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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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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저임금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임금 노동자의 요구를 모아내자! 투쟁시기를 집중시키자!

박준도, 조은석 |
2010년 국민임투 효과

“노동자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중 캠페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국민 임금투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면서도 사회 양극화 해소에 기여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2010년 최저임금 선포 기자회견문」 중에서

지난 2년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투쟁을 노동자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투쟁으로 규정하고 이를 ‘국민임투’로 명명해 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노 사 공익 3자 교섭을 사회적 임금교섭으로서 규정하고 이러한 사회적 임금교섭 자리에서 평균임금의 50%-법정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쟁취하는 데 민주노총이 선봉에 설 것을 결의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서비스업 용역노동자와 제조업 파견노동자 사례에서 확인되듯, 인력 하도급 관계를 빙자한 간접고용이 확산되면서 각종 하도급계약상에서 나타나는 임금기준이 최저임금으로 수렴하고 있다. 둘째,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최저임금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최소 역할도 못하고 있다. 셋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임금 하락에 맞서는 최후의 저지선으로서 최저임금 투쟁 전선을 노동자운동 주체들이 주목하게 되었다. 넷째, 미조직 노동자의 상당수가 최저임금 수준에서 임금을 받고 있었고, 최저임금 인상 또는 적용을 매개로 노동조합 조직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데에 노동자운동 주체들이 주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당사자의 임금인상 투쟁, 임금격차의 해소를 위한 투쟁, 임금하락을 저지하는 투쟁,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매개로서 최저임금 투쟁이 고민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최저임금 투쟁을 임금인상 투쟁의 일환으로 규정하는 순간, 최저임금 투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평가지형에 놓이게 된다. 민주노조운동은 임금투쟁에 관한한 오랜 전통과 투쟁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최저임금 투쟁이 그러한 전통과 원칙아래 재평가되기 때문이다.

2010년 최저임금 투쟁을 평가하는 여러 토론 자리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임투라고 하긴 했는데 최저임금 투쟁이 국민 전체의 이해와 요구는 고사하고 최저임금 당사자 혹은 저임금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고 있지도 못하다. 둘째, 국민임투라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협의 자리도 일종의 교섭으로 볼 수 있는데, 민주노조 운동의 교섭대표들(민주노총 교섭위원, 최저임금 대책회의, 중앙집행위원회 등)이 최저임금 당사자나 투쟁 주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규모를 합의하고 사후적으로 통보한다. 이것은 임단협을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결정해온 민주노조 운동의 전통에 반하는 것이다. 셋째, 국민임투를 논하기에 앞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최저임금 투쟁 결합이 형식적이고 응집력도 없다.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함께 제기할 수 있는 제반의 사회적 권리(주거권, 여성권 등)에 대해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많은 활동가들이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에 입각하여 최저임금 투쟁을 재평가하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 투쟁의 위상과 성격

최저임금 제도가 임금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제도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가 역사적으로 쟁취해온 교섭권·쟁의권 아래 구축된 임금협상 제도와 전혀 다른 출발점을 가진 복지제도의 일종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대다수 국민은 임금소득에 의존하고 있는데, 어떻게든 임금을 낮추려는 자본가들의 압박에 대해 국가가 임금소득의 최소치를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최소 생존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된 것이 최저임금제도다.1)

최저임금 결정과정 및 관련 제도를 살펴보면, 그 함의를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노사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액을 심의하는데, 노사가 동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액을 심의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공익위원은 다양한 경제 변수를 고려해서 최저임금의 최소(!) 인상액을 제안한다. 공익위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 따라 약간의 조정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금액이 얼마가 된들 공익위원이 ‘최소 인상액’을 제안한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더구나 최저임금위원회는 인상액을 심의하는 기구일 뿐 당해 연도 인상분을 결정하는 기구는 행정부(고용노동부)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통해, 단지 법정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든 현실 제도상으로든 불가능하다.2)

따라서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연대임금 투쟁으로서 최저임금 투쟁을 위치 지우려면,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투쟁과는 다른 의미 부여와 성격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제안하는 방안은 민주노총의 임금투쟁이 최저임금 투쟁을 포괄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투쟁이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서 자리매김되고, 또한 민주노총의 임단투와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투쟁의 주체 형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최저임금 투쟁과 임단투가 공동의 단일 요구 아래 시기를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서 최저임금 투쟁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투쟁의 성격을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적인 기본급, 즉 표준시급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급은 모두 다 최저임금이에요.” “저랑 같이 일하셨던 분 중 2년 조금 넘게 일하신분이 있는데 그동안 월급이 2만원 올랐다고 하셨어요. 그게 최저임금 오른 수준하고 똑같더라고요.”3)

그리고 저임금 노동자의 표준시급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그리고 이러한 최저 수준의 시급이 노동자를 어떻게 장시간 노동의 악순환으로 몰아넣는지를 여론화시켜야 한다.

