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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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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어떤 유럽이 필요한가? 우리는 어떤 유럽을 얻을 수 있는가?

쉬잔느 드 브뤼노프(Suzanne de Brunhoff) |
Suzanne de Brunhoff, 1999, "Which Europe do we need now? Which can we get?." Riccardo Bellofiore ed., Global Money, capital restructuring and labor, Edward Elgar.


오늘날 세계의 주요한 특징이라면 경제 세계화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그것의 중심적 상징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금융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금융통제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효과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숙명론적인 경제 이데올로기가 이렇게 널리 유포되어 있다.

여기서는 세계화, 민족적 토대를 둔 자본주의, 그리고 정치적 행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와 다른 이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경제적 세계화의 가장 두드러진 형태는 '금융의 국제화'라고 불려야한다. 이는 과정이지 하나의 세계적 구조가 아니다. 여기에는 또한 상이한 형태의 분절화와 서로 대립되는 특성들이 함께 담겨져 있다. 이 글에서는 유럽공동체가 세계의 자본주의적 지역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그리고 노동자들의 연합을 위해 남겨진 전략들에 대해 다루고자한다


<b>금융 국제화: 중요성과 한계</b>

무역, 투자, 금융을 통한 국가들간의 국제적인 상호의존도가 지난 10여년 동안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제조업 생산품의 산출량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1963년 6%에서 1993년에는 20%로 증가하였다. 국제 금융은 무역에서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1980년 이래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주식과 채권에서 미국의 대외 총거래액는 50배 증가하였다. 국제적 금융거래의 많은 부분은 무역이나 해외직접투자와 관련이 없다. 외환시장의 핵심인 국제적 은행의 단기적인(1년 미만의) 자금운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하루의 외환 총거래액은 1973년 150억 달러에서 1995년에는 1,200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거대한 금융 자본의 흐름이 매일매일 세계를 몇 바퀴씩 돈다할지라도, 세계적인 단일 자본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일한 세계적 이윤율도 존재하지 않으며, 생산된 상품에 대한 세계 단일 가격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격과 수익률의 수렴 정도가 어떠하건 간에, 세계적인 '일물 일가(一物 一價)'는 이론적인 허구일 뿐이다. 상대적인 금융 분절화(segmentation)의 한 요소는 화폐적 분절화이다. 금융 자산들은 상이한 통화들에 의해 측정되며, 그 통화들은 서로 '완전 대체적'이지 않다. (명목이윤율상의 차이가 환율변동을 커버하지 못한다.)

이론적으로는 환율 체제가 변동환율이건 고정환율 간에 관계없이, 환율 체제는 하나의 단일한 세계 화폐를 발생시키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1974년 미국에서 시작된 환율통제 철폐는 금융적 탈규제의 최초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치였다. 그것은 통화들 사이의 차이를 제거하지 않았다. 우선 국제금융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선진국의 통화와 그렇지 않은 다른 것과의 구분이 존재했다. 선진국들 간에도 차이는 있었다. 달러, 독일의 마르크, 일본의 엔은 핵심적인 통화였고, 국제적인 계상 단위와 유통 수단으로서 가장 지배적인 것은 달러였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거래를 매개하는 통화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도전을 받고 있다. 환율의 시장휘발성- 이는 부분적으로는 단기금융유동성의 효과이다.-은 경제적 '펀드맨탈'이라 불리는 것과 연계를 상실하고 있으며 종종 안정성을 위협하는 투기를 반영한다. 달러의 변동으로 인한 영향력은 세계적인 규모이다. 강력한 투기적 움직임들은 통화 위기를 낳게된다. 그러한 위기가 낳는 결과는 통화들 사이의 세계적 위계에서 차지하는 특정 통화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1979년 이후 사실상 달러 위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완만한 불개입'(benign neglect)이라는 미국의 정책은 달러 환율의 불안정성이 지니는 문제가 다른 통화 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주목할만한 예외는 1985년 G5 회의였는데, 그 당시 독일의 마르크와 엔에 대한 달러의 강세로 미국의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그래서 달러를 평가절하하는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가 도출되었다. 리라, 영국의 파운드, 프랑스의 프랑과 같은 보조적인 자본주의적 통화의 연동체계인 유럽화폐체제(EMS)는 1992년과 1993년에 투기의 공격을 받았으며, 그 후에 무너졌다.

