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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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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의 역사와 쟁점

세계 경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잔치

구준모 | 정책위원
올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5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올해 G20 의장국인 한국은 2월 27~28일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재무차관 중앙은행부총재 회의를 시작으로 회의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국격 향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세를 G20 정상회의로 몰고 가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그렇다면 민중운동은 G20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 글은 먼저 G20의 역사와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를 검토한다. 다음으로 G20과 관련된 다섯 가지 쟁점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각 쟁점에서 도출되는 과제를 중심으로 G20 투쟁 방향을 제안한다.

G20의 탄생

G7의 탄생과 운영구조
먼저 G20 창설을 주도한 G7의 역사와 운영구조를 살펴보면 G20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중지 선언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흔들리자 세계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974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이 참가한 G5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처음 열렸다. 1985년 9월 G5 회의에서 플라자 합의라는 중요한 결정을 발표하자,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요구로 1986년부터 G7 회의로 확대되어 정상회의와 병행하여 열리게 되었다. (1975년 G6로 시작되어 1976년 G7로 확대된 후 정례화된 G7 정상회의는 원래 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별개였다.)
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1년에 4차례 열리는데 그 중 2차례가 봄, 가을의 IMF와 세계은행 총회 전에 진행된다. 국제금융기관의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G7이 사전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미리 의제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전 논의를 통해 의제 설정권과 비토권을 가진 G7은 IMF와 세계은행의 운영을 사실상 지배했다. 따라서 G7 회의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앞장섰던 IMF와 세계은행의 배후 조종자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G7 회의는 국제법적인 지위가 없이 회원국의 합의만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G7 회의는 소수의 고위관료에 의해 비공식적이고, 비밀스럽고, 배타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각국의 고위 경제관료, 즉 소수의 테크노크라트는 자신들만의 유대를 형성한다. 여기에 함께하는 고위관료들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지배 엘리트 집단으로서 IMF나 세계은행의 관료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금융투명성, 구조조정, 자본시장개방, 정책이행조건(conditionality)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합의하고 추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G7에서 G20으로
초창기에 G7은 경제정책 공조와 환율 협정을 주로 논의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1987년 루브르 합의는 모두 G7의 작품으로 달러의 가치를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G7이 다루는 주요 의제가 변화했다. 첫째, 환율관리를 위한 정책공조가 상대화되었다. 1990년대 동안 정부의 재정 정책은 지양되고, 인플레이션 통제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및 신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이 강조되었다. 반면 환율은 G7 국가의 정책 목표에서 덜 중요해졌다. 금융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민간의 국내외 외환거래가 증가하면서 효과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G7에서 다루어지는 의제와 고려되는 주제가 확대되었다. 특히 1990년대 G7은 의제를 확대하여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개도국 발전, 외채 문제 등을 주요하게 논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뒷받침하고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1994년 나폴리 회의에서 미국이 제기한 구상에 따라 1995년 캐나다 핼리팩스 회의에서 IMF의 기능을 강화하고, IMF가 회원국의 경제정책에 적극 개입할 것을 합의했다. 개도국 지원 문제도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1996년 리옹 회의에서 개도국의 발전이 주요하게 논의되었고, 1997년 덴버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한 개도국의 경제적 지위를 감안하면, 세계 경제의 안정을 보장하기에 G7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일례로 1980년, 1996년, 2006년 구매력평가 GDP를 기준으로 세계경제에서 각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G7은 54%, 46%, 40%로 감소한 반면 G7을 제외한 G20의 비중은 21%, 30%, 36%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자 G7보다 포괄적인 논의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 현실화되었다.
미국과 G7은 국제금융체제를 개혁하고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개도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G20의 출범을 주도했다. 1997년 11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밴쿠버 APEC 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체제의 개혁을 위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G22를 제안했다. 1998년 4월 워싱턴에서 G22 회의가 처음 열리고, 그해 10월에 G26 회의로 확대되고, 1999년 3월에 다시 G33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의 포괄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는 1999년 9월 IMF 연차총회 당시 개최된 G7 회의에서 자신들과 12개 신흥국 및 유럽연합이 참여하는 G20 창설에 합의했다. 첫 G20 회의가 1999년 12월 베를린에서 열렸고, 이후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정례화되었다. 즉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G20이 만들어진 것이다.

