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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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운동 대응계획 진단과 향후 과제

이현대 | 공동운영위원장
세계경제를 하나의 경제질서로 통합해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세계 각국에서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대한 거품을 형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세계화의 중심 국가이자, 세계경제의 최종소비자 역할을 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금융과 무역의 고리들이 세계 곳곳에서 끊어지면서 신용경색 및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고, 금융기관 파산, 수출입 축소, 주식시장의 폭락, 실물부문의 침체가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2009년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중심부 국가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중심부 국가의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의 급감과 국제금융 불안으로 2008년 하반기 이후의 성장률 하락세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대외 의존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수출 감소의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다. 나아가 투자와 소비 역시 글로벌 경기악화의 파급효과로 인해 위축될 여지가 크다. 한편 개도국 중에서도 인도나 브라질처럼 내수부문 비중이 큰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을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받겠으나, 중동이나 러시아처럼 경제의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원부국들은 에너지 자원의 생산량 감소와 국제 가격하락, 외자유출에 따른 국내 신용경색 가속으로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본재와 중간재 공급국 역할을 했으나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이므로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며, 선진국으로 내구재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 성장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나, 한국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난 해 말부터 완성차 업체의 감산 및 조업중단, 휴업이 전체 부품사로 확산되고 있으며, 건설과 조선업을 거느린 C&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데 이어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그에 따라 20-30%의 협력업체가 줄도산의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반도체 대기업도 1차 부품업체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위기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전체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공무원과 공공부문 금융기관 임금동결에 이어 공공부문 10% 인력감축을 강행하고 있고, 민간기업의 경우는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해고, 대기업의 판매 감소와 생산량 축소에 따른 비정규직 해고 및 정규직의 희망퇴직 전환배치 임금동결, 조업단축이나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청년인턴제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등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축소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확산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고통전가 과정에서 발생할 대중적 저항을 봉쇄 탄압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집시법을 비롯하여 통신비밀보호법,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등 각종 반민주 반인권 악법 제정 또는 개정을 시도하며 경찰 검찰 국정원 기무사를 동원한 사법적 통제와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 노동자운동의 대응 현황

현재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 정치세력과 현장조직,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는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노조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투쟁본부 체계로 전화하는 등 투쟁계획을 내고 있다. 하지만 민중운동,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IMF 이후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의 지속적인 패배와 실리주의 협조주의 노선의 강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선 노동자운동의 이념 노선 실천적 혁신의 지체로 인해 현장 노동자대중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 경향이 강화되어 왔다. 특히 현 민주노총 지도부 체제 하에서 민중운동의 연대와 신뢰를 훼손하면서까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반영한 한국진보연대의 출범,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고수, 노동자운동 내 좌파를 배제하고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출범 등으로 인해 민주노총의 지도력과 단결력이 크게 훼손되어왔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취약한 지도력과 맞물려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민중운동의 공동대응이 절박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진보연대와 민생민주국민회의(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민주당과의 공조 움직임이 강화되어 민중운동 내부의 노선 갈등이 심화되고 공동투쟁전선의 구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경제공황 공동대응을 위한 연대투쟁체