“최저임금 시급에 월급 120-150정도 받으려면 잔업을 뛰어야 해요. 밤늦게까지 매일 잔업하고, 주말에도 특근 나오고… 그래야 그만큼 벌 수 있어요.”4)

이러한 현실 인식을 전제로 저임금 노동자의 절박한 임금인상 요구를 최저임금인상요구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절박한 요구란 조직된 노동자건 미조직된 노동자건 자신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절실한 인상분을 의미한다. 또한 최저임금 투쟁의 동인을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기필코 쟁취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의미한다. 또한 절박한 요구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주체적 요구와 같은 의미이기도 한데, 최저임금을 쟁취하는 주체가 저임금 노동자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민주노조 운동의 자주성 민주성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처럼 저임금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용역노동자, 공단노동자 등 미조직 노동자 일반의 요구를 구성해내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모여야 한다(최저임금 실태조사, 최저임금 인상요구안 설문조사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직된 청소용역노동자, 공단노동자의 요구가 저임금 노동자 전체의 요구로 표상되도록 하는 방안들이 필요하다(최저임금 인상요구안을 실질적으로 쟁취하려는 투쟁 기획).

또 최저임금 투쟁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자리 잡으려면,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묶어세울 수 있어야 하고, 최저임금 투쟁이 그 자체로 조직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최저임금 투쟁을 매개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했던 것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를 법정 최저임금이라도 받게 하려는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현실적 실효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최저임금 준수를 매개로 하는 투쟁은 일정한 시점(법정 최저시급을 준수하게 되는 시점)이 지나면, 법정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제한되어 있는 요건 하에서 그 실효성이 마감될 뿐만 아니라 주체의 확대재생산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액을 실질적으로 쟁취하려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인상요구액에 턱없이 미달하는 수준으로 결정되었을 때 후속 투쟁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이다. 둘째, 결정된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상회하는 임금인상 투쟁을 민주노조 운동이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이다. 전자가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책임이 행정부(고용노동부)에게 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최저임금 수준과 그 결정 방식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투쟁의 문제라면, 후자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적인 임금인상 요구액을 현실에서 쟁취하는 문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다음 두 가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집단교섭 투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의 2011년 임금인상투쟁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투쟁이 법정 최저임금을 쟁취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법정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넘어서려는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 투쟁이 승리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띤다. 다음은 금속노조의 산별 최저임금 쟁취 투쟁이다. 산별협약의 효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상징적 의미 이상을 갖기는 어렵지만, 법정 최저임금을 뛰어넘으려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주목해야 한다. 양자 모두 초기업단위 임금교섭을 쟁취하려는 과정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넘어서려는 구상이고, 이 점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최저임금 투쟁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요구에 근거해서 투쟁을 기획하고 책임질 수 있는 조직적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현장대표자회의 구성 방안은 일정한 의의가 있다.5) 원칙적으로 보자면 민주노총의 상시적 의결단위인 중앙집행위원가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중집이 최저임금 교섭과 투쟁에서 모든 책임을 다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필요한데, 최저임금현장대표자회의가 중집을 보충하는 것은 임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현장대표자회의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 기구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을 기획하고 책임지는 주체로서, 지역단위로 투쟁을 확산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이다.


임단협 투쟁과 결합된 최저임금 투쟁

전체 노동자계급의 공동투쟁으로서 최저임금 투쟁이 자리매김하려면 민주노총의 임단협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획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의 임금인상 요구로서, 전국적 단일 요구로서 동일한 금액의 임금인상 요구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정규직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당위적인 호소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의 요구에 근거하여 공동의 투쟁을 전개하는 것으로 한걸음 더 전진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사실상 기본급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기본급 인상을 매개로 하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정액 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총연맹이 임단투의 실제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전체를 관통하는 임금인상 투쟁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임단투의 정치적 의미를 확인하고, 산업별로 기업별로 분리된 임단투 요구를 일치시키고 시기를 집중해야 한다. 임단투에서 노동자의 전국적 계급적 단결을 강화할 수 있도록 총연맹과 (핵심) 산별노조 사이에 공동기획과 공동투쟁을 도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비록 올해에는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전노협 시절부터 이어져온 시기 집중 임단투를 현재 시점에서 복원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6) 총연맹 차원에서 임단협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혔지만, 각급 단위 노조에서 임단투과 최저임금 투쟁을 결합하려는 시도들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2010년 최저임금 투쟁을 매개로 전국적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민주노조 운동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복수노조 시행에 즈음하여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기층 현장, 각급 산별노조, 민주노총이 조직하려 한다는 점에서 6월경에 전개될 최저임금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상반기 투쟁의 주요 계기로서 최저임금 투쟁의 위상을 다져나가고, 시기집중 임단투의 의미와 그 필요성을 노동자 운동의 모든 주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자. 각급 산별노조가 산별노조다운 임단투를 실질화해내고, 그 위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재구성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임단투와 최저임금 투쟁이 실질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 산별노조가 임금인상에 관한 산별협약을 실질적으로 쟁취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2011년 임금요구안에서 산별 최저임금 요구까지 포괄하는 정액임금인상 요구를 정식화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를 투쟁으로 현실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준)에서도 시기집중 방안과 공동의 요구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임단투 계획을 구성해나가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총연맹이 각급 산별노조의 임단투를 하나의 투쟁으로 묶어세우는 것이다. 그 위에서 최저임금 투쟁의 전망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보론> 유럽 각국의 최저임금제도 현황과 최근 노동조합의 대응

