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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8.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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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동북아시아에 먹구름을 몰고 온다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논란과 미국의 변화된 군사 전략

수열 | 정책위원
지난 5월 14일 한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란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5월 10일자 보도를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한국 내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내용의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들은 이번 전술핵무기 관련 논란은 북한이 초래한 것이고,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같은 추가 도발이 한반도에 핵 구름을 몰고 올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개 드는 한국의 핵무장론

이런 분위기를 타고 보수 세력들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비롯해 한국의 핵무장까지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정몽준 의원은 지난 6월 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된다면 핵보유 능력을 갖춰서라도 북한 핵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폈다. 또 한 명의 새누리당 대선 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몽준 의원의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에 대해 “핵 비대칭 상태가 한반도 전쟁 억지력을 저해시켰다는 데에는 의견이 같다”고 공감을 표했다.
2006년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진행한 후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2010년 연평도 사태 이후에는 공공연히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한국의 핵무장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10년 11월 김태영 국방장관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공개한 데 대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논란이 된 국방수권법 수정안의 내용

국내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번 미국 국방수권법안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언론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수정안의 1064장 ‘서태평양 지역의 재래식 및 핵전력에 대한 보고서’ 부분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언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법안 1064장은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서태평양 지역에 재래식 전력의 추가 배치 및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포함해 추가적인 조치를 권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서태평양 지역에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추가하는 것에 필요한 협정과 비용 평가를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한반도가 미국의 입장에서 서태평양 지역에 있기는 하지만 ‘한국 내’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또한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를 포함한 추가조치를 권고할 뿐 전술핵무기 배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내용에 앞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점증하는 도발 행위에 대항’한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으나 이것이 한반도의 전술핵무기 배치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없다. 추가 전력 배치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부분을 보면 이 법안으로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추가 배치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극히 낮아

국내 언론에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란이 보도되자 한미 양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 관리는 국내 언론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하원 군사위가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에는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는 언급은 한 줄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리들도 “한미 양국은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국방수권법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1년 9월 미국과 소련이 전술핵무기 감축에 합의하고, 미국이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기로 선언하면서 한반도에서도 전술핵무기가 철수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발표했고, 12월에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해 일체의 핵 보유는 물론 핵 재처리까지 금지하도록 했다.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은 한국에 배치되었던 100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했다.

[그림 1] 한국 내 미국 전술핵무기 배치철수 연표

20여 년간 유지되어 온 비핵화 선언은 북한의 핵무장을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오거나, 자체적으로 핵무장하는 것은 실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한국이 나서서 비핵화 선언을 파기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장을 비판할 근거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자면 그러한 주장은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압박하고 한국의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주장이 편승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변화다.


중국에 대한 불만과 미국의 인식 변화

이번 국방수권법이 밝힌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래식 전력의 추가나 전술핵무기 재배치 관련 내용은 북한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에 가깝다. 미국 내, 특히 의회에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왔다. 지난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중국이 로켓 발사에 사용된 발사대 관련 부품을 북한에 건네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미국 하원의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은 “중국에 대북 경제 생명줄을 끊으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트렌트 프랭크스 의원은 “최근 수년간 우리는 중국에 대북 협상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은 오히려 핵 부품을 북한에 팔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법안의 통과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에서 ‘턱밑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는 꼴을 보기 싫으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도발을 억제시키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UN 차원의 대응이 중국에 의해 번번이 좌절되면서 고조되어온 미국의 불만이 이번 국방수권법에 반영되어 있다. 이번 수정안에 한 명을 제외한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과 민주당 소속 의원 두 명이 찬성한 것으로 보아 중국에 대한 이러한 불만은 단지 공화당의 일부 매파의 인식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이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 표출을 넘어선다. 대테러 전쟁의 출구 전략 확보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이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단기적인 수준의 처방이 아니다. 경제적인 면이나 군사적인 면 양측에서 명실상부한 G2로 성장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 미국의 패권 전략은 불가능해졌다.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과 군사 분야에서의 ‘견제’로 요약되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여러 계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대외 정책은 미국의 군사 전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 전략 지침’으로 본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

2012년 1월 5일 미국은 새 전략 지침을 발표했다. 2011년 4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향후 12년 간 4조 달러 상당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국방예산 4천억 달러를 감축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 새로운 전략 지침은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변화된 조건에서 향후 10년간 미국이 추구할 새로운 방위전략을 10개의 우선사항을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다. 기본적인 전제는 예산 제약이며, 전에 없는 국가의 재정 위기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집중점을 정리하고 있다. 새 전략 지침이 밝히고 있는 10개 우선사항은 다음 표와 같다.

