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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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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졸속매각 저지 투쟁의 방향

고용보장, 졸속매각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조 재건하자!

김유진 | 조직국장
10월 19일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시각, 산업은행 정문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민유성 산업은행장 면담과 국정감사 참관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그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 날 국정감사에는 3,000여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박영태 공동관리인이 출석해 2009년 법정관리 과정에서의 회계조작 의혹, 구조조정, 향후 매각과정에 관해 증언했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아직 여유인력이 많다’며 매각과정에서 또다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산업은행 정문에서 장시간의 항의 끝에 마련된 산업은행 실무자와의 면담에서 산업은행은 11월 중으로 마힌드라로의 매각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5월 매각 공고로 시작된 쌍용차 재매각에서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이하 마힌드라)이 8월 12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9월 한 달 쌍용차에 대한 정밀실사 이후 매각 협상은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11월 중으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임이 산업은행을 통해 흘러나온 상황이다.
쌍용차 재매각에 대해 쌍용차 노동자들과 대다수 시민들은 ‘제2의 상하이차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 목표가 기술 확보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2005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3~4년에 걸쳐 1조 2,000억여 원을 투자하고 완전고용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기술 유출에 먹튀까지 발생했다. 마힌드라는 ‘제2의 상하이차’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해 투자와 개발 약속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안정 서약에 공증까지 받고도 3,000여 명을 해고하고 도망친 상하이차의 사례를 떠올린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대책마련 없는 마힌드라의 약속 또한 믿을 것이 못 된다. 상하이차로 쌍용차를 부실매각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산업은행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사천리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쌍용차 투쟁이 한국 사회에 남긴 메시지를 다시금 환기하고, 고용보장과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다.
10월 5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 비닐천막을 차리고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10월 4일~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쌍용차 정리해고와 재매각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쌍용차 문제를 전국화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기 위함이었다. 국정감사 일정은 끝났지만 비닐천막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힌드라로의 매각이 예정되어 있고, 매각 협상의 핵심 주체이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가 바로 산업은행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마힌드라 현황과 쌍용차 인수 목적

마힌드라는 인도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산 규모가 약 2조 4천억 원이다. 스포츠실용차(SUV), 농업용 기구(트랙터 등)를 판매하며 2009년 매출 약 3조 7천억 원, 순이익 약 2,2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180만 대(삼륜차 포함, 승용차는 20만 대)를 판매했다. 올해 순익은 5,500억 원 정도로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쌍용차 인수에 대해 마힌드라는 인수 의향을 밝혔던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 르노닛산이 공장 시설 확장과 쌍용차 인수 비용 사이를 저울질할 때, 마힌드라는 30명에 가까운 실사단을 한국에 보내고, 그룹 차원의 재정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인수자금 모집에 적극적이었다. 그 이유는 중급 이상의 자동차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영국 로버자동차 인수에서 인도 타타자동차에 밀렸고, 올해는 르노자동차와의 전략적 제휴도 끝났다. 한편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을 수출하려다 안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마힌드라가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국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독자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보다 앞선 디젤 엔진 기술과 조립 공정을 갖춘 쌍용차는 마힌드라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인 것이다.
졸속매각 우려에 대해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 다를 것이란 주장도 있다. 쌍용차 인수를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신뢰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마힌드라에게 ‘먹튀’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 또한 양해각서(MOU) 체결 시 한국을 찾아 ‘제2의 먹튀는 없을 것’이며, ‘상호 기술협력을 지향’하고, ‘쌍용차 노사가 만든 합의서를 그대로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인수 후 계획만 보아도 마힌드라의 의도는 이와 다르다.
마힌드라의 자동차 부문 사장 파완 고엔카는 마힌드라가 렉스턴과 코란도 C를 완제품이 아닌 CKD(조립 전 상태)로 인도에 수입할 예정이며, 인도에서 두 제품은 고가 SUV 제품군으로 도요타 포츄너, 지엠 캡피타, 현대 투싼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 자동차 전문가들은 마힌드라가 고가 제품 시장에서 연 300~400대를 팔기 힘들 것으로 본다. 현재 고가 SUV시장은 인도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마힌드라는 연 1,000대 정도를 팔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 수준인데, 인도 SUV 시장은 6~7년 후에나 4~5만 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마힌드라의 현재 점유율(9.2%)을 고려할 때, 쌍용차의 인도 수출이 언론에서 부풀리는 것처럼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한편 현지 언론에서 마힌드라는 MOU 체결 시 고용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으며 ‘임금협상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공장 안의 쌍용차 기업노조는 추석연휴 이후 몇 차례 마힌드라와 만남을 가졌지만 고용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 없는 상태다. (쌍용차 기업노조는 2009년 쌍용차 투쟁 이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를 탈퇴하고 2010년에 결성된 노조다. 이 노조는 노사협조주의를 활동 기조로 삼고 있다.) 한편 마힌드라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일부를 제외하고 쌍용차의 생산시설을 인도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노조와 부딪힐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힌드라의 내수 시장 점유율도 낮고, 인도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6.36%(2005년 기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는 장기적으로 한국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많지 않다. 제2의 먹튀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고용과 생존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쌍용차 팔아먹기에 급급한 산업은행과 경영진: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77일의 공장점거파업을 종료하며 2009년 8월 6일 맺은 노사대타협 중에 이행되고 있는 합의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등에 부과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만 120억 원이 넘으며, 무급휴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 역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이 매우 어렵고, 일부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올여름 정신질환으로 지난 1년 내내 자신의 집에 점거 파업 당시를 재현해놓고 있었던 조합원의 충격적인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 사측은 구속 상태에 있는 한상균 전 지부장을 포함한 15명에게 징계 해고와 정직 3개월 조치를 취하는 등 매각 과정에 대해 불안함과 불만을 갖고 있는 공장 안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단속하기 위해 다양한 수를 쓰고 있다. 또 사측은 올해 8월 6일, 노사대타협에 의해 현장에 복귀했어야 할 무급휴직자들에 대한 복귀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쌍용차 살인진압을 진두지휘한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을 경찰청장으로 승진시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경찰의 살인적 진압으로 크게 다친 조합원들에게 3,000만 원의 건강보험료 환수조치를 내렸다.
노동자와 한 약속을 모두 내버린 쌍용차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은 일사천리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파업 종료 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하에 2010년 상반기 쌍용차는 공장을 돌려도 계속 빚이 쌓이는 실정이며, 상반기 이자 비용만 237억 원이었다. 헐값매각과 먹튀로 쌍용차를 이 지경에 빠뜨린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채권회수에 급급하다. 지난 7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쌍용차 안성 부지를 팔아넘긴 채권단의 행보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인수가 끝날 때까지 우량 자산은 보유하는 것이 당연한데, 산업은행을 통한 출자가 아니라 자산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쌍용차를 또다시 헐값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편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의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술을 유출한 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바로 쌍용차를 내팽개쳤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러한 외국계 기업의 횡포는 쌍용차 뿐 아니라 발레오만도, 포레시아, 3M 등에서 공장 청산, 해고와 징계라는 방식으로 무수히 많이 벌어졌다. 외국계 기업의 먹튀 행각과 노동자에 대한 횡포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IMF 이후 해외매각 증가로 국내 제조업에서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2%에 달하며 17만에 가까운 노동자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헐값매각을 도와주고 지자체들은 토지무상임대, 각종 보조금 지원, 조세감면 등 특혜를 준다. 그러나 이는 세금 낭비일 뿐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공장을 단순 하청기지로 활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아무 책임 없이 버린다.
지난 8월 9일 2009년 투쟁으로 구속된 전 지부 지도부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주장이 과장이 아니며 기술 유출, 법정관리를 불러온 상하이차와 경영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상하이차의 책임을 물을 길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재판부는 기술유출에 관한 재판에서는 검사를 교체하는 등 진행을 연기시키면서 정부와 경영진, 상하이차의 책임을 은폐하는데 급급하다.
정부의 졸속매각과 상하이차의 먹튀를 규탄하는 쌍용차 재매각 투쟁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와 먹튀 규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더욱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용보장과 졸속매각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조 재건하자

