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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6.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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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탈WTO 풀뿌리 캠페인 운동"과 아시아 사회·민중운동 총회에 대한 제안

다나카 태츠지 | 탈WTO 풀뿌리 캠페인 실행위원회 사무국
들어가며

1999년 미국 시애틀 제3차 WTO 각료회의는 전 세계 노동자, 농민, 시민들의 결집된 투쟁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 소위 "시애틀 싸움"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투쟁의 흐름이 고조됐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운동의 고조를 볼 수 없었으며, 세계적인 운동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본만 혼자 모기장 밖에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계속됐다.
실제로, 일본에서 WTO에 맞선 '대안 세계화 운동'은, GATT 우루과이 라운드 쌀 자유화 저지 투쟁 이후로 대규모적인 행동을 만들어 가는 데 실패해 왔었다. 또 하나의 세계화 공격이라고 볼 수 있는 이라크 침략과 점령에 대한 투쟁의 경우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반전투쟁과 비교하면 현격히 차이가 났다.
이런 속에서 WTO에 저항하는 운동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흐름이었던 대안 세계화 운동은 2003년에 칸쿤 WTO 각료회의 개최를 앞두고서야 세계적 흐름에 합류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설립된 것이 "탈WTO 풀뿌리 캠페인 실행위원회(이하 탈WTO 캠페인)"이다.
물론, 탈WTO 풀뿌리 캠페인도 일본 내 현실 운동 상황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 큰 운동을 형성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일련의 활동을 통해서 시민, 노동자, 농민 등을 결집시키는 공동행동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탈WTO 캠페인 운동이 나름대로 역동적인 운동체로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고이즈미 자민당 정권이 WTO, FTA를 이용하여 다방면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규제완화 공격 ― 즉 임금·고용 구조조정, 공공서비스 민영화, 사회보장 관련 국민부담 강화, 농업 등 1차 산업과 지방 경제에 대한 외면 정책, 대규모적인 환경파괴 등―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에 저항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는 객관적인 정세파악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규모의 FTA 교섭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이 교섭에 대해 '일본 경제계의 요구'를 제일의 목적으로 하여 '일본이 주도하는 형식으로' 지역 경제 시스템 재구축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언급하고 있다.(2002년 10월 일본정부 'EPA/FTA 전략') 그러나 이와는 달리 탈WTO 풀뿌리 캠페인의 목표는 이렇듯 일본계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아시아 경제 재구축이 아니라, 생활하는 사람들이 공생,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아시아 경제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탈WTO 풀뿌리 캠페인의 활동 경과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올 6월 아시아 사회·민중운동 총회를 향한 일정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1, 과거 농민들의 싸움, 그리고 다자간 투자협정(MAI)에 저항하는 지구적 활동

일본에서는 90년대 초, GATT 우루과이라운드의 농산물 자유화, 특히 쌀 자유화에 저항하여 농민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싸움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이 싸움에서 패배한 이후, 일본에서는 GATT-WTO체제에 대항하는 대규모적인 운동이 사라져 버렸다. 경제의 세계화가 계속되면서 99년부터 다음 해에 걸쳐 다자간 투자협정(MAI)에 반대하는 운동에 NGO, 노동조합, 농민단체, 생활협동조합 등 소비자 단체가 다수 참가하였고, '시애틀 싸움'에 고무 받기도 하였으나 그 후로 대안 세계화 운동은 고조되지 못했으며, WTO, 한일투자협정 등에 대항하는 여러 운동도 소규모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멕시코 칸쿤 WTO 5차 각료회의를 맞이해, 같은 해 2월 동경에서 WTO 비공식 각료회의가 개최됐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활동해온 단체들이 모여서 "WTO는 누구를 위하여? 동경행동" 실행위원회를 조직하여, NGO, 노동조합,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등 기존 운동단체 내외를 뛰어넘어 28개 단체가 결집하였다. 2월 14일 강병기(한국, 전국농민회총연합)씨, 월덴 베로(focus on the global south)씨 등이 참여한 심포지움에는 500명이 넘는 참가자가 결집하여 오랜만에 활기 찬 모임을 가졌다. 실행위원회는 비공식 각료회의가 열린 15, 16일에도 시위 등 계속적인 행동을 전개했다.


