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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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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이후의 제3세계외채: G7 마스크를 벗다!

에릭 뚜상(Eric Toussaint) |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 대표, 벨기에교수
번역: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기획부장)


2000년 7월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G7+1 정상회담이 끝났다. 이제 제3세계 외채를 탕감해주겠다는 그들의 약속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점검해 볼 때이다. 1999년 6월 쾰른에서 쥬빌리2000(Jubilee 2000)은 제3세계 50개 국가들의 외채를 탕감해달라는 1700만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갖고 G7 지도자들을 만났다. G7 국가들은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또한 빈곤과의 투쟁에 우선적으로 나서며, 이를 위해 41개 중채무빈국(heavily-indebted poor countries, HIPC)들의 외채 중 90% 이상을 조속히 탕감하겠다고 언급하였다. 1천억 달러가 이처럼 '관대한' 쾰른 이니셔티브에 헌납될 예정이었고, 이 사실은 언론의 큰 주목을 끌었다.

여러 공식적인 발표들이 전세계에 메아리쳤다. IMF와 세계은행 총회장 앞에서 미셀 깡드쉬 총재는 기니의 두청년 ― 그들은 유럽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비행기의 랜딩기어에 잠입했다가 동사했다 ― 의 편지를 읽었고, 깡드쉬는 쾰른 이니셔티브로 인해 그들의 호소가 이루어졌다고 선언했다. 1999년 9월 빌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은 빈곤국들의 외채 100%를 일방적으로 탕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재무부장관 고든 브라운,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도 잇달아 외채탕감을 발표했다. 바로 이 때, '제3세계 외채탕감위윈회'(COCAD)는 쾰른 이티셔티브가 허풍투성이이며, 실제로 외채탕감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해답이 요청된다고 부르짖었다.


쾰른으로부터 1년,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쾰른에서 발표된 1000억 달러 중에서, 현실화된 것은 단지 25억 달러에 불과하다.(동구권을 제외한다면, 20억 7천만 달러이다) 이는 중채무빈곤국들의 외채 중 약 1.2%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발표되었던 90% 또는 100%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토론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모든 이들은 우리가 얻어낸 것이 거의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세계의 가장 부유한 국가들은 정말로 인색하다. 미국 의회는 제3세계의 외채 감축을 위해 2000년 6300만 달러를 할당했다. 이는 28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간 국방예산의 1/1000 의 1/4이다. 이처럼 실제로 외채탕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다음 10년 동안 약 10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초과 예산이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들은 워싱턴과 국방부가 이 중 일부를 (1980년대 레이건이 정말로 애정을 퍼부었던) 미사일방어망 프로젝트에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한다.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어떤 북반구 채권국들도 채무 경감을 위해 국방예산의 1% 이상을 기부하려 하지 않고 있다. 벨기에 정부도 제3세계의 외채 경감을 위해 8억 벨기에프랑(약 2000만 유로)를 배당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액수도 아직 건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연간 8억 벨기에프랑의 비율에 따르면, 중채무빈곤국이 벨기에에 빚을 지고 있는 900억 벨기에프랑을 탕감받기 위해서는 1세기 이상이 걸릴 것이다.

또한, 외채경감을 위해 산업국가들이 할당하고 있는 예산은 종종 독일, 프랑스, 벨기에의 사기업들에게 진 빚을 갚는데 사용되곤 했었다는 점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이 기업들은 돈만 많이 들고 무용지물인 대형 프로젝트('white elephant' project)들에 참여했다. 오늘날 이 프로젝트들은 채무 부담 때문에 붕괴하였다.(특히 지역적 요구에 부적합한 설비들, 예컨대 남부 콩고(Lower Congo)의 잉가 댐, 또는 카메룬의 금속 및 철강 설비) 제3세계 정권들이 무용지물들을 사들이게 된 것은 기업들이 '완성품 인도 방식'(turnkey)을 관철시키는 대가로, 이를 정권에 커미션으로 지불했기 때문이다. 완성품 인도 방식은 프로젝트와 대부 양자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다. 체결된 계약은 거창하였다. 이전의 식민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원했던 서구 정부들(프랑스, 영국, 벨기에, 독일, 스페인, 포르투칼) 또는 전략적 동맹을 형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길 원했던 서구 국가(미국)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부추켰다. 중채무빈곤국의 대부분의 외채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와 동일하게 심각한 문제는, 사적 부문의 채권자에게 갚도록 할당되어 있는 기금들의 일부가 '정부개발원조예산'으로부터 끌어들여졌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북반구의 정부들이 발표한 기금들은 남반구의 인민들의 손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기업들이 제3세계에서 초래한 재앙 때문에 대부분 비난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금들은 부분적으로 종종 사기업들의 이익이 되곤 했다. 혹자는 왜 사적부문의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아야 하냐고 정당하게 문제제기 할 수 있다. 그들은 빚더미로 괴로워하는 국가들과 맺은 달콤한 계약으로부터 이미 원금 이상의 엄청난 이윤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 정부들부터도 보조금을 지급받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와 일본은 중채무빈곤국의 외채를 탕감하는 척했지만, 그것은 괘씸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외채를 돌려받겠다는 요구가 그들의 진실이다. 프랑스와 일본은 외채상환 영수증을 써준 후에야 기금을 출연할 터인데, 이것은 외채탕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특히 일본은 선진국으로부터 제공된 기금이 일본 기업의 상품과 용역을 구매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결국 외채는 반드시 갚아야 하며, 기금은 출연국가 기업의 금고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2000년 7월 오키나와에서 발표된 성명에서, 일본이 제3세계의 인터넷 개발을 위해 150억 달러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이는 기금을 받는 국가들이 일본의 컴퓨터 장비와 기술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속박된 발전지원'(tied development assistance)의 다른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는 이에 대해 약간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몇 년 동안 중요한 진보운동들이 속박된 발전지원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년동안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다국적기업들이 이익을 얻도록 중채무빈국이 공공부문을 사영화하는 조건 하에서만 외채를 경감해주어 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덕분에 헐값으로, 이전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의 경제부문 전체를 사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외채경감이 채권국가들이 강요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관련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채권국들이 최근 들어 이를 "빈곤감축전략"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시장을 개방하도록 강요하며, 빈곤층에게 세금부담을 늘리는 재정 정책을 확대한다.(서아프리카의 부가가치세는 18%에서 21% 수준인데 비해, 기업들에게는 사적인 투자를 장려한다는 구실로 직접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구조조정 정책은 수도와 에너지 부문의 광범위한 사유화(프랑스의 거대 다국적기업인 비벤디는 여기에 큰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식품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헐값 수출 정책(수입농작물에 대한 우대 속에서 국내 농작물에 대한 포기)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리고 구조조정 정책은 자연자원에 대한 보호를 금지하고(산림파괴, 원자재와 연료에 대한 극단적인 착취), 공동의 토지를 사유화하고, 공공부문의 최소임금을 더욱 삭감하며, 극단적인 빈곤층에게 소량의 보조금을 살짝 뿌려줄 뿐이다.