현재 유럽차원의 공통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럽 각국의 최저임금 제도는 나라별로 상이하다. 유럽 각국의 최저임금 제도와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및 태도를 통해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장 활성화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역사적으로 최저임금은 노동착취 사업장(sweatshop)의 노동자들이 충분치 못한 교섭력 때문에 열악한 생활을 하는 데 대해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유럽의 상황을 보면, 전국적 법정 최저임금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대개 업종별 산업별 협약을 통해 최저임금을 강제한다. 이들 국가는 키프로스 정도를 제외하면 산별노조 질서가 공고히 구축된 이탈리아, 독일, 북유럽 국가 등으로, 평균 임금수준이 높으며 노조의 협상력도 강한 경우가 많다. 즉 이들 국가에서는 강력한 산별노조의 존재가 법정 최저임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상회하기 때문에 굳이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이탈리아의 경우 노동조합이 단협의 적절성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법정 최저임금의 도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만 최근 독일에서 법정 최저임금 재도입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약화된 전국적 협상력에 대한 대안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사고하는 경향이 존재하기도 한다.

1그룹에는 새로이 EU에 가입한 중부 동부 유럽 국가들이 많이 속해 있는데,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은 동시에, 유럽연합 가입과 동시에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중 체코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투쟁이 조직되었다. 루마니아에서도 대규모 투쟁을 통해 2008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고, 2014년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것을 강제하였다. 이들 국가들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삼자합의에서부터 법령에 의한 자동결정 방식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다만 이 그룹에 속하는 국가는 폴란드(39.7%)를 제외하면 월평균 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 역시 유럽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루마니아 33.3%, 체코 33.8% 등). 즉, 이들 국가의 경우 최저임금 절대액도 적을뿐더러 상대적 격차도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확대가 모든 노동계의 사활적 과제로 부상한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2그룹의 경우 공교롭게도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주요 당사자들이 속해 있는 범주다. 이 국가들에서는 재정위기에 따른 긴축정책에 맞서 모두 대규모 투쟁이 조직되었다. 이때 노동조합의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바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수준 및 임금 수준을 보전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그리스에서는 노사 직접 교섭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는데, 최근 그리스 정부는 재정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2012년까지 동결하는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노사 교섭에 의한 최저임금 교섭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현재 이 법에 대해서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2012년까지 현 월 624유로에서 800유로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평균임금의 60%까지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3그룹은 유럽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들로, 절대적 액수뿐 아니라 평균임금 대비율과 최저임금 해당 노동자 비율 또한 높은 국가들이다. 이 중에서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같은 국가들의 경우 최저임금 자체가 거의 이슈가 되는 일이 없이, 물가 및 경제성장률에 자동적으로 연동되어 상승하는 체계로 되어있다. 프랑스의 경우, 사용자 단체와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며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의 핵심은 최저임금과 물가를 연동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재무부 장관이 제시한 옵션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아니면 전문위원회에 일임하는 것이었다. 경영자 협회에서는 이를 “정치적 범주나 시혜가 아니라 경제적 범주에 의해 결정되는 최저임금” 방식이라며 환영하였으나, 노조에서는 이를 비판하였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제1노총(CGT)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생활수준 및 경제성장에 연동되어야 하며,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따라 이를 비판하였다. 좌파 정당들과 노동조합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내수 진작 차원에서 더 공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였고, 결국 기존 방식이 그대로 존속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 재무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이 일반적 방식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유럽에서 이는 널리 퍼진 관행은 아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을 각종 경제 지표와 연동하거나 정부 재량으로 결정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노총(TUC)은 현 시급 7.2유로의 최저임금을 7.66유로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였다. 아일랜드의 경우 2그룹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인데, 구제금융 패키지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삭감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것이 그대로 관철되어 최저임금 삭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앞서 그리스의 예와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조직된 노동자의 투쟁이 향후 최저임금의 추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1) 이러한 점은 최저임금제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헌법 32조는 노동권 조항이지만, 국가의 적정임금 보장에 대한 책임으로서 최저임금을 명시한 것은 국가가 국민의 최소 생존(최소 임금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기원한 것이다. 헌법 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본문으로


2) 이는 경험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자의 정액급여 인상률보다 높았던 시기라 할지라도 임금불평등 추이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노동자의미래ㆍ사회진보연대,「서울구로지역 전자산업 노동자의 노동 실태」, 2011. 본문으로

4) 노동자의미래ㆍ사회진보연대, 위의 글 본문으로

5) 공공노조, 「2011년 최저임금 투쟁 단위사업장 워크샵을 제안합니다」, 2011. 참조 본문으로

6) 정의헌, 「2011년 국민임투 승리를 위한 전략」, 2011.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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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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