정부의 졸속매각, 상하이차의 먹튀로 쌍용차에서 4,300여 노동자가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실직하고, 9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또 94명이 구속, 46명이 불구속되었으며 사측과 정부가 200여 노동자에게 청구한 벌금과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이 2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책임자인 정부와 경영진은 어떤 책임도 반성도 없이 이전과 똑같은 졸속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안의 기업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상하이 사태 재발 방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채 사측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해고와 휴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부당한 해고의 억울함과 살인적 경찰 진압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 등 조합원들이 처한 어려움은 쌍용차 재매각 투쟁이 처한 현실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이 남긴 깊은 상처를 딛고 무급휴직, 해고 조합원들을 조직하면서 졸속매각 저지와 민주노조 재건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쌍용차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해고자 복직 △총고용 보장 △졸속매각 반대 △쌍용차 사태 책임자 처벌 △손배 철회 및 구속자 석방을 요구로 쌍용차지부와 함께 정부, 산업은행과 쌍용차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재매각 국면에서 고용 보장과 외국계 기업 규제 등의 요구에 대한 사회적 지지 형성 여부와 공장 안팎의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가 이러한 요구들을 관철시키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제2의 먹튀’ 우려는 쌍용차 매각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2010년 쌍용차 재매각 대응 투쟁은 2009년과 달라진 바 없는 졸속 매각을 최대한 알려내며 정부, 지역사회, 채권단이 해고자 및 무급휴직자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쌍용차지부가 공장 밖에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재매각 대응 투쟁을 통해 매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교섭력을 획득해야 한다. 2010년 외투자본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결의한 금속노조는 전형적인 외투자본 먹튀행각으로 벌어진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징적 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 GM 유럽법인인 오펠 매각 협상 시 독일금속노조는 정부에게 고용유지 우선 기업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여, 고용협약을 맺겠다고 약속한 매그나와 우선 협상을 하도록 했다. 결국 GM이 매각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노조가 매각 과정을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고 고용협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고용보장과 지역협약을 요구하면서 실제 매각을 주도하는 정부에 대한 사회적 투쟁을 펼쳐가야 한다. 이 투쟁 과정에서 마힌드라가 이를 언급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요구를 수용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 과정은 77일 간 함께 투쟁했던 무급휴직, 해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고, 공장 안 노동자들로부터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투쟁의 동력을 형성하는 과정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이는 매각 과정에서 실제 교섭력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이지만 사측과 독립노조의 현장 장악력을 무력화하고, 장기적으로 민주노조 재건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재매각 국면은 조직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공장 안 노동자들의 매각에 대한 불만과 의문을 해소하고, 매각 과정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를 통해 졸속매각 저지와 민주노조 재건에 이들이 함께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공장 안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여론전과 실천투쟁을 펼치고,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의 깊은 상처 속에 신음하는 해고자, 무급휴직자,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다시금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연대단체와 운동세력들은 적극적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매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든 매각 이후 쌍용차의 미래가 순탄하기는 어렵다. 고용보장과 해고자, 무급휴직자 원직복직에 대한 단체협약과 사회적 협약을 맺지 않는 매각은 제2의 먹튀를 부를 뿐이다. 이를 막는 확실한 길은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제기하고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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