결국 최근의 신자쥬우의 강경노선은 총체적으로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진정한 해답이 실행될 수 있으려면, 제3세계 외채와 관련된 진실을 가로막는 장막이 벗겨져야만 한다. 외채는 부가 남반구로부터 북반구로 이전되는 현실적 메커니즘이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1998년 41개 중채무빈국은 그들이 얻은 것보다도 16억 8000천만 달러나 많은 부를 북반구로 이전당했다. 그것은 엄청난 양이며, 중채무빈국이 부자 나라들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바로 현실이다.

발전도상국 모두를 포괄하여 확대하자면, 1999년 발전도상국들로부터 1억 1460만 달러가 북반구의 채권국들로 순이전되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라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마샬플랜에 소요된 것과 같은 금액이만, 단지 1년만에 이전되었다. 또다른 지표들도 있다. 1999년 발전도상국 전체에서 3500억 달러가 외채를 상환하는데 쓰였는데, 이는 같은 해 공적개발원조로 쓰인 500억 달러의 7배 이상이다!


무엇이 진정한 해결책인가?

출발점은 세계인권선언이 옹호하는 인간의 기본적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국가들이 금융시장에 접근함으로서 얻어지는 이점, 단지 그림으로 그려질 뿐인 세계화의 이득에 대해 과장되게 떠들기보다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가 매년 거의 150억달러를 상환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이것은 이들 국가가 보건과 교육에 사용하는 액수의 4배에 달한다.
이에 반해, 유엔개발계획(UNDP)은 앞으로 10여 년 동안 매년 400억달러의 예산이, 보편적인 기초교육(현재 세계에는 10억의 사람들이 문맹으로 고통받고 있다), 식수를 빼앗긴 13억의 사람들을 위한 식수 보호, 의학적 치료에 접근하지 못한 20억의 사람들을 위한 의료 제공, 그리고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20억의 사람들을 위한 기초 식품의 제공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진정으로 우리가 영속적인 인간적 개발과 사회정의를 추구한다면, 다음과 같은 몇가지의 긴급 처방들이 취해져야만 한다.

1. 제3세계의 공공외채를 탕감해야 한다.(1982년 외채위기가 폭발했을 당시 제3세계가 지고 있던 부채의 4배가 넘는 액수가 이미 상환되었다) 이 공공외채는 거의 1조6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데, 이것은 현재 40조 달러에 이르는 전세계 부채의 5%에도 못 미친다. 미국의 공공외채(2억 7500만명의 사람들에 해당되는)는 5조 달러인데, 이는 모든 제3세계 국가의 공공외채의 3배를 넘는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7500억 달러인데,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모든 외채의 3배를 능가한다. 제3세계 부채의 탕감은 모든 다양한 채권자들이 회계상의 자산에서 5% 정도를 지워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요구하기에 너무 많은 액수가 아니다.

2. 선진국에 있는 공범자들이 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국 시민들을 착취하여 불법적으로 부유해진 이들이 처벌받고 있지 않은 상황을 끝장내기 위한, 법적인 절차가 시작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이 130억 달러의 거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데 반해, 모부투의 재산은 최근에 확인되기로 최소한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획득된 재산은 몰수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민주적으로 통제된 지역 발전기금을 통해 부를 약탈당한 민중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3. 제3세계 민중들에게 커다란 재앙을 가져다 주는 구조조정 정책을 중단해야만 한다.

4. 토빈세와 같은 세금을 도입해야 하고, 그 재원의 대부분을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계획에 사용하여야만 한다.

5. UN 회원국들이 공적개발원조(ODA)를 선진국 GNP의 0.7%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해야만 한다.(그 수치는 당시 시점에서 전체 OECD 국가 GNP의 0.24%에 불과했다) 모든 공식개발원조는 증여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최근 들어 이 중 일부는 대부의 형식으로 인정되고 있다)

6. 무역의 탈규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제3세계 인민들에게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안이 남반구와 북반구가 맺고 있는 모든 불평등성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인간적 발전과 정의를 위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 이 제안들은 필수적이다.
주제어
정치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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