G20 정상회의 결과와 서울 회의 주요 의제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의 결과
10년 동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이어지던 G20에 각국 정상이 참여하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세계 금융위기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었다. 2008년 11월 14~15일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해 G20 정상이 어떤 처방에 합의할지 많은 기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가운데 탐색전 성격의 회의가 진행되면서 합의는 모호하고 일반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정상들은 금융 규제 및 감독을 개선하겠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금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개도국의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권력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IMF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근본적인 개혁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009년 4월 1~2일 런던에서 두 번째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부양이 주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1조 1천억 달러를 출자하는데, 그 중 7,500억 달러를 IMF의 자본 확충에 쓰기로 합의했다. 금융규제 및 감독체제의 개선에 대해서는 금융안정포럼(FSF)을 개도국이 참여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 개편하고, IMF와 FSB가 협력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는 2011년 1월까지 IMF의 쿼터 조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 마련도 기존의 국제기구에게 맡겨졌다. 결국 IMF와 같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자본과 기능을 강화해서 경제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합의였다. 한편, 런던 정상회의 직전에 중국인민은행총재가 언급한 기축통화 논의는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기축통화체제의 변경은 세계경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쉽게 수용할 수 없었다.
2009년 9월 24~25일 피츠버그에서 세 번째 정상회의가 열렸다. 경제위기의 확산이 완화되는 가운데 열린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방안이 논의된 것이 특징이다. 아직까지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데 합의했다. 금융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기존의 틀 내에서 보다 세세한 합의를 진전시켰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는 IMF의 쿼터 5% 이상을 개도국으로 이전하고, 세계은행의 경우 3% 이상을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논의해서 중장기적인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약속하고, 추진방향을 결정했다. 피츠버그 회의에서는 의제가 확대되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최빈국 지원, 고용 문제 등도 다루어졌다.

2010년 서울 정상회의의 주요 예상 의제
그렇다면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첫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이 논의될 것이다. 2010년 세계경제가 미약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형은행의 부실, 동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화약고다. 만약 지배계급의 바람대로 하반기까지 큰 일 없이 세계경제가 개선된다면, 올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위기 이후 관리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2009년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에 합의하고, 작년 11월에 열린 스코틀랜드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세부 방안 및 일정에 합의했다. (①공유할 정책 목표에 합의 → ②회원국들은 IMF에 정책체계, 전망 등 자료 제출(2010.1.) → ③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중기 정책 방향의 목표 부합 여부에 대해 상호평가(2010.4.) → ④정책대안 제시(2010.6. 정상회의) → ⑤구체적인 정책제안 채택(2010.11. 정상회의)) 따라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각국의 정책공조 문제, 무역불균형 해소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다.
둘째, 국제금융기구 개혁, 금융규제 개혁을 일단락 짓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2011년 1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IMF의 쿼터개혁을 조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정상회의는 현재 국제금융기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자본 규제 개선 방안, 금융기관 경영자에 대한 보상체계 규제 방안, 거대 금융기관의 규제와 부실 처리를 위한 방안 등이 합의해야 하는 주요 과제다. 한편 한국정부는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개도국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융안전망 확충 논의를 주도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 에너지, 빈곤국 지원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다. G20에서 배제된 국가들은 여전히 G20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올해 회의는 이러한 비판을 불식하고 G20을 글로벌 거버넌스 기구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빈곤국 지원 문제,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가 지난 회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G20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하면서, 개도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규제와 협력의 부족인가, 금융세계화의 위기인가: 현 위기의 원인과 성격

그렇다면 G20을 둘러 싼 쟁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각 쟁점에 대한 올바른 입장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도출되는 투쟁방향은 어떠해야 하나?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아래에서는 △경제위기의 원인과 성격 △G20의 성격 △금융개혁 방안 △이명박 정부의 대응 △APEC 정상회담과의 연계를 주요 쟁점으로 추출하고 관련된 문제를 살펴본다.

G20의 경제위기 진단
G20 정상회의가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G20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G20은 첫 번째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적절한 규제와 협력의 미비를 지목했다. 첫째, 지난 10여 년간 고성장과 자본이동 증가가 지속되었는데, 금융규제는 금융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금융상품,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이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 정부와 감독당국도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 둘째, 세계적인 거시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이 세계경제의 발전과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다. 세계경제에서 개도국의 비중이 커지고 이들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한 일관성 있고 조정된 정책 협조가 필요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즉 정책 조정의 실패를 경제위기의 결정적 원인으로 진단한 것이다.