한국진보연대는 논란 끝에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후 민중운동 내에서 합력을 창출하기보다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등의 활동에서 시민운동진영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국 민중연대 투쟁 전선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정반대로 민주당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요구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 25일 출범한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경제위기와 민생 파탄을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집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서 현 내각의 즉각적인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구성을 요구하며, 국민희망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위원회가 각종 경제단체,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진보연대도 이러한 흐름에 부분적으로 연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정하고 있는 이런 경향은 이명박 내각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혹은 여야공동정부 구성, 민주대연합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정권의 교체와 정책의 변화를 위해 자본과의 부분적인 타협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체제유지와 관리를 위해 대중운동을 관리, 분할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지역경제 혹은 지역기업 살리기 식의 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구조조정, 노사화합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편 자본주의 경제공황 상황에서 전면적 공격을 받을 고용 임금 등 노동자민중의 노동권 생존권 사수투쟁을 공동으로 전개할 것을 목표로 ‘경제공황 공동대응을 위한 연대투쟁체’가 1월 31일 전국대표자회의를 거쳐 2월 14일 결의대회 형식의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는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정권과 자본의 시도에 맞서 전사회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경제공황을 초래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하여 반제국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에는 노동자의힘, 노동자진보정당건설전국추진위(준),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투쟁연대, 다함께,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회진보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학생사회주의정치연합,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등이 참가하고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는 조직 참가를 원칙으로 하여 정치조직, 노동단체, 사회단체, 노동조합, 현장조직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지역별, 산업별 현장 활동가 간담회를 추진하고 지역별 연대투쟁체를 구성하여 경제위기에 맞서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노동자운동이 취약하고 대중투쟁이 형성되지 않는 조건에서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의 활동 전망이 밝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상한 정세라는 인식 하에 전례 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좌파 세력이 연대투쟁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가 상호 간의 입장과 운동경험의 차이를 넘어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운동의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하고 단결과 연대를 고취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많은 운동 세력이 함께 결합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2)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지역본부의 투쟁계획
민주노총은 2009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쟁취 비상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산별대표자회의와 지역본부장단회의를 중심으로 투쟁본부를 운영하며 산하에 실업대책본부, 경제위기 고용대책본부, 국민정책 여론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009년 주요 요구로서 1) 총고용 보장 확대 및 사회안전망 강화(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확대, 사회임금 확대 및 실업대책 마련, 교육 주거 의료 노후 4대 보장 강화) 2) 반노동 반민주 반평화통일 MB정책 폐기(부자 감세, 금융과 재벌 규제완화 중단, 신자유주의 반노동 법개악 중단 및 노동기본권 강화, 의료 시장화 4대 악법 및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악법 폐기, 반민주 5대 악법 폐기, 반북냉전 반평화 정책 폐기) 3) 신자유주의 극복 대안 수립(금융 및 재벌에 대한 규제, ‘고용창출, 소득확대, 소비촉진, 구매력창출, 내수확대, 고용확대’의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에 바탕을 둔 한반도 내수기반 확대와 대외경제 의존도 단계적 해소)을 제출했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고용 유지 확대와 사회임금 확대 및 실업대책 등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세워 투쟁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월 산별연맹별, 지역별 2009년 총력투쟁 선포대회 개최, 3월 산별연맹 임단협 투쟁 조기돌입 선포, 3월 초 경제위기 노동자 고통전담 강요 이명박 정권 심판 및 전체 노동자 총고용 쟁취 민주노총 총력투쟁 선포대회, 4-5월 산업별 총고용 쟁취 공동투쟁(임단협과 연계)/총고용 보장 확대를 위한 지역공동행동 조직, 5월 1일 메이데이(전국 노동자 총궐기의 날), 5월 말-6월 산별연맹별(산업별) 요구 쟁취 집중 총력투쟁, 6.10 2009년 1차 국민촛불대행진과 ‘이명박 심판! 