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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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1-12. 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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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금속노조 3년, 평가와 제언

6기 지도부 출범에 즈음하여

박준도 | 노동위원장
금속노조의 위기, 어떻게 볼 것인가?

2006년 6월 완성차 4사 노조는 압도적인 지지로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하였다(현대 71.5%, 기아 76.3%, GM대우 77%, 쌍용 91.2%). 하지만 2009년 7월, 기업지부 해소를 결의해야 했던 대의원대회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기업지부의 대표지회장 선출방식(직선 대 간선)을 둘러싼 합의에 실패하였고, 완성차 4사 노조 소속 대의원들이 집단 퇴장하였다. 산별전환의 핵심이라고 간주되어왔던 기업지부 해소문제는 성원미달로 유예되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모두가 하나같이 금속노조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금속산별전환의 위기를 현 시기 금속노조의 위기로 등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속산별전환은 노동대중들에게 IMF 이후 신자유주의 노동신축화,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 공세에 대한 대안으로서(1998년), 현대자동차투쟁, 대우자동차투쟁에서 연이은 패배에 대한 대안으로서(2002년), 비정규직 문제의 확산, 민주노총 지도부 비리 사건 발생, 조직률 축소, 정파 간 갈등으로 인해 심화된 계급대표성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2003~05년), 최종적으로는 복수노조,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시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서(2006년) 제시되어왔다. 위기의 대안으로서 산별노조전환 혹은 조직재편이 적합한가에는 우리도 분명히 견해를 달리하지만, 그 대안마저도 (완성차 4사 노조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수의 대의원, 조합원들에게서 거부되었다는 것은 현재 금속노조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따라서 그에 뒤따르는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다. 산별무용론이나 몇몇 기업지부의 권한다툼 문제는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다.
현 금속노조 위기에 대한 우익적 비판이 작금의 상황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왜 우익적 비판이 강화되고 있냐는 것이다. 조직형식주의, 규약만능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는 기업지부해소와 지역지부 조직재편문제나 1사1조직 편제 문제, 사업계획의 불이행사업장에 대한 징계논의가 왜 잇따르고 있는가. 내용과 형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09년 쌍용차 투쟁의 비극이 그랬듯, 1998년 현대차 투쟁의 비극이 그랬듯 금속노조가 나의 고용, 나의 임금을 지켜줄 수 있는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아래로부터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금속노조는 기본적인 임금, 고용문제에서 투쟁으로든 교섭으로든 무엇 하나 힘 있게 전개하지도 못했다. 기업지부 지회들이 각각 개별로 교섭하고 투쟁하며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조합원들에게 금속산별전환은 당위성 이상의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4사를 중심으로 몇몇 대의원들이 기업지부 해소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정규직 대공장 이기주의’, ‘투쟁을 회피하려는 기만적 술수’라며 온갖 혐의만을 제기하고는 실질적 문제해결을 등한시한다면 현 상황을 절대 극복할 수 없다. 등한시하는 것 자체가 금속노조를 깨려는 우익적 비판의 토양만 제공할 뿐이다. 중앙교섭쟁취와 기업지부 해소라는 조직형식론만 들이밀어서는 현재 금속노조가 처한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지부 해소를 유예할 것이냐 즉각 시행할 것이냐는 전혀 부차적인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노조의 지난 3년을 정확히 평가하고 실천적인 논의를 위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오랜 기간 금속노조는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 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채 조직 확대도 없이 산별교섭과 기업지부 해소라는 조직전환에만 매달려왔다. 비록 금속노조가 이렇게 자기 덫에 빠져 침잠해 있다 할지라도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 15만 금속노조는 (조직형식이야 어찌되었건) 제조업 산업 전체에 만연해 있는 원하청 구조에 대한 도전일 수 있고, 또한 노동강도를 높이기 위해 노동을 재조직하려는 자본의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권과 자본은 이러한 흐름을 깨뜨리거나 적어도 순치시키기 위해 금속노조를 탄압하고 회유한다.