금융세계화의 위기
이러한 진단은 타당한 것인가? 우리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 이론에 따라 20세기 미국헤게모니 자본주의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위기 국면으로 파악했다. 이윤율 하락, 달러 가치 불안으로 인한 1970년대의 경제위기 이후에 1980년대부터 금융세계화가 본격화되었다. 금융적 축적은 이윤율의 하락에 대응하는 자본의 일반적인 대응이었다. 즉, 산업자본과 구별되는 금융자본의 권력이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자본 스스로가 금융적 축적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금융거래를 통한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간 자본 거래(이동)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했다. 따라서 금융적 축적은 필연적으로 금융세계화라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금융세계화를 뒷받침하는 이념과 정책으로서 신자유주의는 국제금융기구의 정책이행조건과 구조조정을 통해서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무역개방(상품시장 개방), 금융개방(자본시장 개방) 역시 다자간, 지역간, 양자간 기구와 협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자본주의 동역학 속에서, 즉 이윤율의 하락에 따른 자본의 대응과 이와 결합된 역사적 제도적 발전의 측면에서 파악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바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위기와 별개의 심급으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특권화시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대안으로서 대안세계화와 반자본주의를 대립시키는 것 역시 부당하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급성장한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진행되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서 정책목표를 물가억제와 저금리 유지로 제한했다. 금융기관은 각종 금융혁신 기법을 도입하여 부채의 증권화를 진행하고,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했다. 각국 정부는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케인즈주의 재정확장 정책 대신에 금리를 조정하는 통화 정책을 사용하여 증권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부채질했다. 한편 1997-98년 금융위기 경험 이후 아시아에는 외환보유고가 과도하게 축적되었고, 중국은 수출이 주도하는 고성장을 이어갔다. 미국은 전쟁비용의 급증, 국내의 과소비로 인해 발생한 이중적자를 동아시아와 산유국의 달러환류로 보충하면서 월스트리트의 이익과 자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
따라서 경제위기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서브프라임 대출의 부실에서 시작되었지만 금융혁신과 증권화로 인해 맺어진 복잡한 금융상품의 연결망을 통해서 금융부문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위기와 그에 따른 공포가 확산되는 데 뇌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태 전개는 금융거품의 붕괴가 금융세계화가 만든 세계적 연계망을 통해 세계 전역으로, 또한 금융부문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이었다.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하고 비전형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했다. 하지만 투기 거품이 다 꺼졌는지, 부실 금융기관의 자산이 정리되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국가들, 특히 유로존의 개도국들은 과도한 재정지출과 무역적자가 겹치면서 계속 위기를 겪고 있다. 현재의 회복 국면은 많은 부분 새로운 자산 투기와 회계 조작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 미국의 이중적자 축소, 달러화의 가치 문제 등 중요한 난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금융적 축적을 끝내기 위해서는 실물부문의 이윤율이 반등해야 하는데,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존재하는지가 의문스럽다.
따라서 금융혁신을 뒤쫓지 못한 규제의 미비와 국제적인 공조 부족 때문에 이번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G20의 인식은 매우 피상적이다. 이번 위기가 금융세계화 자체의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위기에 걸맞은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대응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조합 등 대중운동 조직은 교육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확대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G20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통해서 사회적 차원에서도 금융세계화의 문제와 위기를 알리는 것 또한 필요하다.

