진해야 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노동시간의 재분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관광, 문화, 자동차 산업, 철강, 건설, 복지, 운수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산업부문을 우선시하되, 대형 국내기업의 국내 투자 장려, 기술 혁신, 생태적 전환, 에너지 전환 등 심층적인 변화의 가속화를 목표로 한 것이 되어야 한다. 보건의료, 지식, 환경, 노동의 가치를 핵심 축으로 한 새로운 발전모델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과 공적 자원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제도의 누진성 강화, 중저위 소득 노동자들에 대한 조세 격차의 감축을 통한 재분배 개선,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인상, 고소득층을 겨냥한 과세소득 정의 확대 등을 세제 개혁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수의 손에 집중된 부는 형성된 것이기보다는 상속된 것이고, 투자-생산-재분배의 선순환에 복무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규모 자산 및 금융자산에 대한 조세라는 조세수단을 이용하여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 경제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산업정책에 대해서는, 항공, 해운, 철도, 자동차 등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산업부문의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위기이므로 사업 모델의 급진적인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기·수소차로의 전환, 철도운송 시스템의 재통합 등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이동 체계 전반을 재편하고 목적이 분명한 계획과 컨소시엄 형성을 우대하는 지원, 고용과 기술에 필요한 자원을 보장하는 정부의 직접투자, 생산 서비스의 재조직화 등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사슬 마비의 위험을 줄이도록 생산기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재배치를 선택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특별한 지원수단이 도입되어야 한다. 


2. 해고 회피·고용유지 강제를 위한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이탈리아가 도입한 전국적인 봉쇄조치가 유럽 각국으로 확대되자, 각국의 노동조합은 일자리가 위태로운 노동자들의 고용과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에 개입했다. 
유럽 각국은 불가항력으로 조업이 단축·중단되었을 때, 또는 해고나 인력감축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사합의로 조업단축을 도입했을 때, 노동자 임금을 사용자와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 설치된 제도를 두고 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위와 같은 일시적 고용위기 대응 제도를 오래전부터 시행했으며(독일과 스위스는 1920년대에 도입), 나머지 국가 대부분도 2008~2009년 금융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각국에 설치된 제도의 명칭은 나라마다 다른데, 크게 ‘조업단축 지원제도’(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웨덴 등)와 ‘부분 실업급여제도’(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로 구분된다. 전자는 하루 또는 주당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보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후자는 전일 또는 장기간의 휴업상태에 초점을 둔다. 그러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0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둘 간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휴업 기간에 고용이 유지되는 것으로 간주하는지, 일시적인 실업 상태로 보고 구직활동 지원을 병행하는지의 차이도 있다.
유럽 각국 노조는 노사정 합의 또는 전국단위의 노사협약을 통해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 적용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코로나19 대응 맞춤형 제도를 일시적으로 도입했다. 기존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국가가 지원하는 노동시간 손실-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을 새롭게 시행했다. (동유럽, 영국, 아일랜드.) 각국이 도입한 코로나19 대응 맞춤형 제도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유럽 각국 코로나19 대응 임시 제도의 유형별 분류


(1) 적용 대상 확대

각국의 조업단축 또는 부분 실업 제도는 제조업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를 표준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는 항공, 공항, 관광, 예술·스포츠, 호텔, 레스토랑, 도소매업 등 비전형 고용형태의 비중이 높거나 사업장 규모가 작은 업종에 집중되었다. 따라서 각국 노동조합은 기존 조업단축 혹은 부분 실업 제도 도입 조건을 교섭할 때 적용대상을 확대하도록 요구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소득보장 지원제도는 산업·업종에 따라 15인 또는 50인 이상 사업장만 보험료를 납부하고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19 비상시기에 한해서는 사업장 규모 요건을 없애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했고, 근무기간, 보험료 납부기간 등의 요건도 없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모든 노동자들이 소득보장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공연예술노동자, 농업노동자 등, 기존의 어떤 제도로도 소득 손실분을 보전받을 수 없는 노동자에게는 600유로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긴급조치를 도입했다. 
네덜란드노총(FNV) 역시 기존 조업단축제도를 대체하여 코로나19 비상시기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NOW)가 임시직, 호출노동,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등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하도록 했다. 독일노총(DGB)은 기존 제도가 배제하는 파견노동자도 조업단축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제도에서는 조업단축을 통한 고용유지계획을 수립할 때 정규직과 기간제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새롭게 도입된 임시 조치에서는 파견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도 포함하여 전체 고용인원으로 계산하고 조업단축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핀란드 역시 정규직 노동자만 아니라 기간제 노동자들도 코로나19 위기 시기에 적용되는 일시 해고 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도 소득상실에 따른 대체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2) 지원수준 확대

