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11-12.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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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청소 및 간병·요양 노동자 조직화 캠페인

시사점과 제언

조은석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사회운동』은 노조페미니즘팀의 [기획연재]를 통해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관한 분석과 제언을 소개하고 있다. 7-8월호에서는 「5060대 청소노동자들은 어떻게 노동조합의 주체가 되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청소노동자 조직화를, 9-10월호에서는 「환자와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 노동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라는 기사를 통해 간병·요양노동자 조직화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평가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여성의' 일자리로 만들고 이를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만들어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옭아맨다. 여성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과 인식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서비스노조(SEIU)에서는 청소노동자 조직화와 간병·요양노동자 조직화에 있어 나름 성공적인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려고 한다. 청소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해서는 SEIU의 32BJ 지부가 2000년대 초반 진행한 뉴저지 주 건물청소 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을, 간병·요양노동자와 관련해서는 1998년 캘리포니아와 2008~2010년 펜실베니아 주(1199P)에서 있었던 캠페인을 소개한다. 아래 소개되는 사례들은 공공운수노조와 노동자운동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CtW(SEIU)-공공노조조직화 프로그램 비교연구』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뉴저지 건물 청소노동자 조직화 캠페인 소개

‘청소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Janitors, J4J) 캠페인은 1980년대 초부터 주로 건물 청소 및 유지를 담당하는 저임금 노동자들로부터 일어난 운동으로서 SEIU의 간판 전략조직화 프로그램이며 모델이다. 그 역사는 1930년대 SEIU의 전신인 건물서비스노동조합(BSEIU)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SEIU의 뉴욕지부인 32B 지부는 맨하탄 가먼트 지구에서 일하는 건물관리자, 청소노동자를 조직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34년 역사적인 파업을 통해서 교섭대표권(노조 인정)을 쟁취했고, 이후 신규 조직화와 다른 노조·지부와의 합병을 통해서 BSEIU는 크게 성장한다. 조직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1968년 BSEIU는 SEIU로 개명하게 되었다.
2000년 6월 15일(J4J 기념 행동의 날) 10만 명이 참여한 전국 J4J 행동 후 SEIU 중앙은 미국 동부지역인 볼티모어(인구 60만 명), 필라델피아(인구 100만 명), 북 뉴저지(전체 주 인구 800만 명)에서 새로운 건물 청소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조직화 대상 2만 명, 평균 시급 6달러). 이 캠페인을 담당한 SEIU의 지부가 32BJ였다. 이 캠페인, 더 나아가 모든 J4J를 모델로 한 조직화 사업의 핵심은 사업주로부터 노조 인정을 얻어내는 것인데, 대부분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이들 청소노동자들이 어떻게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는 지를 알아보려면 먼저 이와 관련된 미국의 노동법제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노동법제 하에서 노조승인: NLRB 선거와 카드체크

미국에서 노조 설립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는 전국노사관계위원회(NLRB)가 주관하는 선거다. 이 선거는 교섭단위(bargaining unit)의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의 대표권을 노조에 위임할지 여부를 묻는 선거이다. 미국 노동법에 따르면 미조직 노동자를 신규 조직화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최소 30%의 노동자들로부터 노조 지지 의사를 표시한 카드를 모아 선거를 신청할 수 있다. 선거 장소 및 일정 등은 NLRB가 주관하여 결정하며 선거일까지 약 20~30일까지의 기간 중 노사양측 선거운동이 진행된다. 투표결과는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다(복수노조가 경선할 경우,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면 그 조합이 교섭대표권을 획득하게 되지만 어느 측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그 중의 1위와 2위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결선투표를 1회 행함). 이러한 NLRB 선거과정은 복잡하고 조직화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데, 우선 교섭단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교섭단위 결정을 위한 청문회에서 사용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선거과정 전체가 지연되어 사용자가 반노조 선전 및 공작을 행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한다.
위에서 말한 NLRB선거를 통하지 않고 노조를 설립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50% 이상의 노동자가 노조 지지 카드에 서명을 하고, 사용자가 이를 승인한 경우 비밀 투표 과정을 생략하고 노조가 승인된다. 다른 경우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공정 선거가 불가능할 경우 50% 이상의 노조 지지서명 카드를 받아 NLRB가 사측에 노조 승인을 명령할 수 있다. 오바마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노동자자유선택법(Employee Free Choice Act)의 경우 50% 이상의 기명 지지카드가 모이면 비밀선거 과정이 생략되고 (사용자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자동적으로 노조를 인정하게 하는 법이었으나, 현재는 상원에서 부결된 상태이다.