금속노조가 이제까지 매달려온 문제를 거꾸로 보아야 한다.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전선을 구축하면서, 조직 확대를 도모하면서 금속노조운동을 재조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노조 재조직의 기본 방향은 계급으로서 단결, 전국적 차원의 단결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전체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를 전제로 현 정세를 분석하면서 공동의 요구를 확정하고, 여기에 기반을 두어 금속노조가 단결해 나가야 한다. 금속노조는 “정리해고 계약해지 중단! 노조탄압 분쇄! 기본급인상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한 투쟁체계를 구축하면서, 지역 제조업공단의 중소영세사업장을 핵심 목표로 하는 조직화투쟁에 더 많은 활동가들을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노동조합운동의 주체로서 금속노조가 거듭나야 할 것이다.

15만 금속 산별 노조 3년 평가

산별전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금속노조 건설과정이 지난 3년, 길게는 지난 9년 동안 금속노조(금속연맹)의 투쟁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조직전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조직 확대도 투쟁의 집중점도 못 찾은 상태에서 기업별 조직을 산별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즉 조직재편은 기본적으로 위로부터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산별전환이 시안(중집ㆍ중앙위 결의안) → 기업별 노조 집행부의 결단 → 조합원 토론(설득) → 산별전환 결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구)금속노조는 과거 전노협―지노협 활동에서 지역중심으로 활동하고 논의했던 경험이 있던 데다 지역운동을 매개로 연대조직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산별노조 전환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정권의 탄압으로 전노협 가입이 좌절되었고, 민주노총으로 전환할 때도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자총련),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을 구성하여 별도 가입했던 대기업노조들을 금속노조가 포괄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조직형식론이 너무 앞선 것이다. 현장의 요구, 정세적 긴장과 시대적 사명감에 따른 조합원들의 동의가 아니라, 조직형식의 구상 완료, 시기와 일정, 이를 뒷받침하는 규약에 근거해 조직재편을 집행해 온 것이다.
2006년 이른바 ‘완성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는 3년 시차를 두고, 기업지부를 해소한 뒤 지역지부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규약에 삽입했다. 조직형식재편을 통해 조합원, 대의원들의 기업별 노조의식을 바꾸고, 산별완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의 이념적 지향, 공동의 관념, 공동의 경험도 없이 조직형식 재편을 통해 기업별 의식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거의 실현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관념은 공동의 투쟁, 공동의 목표 요구보다 공동의 조직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한다. 산별연맹과 산별노조의 차이가 (조직 확대와 새로운 주체형성, 투쟁의 응집력, 전국적 전선 형성과 같은 의미있는 변화가 동반되지 않은 한) 현실적으로는 조직형식전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마치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간주하면서 산별 전환을 맹목적으로 추구한 것은 재고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를 뛰어넘는 단결은 다른 차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앙교섭
중앙교섭을 둘러싼 투쟁에서 이 문제는 다시금 드러난다. 2007년 완성 4사의 가짜 협약서 파동 이후 교섭방침문제나 중앙교섭을 둘러싼 전술 문제 등이 여러 면에서 재고되었을 법도 했지만,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을 대각선 교섭으로 쟁취한다(교섭을 교섭으로 쟁취한다?)는 전술과 함께 중앙교섭 쟁취에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GM대우자동차지부가 GM대우 사측과 체결한 협약서는 제2의 가짜 협약서라는 구설수에 휘말리고 말았고, 어느 완성4사도 사용자단체에 가입하겠다는 확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앙교섭 쟁취투쟁이 조직의 단결력을 높이기는커녕 상호 불신만 키웠다는 점이다.