[표 1] 새 전략 지침의 10개 우선사항

미국 군사 전략을 총망라한 ‘국방계획 4개년 검토’(QDR) 2010은 △국토방위 △대반란 작전과 반테러리즘 △동맹 및 파트너의 능력 함양 △지역접근저지 환경에서의 공격 억지와 격퇴 △WMD 대항 △사이버 공간에서의 효과적인 작전 수행 등의 6개 우선 임무를 제시한 바 있다. 때문에 이상의 10개 우선사항만을 보면 이전 전략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새 지침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지리적 초점의 변화
새 지침은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 항목에서 ‘미국의 경제와 안보는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인도양 지역과 남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발전과 불가분의 연결 관계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제출한 보고서는 새 지침이 중동에 대한 초점을 유지하면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지리적 우선권이 이동’했다고 평가한다.
중동 지역이 미국의 초점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강조하고 있는 최근 미국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라크 전쟁의 종전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가 진행되면서 중동 지역에서의 주요 활동은 ‘안정화’에 맞춰질 것이고, 미국의 군사 전략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 환경에 대한 새로운 평가
지리적 초점이 변하면서 새 지침은 미국이 처한 전략 환경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최근까지 대테러 전쟁, 즉 다른 나라와의 정규전이 아닌 비국가 행위자와의 비정규전을 강조하는 군사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번 새 지침에도 이러한 내용이 우선사항에 포함되어 있지만, 지리적 초점의 이동에 따라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해진다.
새 지침은 미국과 파트너들이 지난 10년 간 중동 지역에서의 대테러 전쟁을 진행하면서 발달시킨 경험과 능력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대테러 전쟁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테러리즘의 위협이 일정 감소했다는 평가가 동반된다. 따라서 방위전략의 강조점은 ‘오늘날의 전쟁’에서 미래의 도전, 즉 잠재적 적대국의 공격을 억지하고 격퇴하기 위한 군사적 준비로 이동한다. 사이버공간과 우주공간 등에 대한 강조는 잠재적 경쟁국을 염두에 둔 미래전력 개발이 군사력 발전의 중심적 과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지역접근저지를 극복한 군사력 투사
이러한 전략 환경에 대한 평가 속에서 미국은 지역접근저지를 극복한 군사력 투사를 보다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새 지침은 ‘중국의 지역 강국으로의 부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지역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군사력은 반드시 그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평가에 따라 ‘미국은 지역접근과 자유로운 활동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할 것’을 밝히고 있다.
지역접근저지는 중국의 주요 군사전략이다. 냉전 이후 중국은 강대국의 대륙 공격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대륙방어와 양적 우위를 강조하는 과거의 ‘인민전쟁 전략’에서 탈피해, 주변지역에서의 첨단 군사능력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제한전 가능성에 집중한 군사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 대만해협 위기를 겪은 후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주변 지역에 자국의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중국은 △유도미사일을 통한 적 기지 타격능력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탄도미사일과 잠수함 전력을 기반으로 한 해양 거부능력 △지대공 미사일과 4세대 요격기를 기반으로 한 공중 거부능력 △적국의 지휘통제와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대위성사이버 전쟁 능력 등을 중심으로 지역접근저지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새 지침은 이러한 중국의 전략에 맞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자유롭게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군사전략, 군사력 개발 및 투자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전개념의 변화
군사력 개발 및 투자에 대한 변화는 작전개념의 변화도 수반한다. 새 지침은 ‘미군이 한 지역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때라도,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적에게 견딜 수 없는 정도의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미국이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해 모두 승리를 거둔다는 과거의 윈-윈(win-win) 전략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윈-윈 전략의 폐기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미 윈-윈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군사전략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평택 미군기지 문제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전략적 유연성’, 즉 지역 주둔군 체제에서 신속대응군 체제로 전환해 동맹들과 함께 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 광범위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이미 변화된 대응 방식을 적시하는 것이 사전적 규정을 넘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전략 변화에 동반한 작전개념의 변화를 살펴볼 때 알 수 있다.
새 지침이 발표되고 얼마 후 미국은 ‘합동작전 접근 개념’을 발표했다. 새로운 작전개념은 △전진기지 확보 △우주와 사이버 공간 방어 △합동작전을 통해 다양한 동시 공격 △지역접근저지 능력 타격 △직접 침투와 원거리 공격을 통한 심층 방어 타격 등을 기본적인 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작전개념의 변화는 최근 미국이 수립하고 있는 공해 전투(AirSea Battle)로 불리는 하부 작전개념에서도 발견된다. 공해 전투개념은 해군과 공군의 통합 작전을 통해 합동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정보전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며, 전진기지의 보호강화를 통해 중국의 지역접근저지 능력을 극복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진다.
미사일방어망(MD)의 구축과 미래전력 프로그램의 확보를 통해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적접 침투와 원거리 공격을 병행한 심층 방어 타격이라는 작전 개념은 중국과의 갈등 상황을 노골적으로 전제한다. 중국의 지역접근저지 능력을 극복하기 위한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는 미사일방어망의 추진으로, 전진기지 확보는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과의 긴밀한 군사 협력 강화로 드러나고 있다.


