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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2.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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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산업단지’ 조직화 방안에 대한 제언

서울남부전략조직화 사례를 중심으로

박준도 | 노동위원장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의 핵심 기조는 중소영세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다. 이른바 ‘통합지도부’라 불리는 금속노조 7기 지도부도 이를 핵심 사업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중소영세공단조직화 사업이 ‘대세’인 것은 분명 사실이다. 물론 금속노조가 노동조합운동을 재건하고 그 밑거름이 되는 조직화사업을 기획하는데 있어,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와 공단이 가지는 사업장 밀집도에만 근거해 접근하려는 것에는 몇 가지 토론지점이 있을 수 있다.(자세한 것은 동호에 실린 한지원 글 참조) 하지만 노동자의 계급대표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공단지역 중소영세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에 대한 연대전략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는 것 역시 노동조합운동 재건의 핵심인 만큼, 공단조직화사업에서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이하는 이른바 도시형 산업단지에서 조직화 전략을 구상할 때,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에 대한 필자의 제언이다. 다만, 일반적인 접근이 아니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조직화 사업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면서 제기되는 쟁점들을 중심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이 자체로 ‘도시형 산업단지 조직화 전략’ 제언이라고 명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변화 양상은 이른바 첨단화를 목표로 하는 도시공단의 재설계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조직화는 민주노총의 핵심전략조직화사업이어서 ‘도시형 산업단지 조직화 전략’을 구성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산업단지의 첨단화

1990년대 초반 재벌기업들은 이윤율의 급격한 하락을 겪으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및 금융화를 도모하는 한편, 이익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 원하청구조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었다. 공단지역의 많은 제조사업장들은 부동산 지대 상승의 압박 속에서 이러한 재벌의 구조재편방향에 (이른바 산업구조조정이라는 형태로) 조응하는 방안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는 재벌대기업들의 줄도산과 함께 공단 지역 내 주요기업들(구로공단의 경우 대우, 한일합성, 진도, 세계물산 등)도 도산위기로 몰아넣었고, 대도시 인근의 각급 국가산업단지에서는 기업공동화 현상이 급격히 확산된다. 특히 서울 구로금천지역에 자리잡은 구로공단에서는 노동자의 대규모실업이 함께 발생하면서, 지역이 슬럼화될 위기마저 있었다.
높은 지대로 인해 규모가 큰 제조공장 유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핵심산업단지의 공동화슬럼화 현상을 막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1997년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을 내놓았다. 그에 따라 첨단신산업중심의 산업단지로 공단의 업종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아래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 비제조업 부문의 R&D 업종 등을 포함한 IT 관련 업종의 공단 입주를 허용한 것이다.(1996년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서 아파트형 공장이 제외되면서 관련 규제는 이미 완화되어 있었다.)
1998년 유휴 공장부지에 건설한 아파트형 공장이 부동산 경기 회복 바람에 힘입어 분양에 성공한다. 2000년대 초 IT 경기가 후퇴하면서 강남 테헤란로의 IT 업계 기업들이 높은 지대를 견딜 수 없게 되자, 10~20% 수준의 보증금으로 동일한 공간과 인프라를 누릴 수 있고, 전기요금도 산업용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서울디지탈단지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생산자 서비스업 관련 인프라도 급격히 확대된다. 그리하여 정보통합관리기능을 제공하는 IT정보통신서비스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콜센터 등 각급 생산자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연평균 26.2% 증가율을 기록하며 급격히 확산된다.(손정순 2011)