2007년 중앙교섭요구안은 과거 기업지부들이 쟁취해온 단체협약에 못 미쳤고, 당연히 기업지부 소속조합원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8년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쟁취를 위해 산하 지부의 임금관련 협약을 중앙교섭의제로 올렸다. 하지만 중앙교섭 타결 내용에서 임금협약은 최저임금만 포함되어 있었고,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임금협약은 다시 지부별 과제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정액임금인상을 통한 임금격차의 축소, 기본급 인상을 통한 임금체계의 왜곡 시정이라는 목표는 바로 소실된다.) 중앙교섭 쟁취를 위해 임금을 전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은 완전히 실패했고, 현장에서는 임금교섭에 시간만 버렸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은 2009년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중앙교섭 불참사업장만 타격한다는 투쟁전술이었다.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투쟁 자제’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에게만 타격을 가한다는 전술이 자본가에게는 얼마만큼 위압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특히 기업지부 조합원들에게는 산별노조의 존재의미를 되묻게 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는 산별교섭 쟁취를 둘러싼 모든 의무와 책임을 불참기업의 개별파업으로 부담하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7년, 2008년 산별기본협약 쟁취투쟁이 연이은 ‘가짜 협약서’ 논란과 함께 종결되자, 예전부터 중앙교섭을 해온 (구)금속노조 조합원들은 5기 지도부 및 기업지부의 산별전환 의지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산별교섭이 사측의 교섭 비용을 줄일 것임을 사용자에게 납득시키겠다는 5기 금속노조 지도부의 호언은 많은 활동가들에게 중앙교섭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산별노조와 중앙교섭이 노동조합운동을 순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 모든 문제는 중앙교섭을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산별노조 완성의 수단만으로 이해했거나 중앙교섭 쟁취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조직 확대
2001년 금속노조 결성시점에서부터 보면 금속노조가 3만에서 15만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15만 금속연맹이 15만 금속노조로 시차를 두고 조직전환을 한 것으로 보아야 옳다. 조직대상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야 말로 산별노조로의 질적 전환을 촉구하는 데 있어 일정하게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속노조도 이에 입각하여 2007년부터 전략조직화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 산하 전체사업장을 상대로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미조직 사업 부서를 재편하는 등 기초적인 자료축적과 조직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2008년 전략조직화를 위한 과제를 1사1노조,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 사업, 무노조재벌 전략조직화, 이주노동자 조직화로 정식화한다. 이 중 금속노조가 가장 주력한 것은 단연 ‘1사 1노조’다. 이 슬로건은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전략을 고민하다 내놓은 것으로 첫째, 노조 규약 변경을 통해 조합가입대상을 넓혀 사내하청 노동자를 조직하자는 것이고, 둘째, 이미 조직된 사내하청 노동조합과 사무직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주로 기업지부) 해당 지부가 규약을 변경하여 통합하자는 것이다. (사무직 노조와 사내하청 노조의 판단에 일임한다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이 사업은 시작부터 어려웠다. 일단 기업지부든 기업지회든 ‘규약변경’ 자체가 쉽지 않았고, 삼우정밀, ASA 등 몇몇 (신규) 사업장 지회를 제외하고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조합원 확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규약변경을 통한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통합 방침 역시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현대차지부의 경우 3차례에 걸쳐 계속 규약변경이 부결되었으며, GM대우차지부의 경우 규약은 변경하였으나 운영규칙 등 실무논의가 지리멸렬한 사태에 빠졌고, 기아차 지부는 정규직 노조가 일방적으로 규약을 변경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직가입시키면서 도리어 비정규직 지회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자본은 고용형태를 다변화하면서 고용형태를 근거로 노동자들을 분할 통치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할수록 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요구에 근거한 공동의 투쟁 없이 노조 조직대상에 대한 규약변경만으로 조직을 확대하거나 단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대우타타상용차 지회, 케피코 지회, 일성테크 등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는 규약개정만으로는 비정규직을 포괄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 이후였고, 세 경우 모두 구조조정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한 성과였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 사업은 (그 중요성과 가능성에 비해) 선전전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만큼 ‘1사1노조’에 비해 후순위였고, 무노조재벌 조직화 역시 복수노조 장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직화 사업을 평가해 보면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어떤 전략적 판단 근거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산별노조 전환의 추동력을 이미 조직된 조합원으로 전제했던 것이다. 산별노조건설이 조직 확대에 기반을 둔 대중적 힘에 근거하지 못했으며,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뿌리박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속노조의 투쟁
금속노조가 조직을 확대하는 가운데(혹은 교섭을 성사시키면서) 산별노조를 건설한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사수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간략히 평가해보자.