세계경제질서의 개혁인가, 신자유주의의 지속인가: G20의 성격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G20의 합의
G20의 성격을 둘러 싼 쟁점도 존재한다. 2009년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G20 정상회의를 세계경제 협력을 위한 최상위 포럼으로 규정할 것에 합의했다. G20을 세계경제의 새로운 거버넌스 기구로 만들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올해까지는 연간 두 차례, 경제위기가 안정화되는 2011년부터는 연간 한 차례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선진국 간 금융·경제 협력을 위한 G7, 정치·군사 협력을 위한 G8,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융·경제·정치 협력을 위한 G20이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토론장으로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츠버그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마련할 것을 합의했다. 이는 경제 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를 개편하는 문제를 G20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세 차례의 회의에서 G20은 국제금융기구를 확대 강화해서 경제위기 극복과 향후 세계경제질서를 조정하는 데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또한 세계경제에서 개도국이 차지하는 위상의 변화에 부합하도록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를 일부 변형하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첫째, 국제금융기구의 참여폭을 확대하고 지배구조를 조정한다. 금융안정포럼(FSF)을 G20 국가가 모두 참가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개편했다. IMF와 세계은행의 지분을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각각 5%, 3% 이상 이전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둘째, 금융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국제금융기구에 위임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안정위원회가 협력하여 각종 금융 규제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헤지펀드 규제, 국제적 회계기준 확립, 신용평가사 등록과 규제, 보상체계 개혁, 조세피난처 규제,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 기준 개혁 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과 감독 권한이 모두 각종 국제금융기구에 위임되었다. 셋째, 국제금융기구의 재원을 확충한다.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IMF의 재원을 7,500억 달러 확충하고,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규모도 1,000억 달러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피츠버그 회의 합의문에서 밝힌 8개 주요 합의 사항 중에는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취약계층 지원 강화 △양질의 고용 확대가 포함되었다. 직접적인 금융 경제 사안 이외에 세계 거버넌스 유지에 중요한 의제들이 추가된 것이다. 첫째,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에는 원유 수급 안정화, 에너지 효율 제고,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포함되었다.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것이 기대되었지만 관련 사항을 차기 재무장관 회의에게 위임한다는 것만 언급되었다. 둘째, 취약계층 지원 강화는 새천년개발목표(MDG)의 공약 이행을 재확인하고, 식량·연료·금융에 대한 제3세계 민중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합의했다. 셋째, 양질의 고용 확대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지원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최근 채택된 ‘세계일자리협약’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위기 대응
이러한 G20 정상회의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G20은 기존의 국제 금융기구의 역할과 임무를 확대 재편하여서 세계 거버넌스를 유지하겠다고 합의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브레튼우즈 기구로 탄생했지만 자본주의의 역사 속에서 변화된 임무를 부여받았다. 국제통화기금은 원래 브레튼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에서 적자누적에 따른 환율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기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은 1950~60년대에는 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고정환율제가 붕괴한 후에 오히려 적극적인 국제 대부자 역할을 했다. 특히 1990년대 G7이 국제통화기금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이후에 국제통화기금은 워싱턴컨센서스에 따라 세계 각국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워싱턴컨센서스의 오류가 명백해지자 2000년대부터는 포스트워싱턴컨센서스에 기반을 둔 보다 유연한 정책이행조건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스티글리츠가 선도적으로 제안한 포스트워싱턴컨센서스는 국가와 시장의 보완적 성격을 강조하고, 시장을 더 잘 작동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워싱턴컨센서스의 대립물이라기보다는 보완물이다. 포스트워싱턴컨센서스에서 권고되는 정책 개념은 정부의 ‘책임성’ 강화, 시민사회의 ‘참여’와 그들에 대한 ‘권능부여’다.)
G20 정상회의는 큰 틀의 목표를 합의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G20은 G7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적인 지위가 없고, 상설 사무국 및 상근 직원이 없으며 회원국의 합의만으로 진행된다. 의장국이 사무국 역할을 하고, 전·현·차기 의장국이 트로이카(올해는 영국, 한국, 프랑스)로 실무 진행을 점검하고, 트로이카에 미국과 캐나다가 포함된 조정위원회가 추가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G20이 상설적인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업무의 진행은 역량을 보유한 기존의 국제기구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으로 대표되는 국제금융기구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번 권한과 정책방향의 조정을 겪고 있다. 국제금융기구 내부에 케인즈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러한 입장에 따른 정책 보고서도 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세계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리는 만무하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세계를 습격할 무렵에는 국제통화기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를 만들자거나, G20이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참가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 간 협의체를 만들자(또는 유엔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1년 반 동안 G20은 안정적인 지위를 획득했고, 국제금융기구의 재원이 확대되고 권한이 강화되었다.

