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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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국제_유럽사회포럼.hwp

세계사회운동 더 깊게 더 민주적으로 나아가야

2004년 3월 유럽사회포럼을 평가하며

정영섭 |
10월 15-17일, 런던 알렉산드라 궁
'운동들의 운동'이라 불리기도 하는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WSF)'이 2001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시에서 처음 개최되었을 때, 참가인원은 1만 2천명이었다. 그 인원은 2002년에는 6만 명, 2004년 인도에서는 10만 명 정도였다. 세계사회포럼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구호 아래 전 세계의 사회운동 진영이 모여, 운동의 이슈, 대안전략, 행동계획 등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아래로부터 연대를 맺으면서 세상을 변혁하기 위한 힘을 키워나가는 열린 공간이자 운동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도 세계 지배세력들에게 위협을 주고 운동들이 공동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이다. 세계사회포럼 운동은 탄생 이래 급속히 퍼져 나갔고 각 대륙, 국가, 도시별 포럼도 개최되면서 하나의 운동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 중 유럽사회포럼은 2002년 이태리 플로렌스(피렌체)에서 시작되어, 2003년 프랑스 파리를 거쳐 2004년 영국 런던 알렉산드라 궁에 도착하였다. 올해 유럽사회포럼을 런던 포럼 공식 홈페이지(www.fse-esf.org)에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70여 나라에서 온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런던 유럽사회포럼에 모였다. 또 다른 세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500개가 넘는 회합에서 2500명 이상의 연설을 듣고 열정적으로 토론했다. 핵심 6개 주제는 1)평화 2)민주주의와 기본권 3)사회적 정의와 연대-사유화, 탈규제에 반대하여 노동권, 여성권, 사회적 권리를 위하여 4)기업주도의 세계화와 지구적 정의 5)인종주의, 차별, 극우파에 반대하여 평등과 다양성을 위하여 6)환경위기,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등이었다. 포럼은 전쟁, 인종주의, 사유화 종식과 평화,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유럽을 요구하며 런던 중심부와 트라팔가 광장에서 7만 명이 결집한 강력한 국제시위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02년 플로렌스 유럽사회포럼의 '사회운동 총회'에서는 이라크 전쟁 중단을 위한 2003년 2월 15일의 역사적인 국제 행동의 날을 호소했고 올해의 '사회운동 총회'에서도 중요한 국제 행동들이 호소문에 담겼다. 유럽사회포럼을 통해 맺어진 네트워크와 동맹은 이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다음 번 유럽사회포럼은 2006년 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되고, 세계사회포럼은 2005년 1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다."

표면적으로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토론, 사회운동 총회, 호소문, 대규모 폐막행진 등 여느 사회포럼처럼 활력이 넘치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몇 년간 계속되어 온 사회포럼이 보다 새로워지고 보다 건설적이고 대안적인 과정으로 되어야 한다는 요구들이 많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사회포럼을 계기로 짚어 볼 점이 없지 않다.{{) 더 많은 번역된 자료들은 사회진보연대 홈페이지(www.pssp.org) 자료실의 '유럽사회포럼 관련 글모음' 참조
}}