‘전국적인 투쟁조직의 실패, 합법주의로 경도된 3년, 경제위기 투쟁전선 붕괴’라는 평가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5기 지도부는 출범부터 삐거덕 거렸다. 2007년 4월 첫 대의원대회에서 한 대의원이 한미FTA 국회비준반대 총파업을 결의하자며 현장 발의했을 때 5기 지도부는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다수 대의원들은 이를 찬성했고, 2007년 한미FTA 파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에서는 ‘직권조인’ 논란이 불거졌다. 5기 지도부가 대의원대회 다음날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2년 6개월 장기투쟁해온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지회를 해산하는 대신 위로금을 지급받는다는 합의문에 서명해버렸기 때문이다. 서명을 주도한 임원은 더 이상 장투 문제에 관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민주성의 원칙은 이미 손상된 후였다.
2008년 촛불투쟁이 한참일 때, 총연맹은 잔업거부투쟁, 장관 고시 직후 총파업 전개 등을 결의했다. 하지만 5기 지도부는 이를 거부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것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중앙교섭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도 총파업 방침은 불참사업장 파업투쟁으로 왜곡 축소되었고, 하나의 노조로서의 투쟁 기풍은 손상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세계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고 난 이후였다. 정갑득 위원장은 투쟁을 준비하기도 앞서 각종 기자간담회에서 “임금동결”, “공생협약”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내부로부터 수많은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쌍용차 사측이 정리해고 말고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강변하는 순간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스스로 무급순환휴직 등 자구안을 폐기했음에도, 지도부는 자구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협상의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공권력 투입 즉시 총파업이라고 했지만 금속노조는 ‘공권력 투입’을 ‘도장 공장 침탈’이라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했고, 고립된 지 수일이 지나서야 총파업, 총력집중투쟁을 조직했다. 77일 동안 공장안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평택공장 사수투쟁을 벌인 것에 비해 공장 밖에서 금속노조가 전개한 총파업 집결투쟁의 결과는 참담했다. 공장 밖의 연대투쟁은 실패했다. 금속노조의 투쟁전선을 복구하는 데 있어 지도부의 의지만 가지고는 안 되지만 적어도 지도부가 투쟁의 의지가 없으면, 투쟁전선 복구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도부의 의중이 어찌되었건 투쟁전선이 이미 내부적으로 붕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섭권이 금속노조 지도부에 있었고, 단체협약 상에서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받아들이는 식의 어떠한 양보도 안 된다는 방침이 섰지만, GM대우지부를 위시하여 많은 단위 노조들은 음으로 양으로 양보교섭을 진행하였다. 한미FTA 저지 총파업투쟁에서 선봉에 섰던 현대차지부도 이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에서는 연대파업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조직은 산별노조였고, 규약 상에는 하나의 노조라 표현되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개별기업별 노조의 사업집행과 전혀 다를 바 없었고, 심지어는 그보다 못하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들을 기업별 의식의 관행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순환논리다. 애초에 금속 산별노조 건설이 노동권과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는 단일투쟁전선으로 노동자들을 집결시켜가며 산별노조를 건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별 의식의 관행은 공동의 목표 설정에 입각한 공동의 투쟁,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지키려는 공동의 전선을 세우는 노력들이 있어야 극복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교란요인이 나타나도 지치지 않고 공동의 투쟁전선을 세우려는 활동가들의 노력들이 노동자 대중의 신뢰와 믿음, 용기와 결의로 어우러질 때에야 노동권 생존권 투쟁전선이 형성되고, 이때 노동자의 대중적 조직결성과 함께 투쟁이 분출된다. 산별노조 조직전환만으로는 결코 이를 달성할 수 없으며, 대신할 수도 없다.