서울디지탈산업단지의 특징

생산설비의 중소영세주변화, 사무행정과 생산설비의 공간적 이원화
유휴 공장부지에 들어선 아파트형 공장에 대규모 제조업체가 들어서기는 불가능하다. 소음, 진동 등의 문제로 대형 기계가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봉제공장이나 간단한 기계만을 갖춘 영세사업장만이 아파트형 공장 내에서 제조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공단 내 생산기지들을 더욱 중소영세화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제조생산기지를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지 못한 지역으로 주변화한다.
아파트형 공장 내에 있는 중소사업장들은 (서울 수도권지역을 상대로) 영업실적에 의존하는 맞춤주문형 제품(의료기기, 측정기기, 일반 목적용 기계 등) 생산 기업이거나 아파트형 공장 내로 진입할 수 있는 의류봉제업인 경우가 대다수다.
주변화된 생산기지들은 1990년대부터 존재해온 전통적인 전자산업 업체들이거나 봉제업과 인쇄업인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주변 생산기지에 있는 전자산업 업체들 중 완성품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들 업체는 대부분 2~3차 하청업체들로 저임금에 의존해 하청물량 확보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생산자 서비스업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집중되고 관련 인프라들이 구축되면서, 사무행정과 생산설비가 공간적으로 이원화되는, 즉 생산설비는 지방에 두고 본사만 서울디지탈산업단지 내에 머물며 시제품만을 제작하는 형태의 중소기업도 늘어난다.

중소영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3자 물류의 발달
서울디지탈산업단지는 수도권 지역의 물류센터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한데, 지난 10여 년 동안 포장, 조립가공, 판매, 전시, 마케팅 등을 수행하는 종합물류시설로 변모하였다. 단순히 보관, 배송, 재고관리 기능만 하는 물류센터가 아닌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제조생산업무를 하며 공급관리를 하거나 반대로 재고 및 유통기한 관리 등 수요관리를 하면,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생산과 판매의 연결 길이가 짧아져 적기공급생산(Just-in-time)이 더욱 용이해 진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물류센터의 이러한 변화는 제조업의 제조판매유통시장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제조업체가 관련 업무를 물류센터로 외주화하는 방식의 물류를 3자 물류라 하는데,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대다수는 임시직 형태의 미숙련직 노동자이며, 40대 여성노동자들과 2-30대 청년노동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제조업체가 물류기업에 위탁하는 물류비가 전년보다 증가할 경우, 증가한 물류비용의 일부를 법인세액에서 공제받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물류센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공단지역에서 물류센터의 비중과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생산자 서비스업의 확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점차 줄어들면서 조직을 다운사이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집중화된 조직관리 방식을 구사할 수 있는 정보통신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며, 정보통신교통의 발달에 의존해 공장들이 지리적으로 분산될수록, 기업의 생산자 서비스 수요는 커진다. 생산자 서비스를 통해 조직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규제, 낮은 토지임대료, 저임금 노동시장을 찾아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공간적 이원화가 가능하고, 나아가 시장 적응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달한 생산자 서비스업은 (전문기술직 직종 노동자의 생활거주 특성상) 도시내부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서울디지탈단지로 생산자 서비스업이 집중된 배경이다.
기업내부의 비용절감을 위한 대규모 아웃소싱과 함께 생산자 서비스업이 급격히 증가하지만 상층의 아웃소싱(금융, 법률, 정보통신기술 등)과 하층의 아웃소싱(콜센터, 청소용역 등 사업지원서비스)에 따라 노동력 이용양태는 크게 양분된다. 전자가 전문기술직 직종의 상대적 고임금 노동력 시장에 의존한다면, 후자는 미숙련직 저임금 노동력 시장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자 서비스업은 노동시장의 젠더분할에 의존하는 노동력 이용이라는 산업적 양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법률금융정보통신기술 등에서 남성노동자의 비중이 높고, 콜센터, 단순 사무 없무 지원등에서 여성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상층 아웃소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역시 두 가지로 다시 양분된다. 금융, 법률 지원서비스처럼 대형화초민족화를 도모하는 형태가 있고, IT정보통신 서비스산업에서 종종 보이는 (벤처라는 명명이 시사하듯) 소기업자영업 형태가 있다.
소기업자영업 업체들은 다시 대형화된 업체와 갑을관계를 구성하는데, 그에 따라 전문기술직 내에서도 내부격차가 발생한다. 이런 경향은 IT정보통신 서비스산업에서 더욱 뚜렷하다. 일부 노동자만이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에서) 고숙련 기술직으로서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대다수 노동자들은 사무직 임금 수준으로 점점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견제도는 하층의 아웃소싱을 더욱 손쉽게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대형화전문화된 업체와 소기업 사이에 갑을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전문인력 파견은 그 자체로 업무 하청 성격을 동시에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저임금, 신축적인 노동시장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정부는 가내여성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불러내는 한편, 이주노동자의 국내취업을 허용한다. 구로지역에서는 특히 기혼여성인구가 늘어난다. 또한 조선족 노동자의 제조업 취업이 허용된 이래 이주노동자도 늘어난다. 외환위기 이후 이익 손실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경향은 더욱 확대되었고, 구로지역의 전자산업 하청업체들은 저평가된 기혼여성인구 및 조선족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을 활용해 살아남았다.
한편 이들 전자산업 하청업체들은 입지상 수도권 공단 내 다른 동종업종 중소하청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자산업 하청업체들은 하청물량을 받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심지어는 업종에 상관없이 단순조립라인을 자신의 공장내부에 설치하기도 한다. 전자산업의 특성상 제품주기가 대단히 짧고, 시장에서 가치를 실현하는데 실패할 가능성도 높은데, 대기업들은 이러한 위험을 다변화된 하청전략과 물량수급조절로 분산시킨다. 이에 따라 노동력 시장의 저임금구조는 더욱 공고해졌고, 나아가 임시직 고용을 선호하는 형태의 고용불안이 일상화되었다. 한편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인력공급업체들 역시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도시형 산업화 단지의 조직화방안에 대한 제언