국민총궐기의 달’,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노조말살 신자유주의 노동법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궐기(총파업) 등을 투쟁계획으로 제출하고 1월 21일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 위한 금속노조 사회선언’을 통해 △국민기본생활 보장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재벌기업 잉여금의 사회 환원 △제조업 중소기업 기반강화 등의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또 각 사업장에서 자행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 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1만여 명의 실천단을 조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해고 등의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예상되는 비정규법, 최저임금법 개악 및 언론악법 등 MB악법강행 저지를 위해 대국회 투쟁을 전개하고, 쌍용차 등 구조조정 사업장과 비정규직 해고와 차별 등 당면 현안투쟁을 강화, 확대함으로써 조기전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월 ‘노동자 서민 살리기 투쟁선포대회’와 휴업조합원 조직화 및 투쟁돌입, 2월 대정부 대자본 중앙 및 지역 쟁점화 투쟁, 2월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협 방침을 포함한 노동자 서민 살리기 총력투쟁을 결의하여 2-3월 초에 임단협 요구안 발송을 시작으로 투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노조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총고용 보장,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 저임금, 실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 △공공부문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공성 확대를 핵심요구로 하여 2월 중 공공기관운영법 적용사업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총력투쟁’, 3월말 4월초 ‘공공노조 전 조합원 총회투쟁’을 전개하고, 조기에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힘을 모으기 위하여 △지도부의 선도투쟁, △대규모 집회 투쟁 배치, 4월~6월로 예상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저지 투쟁 결합, 5월 규모 있는 투쟁결의대회 개최, 6월(초)에 산별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한다는 방향 하에 조직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사회공공성 쟁취 서울지역 비상투쟁본부’를 구성하고 2월 중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서비스지부, 비정규투쟁 단위와 함께 경제위기 책임전가 반대와 비정규직 최저임금 투쟁을 전진배치하고 3-4월 산별노조, 단위사업장 조기 임단투 돌입 지원 및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동투쟁, 5-6월 노동자 민중 총궐기에 서울동력 집중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이를 위해 노동조합 내 대응체계로서 ‘생활임금 고용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노동자 기본권 쟁취 공동대책회의’와 ‘정치실천단’,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 사업단과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대책회의’를 설치 운영하고, 연대운동체로서 ‘반신자유주의 반이명박 서울지역 공동행동’, ‘서울지역 사회공공성 연대회의’, 비정규직 연대체(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함께 공동실천을 펼칠 예정이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도 최근 지역별 경제위기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해고금지, 생활임금 보장, 실업급여 전면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핵심 요구로 하여 2009년 2월 쟁점을 선도하는 투쟁대회를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의 투쟁계획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반신자유주의 운동진영은 분열로 인해 역량이 취약하고,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상황이 대단히 취약하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1월 21일 정기대의원대회에 그 동안 반대여론에 부딪혀 유보되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상정한다는 방침인데, 이 안건이 원만하게 조율되지 못하고 표결이 강행될 경우 투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지난 2008년 12월 19일 열린 중앙집행위에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이 발의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고, 1월 16일 중앙위원회와 중앙집회위원회 등을 거쳐 대의원대회에 안건 상정 방식을 논의키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적 의미의 진보정당 혹은 진보적 정치세력의 통합 권고안 수준을 넘어 ‘민주노동당 중심’ 등의 표현을 통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배타적 지지방침을 고수하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될 경우 노동자운동 내부의 정치세력 간에 갈등과 대의원 대회의 파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와 현장에 대한 지도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안건이 상정된다면 경제위기에 맞선 투쟁전선의 형성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밖에도 최근 몇몇 개별 인사들이 민주노총 직선제의 유보 또는 폐기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중요한 투쟁의 시기에 선거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직선제에 따르는 문제점이 명백히 예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도 운동세력 전반의 동의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과 방식으로 논의되지 않으면 노동자운동 내부에 갈등만을 확대할 것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미조직, 중소사업장 노동자들부터 휴업, 해고 등에 내몰리고 있다. 대공장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쌍용차에서 보듯 일방적 후생복지중단, 임금지급 거부, 자본철수 협박 등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의 기회를 제거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대공장과 중소영세사업장의 분할은 물론이고, 대공장 중에서도 취약한 사업장과 후순위 공격대상 사업장을 분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지난해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으며, 쌍용차지부 신임집행부가 당선된 직후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강제휴업에 맞서 출근투쟁을 벌였지만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최근 쌍용차지부의 요청에 따라 1월 7~8일 중앙위원회에서 뒤늦게 쌍용차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의 구조조정 시도는 제조업, 금속노조 사업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노조차원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월 