실제 조직화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술: 카드체크-중립 협정, 기본협약-트리거 조항

따라서 신규노조 조직화를 목표로 하는 노조는 지난한 NLRB 선거보다 카드체크 방식을 선호한다. 다양한 전술을 통해 사용자가 카드체크 방식을 택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립 협정(neutrality agreement) 전략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중립협정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조직화 캠페인 기간 동안 노조 승인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는 것이다. 실제 경험을 보면 양 전략을 함께 사용했을 경우 효과적이다. (2005년 NLRB 선거의 경우 노동조합이 승리한 경우는 56.8%인 반면 카드체크와 중립협정 체결 혼합전략의 경우 80% 가량 성공했다(중립협약만 단독으로 사용했을 시 45%, 카드체크 단독 사용시 62.5%, 양 전략 동시 적용시, 78%). 이를 통해 조직활동가는 사측과의 싸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사측으로서는 노조와의 분쟁을 피함으로써 반노조 캠페인에 들어가는 비용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사측이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선 사측을 압박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노동조합의 강력한 힘이 이러한 압박의 기반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대중적 조직화, 그리고 조직화를 통한 기반 강화라는 선순환을 그리기 위해 SEIU는 포괄적 캠페인을 진행한다.
기본협약(master contract)은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협약으로, 특정한 지역 전체에 적용되는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을 규정한다. 따라서 이 협약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은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강요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대신 서비스의 질이나 다른 측면을 통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협약을 통해 노조가 조직된 업체가 경쟁력을 잃고 퇴출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다. 즉, 노동조건을 시장경쟁으로부터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이 이 협약에 참여하기만 한다면) 노동조합의 조직화를 굳이 막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협약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메커니즘이 트리거(trigger) 조항인데, 뉴저지의 조직화 사례에서 살펴보자면, 기본협약의 노동조건이 협약에 참여하는 순간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조직된 업체의 청소면적이 일정수준(뉴저지의 경우 60%)를 넘을 경우 발효되는 것이다. 따라서 업체로서는 기본협약에 참여하는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본협약에는 이러한 트리거 조항이 삽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화율이 아닌 면적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업체가 고용한 노동자의 수는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정 면적을 청소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동일하다고 보고 면적을 기준으로 삼아 한 지역의 기본협약을 활성화(트리거)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카드체크를 통한 노조인정과 기본협약 체결이라는 전략은 대규모 중앙집중식 전략 조직화를 가능케 하는 전술이면서 동시에 조직된 노동의 힘을 조건으로 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상기 전략을 취하기 위해선 대규모 전략 조직화가 필요하고, 대규모 조직화를 위해서도 또한 이러한 전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J4J 캠페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용역업체가 노동조합 인정을 하더라도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지역 차원의 대규모 조직화를 통해 지역 전체에서 일정 비율 이상이 조직될 때까지 단위 노동조합의 임금인상을 비롯한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요구를 자제시킴으로써 고용주를 안심시키고 대신 중립협정을 맺는 방식이다.

