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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5-6.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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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현장> 경기 지역총파업,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김유진 | 조직국장
2011년 경기지역 운동의 화두는 지역총파업이다.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논의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2011년 상반기 사업 계획(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포함되었다. 도본부와 산하 지역지부, 몇 개의 산별 지역지부가 함께 투쟁기획단을 꾸렸고, 경기본부 운영위원회는 4월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분쇄! 노동기본권 사수! 공공의료 쟁취! 경기지역 총파업 투쟁본부’로 전환되었다. 주요 투쟁 흐름으로 5월 12일 ‘2011년 상반기 총력투쟁 선포대회’, 6월 11일 ‘도민 결의대회’, 7월 중순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이 제안되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처음 지역총파업을 제안했을 때부터 그 진정성과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사업 자체는 서서히 모양새가 갖춰지고 있다. 고민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기지역의 이러한 결의가 2011년 노동자운동의 위기와 고립 속에 어떤 가능성과 과제를 남길 것인지 주목된다.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지역총파업 제안 배경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2010년 12월 열린 정기대의원대회 ‘경기지부 6기 2년 차 사업계획(안)’에서 다음과 같이 지역총파업 제안 취지를 밝혔다.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격이 강화되고 노동자 간 분열이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운동은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사업장을 넘어 단결하기 위해 만든 산별노조는 오히려 지역전체의 연대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처해있다. 경기지부 또한 그간 산별노조 틀 안에 머물면서 지역의 다른 노동자와 연대하는 데 소홀했다는 반성을 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주도적 실천을 해야 한다.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개별 사업장에 대한 공격과 계속 생겨나는 장기투쟁사업장 문제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기업을 넘어선 연대라는 산별노조운동의 핵심원리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경기지부가 주도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지역연대운동 강화를 통해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야 한다. 지역차원의 단결과 연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하여 2012년 지역총궐기를 목표로 2011년 지역총파업으로 그 기반을 구축하자.”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민주노총 경기본부, 산별 지역지부 등에 지역총파업 계획을 제안했다. 경기본부는 이를 2011년 상반기 주요 사업으로 상정했고, 건설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 지역지부들도 산별 현안을 걸고 지역총파업 투쟁에 결합한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내적으로는 4,000여 조합원에게 교육을 진행했고 매주 화요일 투쟁사업장 공동 실천의 날을 통해 지역 선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총파업을 경과하는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주요 목표는 1) 교육, 토론을 통해 조직된 운동 내부의 시야 확장과 인식 전환, 2) 주 1회 간부 직접 실천 등을 통해 금속 경기지부와 조합원이 지역연대 운동의 주체가 될 것, 3) 조합원의 대중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들이 지역본부 산하 지역지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아지는 것이 산별운동에 복무하는 방향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역총파업, 필요하고 가능한가?

지역총파업 논의가 대중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4월 15일 열린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반공개 토론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총파업, 필요하고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주요 사업장의 현장조직, 현장 활동가들과 지역 사회운동단위들이 참가했다. 이날 토론은 금속노조의 발제, 경기노동전선, 다산인권센터, 현장실천연대 경기준비위의 의견서 발표, 토론회에 참석한 현장 활동가, 지역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전체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많은 현장 활동가들이 지역총파업과 같은 투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조직화와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의 계속되는 공격과 노동자 간 격차 심화, 노동운동의 위축과 관성화를 타개하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 대체로 동감했다. 규모보다 내용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노동전선(집행위원장 정성훈)은 구체적 투쟁 시기를 최저임금투쟁, 임단투, 국회의 노조법 재개정안 상정 시기 등을 고려해 6월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투쟁의 핵심 과제로는 침체된 현장투쟁과 실천을 복원하고 지역연대투쟁 전선을 복원하는 것, 총파업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자신감 획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5월 중 현장 활동가 대회’라는 구체적 일정을 제안했다. 가능한 현장 활동가 중심으로 현장에서의 일상 선전활동을 진행하고, 현장조직간 ‘지역총파업’ 의제의 논의테이블을 구축해 현장논의와 실천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다산인권센터(활동가 안병주)는 지역총파업 제안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보여주는 절박한 제안이지만 정규직 중심, 정파 중심의 노동운동 속에서 ‘지역연대 복원’이라는 취지는 아직 추상적이며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이 기존의 한정된 노동권에 국한되지 말고 시민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노동자의 권리를 설명하기 위해 노동인권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 사업으로 수원촛불, (가칭)수원 노동사회포럼, (가칭)노동인권교육 네트워크(교육사업)에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현장실천연대 경기준비위(집행위원장 이규선)는 지역총파업 투쟁의 본질적 의미는 지역연대전선 복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연대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연대 틀 구성이 중요한데 최근 발족한 상설연대체 <민중의 힘(준)>에 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결집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노동운동의 분열에 대해 성찰하고 논의의 장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 토론에서도 총파업의 성격과 준비과정이 규모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조직된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식변화, 활동가들의 실천 강화, 사업장을 뛰어넘어 지역적으로 함께 하는 자기 기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전국적인 투쟁전선의 소실과 조직된 운동의 고립에 대한 현장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의견들이었다.