하지만 이들 위기는 단기적이었고 각국 정부가 스스로 이 위기를 제한하고 관리하였다. 한편, '신흥 국가'의 통화 위기의 결과는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결과는 고정환율제에 의한 달러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1994-5년의 멕시코 위기와 1997년 타일랜 등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위기로 관련국가에서 그리고 각각의 지역에서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 양쪽에서 모두 해외 금융 기금과 몇몇 국내 기금들은 도피해버렸다. 멕시코의 경우에는 미국 그리고 아시아의 경우 일본의 개인과 더불어 IMF의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이 요구되었다. 해당국가의 국내 금융 체제와 국내 성장률이 그 영향을 받았다.

통화간의 차이와 각 통화가 위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금융시장에서부터 한 나라의 금융체계의 몇몇 특성에까지 옮겨졌다. '세계적 금융시장은 신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1974년 이래로 각국정부가 금융시장을 자유화 함에 따라 금융기관들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Michie, 1995)'. 수익률의 국제적 수렴 정도가 어떠하든 간에, 금융 자산은 완벽한 대체제가 아니다. 동전의 이면에는 상이한 민족적 금융구조와 접근성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연기금과 같은 거대 기관 투자자들은 우선 국내 저축을 모은다. 그들 투자의 90%에 달하는 대다수 부분은 국내에서 이루어진다. 외환 시장을 지배하는 국제적 은행들은-주로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자국의 안전한 국내 지불 체계를 필요로 한다. 예금 보험은 정부 보증을 수반한다. 심지어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금융 개방성과 국제 금융 시장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은 금융의 일국적 토대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금융 국제화는 민족국가적 분할을 억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화페 및 금융 정책인 것이다.

국제화의 과정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망의 발달과 같은 기술적인 변화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국제화 과정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경쟁적 탈규제'는 1974년(외환 통제의 철폐)과 75년(뉴욕 증권 시장의 탈규제)에 위기 시에-소위 말하는 스테그플레이션 기간중에- 달러 및 미국 금융의 국제적 지배력을 보존하기 위해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된 정치적 과정이다(Helleiner, 1994).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변화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국제적 금융 통합의 증가와 미국의 금융적 헤게모니의 유지를 표현했다.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위계적 컨센서스'를 향한 길을 닦았는데, 그러한 컨센서스는 지배적인 통화들과 금융 중심지들간의 강력한 경쟁을 동반하면서 동시에 달러와 월스트리트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국내 화폐 정책은 주로 가격 인플레를 막는 데에 치중해왔다. 인플레는 금융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각국은 자국의 통화를 위치에 맞게 배치하였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환율의 불안정성과 은행체계 운용의 점증하는 위험에 직면해야 했다. 1978년 10여개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로 구성된 은행감독(Banking Supersision)에 관한 바젤(Basle) 위원회는 1988년에 '자본 척도와 자본 표준의 국제적 수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문서는 은행들에 자본의 요건에 대한 공통적인 위험-기반 표준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신용 위험'들만을 다루었을 뿐, '환율, 이자율, 채권 가격에서의 불리한 운동으로 인한 손실의 위험으로서 시장의 위험'을 다루지 않았다
(Hayward, 1992).

어찌되었든 간에 국제적 은행의 자본 비율에 대한 건전성 감독은 국제적 자본 통제를 미약하게 나마 대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는 금융의 불안정성과 위기를 예방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위기에 뒤따르는 IMF의 개입이 요구되었다.


<b>국제화 과정에 대한 경쟁적 관점들</b>

세계화에 대한 몇몇 관점들은 지역화, 자본주의 모델의 차이, 자본축적의 금융적 특징과 같은 세계경제의 서로 다른 특징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 모든 점들은 유럽공동체의 특성과 관련된 것이다.

<b>지역화</b>

몇몇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출현 중인 세계적 경제는 지역적인 특성을 띠게 될 것이다. 주변의 위성을 지닌 일본, 미국, 유럽 이 3개의 초강대국이 이 세계 경제를 틀지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Sengenberger & Wilkinson, 1995) 대다수 국제 무역은 북아메리카, 서유럽, 아시아라는 세 개의 무역 블록 내에서 발생한다. 이들 세 지역 내에서, 초강대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초국적 기업에 의해 특정한 국가간 생산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삼극' -미국, 일본, 유럽-의 관계는 국제 통화위계와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마르크 그리고 엔의 경쟁 속에 반영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 통화 사이의 관계는 '삼극적'이지 않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에서, 그리고 몇몇 유럽 국가들에서, 각국의 통화는 달러에 준거를 두고 있으며, 달러는 오늘날 국제 금융 거래를 지배하고 있다. 유로화가 달러의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유로화가 일본을 하위파트너로 하는 양극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르자면(Bergstein, Financial Times, 9 September 1997),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헤게모니에 반대하는 몇몇 유럽인들은 현재 유로화의 제정에 동의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로화가 달러의 국제적 무게를 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와 달러 관계의 미래에 대한 최근의 토론에서, 유럽의 수출 환경 개선을 위해 약한 유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국내적인 물가 안정과 금융을 강조하며 강한 유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존재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논의는 이 두 거대 블록사이의 경쟁이 초래하는 금융적 불안정의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자유 시장에서 금융 흐름의 순환이 유지된다면, 달러에 대한 유로화의 환율은 달러에 대한 마르크의의 환율보다 훨씬 더 휘발성이 높을 것이다. 중앙 은행들 사이의 협력이 합의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이러한 불안정성을 줄여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통화 전쟁을 피하기 위해, 화폐 관계들은 새로운 규제조치와 금융자본의 단기적인 통제에 따라 운영되어야한다.