뉴저지 캠페인의 전개

뉴저지 조직화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 32BJ 내에서는 캠페인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새로운 조직화에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조합원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자원이 삭감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32BJ 지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광범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2000년 지부장 선거는 신규 조직화를 둘러싼 입장을 두고 치러졌으며, 조직화를 강조한 후보가 승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캠페인이 시작될 수 있었다.
뉴저지 조직화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뉴저지와 인접한 뉴욕의 건물 청소노동자는 이미 다수 조직된 상태였다. 뉴욕의 노동자들이 시급 17-18달러에 연금, 의료보험 등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데 반해 뉴욕과 뉴저지의 청소업체들은 대체로 일치했고 건물 소유주도 동일한 경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저지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파트타임(하루 20시간)으로 일하면서도 시급은 5-6달러 수준이었고 복지 혜택은 아예 없었다. 뉴욕의 바로 옆 주인 뉴저지의 노동자를 조직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뉴욕의 기존 조합원의 이해조차 보호하지 못할 것은 명확했다. 같은 해부터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친 노조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조합원을 동원해서 선거활동을 벌였으며, 다음 해에는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롱아일랜드 등에서 노조가 지원한 여러 후보가 선출되었다. 이러한 선거활동 결과 뉴저지 주지사, 뉴어크 시장 등 민주당 정치인의 적극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간의 조직화 캠페인(2001년 4월부터 2003년 4월까지)을 통해서 뉴저지 지역 5,000명의 신규 조합원을 조직하고 이들을 고용한 파견업체들과는 기본협약을 맺었다.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뉴욕에서 SEIU와 협약을 체결하고 있던 몇 개의 청소업체는 뉴저지 조직화에 대해 중립협약을 맺었다. 이미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던 규모가 큰 청소업체의 경우 노조를 인정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노조가 기본협약을 통해 지역시장 전체의 임금 수준을 통일적으로 설정한다면 큰 청소업체들의 경우 작은 업체에 비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즉 지역시장 전체의 임금수준이 고정되면 다른 업체들과 임금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고 큰 업체들의 경우 작은 업체들에 비하면 임금 이외의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가 지역시장 임금기준을 정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건물소유주는 노동자의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고 노조가 있는 청소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투쟁도 중요하다. 대개 야간에 청소 노동을 하고 낮에는 다른 일터에서 일하는 상용건물 청소노동자의 노동패턴을 고려하면 노동자들의 행동범위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건물주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였다. 회사의 문제점 있는 투자, 탈세, 환경 파괴 행위 등을 조사해서 지역사회 단체, 정치인, 종교인, 변호사 등과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이를 기업상대 캠페인(corporate campaign)이라고 한다.

뉴저지 캠페인의 특징

조직대상의 선정에 있어 대부분 SEIU 노조가 선호하는 ‘열성사업장’(불만이 많은 현장)에 집중을 하는 방식과 32BJ가 사용하는 전략적 선정방법은 차이점이 있다. 다른 노조들이 노동자가 불만이 많고 싸울 준비만 되면 일단 조직화를 시도하는 반면, 32BJ는 한 지역에서 60% 조직률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략적인 현장부터 조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대상인 노동자는 애초에 의지가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대화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보다 큰 중요성을 갖는다. 뉴저지 청소 노동자(95% 남미 이민자)는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야간에 근무하며 뉴저지 건물들이 흩어져 있어서 접촉하기 매우 어려운 편이다. 파업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밤이기 때문에 파업의 효과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노동자의 직접 행동 이외의 캠페인 전술 사용이 필연적이다. 전술한 건물주 압박전략도 이러한 맥락에서 배치되는 것이다.
32BJ는 조직화 전략에서 관계지향적인 문화 또는 관계지향적 회의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데 중점을 두고 현장의 문제 파악에 집중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스스로 제기하는 요구를 바탕으로 투쟁을 계획하는데, 가령 겨울에 지급되는 작업복 문제가 노동자에게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문제이지만 애초에 노동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낮은 수준의 투쟁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명운동으로 시작해서 배지 달기, 지역사회 종교인, 정치인과의 면담, 집회, 파업까지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는 전술을 사용한다. 모임, 대화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층이나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 간의 신뢰를 형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관계지향적인 조직화 문화라고 한다.
따라서 32BJ의 캠페인에서 파업은 핵심 전술이 아니었다. 실제로 뉴저지 조직화 캠페인 동안 지역파업은 없었으며, 사업장 단위 파업을 하루 혹은 며칠 동안 진행하긴 했지만 상징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파업을 벌이면 사업주는 영구 대체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으며, 오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파업만이 법적 보호를 받는다. 32BJ는 영구 대체 노동자 고용이 불가능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파업만을 벌였다.
‘조직화 실천단’(organizing brigade)이라는 조직화 · 훈련 프로그램이 32BJ를 비롯해 SEIU 전체의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실천단은 투쟁 경험이 있는 조합원 30~40명으로 구성되는데, 조합원들이 조직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지역에 파견돼서 조직활동에 체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실천단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2주에서 3개월의 무급휴가를 내고 조직화 활동에 전념하는데, 이러한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한 휴가 시간은 단협에서 보장되는 경우에 가능하다. 실천단 기간 동안의 임금은 노조가 노동자들의 자기 사업장에서와 같은 수준으로 보전한다(정확히 말하면 사용자에게 급여를 주고 사용자는 노동자의 정상임금을 지급). 2001년~2003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조합원들이 실천단으로 뉴저지 조직화 캠페인에 참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천단의 프로그램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핵심 전략이다.