15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투쟁본부 선포식을 개최하고, 20일 또는 22일 쌍용차지부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법률 소송, 손해배상 청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투쟁 요구는 다음과 같다. △쌍용자동차 최대주주(주식 51% 소유)인 상하이 자동차의 ‘먹튀’(먹고튀기)는 수십만 노동자 서민에 대한 범죄 행위로 중국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국부유출과 기술유출을 막을 수 없다”며 당사자인 쌍용차노조와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4년 쌍용차의 상하이자본 매각을 승인한 한국정부도 사태 책임의 당사자로 책임져야 한다, △정부, 산업은행은 즉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쌍용자동차를 정상화 해 15만 관련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지역서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는 가운데, ‘공생협약’과 정갑득 위원장의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노동자양보론’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1월 7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대다수 중앙위원들과 현장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좌초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적 대타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력들에 의한 양보교섭이 불씨로 남아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과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어 대다수 현장이 움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고용안정이 예상되는 주요 대공장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하여 조선 등 부도에 직면한 사업장의 경우도 투쟁 자체가 형성되고 있지 않다. 향후 경제위기의 양상, 쌍용자동차 투쟁과 향후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GM대우자동차 투쟁의 전개상황, 현대 기아차 등 금속노조 주력 사업장의 대응에 따라 금속노조가 휴폐업 사업장을 포함하여 상반기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8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이 좌절되면서 공공운수연맹의 조직력은 이완된 상태이며 이에 따라 산별 미전환 조직들의 결합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공공노조는 노조 중앙의 지도력이 취약하여 공공부문 대사업장에 대해 개별사업장의 투쟁을 책임지거나 전체를 묶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운수노조는 산별노조로서의 독자적인 정체성과 구심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물, 철도, 택시 등이 개별투쟁을 전개하는 상황이라 전면적인 공동투쟁을 위한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공공기관 4차 선진화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많은 공공기관노조들은 자연감소(정년퇴직)+희망퇴직, 회사간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3-4년 간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감소 인원이 구조조정 규모에 비해 크게 적은 일부 공공기관들을 제외하고는 현장의 긴장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2. 현 경제위기의 성격과 투쟁방향을 둘러싼 논점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대중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으로 움츠려 있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는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투쟁 패배의 역사 속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취약해진 노동자운동이 투쟁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때를 상기하며 일시적인 양보와 희생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부르주아들이 말하는 것처럼 1-2년 혹은 2-3년 안에 해결 가능한 것인가, 혹은 장기간 지속되었던 1930년대 대불황과 유사한 대불황의 초입기인가하는 점에 따라 우리의 투쟁태세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장기적 대불황인가, 단기적 경제위기인가
현재 경제위기의 전망을 둘러싸고 부르주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무성하다. △U자형(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부양책 유동성 공급 덕분) △접시형(2010년 중 후반기부터 회복 시작, 각국 소극적 구조조정 등으로 회복시기 약간 늦어짐) △짧은 L자형(2010년 정도까지는 경제둔화 지속, 금융부실과 실물경기 하강 동시 진행으로 침체 길어짐, 정부 적극 대응으로 장기 불황 방지) △긴 L자형(5년 이상 지속되는 일본식 장기불황, 현재 각국의 재정 통화정책의 실효성 검증 안 됨. 지난 수년간의 버블 후유증 장기화) 등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제출되고 있는데,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과 부실 상각에 1조 4천억 달러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앞으로 비용 추정치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며, 향후 내놓을 IMF의 경제지표 전망치에 하향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주택 및 금융부문에서 여타 실물부분(자동차 등)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나 미국의 경제위기는 수천만에 달하는 모기지 대출자들의 부실과 카드대출의 대량 부실이 확대되고 있지만, 각종 파생상품으로 인해 채권자가 명확하지 않아 부실규모에 대한 명확한 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도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는 씨티그룹에 이어, 자산규모로 미국 1위인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마저 또다시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렸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250억 달러를 지원받은 BoA가 자체 부실이 급속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BoA에 2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BoA의 자산 1,180억 달러를 보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뿐이 