무역 블록에는 또한 약간은 모호한 특징이 있다. 이들 블록의 형성은 세계화를 향해 내딛는 한 걸음임과 동시에 세계화에 투여되는 국내적 비용에 대한 방어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 무역 정책에도 이러한 모호성이 반영된다.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위한 다자간 협약을 성취하기 위해 이 정책에 기반하여 특정 지역과 국가들에 대한 압력이 가해진다. 동시에 이 정책으로 지역적인 합의가 증진되기도 한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보괄하는 NAFTA,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에까지 확장된 APEC등이 바로 이 실례이다. '개방적 지역주의'를 통한 세계 무역 자유화 전략으로 당연히도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미국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여타 다른 나라들의 이익과 미국내 여타 다른 집단의 이익은 피해를 입게된다.

경제적 국제화가 지역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들 지역간의 전세계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가 더욱더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이들간의 금융적 통합은 무역통합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금융은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발전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거대 통화들간의 경쟁과 그들 중의 하나 혹은 둘의 헤게모니 역시 고려해야하는 부분이다.
1997년 7월에 발발한 아시아 위기에 대한 국제적 관리는 다시 한번 검토되어야 한다. 이 위기는 지역적인 것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자유부동하는 자본의 안정성과 금융적 침체에 대한 세계적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 위기에 대한 신자유주의적인 설명은, 이 지역에 근본적인 경제적 충격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통화 및 자산 시장의 침체에 의해 고통받는 상이한 나라들의 금융 체제에서 공통적인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 위기는 기본적으로 아시아적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연하게도 IMF 구제 팩키지는 국내 정책을 개혁하는 것을 대가로 제공되었는데, 그러한 정책 개혁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각국의 금융체계를 개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환점이 존재했다. 금융적 동요가 몇몇 신흥 국가 내로 제한될 수 없게 되고 OECD 회원국인 한국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부유한 나라들의 주식시장이 동요하고 몇몇 다국적 기업의 수익에 위협이 가해졌다. 이 때, 미국의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위계적 컨센서스'를 이용하면서, 미국은 IMF 협약을 지지했고 아시아 지역 기금을 창설하려는 일본의 제안을 거부했으며 국제적 은행들에게 외채 상환시기를 재조정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아시아 금융 위기를 아시아 지역 내부에만 위치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제적 개입은 명백히 '시장 규율'이나 은행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지역적 동요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쟁점이 존재하다. 예상치 못한 거대한 단기 자본의 흐름에 의해 유도된 국제적 금융 불안을 관리할 것인가? 그 당시 각 정부에게서는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


<b>자본주의적 모델의 차이들</b>

몇몇 경제학자들에게 있어 진정으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각기 다른 나라와 지역들에서 추진될 수 있고 또 추진되어야할 적절한 자본주의의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미래가 불확실해진 이후로 자본주의는 유일한 세계 체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간의 차이에 상응하는 상이한 자본주의 모델이 존재한다. 예컨대, 보다 자유주의적이고 시장지향적인 미국의 자본주의는 일본 모델이나 독일 모델과는 다르다. 서유럽에서의 역사, 사회적 관계, 제도, 문화 등은 앵글로-색슨 모델을 정치적으로 부정하고 다소 '사회-민주주의적인' 지향의 자본주의에 대한 탐색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러한 구분은 미국 자본주의가 모든 나라들과 지역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 자본주의는 '근대성'과 동등한 것도, 다른 나라들이 수렴 중인 궁극적인 목표도 아닌' 것이다(Levy, 1997). 또한 최근의 미국 경제 성장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아니다. 더 이상 어떤 경기 순환도 없는 영구적 성장이란 '새로운 시대론자'의 환상일 뿐이다. 그리고 최근의 미국적 경제 '기적'은 노동자들과 사회적 관계들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대가로 이루져왔다. 실업 문제에 대한 미국의 해법은 서유럽 정치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반대는 각 나라들이 저항하기를 희망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으며, 다른 목표를 지향할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는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자연적이고 역전불가능한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공적 개입의 소멸이라기보다는 특정한 형태와 의도를 지닌 공적 개입인 것이다. 탈규제를 추진할 수 있는 민족국가는 규제정책을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다룰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모델들 사이의 차이에 대한 논의는 점증하고 있는데, 여기서 토론의 관심은 EC의 미래이다. 이러한 모델 상의 차이가 아무리 중요하다할지라도, 오늘날 자본주의의 공통적 특성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세계화와 각 지역 또는 국가의 자본주의 모델과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것은 자본축적 과정의 '금융화'와, 자본과 노동 사이의 현재적 권력 관계에 대한 것이다.