2. 탈WTO 풀뿌리 캠페인의 설립과 칸쿤 행동

비공식 각료회의에 대항하는 행동기관이던 "WTO는 누구를 위하여? 동경행동"실행위원회는 일단 자기역할을 끝냈지만 이를 마무리하는 총괄회의에서 9월 칸쿤 WTO 5차 각료회의를 겨냥한 공동행동 기구를 설립할 것을 확인했다.
그 제안 골자는 다음과 같다.
WTO 등 경제 세계화 추진은 일본에 "부"를 가져오지만, 다른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임금, 고용 구조조정 강화, 격증하는 중소영세기업 도산, 증가하는 홈리스(homeless) 문제, 그리고 농림어업 쇠퇴 등 산더미처럼 많은 문제를 심각하게 일으키고 있다.
우리들은 직장에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맞서 서로의 현실과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전 세계에 이를 선전하여 WTO에 맞선 민중 운동과 풀뿌리 수준의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강자를 위한 경제질서인 WTO를 넘어 약자가 주체적으로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한 경제와 교역의 대안을 만들어간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각지에서 지역, 직장 문제와 WTO문제를 연결시켜서 풀뿌리 교류를 도모하면서 9월 칸쿤 각료회의를 향한 운동을 전개한다.
이들 제안을 토대로 28개 단체가 참가하여 "탈WTO 풀뿌리 캠페인 실행위원회"를 4월에 설립하였다. 그리고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WTO 칸쿤 행동의 일환으로 결성한 "지구적 평화 행진(global peace march)" 실행위원회를 합쳐 WTO에 대항하기 위해 50개 단체가 참가하게 되었다. 주되게는 전(全)일본농민조합연합회,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전노협), 일본 국제 발런티어 센터, 일본소비자연맹, 아탁 일본지부(ATTAC Japan)등 농민단체, 노동조합, NGO, 소비자단체, 대안세계화 단체들이다.
탈WTO 풀뿌리 캠페인은 작년 9월까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하나는 칸쿤 각료회의의 초점이 '농업교섭'인 것을 염두 하여 주로 지역 농민을 중심으로 한 풀뿌리 교류를 진행하면서 8월말부터는 태국 농민 우본 유워(대안 농민 네트워크)씨를 초빙해 '탈WTO 아시아 농민과 연대'라는 전국 캠페인을 벌였다. 둘째로 대(對) 정부(외무성 등) 요청행동을 했다. 셋째로 9월 칸쿤 각료회의 현지에 대표단을 파견하였으며, 9월 13일에는 동경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지구적 평화행진 global peace march(GPM)"을 동시다발로 진행하였다. 특히 GPM에는 많은 반전평화단체도 동참하여 대안 세계화 운동과 반전평화운동이 결합됨으로써 800명이 참가했다. 의제의 중대성에 비하면 결코 많지 않은 수였지만, 농민단체들의 행동을 논외로 한다면 WTO 관련 모임으로서는 최대의 규모였다.
이렇게, 약 반년에 걸친 탈WTO 풀뿌리 캠페인은 일정한 성과를 가지고 10월 총괄회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운동의 성과로는 시민, 노동자, 농민, NGO 등을 결집시키는 운동의 싹을 만들었다는 점과 칸쿤 현지행동, 9.13 GPM 등 세계적인 운동과 결합하면서 칸쿤 회의를 무산시키는 운동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은 생활이나 일하는 현장으로부터 풀뿌리 운동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과 WTO, 세계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세계화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벌일 것인가와 관련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제시하는 이론적, 실천적 행동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3, 제2기 탈WTO 풀뿌리 캠페인, 한일FTA를 반대하며.

탈WTO 풀뿌리 캠페인 총괄회의에서 이후 과제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하였다.
칸쿤 후 FTA가 또 하나의 초점으로 떴지만, 한일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아시아 수준에서 운동을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
반전과 세계화에 맞서는 운동을 강화하는 것. 특히 고이즈미 자민당 정권은 소위 일본형 네오콘(neo-conservative)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규제완화 등 세계화를 철저히 진행하고, 실제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준비를 위한 유사법제화(有事法制化)와 헌법개악을 꾀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하나의 세계"를 알기 쉽게 제시하고, 제안하는 이론적 활동. 특히 아시아 수준에서 민중들이 진행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와 공정한 무역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과제를 추구하기 위해 2004년 12월까지 탈WTO 풀뿌리 캠페인 제2기를 만들어 계속해서 활동하게 되었다
제2기 캠페인의 첫걸음은 2003년 12월에 한일 FTA 정부간 교섭이 서울에서 개시되는 것에 대항하여 벌인 행동이었다. 행동은 한일 FTA 문제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이의 있다! 한일자유무역협정" 캠페인과 공동 주최로 진행했다. 동시에 한국의 반(反)세계화 단체인 KoPA와 함께 최초로 "한일 FTA 정부간 교섭 개시에 반대하는 한일공동성명"을 올렸다. 이것은 이틀 간의 아주 단기간 행동이었지만, 일본 쪽에서 53개 단체 ― 노동단체,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반전평화단체, 환경NGO, 그리고 재일교포단체 등―가 참여하여, 국내에서 많은 사회운동단체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때부터 두 달에 한 번 열릴 정부간 교섭에 맞춰서 한일 사회운동단체가 공동행동을 하기로 했다)
한일FTA 2차 교섭은 2월, 동경에서 열렸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의 있다. 한일자유무역협정교섭 2.23 1일 공동행동"이 벌어졌다. 이 행동에 KoPA 실행위원인 최준영씨를 모시고, 일본정부와 일본 경단련(經團連)에 대한 제의 활동과 심포지움 등을 전개했다. 4월, 서울에서 열린 3차 정부간 교섭에 맞서 일본에서는 "이의 있다, 한일자유무역협정" 캠페인 중심으로 이른 아침에 외무성 앞 선전활동을 전개했다.