미국과 자본의 패권에 유리한 논의 구도
G20이 근본적으로 비민주적인 기구라는 점도 중요하다. G7이 그러하듯이 세계의 주요 문제를 소수 국가의 지배자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G20에서 일부 신흥국의 대표권이 확대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마찬가지다. 패권국의 역학구도로 보자면 G20에는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국이 많이 포함되었고, 호주,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또한 친영)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유럽보다는 미국에 훨씬 유리한 구도다. 미국과 영국이 세계 금융 권력의 보완적 중심지이기 때문에 G20 체제에서 세계경제·금융질서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또한 G20 회의 진행과정도 G7과 마찬가지로 매우 패쇄적이고 비민주적이다. 모든 G20 회의는 비공개로 영어로 진행된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경우 각국별로 4명만(보좌관 2인 포함) 회의장 출입이 허용된다. 의장국의 경우에만 10명 이내의 회의진행 보좌 인력이 추가적으로 허용된다. 공식적인 합의문(코뮈니케)은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정상회의 시에만 발표되고 그 외의 회의 진행 사항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자본가들의 간접적인 참여도 보장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하루 전날인 11월 10~11일에 ‘경영인 정상회의’(Business Summit)를 열 계획이다. 초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초정하여 세계경제 성장을 위한 민간의 역할을 논의하고, G20 정상과 이들 간의 상시적인 소통과 논의 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제안이 제도화된다면 앞으로 G20에서 국제 자본가들과 각국 정상들의 축제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G20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피츠버그 회의 때 언급된 에너지·기후변화, 빈곤국 개발, 일자리 문제가 한층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G20이 경제위기의 공정한 조정자라는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G20은 비민주적인 기구를 통해서 세계 정치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일부 국가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G20의 이러한 성격을 감추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 기후변화나 빈곤국 지원이라는 의제를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볼 때 그러한 논의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그나마 실행도 되지 않는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기존의 경제 질서를 미시적으로 개혁하면서 일부 국가의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려는 G20의 실체를 폭로해야 한다.

금융산업 육성인가, 금융통제인가: 금융통제의 구체화·사회화

G20의 금융규제와 이명박 정부의 금융산업 육성
이미 지적했듯이 G20에서 합의된 금융규제의 구체적인 시행은 대부분 국제금융기구에 위임된다.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지난 회의에서 제안되었던 금융규제 개혁, 국제금융기구 개혁을 일단락 짓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의 구체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한 출구전략의 시기, 속도, 진행에 대한 공조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한편 신흥국의 외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금융안전망, 대형금융기관 규제(이른바 대마불사), 자본 적정성 논의 등을 추가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한국은 1997-98년 경제위기 이후 채권, 주식 등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해외자본은 단기이익을 추구하면서 금융거품을 형성하거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또한 투자 명목으로 들어온 해외 자본은 기업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주도한 후에 수익을 거두면 재빠르게 나간다. 초국적 자본은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국 경제의 금융화, 투기화를 조장했다. 금융자본의 이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관리에 한정하고, 경제 관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이른바 한국은행 독립).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고, 지주회사 설립의 요건을 완화해 재벌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화되어서 이명박 정부까지 계속되고 있다.

금융규제 개혁을 넘어서는 금융통제의 필요성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금융혁신과 금융규제의 불일치에서 찾는다면 문제의 해결법은 금융혁신의 속도를 조절하고 금융규제를 보완하는 것이 된다. G20은 이러한 전제에 따라 금융규제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금융세계화 내부의 마찰음이 아니라 금융세계화 자체의 파열음으로 파악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금융규제와 금융통제를 구별해서 파악할 수 있다. 금융규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시키는 수준에서 필요한 부분적인 보완책이다. 반면에 금융통제는 금융세계화를 근본적으로 반전시킬 정도의 구조 개편, 또는 그러한 구조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매개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역할 개편, 금융거래세 도입, 대형금융기관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현재 G20에서 논의되고 실행되고 있는 것은 미시적인 금융규제 정도다.
물론 케인즈주의로의 복귀를 외칠 수도 없고, 현실적인 경제 상황 및 계급역량과 상관없이 금융통제를 강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일단 금융통제라는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고 이 속에서 금융세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한 단계 나아간 요구로의 이행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인 금융통제의 수단과 정책적인 대안, 특히 운동과 결합 가능한 금융통제의 요구안 등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운동 속에서 대중화될 수 있는 요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금융통제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재무부의 민주적 통제(경제·금융 테크노크라트의 자율성 축소)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통합법 폐기 △금산분리 엄격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모든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 제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방지 등.