조업단축 또는 부분실업에 따른 지원 수준은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대체급여의 수준(평균임금 대비 퍼센티지), 정부 부담분의 비율, 지원 기간으로 따질 수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대부분은 정부 부담분의 비율을 대폭 높이고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보장 수준도 높이는 임시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워크 셰어링(Arbejdsfordeling)은 전체 노동자의 30% 이상 또는 50인 이상의 휴직이 필요할 경우 노동시간 단축 및 재배치를 하여(일주일 중 주 2일 휴무, 또는 격주 휴무, 또는 6주 근무+7주 휴무), 휴무 기간을 ‘일시 해고’ 상태로 보고 노동자들이 고용센터에 등록한 후 구직활동을 하면서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제도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도입된 코로나19 대응 임시조치는 휴무 기간을 ‘고용유지’ 상태로 보아 실업급여가 아닌 평상시 임금의 100%를 지급받도록 했다. 정부가 급여의 75%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사용자가 보전한다. 
스웨덴은 기존 ‘한시적 해고’ 제도의 임금 보장수준을 높이고 정부 부담 비율을 대폭 높이는 임시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을 20% 단축할 경우, 기존 제도하에서는 기존 임금을 90% 수령하고 사용자와 정부가 각각 80%와 10%를 부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임시제도에서는 노동자는 기존 임금의 96%를 수령하고 사용자와 정부가 각각 21%, 75%를 부담하는 식이다. 
노르웨이 역시 한시적 해고(Permtterings) 제도 및 실업급여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는 임시제도를 도입했다. 26주 범위 내에서 노동시간 단축 또는 휴업을 할 때, 휴업 중 20일은 임금 전액을 수령하고 그 이후부터는 실업급여를 수령한다. 임금 전액 수령기간 동안 15일분을 사용자가, 5일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기존 제도였다. 이를 2일분을 사용자가, 18일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21일째부터 수령하는 실업급여 또한 증액했다. 임금 30만 크로나 이하인 경우는 평소 임금의 80%를, 30만 크로나 이상일 경우에는 평소 임금의 62.4%를 지급받도록 했다. 
오스트리아 역시 조업단축 지원 프로그램(Kurzarbeiterhilfe)의 급여를 인상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노사 간 교섭을 통해 도입했다. 기존 제도에서는 노동시간 손실분에 대해 실업급여(순임금의 55%)를 받았다면, 코로나 한시 제도에서는 임금총액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어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인상했다. 1,700유로 이하일 경우에는 순임금의 90%까지 인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원기간 또한 확대했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는 기본 3개월에서 3개월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 역시 기본 6개월에 더하여 3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기본 3개월 후 최장 12개월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3) 절차 간소화

스페인은 일시 해고제도(Expediente Temporal de Regulación de Empleo, ETRE)의 도입 절차를 간소화하여,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 기간을 15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코로나19 관련 일시 해고는 불가항력으로 보고 노동자는 임금 총액의 70%까지 실업급여로 지급받을 수 있다. (상한 1,098유로/월.) 일시 해고 또는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동안 기업은 실노동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고, 단축된 시간에 대해서는 고용서비스청이 지급한다. 네덜란드는 화재나 감염병, 홍수 등의 상황에서 20% 이상의 물량감소가 발생할 시 노동자들이 고용상태를 유지한 채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국가의 지원으로 기존의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인 조업단축 지원제도(Werktijdverkorting, WTV)를 대체하는 ‘코로나 대응 임시 긴급 고용유지 지원제도’(Noodfonds Overbrugging Werkgelegenheid, NOW)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조업단축 지원금 신청이 폭증하고 대량 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시 긴급제도는 △절차와 요건을 간소화해서 신속하게 지원하고, △지원금을 사전에 선급금 형태로 지급하여 임금 지급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대신 △사용자가 신청과 동시에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도입한 것이다.
 