소결: 시사점 및 제언

2001년~2003년 32BJ의 뉴저지 청소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은 사측과의 중립협정, 기본협약, 트리거전략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지역을 조직하기 위해서 기존 조직화를 통해서 키운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여러 조건(파트타임, 야간 근무 등)으로 제약이 심한 노동자의 힘을 조직된 뉴욕 노동자의 행동과 지역사회 활동가, 정치인과 같이 진행한 기업상대 캠페인으로 보충해서 빠른 시기에 조직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상대가 대형 청소업체였기 때문에 조직화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 대형 청소업체를 상대로 투쟁하거나, 공단과 같은 일정한 지역에서 청소노동자 조직화를 시도한다면 32BJ의 뉴저지 캠페인은 참조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음 3가지 지점이 주목할 만하다.
1) 건물주를 상대로 한 투쟁에서 노동자의 행동은 사측을 압박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 포괄적인 투쟁전략의 일부이다. 또한 기본협약과 트리거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조합원에게 요구된 희생(장기파업, 연행 등)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을 채택했을 때 노동자를 수동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전투적인 소수 노동자의 투쟁’이라는 전통적인 J4J 전략에서 ‘다수의 참여’를 중심으로 한 전략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활동 참여율에 있어서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2) 많은 신규 조직화 캠페인과 같이 SEIU 중앙은 뉴저지 청소노동자를 조직화기 위해서 막대한 자원을 투자했다. 또 32BJ 내에서도 신규 조직화를 가능하도록 조합원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지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가 결국 결실을 맺어, 32BJ는 뉴저지에서 성공적으로 조직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조직화 모델을 개발해서 현재 보다 적은 자원으로 비슷한 수준의 캠페인을 수행할 수 있다.
3) 조직화 실천단은 참가자의 임금지급 등을 위해서 매우 많은 재정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그러한 투자가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실천단을 통해서 조합원이 훈련될 뿐 아니라 실제 조직화 사업을 담당함으로써 노조에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SEIU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조직화 실천단은 노조 성장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SEIU의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활동 소개

‘가족의 영역에 맡겨져 왔던 간병·장기요양의 문제를 사회연대원리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분담한다’는 취지 하에 한국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넘었다. 이 제도 아래서 대상자를 운동시키고 대상자의 청결을 유지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외출을 돕는 일과 같이 대상자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자를 요양보호사라고 부른다. 2010년 6월 현재 약 90만 명으로 추산되는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가족 내에서 여성이 주로 수행해 온 돌봄노동이 사적으로 저평가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요양보험제도를 통해 사회화된 돌봄노동 역시 그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약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간병인도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 관계로 묶여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 역시 돌봄노동이 여전히 여성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사적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현재 공공운수연맹에서 설립한 희망터에서 재가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노동자들이 시설이나 각 가정에 분산되어 있고 간접고용으로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아 노동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재가서비스(home care service)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한국의 노동자들이 겪는 것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이 분야에 대한 조직화 노력과 그 성과는 한국과 미국에서 사뭇 다르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캘리포니아 주의 SEIU 434B 지부에서 12년 간에 걸친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노력 끝에 1998년 캘리포니아 카운티에서 74,000명의 재가 요양보호사가 한꺼번에 노동조합으로 가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1941년 포드 사 리버 루즈(River Rouge) 공장이 미국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한 이래 단일 조직화 캠페인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조직화 성과였으며, 이후 계속된 요양보호사 조직화 캠페인의 전범이 되기도 하였다.
캘리포니아 주의 대규모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캠페인의 성격과 진행과정, 그리고 최근 펜실베니아 주에서 시도된 조직화 캠페인을 살펴보고,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간병인 및 요양보호사 조직화 사업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보려 한다.
미국에서 재가 요양보호 산업의 등장