4, 6월 서울 아시아 사회·민중운동총회에 대한 제언

1)일본 사회운동의 임무와 중요성

WTO각료회의가 칸쿤에서 좌절된 이후, 특히 아시아에서는 FTA 교섭이 밀려들고 있다. 중국이아세안(ASEAN)과 FTA 교섭을 2001년 가을에 재빨리 합의했다. 중국에 뒤 처진 일본정부는 일본 다국적기업의 위기감을 토대로 동아시아에서 FTA를 일본이 주도하는 지역경제의 재구축이라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 비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걸어온 동아시아 국가들이나 지역에 FTA를 제의하는 것은 일본 다국적기업이 "가장 큰 추가적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환영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 사회운동, 대안 세계화 운동의 중요한 임무는 일본 다국적 기업이 더 자유로운 형태로 동아시아에 진출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FTA추진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이번 아시아 사회·민중운동총회에서 확인하고 싶다.

2) 동아시아 수준에서 FTA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행동

구체적으로는 현재 앞 서 추진되고 있는 한일 FTA에 대한 공동행동을 동아시아 수준까지 확대하여, 각 국에서 공동성명(요구)을 발표하면서 동시 행동을 추구해 나가고 싶다. 이를 위한 네트워크를 이번 아시아 사회·민중운동총회에서 구축하여 공동행동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다.
FTA의 중심이 되는 것은 "투자의 자유화"이지만, 투자를 받는 국가, 지역에 대해서 노동운동을 억제하는 조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한·일간 진행하고 있는 "비관세처지(NTM) 교섭" 내용에서도 그렇지만, 필리핀-일본간 등에서도 "비지니스 환경 정비위원회"를 설치하여 노동운동의 억제를 도모할 계획인데. 필리핀에서는 이미 필리핀 도요타사가 노조 파괴를 위해 다른 일본계 기업과 함께 필리핀 정부에 투자 철수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례가 있다. 나아가, 건강, 환경, 안전을 위한 사회적 규제조치의 완화를 허락해서도 안 된다.
또, 동아시아 수준의 네트워크는 중국 노동자, 농민을 제외하고서는 완성되지 못할 것이고, 운동성도 떨어질 것이다. 이번 아시아 사회·민중운동총회에서 중국 노동자, 농민들에게도 네트워크 참여를 호소하자.

3) 우리들의 구상, "또 하나의 동아시아 경제, 무역" 플랜을.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활발한 무역이나 투자가 다국적기업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1999년에는 "아세안(ASEAN) + 3(일본, 한국, 중국)"으로 정치적 뼈대가 만들어져 '지역' 협력이 시작되었다. 또, 97, 98년과 같은 아시아 통화·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2002년에는 '첸마이 이니셔티브'라고 불리는 역내(域內) 금융협력의 뼈대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FTA 건설 러시(rush)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이 예견되고 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추진하는 쪽은 그만큼의 축적을 지금까지 해왔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 흐름에 대해 단순히 반대하는 것으로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순한 반대는 각 국의 운동들이 '국익(國益)=민족주의'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동아시아 경제, 무역'에 대한 제시가 반대운동과 더불어 필요하다.
'또 하나의 동아시아 경제, 무역'을 위해서는 취급하는 상품의 원료생산부터 제조, 가공, 유통, 판매까지 온갖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이 지켜지고, 생산자,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 임금이 지불되는 것, 환경이나 지역 자원, 지역문화가 파괴되지 않는 것 ― 이런 지속 가능한 경제 무역 시스템이 필요하다. 농업, 식량에 있어서는 먼저 식량 자급을 기초로 하여 아시아 각국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하고, 국내에서도 농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농업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며, 안전성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식품기준이 요구된다.
이상과 같은 경제 무역 시스템을 원칙으로 '또 하나의 동아시아경제 무역' 플랜을 제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유효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번 아시아 사회·민중운동총회에서 경제와 무역관계 워크샾을 통해 의식적인 대안 마련과 토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들의 구상을 축적해 나가자.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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