조직화 대상을 정확히 선별하고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존 제조생산직 노동자의 조직화 방식을 유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중소영세노동자들이라 할지라도 같은 직군의 노동자, 공동의 지역과 사업장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산업이나 업종에 집중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모든 직군의 노동자 전체를 관통하는 요구를 구성하는 것은 지역생활의제를 제외하고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특히 서울디지탈산업단지는 그러한 경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도시형 산업화 단지의 조직화 전략을 세울 때는 조직화 대상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면서 조직화 집중 대상을 선별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표 1] 서울디지탈산업단지 노동자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실태조사사업이 필요하다. 공단노동자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과거 몇 년의 경험으로 이를 대체하려 한다면 헛다리짚기가 십상이다. 도시 인근 공단의 변화속도와 노동력의 이동속도는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생산 - 물류 (유통) 동시 조직화
공단조직화는 (사내하청 조직화와 같이) 원하청 동시 조직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독자적인 기업운영능력이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직화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조직화라고 해서 사업장 단위의 교섭력과 현장투쟁역량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공단의 성격변화에 대응하여 노조의 힘을 회복할 수 있는 조직화 방안이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자신의 투쟁력과 교섭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조직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지역공단 차원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할 만한 것은 (공단의 변화 방향이 시사하듯) 물류기지 노동자와 제조생산직 노동자를 동시에 조직하는 것이다. 재품생산―물류라는 공급선을 따라서 조직화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인데, 제조생산직 노동자에서 창고포장물류센터 노동자까지 금속노조가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20대 남성, 40대 여성노동자들은 유사업종, 유사직종, 유사현장에 대한 공통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업무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 취업정보와 업무특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사업장 혹은 지근거리 내에 몰려 있기도 하며, 다양한 직군(콜센터, 포장, 사무, 상하차―임시일용직, 운수 등)의 노동자들이 단일 사업장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조직화 연쇄효과도 가능하며, 초기업단위 조직화라는 실험을 하는데 있어서 심리적 공간적 거리도 짧다.