미국에서 재가서비스(home care service)는 자택에 거주하는 노약자 혹은 장애인의 일상 활동을 보조해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보호사(homecare worker)의 역할은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개인위생, 요리, 청소, 쇼핑, 투약 보조 등 다양한 활동을 포괄한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공공 및 사설 사회복지 기관, 카운티의 복지부서, 메디케어의 승인을 받은 재가 요양보호 파견업체, 사설 파견업체를 통한 고용과 각 가정에 직고용된 형태 등이 있다. 이들을 라고 부른다. 한국과 미국의 복지제도와 노동정책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건의료 및 복지 체계 내에서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직종은 미국의 경우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병원 및 요양원 등의 시설에서 일하는 간병인과 가정 및 시설의 장기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원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장기요양보호사가 일정한 자격요건 취득을 필요로 하는 데 비해, 미국의 경우 각 주에 따라 특별한 면허를 요구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미국의 재가 요양서비스의 출현과 변화는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의 변화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 기원은 1930년대 뉴딜 정책 아래서 시행된 방문 가사도우미 지원 정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정책의 목적은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가정에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유급 여성 노동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전자의 목표가 복지정책적 측면을 보여 준다면, 후자는 노동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일자리는 보건의료 영역이 아닌 가사노동의 영역으로 인식되었으며 따라서 노동법의 관리에서 벗어난 비공식, 저임금 노동이었다. 1960년대 들어서도 이러한 상황은 그다지 변하지 않아, 재가서비스는 흑인, 유색 이주민 여성들의 일로 여겨졌다. 이러한 노동은 유급이긴 하였지만 정식 일자리 혹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비가시적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2세대 페미니즘의 부상과 함께 전문직 여성, 민권운동단체, 노조가 공동으로 법 개정 노력을 통해 1974년 공정노동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의 개정을 이끌어내어 이들도 공식적으로는 최저임금,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되지만, 여전히 이러한 노동은 임시직으로 여겨지며 실제로는 임금과 노동시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더욱이 노동자성 역시 부정되었으며, '독립 사업자'로 취급된다.
당시 목표는 노동-복지 연계 정책으로서 공적 부조가 필요한 이들에게 대한 부조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그 자신이 복지수혜자인 저소득 여성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특히 정부는 일손 부족을 겪고 있던 간병인, 육아 보조인, 가사 보조인 등의 공급을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저소득 여성이 '자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리고 이 당시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복지정책의 기본은 이들을 시설에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재정은 주정부가 연방정부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충당되었다.
1960년대 들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국가의료보험)와 메디케어(노인 대상 국가의료보험)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전달체계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 노인을 상대하는 가사 보조인을 위한 재정이 지원되었다. 이러한 기관의 설립과 함께 지역별 가정요양 기관(대상자와 요양보호사를 연결)과 민간 서비스 제공기관(요양시설)이 설립되기 시작한다. 이 당시 재가서비스 노동자들은 가사노동과 요양보조인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생활임금 보장, 가사노동과의 차별화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여전히 보건의료 분야가 아닌 가사노동으로 취급되어 노동조건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기관요양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복지 전달체계는 1974년 이후 가정요양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러한 재편의 목적은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급증하는 재정지출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1980년대 주정부들의 재정위기 이후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가정요양 부문이 하나의 산업으로 급속히 성장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958년 2,000여 개에 불과하던 가사노동자, 가정요양인 등의 일자리가 1975년에는 60,000개로, 1980년대에는 350,000개로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재가서비스 산업의 부상과 함께 정부에서는 저소득 복지 수혜자를 이 산업의 잠재적 인력풀로 여기고 이를 활용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급여통제가 심해지면서 가정요양 기관들은 이전에 고숙련 고임금 노동자들이 하던 직무 중 일부를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에게 이전한다. 이에 따라 재가 요양보호사가 보건의료 체계 내에 위치하게 된다.
이렇게 등장한 재가 요양보호 산업은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개별 가정에 직접 고용되어 일하거나 정부기관에 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 시기와 다르게 영리 및 비영리 파견업체에 의해 파견노동자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즉, 복지체계의 일환으로서 장기요양서비스가 이전에는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거의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던 것에서 외주화 되는 과정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장기요양보호 체계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며, 재가 요양서비스의 경우 그 재원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부담한다. 그렇지만 국가가 담당하던 시설을 통한 요양서비스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지위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하게 되었고, 이들 역시 시설요양에서 재가요양으로의 재편과정에서 재가 요양서비스 산업으로 유입된다.
일반적으로 볼 때 미국의 재가 요양보호 전달 시스템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독립 서비스 제공자 모델’(independent provider model)이고 다른 하나는 ‘파견 모델’(agency model)로도 불리는 ‘계약 모델’(contract model)이다. 1998년 74,000명의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에 성공한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전자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모델은 1)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하고 감독하는 소비자(대상인) 2) 대상자 자격요건을 결정하는 카운티별 사회 복지기관 3) 요양보호사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주 단위 기관으로 구성된다. 이에 반해 계약 혹은 파견 모델에서는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주 정부이지만, 노동자들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영리 및 비영리 중계기관 혹은 파견업체가 존재하며 이들이 주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 및 관리를 담당한다. 펜실베니아 주의 경우 후자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재가요양보호사 조직화의 경험: 캘리포니아