<b>금융, 자본, 그리고 노동 </b>

현재의 금융적 국제화는 하나의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주로 세계적 규모의 자본의 구조조정에 의해 구축된다. 국제적 금융시장은 일국적 혹은 국제적인 금융기관의 복잡한 그물망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적 금융은 생산적 자본의 팽창에 조응한다. 그러나 몇몇 시기에, 폴 스위지(Paul Sweezy, 1997)의 말을 빌리자면, 금융 그 자신의 발전은 자본 축적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자본의 '금융화'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경우는 1880년부터 1913년 걸쳐 발생하였는데, 이 시기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금융계와 중앙은행, 그리고 정치인들의 제휴가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제휴는 전세계적인 금융 시장을 지배하였다. '금융화'의 이와 같은 경향은 1914년 이후 역전되었다.

오늘날 상이한 상황 속에서, 금융계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그리고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정부 사이에 새로운 제휴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제휴관계가 언제 어떻게 역전될지는 알 수 없다. 아시아의 경우보다 훨씬 심각한 금융 위기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사이의 파동이 통화에서 주식까지 모든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The Economist 1997). 낙관주의와 '비합리적 활력'의 파동이 오늘날 여전히 우세하고 이는 국제적인 '금융화'과정을 지탱시킨다. 그렇지만, 금융적 기회들의 국제화는, 마찬가지로 위기와 손실의 국제화이기도 한다. 하나의 중요한 금융지역에서 통화 및 주식시장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홍콩이나 그 이후 한국에서처럼 그것은 '비합리적 활력'에 의해 지탱되던 세계적인 주식거래의 폭락을 야기할 것이다. '금융화' 과정은 통화 및 금융정책에 의해 유효성을 획득하며, 이 과정에는 또한 자본축적의 몇몇 금융관련 표준이 포함된다. 이러한 표준들은 사적 금융 자본의 일국적 혹은 국제적 운동에 대한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1980년대부터 경제정책에 있어서의 첫 번째 금융적 규범은 일국 내 상품의 가격 안정성 혹은 '제로 인플레이션'이었다. 이러한 목표는 '경쟁적 탈인플레이션이'라는 화폐의 정치학, 임금의 안정성에 대한 감독, 복지 국가 지출에 대한 압력 등을 수반한다. 금융 자산 소유자의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고, 그것은 단기의 투기적 조작에서 자본집중을 위한 빅-딜까지 모든 종류의 자유로운 자본 운동을 정당화한다. 이는 '실질' 투자 전략, 기업 경영, 금융 기관과 은행의 새로운 운용 등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주주들(shareholders)'은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과 대립한다. 이해관계자들은 현재 독일 은행의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팽창적인 산업적 지분(stakes)을 줄이고 수수료에 기반한 투자 은행업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화폐의 소유자들은 생산이 없이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이들은 [생산에서] 활동하는 인민들보다 중요해진다.

보다 높고 빠른 수익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새로운 노동 관리 방식들이 요구된다. 그 중 주요한 방식은 노동의 '이동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은 직무, 임금 그리고 노동조건에 대한 자본의 통제가 국내 규제로부터, 그리고 국제적 노동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소유자를 위한 높은 수익률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업들 사이의 심화된 경쟁은 제안된다. 노동 비용은 이러한 규범에 맞게 조정되어야만 한다.

노동자들에 대해 금융-관련 표준이 미치는 효과는 종종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이라는 문제에 의해 은폐되곤 한다. 무역의 문제는 그들의 경쟁력을 위해 낮은 수준의 노동표준을 강제한다. 때때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 연합은 발전도상국들의 비교우위를 감소시키는 '사회적 조항'을 요구하기도 한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증대하고 있는 불평등과 실업이 '남(South)'과의 확대된 무역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연구가 이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자본주의적 국가에서 불평등과 실업의 증가는 국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만약 국제 경쟁이 최저임금, 노동시간에 대한 규칙, 노동조합의 영향력 등등의 노동 표준을 저하시킨다면, 그것은 1979-80년에 레이건과 대처에 의해 주도되었고 금융계, 중앙은행, 정부의 제휴에 의해 모든 자본주의 국가로 확산된 '보수주의 혁명'을 통해 작동한다. 국제적 경쟁의 비용은 어디에서나 일국적 계급 정책에 의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어 왔다.