15만 금속노조가 현 시기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

금속노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
15만 금속노조를 깨는 것은 지배세력들의 입장에서 사활적인 과제다. 이는 명백하다. 지배세력들이 수탈을 확대하려면 각종 정책개혁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온갖 형태로 각종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데, 이때 노동조합은 최대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도요타생산방식을 확대하고 하청계열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은 노동조합의 무력화다. 이명박 정권은 그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노동조합에 대한 적개심 또한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금속노조가 집중적인 탄압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15만 금속노조가 이명박 정권의 이러한 공세에 어떻게 맞서 투쟁하느냐다. 이 문제가 산별완성이라는 조직형식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교섭테이블을 안정화한다던가 대정부 교섭채널을 확보하는 문제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양보교섭은 또 다른 양보교섭만을 요구할 뿐, (경제위기상황에서는 저들이 선심 쓰듯 양보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교섭의 안정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1990년 울산지역노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나 1991년 대기업노조연대회의가 전노협에 가입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당시 정권의 집중공격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 15만 금속노조가 단결하지 못하는 것은 이 문제가 핵심이다. 과거의 실패를 지금에 와서 또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이를 환기해야 한다.

철저한 원하청구조의 제조업 사업장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중국의 모든 제조업 사업은 철저한 원하청 위계질서아래 구성되어 있다. 원청사용자와 하청사용자는 말이 좋아서 같은 사장이지 동일한 지위의 계층이 아니다. 원청과 하청 사용자 집단이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만일 미국식 법인자본처럼 이것이 수직계열화 된다면, 하청사장은 단순 관리자에 불과하다(이것이 미국과 독일 자본의 조직형태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이다). 이러한 하청구조에서 자본가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전체를 동일 사용자단체로 구성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것도 ‘협상에 의한 협상’이라는 방식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한편 원하청구조는 하청회사에 노동조합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 전제가 깨지면, 즉 노동조합이 건설되거나 노동권이 제도적으로 확장되면 원하청 질서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과잉착취는 아래에서부터 흔들린다.
이 같은 원하청 구조는 노동자들 사이에 사업장 규모별 임금격차로 드러난다. 문제는 이 임금격차가 마치 노동조합 때문인 것으로 포장, 선전되고 있어, 노동자의 단결을 해친다는 데 있다. 이것이 실제 문제다.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직을 확대하고, 공동의 요구를 모아내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사용자 단체 구성 요구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제조업에서 투기적 행태의 확산, 재벌의 초민족화
신자유주의시대는 생산적 투자가 정체되고, 금융적 투기가 확대된다. 지금 한국사회가 새롭게 겪고 있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 중 하나가 자본의 이런 투기적 속성이 강화되면서 신규 설비를 확장하는 투자가 아니라 기존 설비를 재활용하고(공장매입), 새로운 투자 없이 기존 설비를 최대한 우려먹다 철수하는 방식(자본철수)이다. 쌍용자동차가 바로 그렇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동서공업, 파카한일유압, 포레시아, 쓰리엠, SPX, 위니아만도, 쌍용차정투위, 발레오공조코리아, 보워터코리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GM대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투자라는 명목으로 손쉽게 진입해서 철수하는 방식은 노동자에겐 거의 재앙과도 같다. 이런 투기적 투자를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편 현대자동차의 경우 반대로 (다른 해외 초민족기업처럼) 해외공장을 짓고(미국, 중국 등), 매입(동유럽, 동남아시아)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분산하고 세계화하는데, 이 역시 물량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무력화되고, 노동권은 침식된다.
양자 공히 자본의 초민족화와 투기적 행태가 강화되면서 나타나는데, 이러한 것들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금융)자본의 통제방안으로 토빈세를 도입한다던가, 해외투자의 조건으로 고용의 형태, 임금조건 등 국제적인 노동표준을 강제하기 위한 대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인 통제방안이 만들어지지 못할 때 노동권 보호는 아예 불가능한 수준에 빠지고 말며, 제도적인 통제방안을 만들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노동조합운동을 재건할 수 있다.