아니라 월가에서는 웰스파고, 제이피모건체이스 등 다른 대형 상업은행들도 BoA와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최대 1,500개의 지방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유럽 등 개발도상국의 위기 확산, 남미 브라질 헤알화 가치의 대폭 하락에 뒤이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하락,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말레이시아 링깃이나 대만 달러의 가치하락 가능성 등 개발도상국 환율의 경쟁적 절하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이것이 현실화되면 화폐가치 불안정에 따른 국제무역 축소나, 타국의 희생 위에 자국의 번영이나 경기회복을 도모하려는 근린궁핍화정책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현저한 수입 감소로 인한 다른 나라의 성장이 감축되는 등 세계 각국 정부의 공조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이윤율 추계를 살펴본다면 현재 경제위기의 성격은 좀 더 명확해 진다. 1930년대 대공황은 미국경제가 성장하고 세계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던 시기, 즉 이윤율의 상승시기에 발생했고, 미국은 ‘금리생활자의 안락사’와 ‘투자의 사회화’라는 케인즈주의와 뉴딜정책, 2차 세계대전(군사케인즈주의)을 통해 노동자계급에게 완전고용과 고임금을 보장하며 자본주의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라는 조건에서 발생한 것이며,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를 지나 70년대 이래 세계자본주의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의 위기(케인즈주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최종적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또한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의 초민족적 성격으로 인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의 등장을 통한 자본주의적 방식의 위기극복이 어려운 조건이며, 향후 세계는 ‘국제주의인가 야만인가’라는 역사적 갈림길에서 긴 시간대의 고통과 투쟁의 시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2010년 이후 또 다른 회복국면이 있을지라도 이때의 이윤율은 2004년의 이윤율보다 더 낮을 것이고 일시적인 회복 후에 재발할 위기상황은 달러가치 폭락, 수출달러 환류 중단이 가세하면서 1929년 대공황보다 파괴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 신자유주의 종언과 케인즈주의의 귀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일부 언론들은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 아래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들의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몰락하고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맞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은 금융자본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은행의 기능을 기존의 상업은행과 결합하여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규제이지 미국 GNP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금융자본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정책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도 미국식 금융시장 자본주의의 종식과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 재편을 노린 발상에 불과하다. 또한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허황된 주장과 함께 많이 등장하는 논리가 ‘시장의 실패, 국가의 귀환’이다. 이는 시장과 국가를 허구적으로 대립시켜온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머리로서 ‘국가’와 ‘자본(시장)’을 통일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고 대중들의 사고를 ‘시장주의(신자유주의)냐 국가개입이냐’는 허구적 논점에 가두어 ‘부패하고 투기화된 자본주의로서 신자유주의 비판’의 급진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국가라는 매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으며 노동유연화와 공공부문 사유화, 광범위한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국가가 수행해 왔다. 다만 매 시기마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국가개입의 성격과 방식을 변형했을 뿐이다.
일부 언론의 다분히 의도적인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허황된 주장은 ‘케인즈주의의 귀환’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와 거시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케인즈주의’와 동일시하고 있다. 부르주아들이 호들갑스럽게 ‘케인즈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1930년대 대불황을 ‘케인즈주의’를 통해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의 경제위기도 ‘케인즈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케인즈주의 정책의 핵심은 금융억압(금리생활자에 대한 안락사)와 적자재정(투자의 사회화), ‘자유기업주의’ 옹호이다. 따라서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 정책은 케인즈주의의 일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온전한 의미에서 케인즈주의 정책이 아니다. 현재 미국과 세계 각국 정부는 케인즈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억압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생존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부분적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진되었는데,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다른 계기(과잉축적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 혹은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의 출현)가 없는 조건에서 전면적인 금융억압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 케인즈주의 정책은 자본주의 성장기에도 미국을 포함한 일부 중심부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지할 수 없는 한국과 같은 반주변부 국가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은 아니다.