국가적 경사인가,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인가: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대한 대응

이명박 정부의 G20 준비 상황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 유치를 ‘국가적 경사’, ‘국격 향상’으로 선전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 까닭은 정해진 순번에 따라 한국이 2010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의장국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G20 정상회의의 순조로운 진행과 회의에서의 성과 도출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 준비를 총괄하는 기구는 대통령 직속의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G20준비위)다. G20준비위는 위원장 사공일, 부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위원에 기획재정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회위원장, 한국은행총재, 통상교섭본부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경호처장, 국정기획수석, 외교안보수석, 홍보수석, 국제경제보좌관, 서울시장이 임명되었다. 핵심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단장에는 이창용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전 서울대 교수)이 임명되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하면서, 또한 개도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 G20에 참가하지 못하는 개도국·빈곤국을 대상으로 대외협력활동(Outreach)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대륙별로 최소 2회 이상의 대외협력활동을 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아시아에서는 ASEAN 중심의 대외협력활동을 하고, UN 등 국제기구를 대상으로도 대외협력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국제회의도 진행되는데 6월 4일에는 세계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경제 개발 회의’를, 7월 12~13일에는 IMF와 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아시아 회의’를, 7월 중에는 금융위원회가 ‘신흥국 금융 회의’를, 10월에는 G20위원회와 UN, OECD,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개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한국은 G20 내에서 개도국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특히 기후변화, 에너지, 개발 지원 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특히 작년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필요한 합의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올해 12월 초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재론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유엔기후변화회의 한국 개최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상징적인 행동도 부각될 것이다. (만약 2012년 유엔기후변화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면 대선 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한국은 또한 필요시에는 최빈개도국 대표 국가를 정상회의에 초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경찰은 올 1월 G20 정상회의 기획팀을 출범시켰다. 기획팀은 G20 정상회의 시기 서울·인천·경기 지방경찰청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며 자체 예산으로 120억여 원을 신청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3월 23일 미국을 방문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만나 G20 정상회의의 안전한 개최를 위해 대테러 정보 공유 등 양국 간 경찰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또 경찰은 정상회의 경호·경비에 프로파일링(Profiling) 기법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로파일링 기법은 범죄현장 분석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강력 연쇄범죄 수사에 활용된다.) 경찰은 지난 정상회의 시위 양상과 경찰 대비 상황 등을 분석해보니 △특정 시위단체의 폭력시위 주도 △중요시설 기습의 사전공지 △시민불안 유도 후 중심가에서 폭력시위 도발 등의 유사점이 발견됐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탄압을 뚫는 대중적 저항의 필요성
이명박 정부는 지금도 노동조합과 민중운동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마저 부정되고, 노동3권은 물론 노동자의 정치참여 문제도 모두 억압되고 있다. 최근에는 흉악범죄를 이슈화하면서 보호감호제 등 각종 억압적 통제 장치를 신설하거나 부활시키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선거결과가 어떻게 되든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진행’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국격 상승’, ‘경제올림픽’, ‘변방에서 중심으로’ 등의 수사를 사용하면서 성공적인 회의 진행이 전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하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누르려고 할 것이다. 현재도 심각하게 통제되고 있는 집회·시위의 권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층 더 제한될 수 있다. 민주노총이 현안 사업장 투쟁이나 노동자대회와 연계하여 G20 투쟁을 전개할 경우 쏟아질 탄압도 분명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명박 정부의 G20 선전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비판할 수 있을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노동자 민중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직접적인 탄압, 금융·부동산 육성 정책의 문제점, 민중생존권 문제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G20에서 개도국을 대변해서 지위를 드높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 가식적인 선전행위임을 밝혀야 한다. 한국 자본이 해외에서 벌이는 횡포, 대테러전쟁 및 미국의 침략 전쟁에의 참가, 이명박 정부의 노동권과 민중생존권 탄압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역자유화인가, 대안세계화인가: APEC 정상회의 대응 투쟁과의 연계