동아시아 전진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미국

베트남
지난 6월 3일 미국의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베트남 남부 해안에 위치한 캄라인만을 방문했다. 캄라인만은 베트남전쟁 중에 미군이 핵심 전략지역으로 삼아 대규모 기지를 설치했던 지역으로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있다. 미국 국방장관으로서는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캄라인만을 방문한 그는 “미 해군 함정이 유럽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베트남과 같은 동반자와 협력해 이런 항구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 이 기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파네타 장관은 베트남 방문 직전인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2020년까지 전체 미 해군 함정의 60%를 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재배치에 따라 늘어난 해군 함정이 캄라인만 기지를 사용해 남중국해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베트남과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시사 군도의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에 있다. 파네타 장관은 “우리는 특히 남중국해에 초점을 맞춰 베트남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해 캄라인만 기지 사용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인도
베트남 방문 이후 파네타 장관은 5일 인도로 향했다. 미국 국방부는 6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파네타 장관이 인도에 도착한 뒤 만모한 싱 총리를 만나 두 나라의 공통된 이해와 공통된 안보상의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파네타의 이번 방문이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시 전략의 축으로 인도를 설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새 전략 지침은 “인도가 지역 경제의 중심(anchor)으로서, 그리고 광범위한 인도양 지역에서의 안보 제공자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의 동반자 관계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62년 국경지역 영토 문제로 전쟁을 벌였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도는 최근 중국이 해적 소탕을 이유로 인도양을 거쳐 소말리아 해역까지 진출한 것이나,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의 항만 건설을 지원하는 등 인도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또한 올해 초 미국은 인도에 특수부대를 보내 뭄바이에서 현지 군을 훈련시키는 등 군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로버트 윌러드 당시 미국 태평양 사령관은 상원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안보협력을 통해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국방부와 태평양 사령부는 이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림 2]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기지 현황

필리핀
6월 8일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다음 날에는 클린턴 국무장관과 아키노 대통령의 오찬 회동이 있었다.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은 남중국해와 태평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상 분쟁에 관해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카보러섬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아키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해양 부문의 협력 확대를 위해 해안감시센터의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구체적 태도를 취하지 않겠지만 부근 해역의 평화와 안정, 자유로운 항해와 국제법 존중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성명이나 클린턴 장관의 발언 모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필리핀 정부는 미군이 필리핀의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빅만은 베트남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있던 지역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은 20년 만에 아시아 최대의 군 요충지를 회복하게 된다.