(4) 산별교섭을 통한 보충

조업단축 수당은 법률로 정한 규칙이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단체협약이 조업단축 제도의 요건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적용할 조업단축 수당 지급의 원칙을 전국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했다. 더욱 구체적인 사항은 지역협약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노사 간의 교섭을 통해서, 오스트리아는 사용자와 종업원평의회를 통해 결정한다.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에서도 조업단축의 도입 요건을 사업장 단위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대표기구와 사용자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독일은 법으로 정해진 조업단축 제도의 요건을 산별협약을 통해 개선했다. 평균임금의 60% 수준인 조업단축 수당을 산별협약을 통해 75%~100%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적용하는 조업단축 수당을 산별협약을 통해 인상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영화산업(100%), 금속(80~97%), 지방정부(90~95%), 화학(90%), 자동차(90%), 패스트푸드식당(90%), 섬유(80%), 목재와 플라스틱 산업(75%). 그러나 저임금 민간서비스 부분은 평균 임금의 60%로는 생계유지가 곤란하므로 독일노총(DGB)는 법정 조업단축 수당을 평균임금의 80%로 인상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비스노조(Ver.di)는 90%까지 인상을 요구했다. 이 결과로 조업단축 시행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당이 올라가도록 했다. 조업단축을 오래 할수록 수당이 오르도록 한 것이다.  
 
(5) 추가 요건 부과

조업단축 제도는 대부분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조업단축 수당 보조금 지급을 해고 금지와 연동한다. 벨기에, 핀란드, 독일, 라트비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대부분이 그러한데, 독일은 산별협약을 통해 조업단축 시행 요건에 해고금지를 포함한다.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프랑스, 키프로스,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에서는 조업단축 수당 지급 기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해고금지를 적용한다. 불가리아, 프랑스, 리투아니아는 조업단축 기간의 두 배 기간 동안 해고가 금지된다. 헝가리에서 사용자들은 2020년 12월까지 고용 총량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오스트리아는 조업단축 기간에 따라 해고보호 기간이 달라진다. 조업단축을 2개월 실시하면 3개월, 4개월 실시하면 6개월, 12개월 실시하면 15개월간 해고 금지가 적용되는 식이다. 12개월 이상일 경우 조업단축 기간에 4개월을 더한 기간 동안 해고가 금지된다. 
프랑스 정부는 세금 및 사회보장 보험료 납부 유예와, 국가보증 대출 이용 기업이 국내 또는 해외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을 2020년까지 금지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프랑스노총(CGT)는 재무부 장관의 호소가 아니라 법적 구속력 있는 금지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스위스는 국가 신용을 이용하는 기업에는 배당금 및 임원 보너스 지급을 금지했는데, 스위스노총은 조업단축 보조금을 지급받는 기업에 대해 해고 금지와 배당 금지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의 노조들 역시 조업단축 보조금을 지급받는 기업에 대해 배당 금지 요건을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 유럽 수준의 조업단축 해고 회피 제도 표준 마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각국의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의 적용에 유연성을 부여했다. 국가 보조 규정 적용을 완화하여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남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응으로 발생할 정부부채를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해결할 방안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나라의 국채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번져 통화동맹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니 유럽중앙은행 또는 유럽투자은행을 통해 ‘코로나 본드’를 발행하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공동 책임을 지는 방식을 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의 반대로 ‘코로나 본드’ 도입을 합의하지 못했다. 결론은 △유럽 안정화 기금(ESM)을 통한 구제금융, △유럽투자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차관, △‘비상시기 실업 위험 경감 지원’(SURE)을 통한 고용유지·소득 보전 정책 재원 차관을 결합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이 중 SURE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각 회원국이 실시하는 긴급 고용유지·소득 보전 조치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최대 1,000억 유로 규모의 자금을 회원국에 우호적인 조건의 차관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4월 말 현재 유럽 전역에서 5천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조업단축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각국의 조업단축 프로그램의 적용 범위, 지원 수준, 지원 기간, 지원조건에 격차가 커 최소 요건을 통일하여 구조적 격차를 축소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유럽노총(ETUC)은 다음을 조업단축 제도 최소 요건의 핵심 요소로 제기했다.