APEC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
G20 정상회의 바로 다음 날에 일본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의 구체화를 합의하는 것이다. 미국은 범태평양파트너십(TPP)을 확대하여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형성을 촉진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일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차별하는 방식으로 지역 간 무역 협정을 맺으려고 한다(양자 간 FTA나 지역 FTA). 아시아 지역이 독자적인 무역 블록을 만들어 태평양 중앙에 선을 그으면 미국이 그 블록에서 소외될 수 있다.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가 만들어지면 미국이 매년 250억 달러의 손해를 본다는 예측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미국은 자신이 소외된 지역 경제통합을 막고, 미국이 중심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는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원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는 범태평양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범태평양파트너십의 목표는 네 국가 사이의 무역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특히 이미 존재하는 쌍방 자유무역협정을 하나의 체계 안으로 포섭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양자 간 FTA는 여타의 무역협정과 상충하기도 하는데 범태평양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통합하려는 것이다. 범태평양파트너십은 확대될 것이다. 이미 호주, 베트남, 페루가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미국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한국과 일본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10개 국가가 된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범태평양파트너십에 참가하는 국가의 경제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추진에도 박차가 가해진다.
미국은 WTO의 교착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APEC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APEC의 가입국은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무역을 구축하겠다고 합의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스텐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에서 열리는 2011년 APEC 정상회담까지 앞에서 언급한 10개 국가들 중 8개 국가를 범태평양파트너십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1년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APEC에서 적어도 이러한 합의 도달의 첫 단계를 밟으려면 올해 APEC 정상회의에서 관련된 논의가 진척되어야 한다. 따라서 11월 12~13일에 일본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범태평양파트너십이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와 관련된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차원적인 세계경제질서 재편 시도와 경제위기 비용의 전가
현재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세계경제질서 재편 과정에 깊숙이 참가하고 그 속에서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미래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시아의 역할을 핵심적인 것으로 본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아시아는 이미 세계 산출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외환을 달러 환류의 형태로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유럽의 비중이 줄고 미국에 우호적인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대거 포함된 G20이 G7·G8을 견제하고, 미중전략경제대화(G2)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를 건설해 세계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에서 이명박 정부가 맡고 있는 역할은 신흥국의 위치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정치·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G20이라는 단일 협의체만으로 세계적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은 G7, G8, APEC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의 경제위기 비용을 전 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고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구제금융 비용과 세금 등으로 자국 노동자 민중에게 비용이 전가된다.) 첫째, 환율조정을 통해서 아시아에 대한 부채를 감각하고,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하여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고 한다. 동시에 미국의 금융자산에 대한 꾸준한 투자도 약속 받아야 한다. 둘째, 추가적인 무역개방을 통해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조정하고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특히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지체 이후 주춤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 금융 부문의 개방을 가속화하는 것이 미국에 중요하다. 즉 미국은 경제위기의 부담을 전가하고, 미국식 경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통합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의도가 전 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파괴적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G20 투쟁 방향: 대중적 투쟁으로 이명박 정부와 금융세계화에 일격을 가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G20에 맞서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먼저 G20 회의 진행 과정을 투명화하자거나 G20에서 논의되는 의제를 확장하자는 식으로, G20을 개혁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환상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G20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확대 재편을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적 경제 질서를 안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금융규제는 금융자본의 권력을 조정해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자본의 권력 문제는 애초에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회의에 개입해서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개입 전술은 순진한 바람일 뿐이다.
앞서 다루었던 각 쟁점에 따른 투쟁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현 위기에 대한 교육·선전을 통해 반신자유주의 대안세계화의 문제의식을 확산하자. △G20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유지하기 위한 모임임을 폭로하자. △금융세계화의 현실을 드러내고 대안을 이슈화하는 수단으로 금융통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하자. △이명박 정부 G20 선전의 허구성을 밝히고 민중의 대중적 저항을 보여주자. △APEC의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비판하면서 경제위기 비용 전가를 폭로하자.
특히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융위기는 금융세계화 내부의 위기가 아니라 그 자체의 위기다. 따라서 G20 투쟁과정에서 금융세계화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금융 통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이슈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대중운동 조직이 G20 투쟁의 이러한 의의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대중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회를 G20 정상회의 사전에 배치하여 한국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선전으로 올 하반기 정국을 돌파하려는 이명박 정부에서 ‘순조롭고 평화로운’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과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대안세계화를 기치로 한 대중적 투쟁을 성사시킨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둘째, 국제적 차원,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국제연대가 필요하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글로벌 불균형, 즉 미국의 이중적자와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불안정성이 부각되었다.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무역불균형 조정 문제가 포함된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 절상과 자국 금융자산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의 부채를 해외로 이전 절감하고, 미국의 금융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법이다. 따라서 세계사회운동은 G20과 APEC 정상회의를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미국 및 국제 지배계급의 전략 속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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