노동자 내부의 연대를 확대하자
우리가 잘 아는 서비스 관련 조직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청소노동자 조직화 사례다. 대학, 민간시설만 염두에 두고 있는데, 제조생산기지, 특히 아파트형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경우 청소노동자들이 밀집해서 존재한다. 그만큼 조직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서 일정한 조직화 경험과 캠페인 노하우, 집단교섭의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
청소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무엇보다도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상한선이라는 최저임금한도를 지역사회와의 연대로 넘어서 본 민중운동의 경험이 있다. 공단지역 내에서 하나의 직군에서라도 최저임금 상한선을 투쟁으로 넘어선다는 것은 노동조합 조직화의 가능성을 크게 확대한다. 공단 내에 밀집한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청소노동자 조직화에서 생산직, 물류기지 노동자 조직화로 이어지는 반대의 경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만큼 최저임금 상한선을 넘어서는 것이 노동자 조직화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편 고객관리 기능이 외주화되고, 물류유통기지가 구로금천지역에 함께 존재하면서 콜센터 시설지원노동자들 역시 집단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서 저임금간접고용 노동시장의 폐해를 온몸에 간직하고 있는 노동자군이자, 고객서비스 100% 만족이라는 미명 아래 감정노동으로 삶이 황폐해진 노동자군이 이들이다. 이들은 콜센터 시설의 특성상 하나의 사업장에 다양한 소속의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몰려있다는 점에서, 또한 젊은 여성노동자라는 세대적 집단성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구나 조직화 연쇄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화 계획을 세워야 할 대상이다.
생산자서비스업에는 전혀 이질적인 다른 직군의 노동자도 존재하는데, 정보통신업종에 종사하는 전문기술직 노동자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검토한 대로 갑을 관계에서 점점 하청을 받거나 노동자를 파견하는 형태로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데다, 기술직이라고는 하지만 임금형태는 노동시간의 길이에 의존하는 연봉제, 즉 노동시간이 긴 연봉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직군의 노동자들에게서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포괄임금제로 인해 연장근무에 대한 임금보존 방안이 없고, 불규칙하고 비체계적인 사무행정 처리에 대한 불만이 많아 디지털플러스 분회 사례에서 보듯 불만을 토로하며 집단적인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업단위 조직화가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과의 접합을 꾀하면서 기업별의식개별의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들 업종의 노동자를 금속노조가 직접 조직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유관 산별노조의 지역조직들과 공동의 사업을 벌인다면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산별노조 지역조직 간의 직접적인 연대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운동의 발전에 새로운 의미부여를 해줄 수 있는데 다 공동조직화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확대는 지역 연대운동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현장의 작은 요구와 실천에서 지역현장의 핵심 요구와 투쟁으로
사업장투쟁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지역현장의 작은 요구와 실천에서 지역현장의 핵심요구와 투쟁을 만들어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업장단위 조직화가 난맥상에 빠진 상황에서 지역적 조직화, 업종별산업별 조직화에 걸맞은 방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산별노조 지역단위의 발전전망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또한 공단조직화 사업의 전형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기초적인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역단위의 현장투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작은 요구는 ‘근로기준법 준수’와 같은 노동현장의 의제일 수도 있고, ‘공단의료시설 확충’과 같은 지역생활 의제일 수도 있다. 그것의 구체화 양태는 ‘무료노동 이제 그만!’과 같은 신고방식일 수도 있고, ‘보건의료센터 건설’과 같은 대지자체 요구일 수도 있다. 분기별로 몇 가지 실험들과 실천들을 통해 공통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권리(노동권, 여성권)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면서 주체를 확대 재생산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노동자들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각급의 다양한 소모임을 구성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유동성,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형태는 지역단위 소모임이다. 그것의 최소 형태는 아파트형 공장단위의 소모임일 수도 있으며, 최대 형태는 구 단위의 소모임일 수 있다. 관건은 직장 단위 소모임의 경계보다는 훨씬 넓어야 한다는 것이며, 남성여성, 정주노동자이주노동자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모임을 운영할 때에는 양적인 면, 질적인 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 노동자들이 자생적으로 확장시켜나가는 지역소모임. 노동자의미래가 명시적으로 주관하지는 않지만, 지역과 현장의 주체 몇몇이 참여하는 지역 소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소모임의 핵심적인 목표는 노동자들 내에서 지역생활공동체를 확산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주체를 찾아내는 다양한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 조직화 사업단이 명시적으로 주관하는 지역소모임. 조직화 사업단이 주관하는 소모임은 일상사업과 긴밀히 연계되면서 현장의 요구를 직접 드러낼 수 있는 소모임을 가리키는 것으로 핵심적인 목표는 현장주체(혹은 지지자)의 확대재생산이다.