포괄성: 조업단축 제도는 모든 노동자를 포괄해야 함. 부문업종, 기업 규모, 고용형태에 따른 차등이 없어야 함. 
조업단축수당 수준: 평균임금의 최소 80% 보장. 최저한도는 최저임금.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수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최소생계가 보장되도록 평균임금의 더욱더 높은 비율이 조업단축 수당으로 보장되어야 함.
조업단축수당 보조 기간은 국가비상사태 이상으로 연장되어야 함. 
조업단축 기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해고금지가 적용되어야 함. 
주주 배당·자사주 매입을 하는 기업,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등록한 기업에는 조업단축 지원금을 지급하면 안 됨
조업단축 제도의 구체 요건은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함.  
 

3) 기업 지원에 대한 조건 부과: 고용·임금 유지


AFL-CIO(이하 미국노총)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사업장과 사회에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와 지역 폐쇄·이동 제한 조치에 따른 보호 조치 및 사회적 지원을 요구했다. 3월 24일 발표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다음의 사항을 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청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에 있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할 것.
사업장 안전 유지 및 예방원칙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무를 준수하고 노동자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고 전파하지 않도록 자원, 훈련, 장비 수칙 등을 제공할 것.
코로나19 검사를 충분한 수준으로 무료로 실시하고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할 것.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위해 모든 대형 보건시설 주변에 24시간 무료 보육센터를 설치하고 기금을 조성할 것.
학교 폐쇄로 인한 저소득층 아동의 결식을 막기 위해 식품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
감염병 유행의 재발을 대비해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학생, 교사들에게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 연결, 원격 학습 기술 지원을 준비할 것.
연방정부가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비용 전체를 향후 1년간 지불할 것.
실업보험 제도를 혁신하여 적용업종을 확대하고 대기기간을 없애고 급여 수준과 국고지원을 획기적으로 인상할 것.
개인 파산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압류, 공격적 채권 추심, 학자금 대출 상환 강요 등을 금지할 것.
파산법을 개정하여 기업이 단협 파기를 위한 전략으로 파산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
경제를 안정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단결권 보호법을 도입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도 비슷한 권리를 보장할 것.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물류창고 직원들이 3월 30일(현지시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업 참가자들은 “아마존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직원 안전보다 이익 극대화를 우선하고 있다”면서 물류센터 시설 폐쇄 및 소독, 유급휴가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출처: AP연합뉴스]

주목할 부분은 경기부양책이 기업은 살리는 반면, 노동자는 해고와 소득 상실의 위험에 내몰리게 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요구다. 미국노총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기업이 임금과 고용을 유지하고, 비상상황이 끝난 후 기업이 부채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기존 실업보험 제도를 확대 적용하거나 유연하게 해석하여 임금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특정 산업 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 고용 및 임금 수준 유지, 노동조합 보장 등을 조건으로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14일간의 유급 병가를 제공하고, 감염병에 대한 노동자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현재의 고용 수준 및 임금·수당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외주화를 해서는 안 되고, 파산 시 노동조합 보장 협약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대출금 상환이 완료되기 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이 금지되며 임원들의 연봉은 제한되어야 한다.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노조 조직화에 중립을 유지해야 하며, 지원금을 반(反)노조 활동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은 부문별 맞춤형 지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지원받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대표가 들어가야 한다.
정부 지원에 대한 대가로 해당 기업 지분을 정부가 보유해야 한다.
 