지역총파업, 어떤 요구로 누구와 함께 성사할 것인가?

지역총파업에 관한 여러 토론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분위기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실제 성사 가능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의제 설정의 어려움이다.
어떤 요구가 경기지역의 조직된 노동자들을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다양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결집시키고, 지역사회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핵심 요구를 중심으로 이를 쟁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생현안을 포괄하는 장을 만들고 생존에 대한 국가(및 지자체)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가 현재 금속노조 경기지부 구성상 조합원들의 주체적 요구가 되기 어려운 조건을 반영한 주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역총파업을 통해 이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인식을 넓히고 연대의식을 확장하는 계기를 중요시하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2011년 상반기 총력투쟁 계획(안)에서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철폐가 지역총파업의 중심 요구가 되어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전체적인 투쟁 일정과 결합하고 지역지부의 일상적 활동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차원에서는 대지자체 투쟁을 통해 예산 및 조례제정 등의 성과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대지자체 요구로는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철폐를 지자체 관련 업무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공공의료 확대와 외국계 투기자본의 노동탄압 근절, 건설부문 체불임금 근절 등을 함께 요구하며, 각 사안에 대해 모두 조례제정 등의 구체적 성과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노동전선은 대지자체 투쟁의 측면에서 조례제정과 같은 구체적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현장의 투쟁이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제기 했다. 현장실천연대 경기준비위는 지역민을 포괄하는 의제와 요구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치적으로 이명박 정권에 책임을 묻는 요구가 핵심이라 주장했다. 여러 토론을 통해 최저임금, 물가 대책, 비정규직 문제, 핵발전 문제 등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경기지역 총파업, 노조운동 혁신의 주체를 만드는 계기로

지역총파업투쟁 논의로부터 주로 지역의 노조운동 현황 진단과 반성이 무수히 제기되고 있다.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간 격차의 문제, 노동자운동의 계급대표성을 회복하기 위한 내부적 혁신과 연대의 확산, 현장에서의 교육과 실천을 재건하는 문제, 산별노조 운동 현황에 대한 평가,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지역지부 위상 강화의 문제 등. 하나하나 많은 논쟁의 여지와 의미가 있는 제기들이다.
지역총파업 논의를 통해 노조운동이 자기 진단과 혁신을 위해 문제를 스스로 꺼내놓고 토론의 장을 확장하고 있는 점은 정말 좋은 일이다. 또한 대중투쟁에서 빗겨나 2012년 정권교체를 통해 운동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정치적 대응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부터의 조직력 강화와 투쟁전선 구축을 주장하는 흐름이 고무적이다.
여기서 나아가 이번 투쟁을 통해 자본이 만들어 놓은 분할, 즉 노동자 간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를 뛰어넘어 단결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민할 주체와 논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모두가 우려하는 일회성 지침 파업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고민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본다.
자본의 분할 전략이 현장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가, 그에 맞서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누구를 조직할 것인가, 다양한 층위의 노동자 간에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지역총파업은 이러한 고민이 현장에서 시작되어 현장을 뛰어넘도록 하는 계기와 구조를 남겨야 할 것이다. 그런 주체들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어떤 의제와 요구로 지역총파업을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투쟁을 제안한 금속노조와 비교해 경기본부나 다른 산별 지역지부의 논의와 교육 속도도 차이가 크다. 지역본부 차원에서 금속을 제외한 다른 산별에 교육과 논의를 제안하고 관장할 준비도 아직 미흡하다. 민주노총 지역지부 또한 지역으로부터의 일상적 연대를 구축하려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연대운동 단위들이 다양한 고민을 토론하고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장도 통일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역총파업 준비 과정을 통해 많은 단위에서 제기한대로 지역본부가 산별을 포함한 지역연대운동 전반을 관장하고 지역지부의 일상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4월 22일 민주노총 경기본부 대표자 수련회에는 100여 명의 지역지부, 산별 지역지부 단위 사업장 대표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총파업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2011년 지역총파업 실현을 위해 결의를 모았다.
운동의 위기에 대한 공통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지역총파업 논의가 지역운동의 과제를 발굴하고 차이를 넘어 연대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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