공단 조직화 사업의 사업적 연계를 구체화하고, 실질화하자
한편, 구로부천남동안산시흥 등 수도권 공단은 발달된 통신시설과 각각에 존재하는 물류기지들을 매개로 본사와 생산기지가 나뉘어 있기도 하고, 원하청 계약에 따라 생산거점이 이동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생산설비를 이동분산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요구로서 자본의 이동을 제어할 방안을 만들어야겠지만 우선은) 각 지역의 노동조건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수도권 공단노동자들의 공동요구, 공동투쟁을 통해 임금과 고용조건을 둘러싼 노동표준을 함께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수도권 공단조직화 네트워크 차원에서 (각각 모범을 창출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동으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요구와 실천, 공동의 요구와 투쟁계획들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 공단에서 실태조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공동의 조사 분석을 통해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몇 가지 업종과 직군 노동자(예컨대 전자산업 생산직 노동자, 물류기지 창고포장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공동 조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속노조는 전국조직이다. 지역조직화라고 해서 전국적 조직화 사업과 별개로 가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다.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의 공동요구, 공동투쟁으로, 지역공단노동자 단결을 이루어내자
사업장단위의 조직노동자의 투쟁성과가 (격차의 확대가 아니라) 지역노동자의 요구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노동자의 임단협 투쟁이 지역노동자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의 요구와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공단 내외곽에 존재하는 기 조직단위의 임단협투쟁과 지역 미조직노동자의 임금인상 방안을 결합하는 것이다. 공단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요구는 무엇보다도 임금인상이다. 임단협과 (공단)최저임금 투쟁의 결합을 도모하는 것은 모색은 이를 실질화하는 데 소중한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투쟁이 저임금노동자의 실질적인 임금인상투쟁으로 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단조직화 방안에 걸맞은 의제와 투쟁계획 개발을 총연맹지역본부와 금속노조 등 산별단위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사내하청 조직화 사업이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전국적인 요구와 함께 전진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환기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조직화 사업이지만 전국적 수준에서 공단노동자들의 요구를 응집시키고 이를 실현시킬 투쟁계획을 중앙차원에서 입안해야 지역조직화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투쟁계획으로 입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금속노조 지역골간구조를 공단조직화사업에 걸맞게 혁신하자
산별노조의 지역골간조직이 아직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조건(기업별 노조의 연합체로서의 성격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에서 비롯하는)에서 지역 골간구조를 강화하는 조직화는 사실 쉽지 않은 조직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남부분회는 현장조직화 사업을 하기위한 현장사업부가 공식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상황은 지역조직화 주체들을 외부로부터 구성해야 하는 다른 지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띨 수가 있는데, 지역지회 운동을 강화하는 조직화방안을 공단조직화사업과 함께 동시에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금속노조가 지역골간구조를 강화하는 공단조직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역지부, 지역지회들의 지역운동 전망을 분명히 하고, 조직화사업을 확대해 나갈 현장사업주체를 지역조직체계 내에서 공식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노조 지역지회운동이 산별노조 지역지회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운영과 투쟁방안을 혁신해야 한다. 지역분회에서 개별조합원들의 활동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현장조직화 사업의 주체로서 자신을 단련하고 조직화 및 투쟁 역량을 배가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금속노조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조직 사업 주체들이 공단조직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현장계획(사업장분석, 요구파악 등)을 입안하고, 사업장단위를 넘나드는 인적관계망들을 구축하면서, 전략조직화 사업단의 현장주체를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말이다.
중요한 것은 공단조직화 사업을 구성하는 데 있어 현장사업부의 존재를 공단조직화 사업의 목표와 방안에 맞게, 그리고 조직발전 전망에 맞춰 구체화하는 것이다.
주제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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