또 다른 세계는 어떻게 가능할까
아탁(ATTAC, 시민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의 베르나르 카상은 "이제 세계의 지배자들에 대해 항의하는 사회포럼을 조직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대안세계화 운동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계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제안과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회운동 총회의 호소문도 비판한다. "부당한 것들을 길게 나열한다. 이라크 점령,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점령, 기후변화, G8 권력, 시장주도 경제, 유전자조작식품, 성차별주의, 인종주의, 유럽연합 헌법초안, 사유화, 보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 등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11월 9일~16일 분리장벽(팔레스타인)에 반대하는 국제행동주간'과 '유엔 인권협약 비준일인 12월 10-11의 유럽 행동의 날'에 지지를 모으기로 결정했다. 내년 1월 니스에서 열리는 북태평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대한 항의계획도 발표되었다. 우리는 2005년 7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대한 대규모 시위 조직을 결의한다는 선언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대안세계화'로 운동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제안되지 않았다."{{) 샌재이 수리, "유럽사회포럼 : 또 다른 세계, 그런데 어떻게?" (www.ipsnews.net)에서
}}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내용이 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사회포럼 - 세계사회포럼의 미래와 전망'이라는 토론에서 이태리 활동가인 라파엘라 볼리니는 "생각 없이 같은 길을 따라가지 말아야 하고 올바른 목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민중의 의식 속에 있는 이데올로기를 깨야 하고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일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면서 "운동 사이에 더 많은 연계를 맺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로 전망을 대신했다.{{) 마티유 러프티, "유럽사회포럼의 미래 : 운동간에 더 많은 연계를 맺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출처 미상
}} 운동을 더욱 성장시켜서 힘을 크게 하는 것 자체가 유력한 경로라는 주장이다. 물론 많은 회합 속에서 제3세계 부채 탕감이나 빈곤 감축, 식량주권, 기업 폐쇄, 경제개혁 등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와 행동계획이 제안되었고, 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행사가 열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회포럼 운동은 불과 4년 전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실험적인 사건이었다. 아무도 무슨 일이 뒤따를지 몰랐다. 전 세계에 걸쳐 국제적인 수준에서 도시 수준에 이르기까지 포럼들의 대규모 폭발이 뒤따른 것이다. 모든 포럼은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또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된) 행사이다. 사회포럼은 항의시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 변혁과 그것을 이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것이다. 5년도 되지 않아서 사회포럼은 지구적 현상이 되었고, 중대한 변화를 바라는 세계 사람들의 실질적이고 성장하는 욕구를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잘 증명하게 되었다...그것은 여전히 유럽 전역으로부터 거대한 규모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아마 가장 중요하게는 미래에 어떻게 함께 운동할 것인지 계획하는 특별한 행사였다."{{) 폴 킹스노스, "유럽사회포럼-심각해져야 할 때", (www.opendemocracy.net)에서
}}
더욱이 사회포럼이라는 것 자체가 기존에 일국 단위에서 권력 장악을 통해 사회 변혁으로 나가고자 했던 20세기 전략 이후에 새로이 시도되는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전쟁이라는 '위로부터의 세계화' 조건 속에서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세계적 변화를 추구하는 상징이 사회포럼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어떻게'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장에 '세계 변혁전략'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운동을 개척하고 혁신하는 가운데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전망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이 아닐까?