타이
미국과 타이는 최근 필리핀 지역의 재난에 대비한 연합군사센터 설치와 공동 정찰기 운영 등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타이 해군 기지의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타이 정부와 진행하고 있다고 6월 23일 보도했다. 신문이 언급한 해군 기지는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140km 떨어져 있는 우-타파오 타이 로열 해군 비행장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B-52 폭격기 이착륙 기지로 이곳을 활용하다가 베트남전이 끝나고 타이의 요구로 철수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과 태국이 점진적으로 군사 협력을 확대하면서 이곳은 중동 지역에 파견되는 미군의 중간 경유지로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2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연합군사훈련인 코브라훈련의 중심기지로도 이용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군대 파견 규모와 구체적 임무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군 함정의 기항 횟수를 확대하고 남중국해와 인도양의 해상 수송로 및 군사 동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동맹

지난 6월 14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담(2+2 회담)이 열렸다. 이번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한미동맹, 북한 문제, 지역 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등 주로 동북아 정세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광범위한 지역과 쟁점을 다루고 있다. 이번 2+2 회담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조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한미 동맹의 강화는 지역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

중국 견제에 동참한 한국
공동성명은 한미 양국이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및 안보 증진을 위한 아세안-중국 간 당사국 행동규약의 중요성과 인도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세안-중국 간 당사국 행동규약은 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 간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규약을 말한다. 현재 남중국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쟁 지역의 영유권이 자국에 있기 때문에 별도의 국제 규정은 필요 없다면서 규약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동방정책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건설해 중국의 적극적인 진출을 견제하려는 인도의 대외 정책이다.
양자 모두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며, 미국의 소위 ‘아시아 귀환’ 전략과 깊이 연결된 내용이다. 이번 2+2 회담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노골적으로 반영된 회담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한국이 이러한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면서 한미동맹의 목표가 한반도 지역의 안보 강화가 아니라 중국 견제임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동성명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항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을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한국의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 논란이 일자 단순한 사거리 연장이 아니라 미사일방어 체제와 연결해서 사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의 MD에 민감한 러시아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
공동성명은 ‘지역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하여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은 일본과 군사정보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나뉘어있던 동맹 구조를 한일 간 협력 강화를 통해 통합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변화다. 이번 2+2 회담은 이러한 협력 강화를 촉진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미군 재배치는 동맹국의 역할을 강조해 일종의 ‘지역군’ 수준으로 주요 동맹국을 연결하고, 그들의 군사력을 증강현대화하는 작업을 동반한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주한미군주일미군 재편과 일본의 재무장 노력은 이러한 미국 군사 전략의 핵심이다.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의 연결과 군사력 증강, 이를 통한 미국의 군사력 투사의 증대를 꾀하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역내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 5월 워싱턴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 불참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중국을 선택하면서 최근 중국을 중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개막에 앞선 6월 5일에는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4시간에 달하는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양국 공조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가 중국북한러시아를 잇는 북방 삼각동맹의 강화로 연결되어 동북아시아 지역에 냉전 시대와 같은 대결 구도를 되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이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의 군사 전략이 동북아시아에 드리운 먹구름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커다란 예산 제약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집중 속에서 미래전력 프로그램 개발, 핵 공격 능력의 유지강화에 여전히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진 기지 건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미사일방어 체계 추진은 동아시아 지역의 여타 국가들을 자극해 군사력 증강을 부추겨 지역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가 러시아에 직접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맞서 핵 보유고를 개량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결국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이 군사력 경쟁과 함께 지역의 핵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비핵화를 요원하게 만드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 투사 능력을 확보하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강화될수록 지역의 불안정을 심화시켜 거꾸로 미국의 패권을 잠식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에 목을 매 군사력 증강과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 미국의 봉쇄 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긴장을 고조시켜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한다. 미국의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대외 정책에 편승한 호전 세력의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개입 강화가 낳을 파괴적 효과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특히나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민중운동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쟁점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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