미국노총의 요구는 2조 달러 규모의 3단계 재정정책 케어스(CARES) 법안에도 반영되었다.


3. 해외 노동조합 대응의 시사점


유럽 각국 및 미국 노동조합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은 각국 정부의 지역 폐쇄 및 이동 제한 조치에서 촉발되었다. 사업장 방역 조치를 폐쇄 조치에 부합하는 정도로 실시하고, 감염 시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에 대해 유급 병가를 보장하고, 학교 휴업에 따른 돌봄 휴가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조업 중단 또는 휴업하는 동안 임금 손실을 보전하고 고용을 유지할 것까지 요구했다. 노동조합의 대응은 코로나19가 노동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거시 경제 전반에 미칠 효과를 분석하고 장기화할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응으로 확대되었다. 각국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전체 노동자들이 처한 상태를 신속하고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미조직 노동자를 아우르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대변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19가 미칠 영향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망하는 한편,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를 통해 전국적인 현황을 파악하여 사회 전체의 대응 방향을 앞서 제출하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관철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전례 없는 감염병 차단을 위한 전국 수준의 기준을 신속하게 만들어내고, 현장 투쟁을 통해 이 기준이 신속하게 적용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정책 수립의 원칙과 방향을 앞서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배제되지 않도록 했다.
이탈리아노총은 “노동조합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자임하며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더 평등한 사회, 모든 노동자의 노동·생활조건 증진, 노동자 간 격차 축소와 갈등 극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표방해왔다. 또 “진보정당 운동이 무너진 상황에서 전국적인 정치토론을 기획하고 실행할 역량을 보유한 유일한 조직”이라고 자부한다. 2018년 대의원대회에서는 ‘포용적 교섭’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각급 교섭에서 미조직노동자를 아우르는 보편적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같은 지향이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휘되었던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은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즉각적인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존 제도의 변화를 촉진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유럽 각국 노조들은 단기적인 경기 하강, 또는 불가항력적 재난 등에 의한 물량감소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정리해고를 회피하면서 임금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완충 제도를 변형해서 활용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했다.
각국 정부는 기존 제도를 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맞게 확대 적용하거나 기존 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의 개입 방향에 따라 성격을 달리한다. 앞서 검토한 사례를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먼저 기존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집단을 포괄하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한 네덜란드(임시노동자, 호출노동자, 파견노동자), 이탈리아(사업장 규모 제한, 근속 요건, 보험료 납부 기간 등 요건 철폐, 독립계약자, 프리랜서 등 비전형 노동자), 독일(파견노동자)의 사례다. 반면, 적용 범위 확대 없이 기존 제도 안에 있는 집단만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대폭 확대한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의 사례를 이와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오거나 경기 침체,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것을 예비한다면,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제도가 전체 노동자 계급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도록 그 초석을 다지는 전자의 방향이 바람직하다. 특히 네덜란드는 국가가 임금 손실분을 지원하는 대신 해고 절차를 개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했고, 이탈리아는 해고 금지를 법령으로 명시함으로써 새롭게 도입된 조치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국제 노동조합 조직은 2008년 위기 이후 12년 만에 세계 경제가 다시 벼랑 끝에 놓여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당시의 위기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현재의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물리적인 국제 회합이 불가능하므로 국제 노동조합 조직 또는 노동조합 국제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웹을 이용한 회의를 통해 이에 관한 논의가 간간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외채위기와 동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세계사회포럼을 매개로 대안세계화 운동이 형성되었던 당시와 비교해보면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주로는 ‘포스트 코로나19’를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라는 형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략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반세계화에 맞선 국제적 공조 및 다자주의 강화 △감염병 대유행 재발에 대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교통, 운수 등 공공서비스 강화 △불안정 노동 확산을 역전시킬 고용보호 – 임금·소득보장 및 사회안전망 강화 △누진세에 기반을 둔 조세 개혁 △기후위기, 경제의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 코로나19 이후 자본주의 경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향과 경로를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국제적인 교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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