운동 내의 민주성과 아래로부터의 참여보장 문제
이번 런던 유럽사회포럼 평가에 있어 조직화 과정에서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이 비민주이고 폐쇄적이며 수직적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사회포럼이 열릴 때, 통역 자원활동가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바벨(Babel)'은 성명서에서 "그러나 이번 포럼 조직화 과정에서 많은 실험과 혁신 기회가 사라졌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 조직들, 네트워크들, 그룹들, 심지어 나라들까지 배제되었다. 이것은 포르투 알레그레 헌장에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그 대신 조직, 관리, 서비스 공급에 있어 고전적인 신자유주의적 수단이 채용되었고 그 결과 포럼은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 운동의 자기발전에 있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활동가들과 자원활동가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대안 건설에 있어 최대로 가능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행위자들-사회운동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조직화 동력을 창출하는-을 포함하게 한다. 이번 포럼은 참가자 숫자뿐 아니라(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공적인 포럼을 위해 도움을 주는 자원활동가가 만성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에서도 조직화 실패를 드러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주로 사회주의 노동자당(SWP)과 런던시 당국(GLA)이 주되게 개입한 영국조직위원회에 가해졌다. 비판의 내용은 첫째, 포럼이 지나치게 상업적이었다는 것이다. 영국집권당인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소속인 런던시장 켄 리빙스턴이 대략 40만 파운드(약 8억)를 지원했고 포럼 등록자 2만 명에게 런던 무료 교통권을 지급했다. 등록비는 1인당 20파운드(약 4만원)에서 40파운드(약 8만원)에 이르렀다. 식사나 편의 서비스도 기업을 채용했다는 비판이 있다. 둘째, 준비과정이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참석자들의 적어도 1/3이 SWP회원인 준비회의에 많이 참여했는데, 그들은 다양한 형태로 가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저항의 세계화(Globalise Resistance), 영국반전연합(Stop the War Coalition), 프로젝트 K로 불렀다. 그러나 항상 같은 사람들이었고 시종일관 회의장을 채웠고 자기네 사람들이 의장이나 연사, 조직가로 되도록 투표했다.", "SWP 등은 항상 실질적인 대화로 나아가기를 꺼려하면서 그들만의 방식을 강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미 몇 시간 전에 내려진 결정이나 명칭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것을 반복했다",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조직화 과정을 개방하고 모든 이들을 참여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SWP는 토론을 그만두고 그들만의 행사를 하고싶어 했다."{{) 폴 킹스노스, "극좌파의 낡은 속임수", (www.paulkingsnorth.net)에서
}}는 것이다. 일부 활동가들은 '수평주의자들'이라는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셋째, 이 연장선상에서 몇몇 행사 또한 비난을 받았다. 런던시장 켄 리빙스턴이 연설하기로 되어 있던 반인종주의 회의와 시위에서 일군의 활동가들은 단상을 점거하고 "켄의 정당은 전쟁정당"과 같은 현수막을 펼치고 발언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라크 전쟁 관련 회의에서는 연사로 나선 이라크노총(IFTU) 대표에 대해 참석자들은 그가 임시정부에 찬성하고 있고 점령군에 협력한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회의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탈리아 준비위의 활동가들은 입장을 내어 "유럽사회포럼이 열려진 대중적 공간이고 모두를 포괄하고 다문화적이라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임무는 최근 우리의 경험에 의해 강화되었다. 우리는 12월에 열릴 평가회의에 이러한 확고한 신념을 제출할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깊은 토론을 통해 지난 2년간의 경험을 제기해야 하고 미래에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이다... 운동은 그 단일한 결집과 기본원칙, 의제들을 통해 점점 더 '운동들의 운동'이 되고 있다. 이를 각 포럼 조직이 존중하고 강조해야 하며 그들의 소통과 네트워킹을 촉진시켜야 한다. 포럼 조직은 개방적이고 차이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하며, 보다 참여적인 방식으로 포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부갈등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처리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참가단 활동가들은 "유럽사회포럼에서 이러한 난점들을 극복하는 방식은 토론과 포용을 통해서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사회포럼 과정 내에서 충분한 다양성과 토론 보장을 생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영국조직위의 활동가들은 포럼이 누구도 배제하지 않았고 참가자들은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시위도 성공적이었다면서 반박하기도 하였다.
무릇 다종다기한 집단들의 논의에서 충분한 토론과 소통, 민주적인 절차의 보장, 개방성 등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이다. 상호 존중하는 것을 통해 신뢰를 쌓고 단결할 수 있으며 더 큰 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일방이 주도하려 한다거나 영향력을 행사해 장악하려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이는 훨씬 나쁜 사태로 귀결될 수 있다. 사회포럼은 정치적 입장을 '선동'하는 공간이나 '조직체'가 아니라 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공통의 문제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행동으로 연대하는 '공간'이자 '과정'이다. 따라서 위로부터의 통제나 주도성 경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제한없이 보장되고 운동의 역동성이 구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사회포럼의 생명력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2005년 1월 26일~31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리는 5회 세계사회포럼 조직위는 지금까지의 포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백화점식 논쟁의 장을 넘어서고 운동간의 대화를 통해 활동이 융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하며 같은 주제에 대한 활동중복을 피하기 위해, 심화된 토론을 이끌어 내고 공동행동과 캠페인을 촉진하며 논쟁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안을 만들고 창출"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로 세계사회포럼을 만들기로 했다. 그에 따른 새로운 조직방식을 도입했는데, 우선, 세계사회포럼의 기본정신인 자율성의 원칙과 중심주의 배제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11개 영역을 정하고 각 주제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관심 있는 조직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안서을 낸다. 그리고 이 제안서는 웹 상에서 공개되어 관심있는 조직들 간의 논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운동조직들이 스스로 조직하게 한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11개 주제는 다음과 같다. 1)지구보호와 민중의 공공재-상품화와 초국적 지배에 대한 대안 2)예술과 창조-민중의 저항문화 건설 3)커뮤니케이션: 대항 헤게모니, 권리, 대안 4)다양성, 다수와 정체성의 보호 5)정의와 평등을 위한 인권과 존엄성 6)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주권경제 7)종교, 우주적 전망(cosmovisions), 정신-새로운 세계를 위한 저항과 도전 8)사회투쟁과 민주적 대안-신자유주의적 지배에 반대 9)평화, 비군사화와 반전투쟁, 반전, 자유무역반대, 외채반대 투쟁 10)자율주의적 사고, 재전유, 지식과 기술의 사회화 11)국제적 민주질서와 민중통합의 건설
부시가 당선되어서 많은 이들은 허탈해한다. 세계 사회운동에게는 앞으로 더 힘든 시기가 다가올 수도 있다. 미국의 '정의평화연합(UFPJ)'은 "한탄하지 말고 조직하라"라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길고 긴 희망은 풀뿌리 민중의 상승에 있고, 승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우리는 이라크 전쟁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가 접촉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조직할 것이다...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변혁 운동에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의 시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공동의 노력이 정의와 평화의 승리에 더 가깝게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회포럼을 변화 발전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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