공동요구에 입각한 노동자의 단결과 공동투쟁 원리
공동투쟁은 정규직의 양보나 정규직의 도덕적 각성(정규직의 비정규직 관심 촉구)으로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구별 없이, 또 사업장 규모에 얽매이지 않는 공동의 이해와 요구가 전제되어야 노동자의 단결이 가능하다. 이랜드뉴코아투쟁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 공동파업이 가능했던 것도, 대우타타상용차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구조조정 저지’라는 공동의 요구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매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운동에서 공동요구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매개 고리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삭감저지)이다. 경제위기 상황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고용안정은 제도적 보완책 없이는 어느 범위 이상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며 임금인상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임금을 인상하되 임금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액임금인상은 매우 유력한 대안이다. 왜냐하면 정액임금인상은 임금이 인상될 뿐만 아니라 격차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금속노조가 지난 중앙교섭 요구안으로 매년 제출했던 기본급, 최저임금을 정액기준으로 동시에 인상할 것을 요구했던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 총연맹의 위상 강화
산별노조 전환이 연맹주도로 이루어져 온 사이, 산별노조의 위상은 강화되었지만 총연맹은 전체 노동자의 교섭과 투쟁전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대정부 대응 및 정책대안마련 기구로 위상이 점차 하락해 왔다. 이는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에서 총파업을 조직할 때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총연맹의 총파업이 산하 산별연맹의 판단에 거의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6월 총연맹의 총파업 선언이 금속노조와 언론노조의 총파업 선언 위에서 엎치기로 진행된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런 식이라면 경제위기 시대 노동권과 생존권을 사수하려는 노동자의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총연맹이 정세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대의와 요구에 따라 주체를 훈련하고 단련시키거나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산별투쟁일정을 조율하는 데 더 골몰하게 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별노조나 산별연맹의 일정과 상황논리에만 휘말리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떠한 집중투쟁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1998년~99년 공공연맹의 일정에 따라 금속 연맹의 일정에 따라 분산된 대응을 하면서 총노동전선을 집중시키지 못했던 뼈아픈 과거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총연맹의 위상이 하락한 사이 (총연맹의 집행기구로 규정되어 있는) 지역본부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하락하였다. 총연맹 지역본부의 산하 노조 관장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적 수준의 연대운동이 후퇴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역운동을 강화하는 것은 산별노조를 지역지부로 편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총연맹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조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연대와 공동투쟁, 정세적 대응이 활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앞서 언급했듯이 금속노조는 산별재편과정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산별전환이 되면, 신자유주의 노동신축화,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 공세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1998), 현대자동차투쟁, 대우자동차투쟁과 달리 전체 노동자가 집중해서 투쟁할 수 있을 것처럼(2002) 민주노총이 다시 계급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처럼(2003~05) 복수노조시대 전임자임금지급을 못 받아도 조직을 건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처럼(2006) 제시해 왔다. 현재 산별노조전환 과정에 대한 비판은 이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문제는 민주노조운동 모두가 함께 단결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들이다. 산별전환만 하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조합원들을 설득했던 과거의 오류를 딛고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투쟁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지 금속노조가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을 꿈꾸는 민중운동 모두의 과제다.

금속노조의 혁신과 투쟁을 위한 제언

경제위기시대 노동권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동투쟁
성과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모호하지만, 그래도 2009년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경제위기시대 생존권 전선 조기 구축을 위해 <노동자 서민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로 신속히 전환했던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특히 비정규직 대표자를 투쟁의 주체로서 포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값지다(현 조직체계에서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 대표자는 중앙집행위원회 성원이 아니다). 조직은 투쟁의 목표와 필요에 따라 개편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방식보다는 현 정세에서 노동조합이 어떠한 과제를 스스로 부여하고 그에 걸맞게 조직을 편제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 서민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와 같은 시도 혹은 <정리해고 계약해지 분쇄! 노조탄압 분쇄! 기본급인상 최저생계비 보장! 공동투쟁본부>와 같은 공동투쟁체들은 꾸준히 검토되어야 한다.