3) 자본주의 체계 변혁과 이행주체의 형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향후 경제위기 전개를 전망할 때 역사적인 대불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IMF 때와 같이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 갇혀서는 심각한 위기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정치적 전망을 개척할 수 없다. 우선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자본주의 체계, 즉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이라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 부패하고 투기화된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대안세계를 건설하려면 강력한 이행의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의 노동자운동의 주체역량은 대단히 취약한 조건이다.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수동화된 대중들이 함께 투쟁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대중투쟁의 요구와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행강령과 대중투쟁의 요구
현재 운동진영 내부에서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위한 이행강령에 대한 이해의 편차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행강령이 현 정세와 주체역량을 고려하여 대중투쟁을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의 요구와 주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이행강령이란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넘어 근본적 지향(사회주의)을 담는 요구와 주장이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최근 이행강령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위기 대응과 관련한 투쟁요구를 토론과정에서도 이러한 입장차이가 드러난다. 전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해결불가능성과 대안사회(사회주의)의 가치와 지향은 선전, 선동,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지만, 투쟁요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대중의 계급적 단결,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실업자, 반실업자), 여성과 남성,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고취할 수 있는 대중투쟁의 요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객관적으로 대중운동이 분출하는 조건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계획과 전망을 제출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대중운동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만 착목하여 ‘급진적인 요구’를 선전, 선동하는 것으로는 대중투쟁이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후자는 금융/산업/물가 노동자 통제위원회의 결성, 재벌해체 혹은 재벌 재산 몰수, 비정규직 철폐, 무상 의료 교육 주택 등 당장 현실 가능하지 않더라도 사회주의적 가치와 지향을 투쟁요구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세기 전 ‘빵과 토지, 평화’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특정한 정세에서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면 아주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혁명적 요구로 전화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기 우리의 요구를 케인즈주의적 요구와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케인즈주의자들은 현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대안과 요구를 제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갖는 명백한 한계를 인식하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 없이는 현재의 위기가 해결불가능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정세에 대해 대안사회를 건설하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정세에서 대중들의 역동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이행요구와 투쟁계획이 필요하다.

노동권 생존권의 방어투쟁과 전면적인 금융통제의 중요성
현 시기 투쟁요구와 관련하여 자본주의의 위기와 공황이라는 조건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방어하는 것을 위해 투쟁하자는 데는 모두 동의하지만, 현재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문제를 건드리는 금융억압 등과 관련한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경향으로서 금융적 팽창이 자본주의 모순을 심화하고 자본주의의 붕괴를 촉진하는 상황에서 금융억압과 금융통제 요구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첫째, 이런 입장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노동자, 민중의 심각한 생존의 위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억압’ 요구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재정과 공적 자금 투입에도 반대해서 자본주의가 붕괴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공적자본 투입에 대한 반대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해고와 실업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파산위기의 금융기관, 기업에 선별적으로 공적 자금 지원 혹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공적자금 투입 자체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대중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자본주의 붕괴를 선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 시기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해결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노동자 대중운동을 통해 대안적 사회를 재건하자는 것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 이행의 주체를 형성하고 자본주의 체계의 붕괴로 더 이상 지배계급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요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대안사회로의 이행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런 입장은 현장투쟁을 통해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는 투쟁만이 중요하다는 입장과도 맞닿아 있는데 이는 현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이다. 우선 초민족금융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보유주식의 주가상승, 배당금, 환차익을 합쳐서 연간 수십조 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국내에서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생산한 잉여가치의 상당액이 초민족자본의 이익으로 빼앗긴다는 말인데,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할 자금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또한 외자유치를 절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초민족 투기자본은 일반적으로 5년 전후를 투자기간으로 미리 설정하고 우량회사 인수 후 대규모 배당 등으로 초기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며, 애초부터 경영을 통한 장기적 이익추구 보다는 자본의 분할, 합병 및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단기적 자본이득을 추구하고, 매각 및 청산을 통해 해당 기업을 완전 정리한 후 한국을 떠나는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자본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 이런 입장은 한국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세계자본주의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초민족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투기와 이동에 대한 규제수단을 갖지 못한다면 노동자 정치권력이 구축된다고 해도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서 그대로 경제붕괴의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국제주의의 중요성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전면화되어 있는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조건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하다. 대부분의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하고 2007년 국민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94.2%가 넘는 경제구조 하에서 한국사회에서 일국적인 전략은 그 제약조건이 너무 크다. 초민족화된 세계자본주의 조건에서 한국사회의 변혁은 국제주의적 시야와 전략이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다.