자유 무역의 '비교 우위'를 고려한 이후에도, 자본주의적 국가들에서 '패배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의 경쟁에서, 미숙련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누가 저임금이나 실업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가? 이들에게 교육이나 보조금을 제공하기 위해 공적 지출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공적 금융에서 거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패배자들에 대한 이와 같은 언급은 그 자체로 논의되어야한다. 노동계급은 몇몇 층으로 분절되지만, 공통의 운명을 가진다. 서유럽에서 일어난 최근의 사건은 그러한 사태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프랑스 기업 르노가 벨기에의 빌브라도에서 공장을 폐쇄했을 때, [숙련 수준이 낮기 때문에 공장을 폐쇄한다는 자본의 주장과 달리] 패배자였던 벨기에 노동자들은 프랑스 공장의 노동자들에 비해 숙련 수준이나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모든 노동자들이 패배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 간의 경쟁과 일자리에 대한 자본의 통제에 더욱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대량 정리해고는 미국에서 일자리의 '살인마'로 불려지고 있는 거대한 국제적 기업들의 활동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금융적 수익률이 투자 실행의 높은 순위 아래로 떨어질 때 일자리를 파괴한다.
오늘날 자본가들의 주요한 관심사는 금융관련 기준들이다. 자본축적의 '금융화'라는 것은 노동과 자본사이의 권력 균형이 대다수 국가에서 자본우위로 이동되었음을 의미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사회집단과 노동계급 그 자체의 정신 상태와 행동 형태에 대한 금융관련 규범들의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투기적 금융에 의한 화폐의 비생산적 이용에 대한 좌파들의 비판은 케인즈적 전통에 영감을 얻어서 구축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종종 금융 국제화의 의미와, 자본주의적 실천 및 일국적 계급 정책 내에서 자본주의적 금융 규범의 내생화의 의미를 분석하지 못했다. 유로의 신봉자인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안정성 협약(Stability Pact)에 의해 부과된 수렴 기준의 비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포함되어 있는 자본의 국내외적인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조항에 대한 논의와 관련되어야한다. 우위에 서 있는 자본주의적 금융에 맞서지 않고서 어떻게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인가?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노동에 미친 결과는 자유 무역의 효과보다 덜 분명한 형태를 띤다. 국내 통화 또는 유럽 통화의 평가 절하를 포함하는 몇몇 무역 보호주의는 노동자나 농민과는 별개로 몇몇 거대 기업 분파에 의해 지지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주의 등을 수반할 수도 있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노동의 분할을 증가시킬 것이다. 외국인 미숙련 노동자들에 맞선 요새로 작용하는 유럽공동체(EC)는 동시에 그것이 자유로운 금융 흐름에 개방됨에 따라 유럽 노동자들을 함정에 빠뜨릴 것이다.

금융에 대한 새로운 규제는 '금융화'를 지지하는 지배적 제휴에 맞서는 정치적 투쟁을 함축한다. 비록 이러한 투쟁이 앵글로-색슨의 경우보다 나은 유럽 자본주의의 특정한 사회적 모델의 구성을 위한 조건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문제는 직접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경쟁하고 있는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자본이 도피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각각의 국가와 유럽지역은 무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단기 외환거래에 대한 토빈세 징수처럼 통화 투기를 감소시키려는 온건한 제안도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중심부 시장에서의 투기에서 시작하여 디스플레이션의 위협까지 수반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온다면 금융의 재규제를 위한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과 노동의 새로운 힘의 균형이 없다면, 그 또한 노동자들과 여타 민중들에게 위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안정성 협약(Stability Pact)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는 다른 유럽공동체에 대한 요구와 투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렇지만, 현존하는 장애물과 방해 책략의 여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앵글로 색스 모델에 대항하는 것이나 좀더 나은 유럽식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자본 축적의 국제화 과정과 그것의 '금융화'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어떤 주어진 사실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적인 한계와 모순을 가진다. 그것들은 자본가적 이해의 확산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합의를 통해 경제 정책들을 지배한다. 이 모든 것은 또다른 유럽을 추구하는 노동자들의 연합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노동자 투쟁의 국제적 수렴이 자본의 국제적 '금융화'에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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