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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6.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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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이 자초한 금융세계화의 문제

박하순 | 집행위원장

4월 국제 수지 (수입에서 지급을 뺀 액수) 결과를 보도하면서 지배언론은 "소득수지 사상 최대 적자", "수출로 번 돈 배당/이자로 까먹어", "올 들어 대가성 없는 국외유출 5조원... 21% 증가" 등의 제목으로 소득수지 적자의 심각성을 지적하거나 "합법을 가장하거나 위법성 외환 유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어느 경제신문은 "외환유출 이대로 둘 것인가?" 의 제목의 사설까지 실어 "외환 유출 문제는 국부의 유출 차원에서는 물론 국내의 법질서와 경제의 성장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확대되기 전에 강력한 감시와 적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정보분석원, 관세청 등을 망라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들의 지적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먼저 소득수지에 대해서. 4월의 소득수지 적자가 14억 4천만 달러로 전년의 12억 2천만 달러에 비해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12월에 결산이 몰려 있고 이 기업들의 배당이 4월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모든 달의 소득수지가 4월처럼 적자를 내지는 않는다. 사실 2002년 이후 연간 소득수지는 미미한 규모나마 흑자를 보이고 있고 2004년도에도 이런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수지 적자는 오히려 아이엠에프 위기 직후인 98년에 -56억 4천만 달러로 가장 컸고, 소득수지지급액의 크기는 2000년도에 약 88억 달러 (투자소득지급액은 87억 5천만 달러) 로 가장 컸다. 즉 소득수지나 소득수지 지급액으로 보면 지금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는 대외채무의 규모감소 및 이자율 하락과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는 한국의 대외자산 증가 때문이다. 따라서 지배언론 보도가 전적으로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사실을 은폐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소득수지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굳이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자면 외국인에 의한 직접투자 주식투자 증가로 인한 배당액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 아닐까 한다. 매일경제신문 (2004년 5월 28일 인터넷 판) 보도에 의하면 외국인 배당금은 지난해 33억 7650만 달러로 이자지급액 (30억 3830만 달러) 을 앞질러 올해 1~4월에만 27억9670만 달러에 달했고, 특히 4월에만 배당금으로 지급된 규모가 무려 16억 24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이 같은 배당금 규모는 지난해 4월의 11억9980만 달러보다 4억 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어서 그 절대 규모나 증가세가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지배언론이 걱정해마지 않은 외국인 주주들이 받아 가는 배당액은 외국인 지배 기업에서 배당되지 않고 쌓인 유보이윤, 그리고 이 때문에 상승한 투자자산 가치의 상승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투자자산 가치 상승만을 살펴보자.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의하면 외국인투자는 2001년에는 직접투자 (외국인 1인 지분 10% 이상 보유) 에서 47.7억 달러, 주식투자에서 181.3억 달러, 합계 229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얻었고, 2002년에는 직접투자에서 77.0억 달러, 주식투자에서 64.8억 달러, 합계 141.8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약 400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고 하면 2001년에서 2003년까지 약 770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작년 배당액 약 34억 달러와 비교해 보라.
그리고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 한해서만 외국인 투자 (여기에는 약 4.5%가 직접투자고 94.5%가 주식투자다) 가 얻은 이익을 보면 98년에서 2003년까지 외국인이 얻고 있는 평가이익은 약 90조 (약 800억 달러) 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에도 10~20조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이 된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만도, 만도발레오, 브릿지증권, 이랜드 등 수많은 기업에서의 유상감자는 비상장기업에서의 자산가격상승으로 인한 이익의 실현을 통한 자본철수 과정이라 하겠다.
배당과 자산가치 상승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는 배당액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이익을 자산가치 상승으로 얻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서 얻는 이익은 내국인이 해외투자에서 보는 손실 및 미미한 이익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투자액수에서 차이 (2002년 초 기준 외국인 1,170억 달러, 내국인 195억 달러) 가 있긴 하지만 내국인의 해외투자에서 얻은 이익은 2001년 직접투자에서 5.2억 달러, 주식투자에서 -10.7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얻어 합계 5.5억 달러의 평가손실을 보았고, 2002년에는 직접투자에서 1.7억 달러, 주식투자에서 -9.7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얻어 합계 8억 달러의 평가손실을 입어, 이 두 해 동안 평가이익을 얻기는커녕 13.5억 달러의 평가손실을 기록하였다.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국제수지표와 국제투자대조표를 비교해 보면 내국인은 해외투자에서 이 두 해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손실을 입어 투자원금을 계속해서 까먹고 있다. 즉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투자는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는데 해외로 나간 내국인 투자는 계속해서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IMF 위기 이후 IMF와 맺은 구조조정협약 상의 외국인의 한국기업에 대한 소유의 전면 자유화와 외환시장 자유화, 즉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심화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지배세력 그리고 그 일원인 지배언론은 이런 과정에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박수부대'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은 관계자는 "해외 배당금 지급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많았다는 반증으로 우려할만한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고 하는데 한국은행은 대중적으로 회의가 일고 있는 외자유치만능론을 아직까지 부여잡고 있는 셈이다.
지배언론이 지적한 "합법을 가장하거나 위법성 외환 유출 가능성" 문제는 어떠한가? 이는 서비스수지 상의 유학 및 연수 비용, 경상이전수지, 자본 이전수지 등의 항목과 관련된다. 이는 외국이민과 유학생 증가로 인한 증여성 송금이나 재산반출, 국외이주비 등으로 발생한 합법/위법 외환 유출인데 이 또한 금융세계화와 관련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세계화로 인한 거품형성 및 붕괴 과정에서 중심부나 초민족적 기업으로의 두뇌유출과 금융세계화의 이익에 참가할 수 있는 초민족화된 지배계급 때문에 외환유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심/(반)주변으로 나뉜 세계경제구조, 경제위기의 극복책으로서 세계 헤게모니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등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지배언론이 걱정하는 고율배당을 넘어선 초민족적 금융투기자본의 엄청남 투기이익, 금융투기거품의 형성과 붕괴, 합법/위법 자본도피(capital flight), 투자부진 등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동아시아 세계경제포럼에 모일 세계의 지배세력과 이에 대항한 아시아사회운동회의로 모일 양 진영은 금융세계화에 대해 어떤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향을 제출할 것인가? 여기에 노무현 정권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과 노동자 민중의 미래가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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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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