3. 노동자운동의 향후 과제

세계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해고, 임금동결, 조업단축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을 통한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탄압, 집시법 개악과 테러방지법, 사이버모욕제 등을 통한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의 억압, 노동자들의 파업권의 제한 등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를 동원한 사법적 통제와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 고통분담, 노사화합 강요에 맞서 이데올로기 투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제위기 하에서 고용문제가 임금문제를 압도하여 사태가 개별 사업장 차원의 대응으로 축소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임금동결(실질임금 삭감)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총연맹과 각 산별노조는 IMF 이후 노동자의 구조조정, 비정규직화로 고통을 전담한데 반해 재벌과 초민족자본이 그 과실을 독식한 것에 대해 폭로해야 한다. 또한 현재 재벌, 자산계층에게는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통한 천문학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정리해고와 실업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는 사회복지 축소,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노동권과 생존권을 내놓아야 하는가, 노동자 민중의 고용유지와 생존을 위해 재벌과 자산계층으로부터 축적한 부의 출연을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고통분담과 양보교섭은 끝없는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은 인종주의적 정서를 활용하여 이주노동자와 같이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공격한다. 그리고 성별 분업과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 우선 해고를 강행하고, 고령자와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분할 전략에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본은 역으로 여성, 고령자,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정규직노조를 공격하여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요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요구안을 마련해야 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 노동자운동 내부의 단결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진보연대의 반쪽자리 출범과 민주노동당의 분당,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의 시민단체, 민주당 중심의 연대운동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전선이 구축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지역구 배분을 위한 공조가 가능하도록 시민단체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범 개혁진보세력의 연대와 정권교체를 하나의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정부의 주요 정책 상담자이자 집행자로서 입지를 구축한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점, 허구적 코포라티즘을 추구하며 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추구하던 노동자운동 내 일부 세력 역시 배제되었다는 점, 이명박의 대결적 대북관으로 인해 이전 정부의 지원과 후견을 받던 통일운동 역시 소외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는 정권교체가 공통의 사활적인 과제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들 세력이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즉 첫째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당-민주노동당 공조를 매개로 하여 의회 내 야당 즉 민주당을 통한 입법 압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지방선거-총선-대선에서 범 개혁진보세력의 연대를 실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둘째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실질적 의미에서 대중투쟁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민주노총 통합지도부 구축, 양당 통합 촉진, 한국진보연대 재편을 통한 새로운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기구를 건설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자의 경로에 대해서는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체제유지와 관리를 위해 대중운동을 관리, 분할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단호하게 비판하면서 최대한 후자의 경향으로 노동자운동 내부의 단결과 연대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월 21일 개최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올해 노동자운동의 투쟁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그 동안 몇 차례 유보되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또한 진보정당 양당 통합권고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1월 16일 개최된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대의원대회 안건 제출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정치방침 관련하여 ‘현장정치활동 일상화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위해 민주노동당 강화를 기본으로 한 진보정당의 단결을 이루어 내 집권을 목표로 한 실질 활동과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안건이 제출되었는데, ‘민주노동당 강화를 기본으로’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또한 ‘상설적 연대투쟁 구축을 목표로 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이 완료되지 못하는’이라는 표현에서 ‘한국진보연대 가입문제를 삭제하고 포괄적 반이명박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에 대한 평가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견이 제시되었다. 논의결과 ‘2008년 평가’에서 이견이 있음을 명기한 채로 정기대의원회에 올리기로 해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양자 모두 노동자운동의 첨예한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쟁점인데, 노동자운동의 단결된 투쟁전선의 형성을 위해서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무리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되며, 이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당에 대한 통합 권고안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의 의미를 담아서는 곤란하다. 또한 직선제 실시가 정파갈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한파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중운동의 공동의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2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와 한국진보연대를 포함한 여러 투쟁 흐름들이 각각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지역적으로 공동의 투쟁태세를 확장하면서 전국적인 공동투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노동자 민중의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와 전면적인 금융통제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핵심적인 투쟁요구는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방어하는 것이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금융선진화,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 조치가 남한사회를 세계적 금융위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요구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①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 방어
• 총고용 보장 확대: 고용보장특별법 혹은 해고금지법과 같이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해야 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이를 지급할 때 실제로 고용유지를 위해 사용되도록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청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는 자본가의 자기 출혈이 있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서 구조조정이 아닌 고용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 임금삭감 반대, 물가상승률 반영한 명목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조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삭감에 대해 노동자들의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를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기준임금 인상 혹은 적정 시간의 잔업수당 보존 요구, 물가인상을 반영한 정액임금 인상 요구(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축소)를 제기해야 한다.