지금 민주노조 운동이 당면한 문제는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이다. 지금 정권과 자본은 금속노조 쌍차지부에 대한 직접적인 파괴공작과 함께 금속노조를 해체시키려는 갖은 공작을 다하고 있으며, 복수노조관련 법을 개악해 복수노조 시행의 의미를 무기력하게 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에 옥쇄를 채우려 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을 뿌리부터 흔들려는 이명박 정권의 시도에 맞서 금속노조가 새로운 투쟁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비록 지금 <노동자 서민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를 해소한다고는 하지만 자본가들의 정리해고 및 계약해지의 시도가 결코 중단된 것이 아니다. 경제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다. GM대우, 포레시아, 발레오공조 등 해외 초민족자본 기업들이 자본유출과 함께 정리해고 및 계약해지를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동투쟁계획이 필요하다. 또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등 해외공장의 본격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생산확보 경쟁이 일고 있다. 현대차지부(뿐만 아니라 관련 생산에 연계되어 있는 노동자)의 경우 이 문제가 특히 사활적일 텐데, 이에 대한 금속노조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 노동표준(고용형태, 인종차별금지, 임금제도 등)에 대한 요구와 이를 매개로 하는 국제연대투쟁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들에서부터 노동대중에게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초민족 자본의 자본유출, 반노동자적 행태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즉 자본통제, 국제적인 노동표준 강화방안들을 제시하고 투쟁을 조직해나가야 한다.
고용안정 문제는 분명히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자행하고, 이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 현재의 고용행태를 분명히 폭로하면서 특단의 제도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가 경제위기시대 해고 및 계약해지를 금지하는 특별법으로서 ‘한시적 해고금지 특별법’을 제안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제도를 고민하는데 있어, 고용문제를 ‘사회적 안전망’ 과 같은 것으로 쉽게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사회안전망’이 필요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필요하되 고용을 지키기 위한 제도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임금과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임금(예컨대 최저임금제도)과 고용(고용관련 법 제도들)을 둘러싸고 제도적 요구를 쟁취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대중의 보편적 이해를 더욱 잘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2010년 임단투 계획이다. 지난 2008년과 같이 임금을 산별교섭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공동의 요구이기 때문에 그것을 공동의 임금인상으로 설정했다면 교섭형태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공동의 임금인상이 핵심 목표라면 중앙교섭이든 단체교섭이든 대각선 교섭이든 교섭형태는 그 목표에 종속되어야 한다.
금속노조의 임금관련 요구안 즉, 정액임금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중소영세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유관사업장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다. 더구나 2009년 최저임금은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삭감되었다. 이는 노동자에게 완전히 재앙이다. 이를 완전히 만회하려는 투쟁이 필요하다. 2010년 최저임금 인상투쟁에서 금속노조가 중심에 서야 한다. 여기에 금속노조의 기본급 임금인상계획을 구체적인 투쟁과정으로 인입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노동자의 단결에 중요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시기집중을 넘는 공동의 임금인상 투쟁(반드시 통일교섭을 전제할 이유가 없다)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금속노조 전체가 임단협에서 공동의 요구를 의미 있게 쟁취하는 것이다.

지역지부 지역지회 건설ㆍ강화를 조직적 목표로 하는 미조직 사업의 강화
앞서 평가한 대로 산별조직건설이 의미가 있으려면 공동의 투쟁전선 구축과 함께 조직확대 전략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전노협건설은 민주노조건설의 역사였으며, 민주노총 역시 조직확대와 함께 이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미조직 사업은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규약변경을 통한 조직 확대 전략이었던 ‘1사 1노조’ 전략을 넘어서는 기획이 필요하다. 반면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은 총연맹의 2기 미조직사업과 연계하여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사업장들은 대개 대규모 공단에 위치하면서 조립공정을 하청계열화하거나 군집화하고 있다. 공히 모두 추가적인 자본투자보다는 빈틈없는 노동시간(실질노동시간과 계약노동시간의 일체화)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윤을 확대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동을 전면적으로 재조직하고 있다. (사내)하청계열화, 외주 용역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동의 재조직화는 노동조합의 강한 현장통제력 아래에서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운동을 불가능케 하는 온갖 방식들을 자본가들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속노조의 조직력이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중소영세 하청사업장들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직접적 도전이 없이는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속노조의 조직 확대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적 힘으로 금속노조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중소영세사업장, 공단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화 계획이 필요하다.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주체를 직접 형성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야 금속노조의 실질적인 강화가 가능하며 금속노조운동의 재건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조직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조직전문가 몇몇을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나, 금속본조가 미조직사업 홍보물 찍고 간부들이 홍보하는 방식, 지역지회에 지원금 얼마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목표 사업장, 공단에 대해 구체적이고 집요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공단에 밀접해 있는 지역지부, 지회들이 목적의식적인 계획을 세우고 활동가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이를 위한 자체 훈련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과 정책, 간부가 지역으로 직접 내려가 재정사용의 효율화, 정책의 지역적 세밀화, 간부의 현장실천을 전개하면서 조직화사업을 내실 있게 해야 한다. 건설노조처럼 조직사업 자체를 일상화하고, 이를 이미 집행하고 있는 몇몇 지역 지부나 지회의 모범사례는 널리 보급해야 한다. 지역지부 지역지회 건설 및 강화를 목표로 미조직 전략 조직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제조업공단에서 대대적인 조직화와 투쟁을 병행할 때다.