• 실업급여액 인상 및 급여 대상 확대, 최저생계비 인상, 신규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청년에겐 실업 부조제 도입

②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초민족자본에 대한 전면통제
•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은행겸업화 중단: 화폐발행권을 가진 한국은행(독립법인)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물가안정 즉 ‘금리생활자’의 자산보호를 위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적 정책기조를 넘어 ‘고용보장’을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 정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정부와 의회는 중앙은행을 매개로 은행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실행해야 한다. 거대한 금융거품과 부실을 낳는 은행겸업화가 중단되어야 하며, 투기적 목적의 금융기업(헤지펀드, 사모펀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면 규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 금융통제를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으로서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산업 분리 완화 방안(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반대. 한미FTA 비준 반대.
•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규제강화, 금융거래과세, 연기금의 금융투기 반대.

한편 노동자운동의 핵심 요구로 자리 잡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혹은 나누기’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자본의 입장에서 향후 제조업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조건에서 인력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전면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조업단축, 그에 따른 특근 폐지, 잔업 축소,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면서 희망퇴직 등을 유도하는 등 순차적으로 노동자들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불황기의 자본의 자구노력 차원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실질임금은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리는 만무하다. 또한 현재와 같이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량 감소로 인한 조업단축 혹은 중단으로 인해 잔업 특근이 사라지고 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 요구로 제기할 경우 현재와 같이 운동역량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고용-임금 빅딜 구도에 말리기 쉽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대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조건으로 변형시간근로제나 임금하락을 수용하라고 나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다. 물량 없을 때 휴업하고 물량이 있을 때는 제한 없이 잔업 특근을 마음대로 시키는 것이 자본에 가장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산량 감축을 위한 조업단축, 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노동강도 강화에 반대해야 한다. 한편 대공장 차원에서는 ‘교대제 개선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고용보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중요할 수 있는데, 사업장 차원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유지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자본가들의 재산이나 사내유보금의 출연 등을 통해 지역적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고용유지까지 나갈 수 있다면 전국적인 투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시급히 현장투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의 공포 앞에서 현장이 움츠려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부터 자본의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공세에 맞서 무기력하게 양보하지 않고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도에 직면해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먼저 투쟁이 발생하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투쟁이 발생하더라도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지역적, 전국적 투쟁전선을 확보하는 것이 정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자 급박한 위기에 내몰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대차, 기아차에서 힘 있는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 해 1월중 주간연속 2교대제 전주공장 시범실시 합의를 사측에서 지키지 않고 있어 1월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시주간근무형태인 1교대로 운영되던 전주공장은 지난 2007년 4월 주야맞교대로 전환했다. 당시 사측은 시장 확대를 위해 주야맞교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고, 전북지역 언론과 기관, 단체들이 대거 동원해 주야맞교대 근무형태 변경에 반대하는 노조를 압박하며 일방적으로 주야맞교대를 실시했었다. 그러다가 사측은 지난 연말 ‘전주공장 버스부의 재고 누적과 사업성 악화로 1교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측의 도발에 맞서 현대차지부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 실시’를 관철하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현장 세력들이 힘을 모아야 하며, 지역적으로도 공동투쟁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힘 있는 현장투쟁 전선을 세워야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GM대우자동차 등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의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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