지역운동의 실질적인 강화
지역이 연대의 거점이라는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맞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금속노조를 지역지부로 재편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금속노조가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자임할 것이며, 어떤 사업들을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 전노협 지노협 시절 지노협이(협의체 수준임에도) 지역운동을 주도했던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요구, 정세적 대응의 기민성에서 기인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결코 조직편제(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활동가 조직군의 형성, 지역 연대투쟁의 강화로 뒷받침할 일이지, 노조를 지역으로 재편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기업지부든 지역지부 지회든 연대사업과 공동의 투쟁, 공동의 조직화 경험이고 그것이 얼마만큼 상호 긍정적으로 축적되는가다.
지역연대의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적 차원의 노동자 공동체의 구성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노동조합이 가장 정세적인 실천을 가장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해당지역이기 때문이다. 지역연대는 이를 중심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문제는 지역연대운동과 기업지부 지회뿐만 아니라 산별 조직간 교류확대가 함께 고민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강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운동에서 총연맹 지역본부가 중심에 서는 것이다. 총연맹 지역본부가 지역연대투쟁에서 중심에 섬과 동시에 지역공단, 노동인구 밀집지역 미조직 노동대중을 조직하는 투쟁에 있어서도 관련 연맹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업을 전개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고 강화하려는 연맹산하 지역본부 및 지부들의 노력도 당연히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적 사업과 투쟁에서 서로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산별노조 지역조직들이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속노조도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일 지역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형식문제를 고민한다면 지역 전체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 올바르다(예컨대 총연맹 지역본부 운영위원회 강화). 총연맹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이 얼마만큼 강화되는가에 따라 지역연대운동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금속노조
이상의 제안들은 현재 경제위기상황에서 정권과 자본가들의 공세를 막기 위한 계획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힘을 키우기 위한 조직 확대 및 조직강화계획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처럼 수세적인 투쟁이 아니라 지금처럼 노동신축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의 강요하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속노조가 비판받아왔던 것은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만 방어해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신축화 공세의 원인이었던 자본주의적 착취질서―임금노예제도,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로의 재편에 맞서는 투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전체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수준을 넘어 지배와 착취를 강화하려는 지배세력들의 시도 전체에 맞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초민족자본의 투자를 자유화하고 이를 위해 노동권을 무력화했던 그 역사와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과 태도를 견지하면서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이미 금속노조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자임해왔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금속노조가 2006년, 2007년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비판하는 데 최선두에 섰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이러한 흐름을 현장으로부터, 노동자대중으로부터 더욱 강화해야 한다. 2010년 11월 G20정상회의는 전 세계의 지배세력들이 또다시 자본의 천국, 자본의 세계화만을 위해 세상을 재편할 아이디어를 모아보려는 기막힌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금속노조가 선두에 서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을 옹호하고, 이 과정에서 자본가의 분할 지배를 극복하여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드높이는 것, 그리고 바로 그 힘을 지렛대 삼아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에 맞서 새로운 대안을 꿈꾸는 것. 금속노조는 이제 이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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