한국과 미국에서 재가요양보호사(미국)나 장기요양보호사 및 시설간병인(한국) 조직화 사업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은 노동자들이 시설별, 가정별로 분산되어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간접고용 아래 노동자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아 노동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 또 이들의 사용자라 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 일반적으로 간병인 및 요양보호사의 노동조합 가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캠페인에서 구사했던 방법 역시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풀뿌리 조직화, 로비 등을 통한 변화, 정책 소비자 단체등과의 연합 결성(공동체 조직화)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데, 먼저 분산되어 있는 노동자를 가정방문 등을 통해 만나 노동조합의 계획을 설명하고 지원을 호소한다. 이렇게 모인 역량을 통해 주정부 및 카운티의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여 주법을 개정하거나, 행정명령을 통해 공식적 사용자 단체의 역할을 하는 주 차원의 재가 요양보호인을 관장하는 기구를 건설한다(③). 또한 소비자 단체와의 연합을 통해(②)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가 오히려 이직률을 낮춤으로써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설득하여 이들이 조직화를 지지하게 하며(①), 전술한 재가 요양보호 관장 기구에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⑤) 이와 관련된 주(州) 재원의 활용을 감시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게 한다(⑥). 또한 공식적 사용자 단체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이를 교섭상대로 삼아 노조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며(④) 노동시간을 비롯한 노동조건 개선을 두고 주정부와 협상을 벌인다.

최근 미국의 재가요양보호사 조직화 운동: 펜실베니아

펜실베니아에서의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사업 역시 기본적으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되었던 전략을 따르고 있다. 다만 펜실베니아의 경우 주정부를 주체로 하는 교섭단위 구성에 실패한 후, 노조설립에 동의하는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비영리 장애인 단체를 묶어 사용자 단체를 결성하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펜실베니아에서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사업을 전개한 단위는 펜실베니아 요양보호사 연합(United Home Care Workers of Pennsylvania, 이하 UHCWP)이었다. UHCWP는 SEIU의 1199P지부와 전미지방공무원연맹(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and Municipal Employees, AFSCME)이 공동으로 결성한 노동조합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펜실베니아에서도 노조는 대상자와의 연합, 정책적 요구, 조직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활동을 진행하였다.
펜실베니아주 재가 요양보호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직군에 속하며, 임금은 빈곤선을 밑도는 시간당 9.10달러 수준이다. 낮은 임금뿐 아니라 병가나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으며, 이들 자신이 보건의료 종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여성, 이주, 유색인종 노동자이다. 여성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돌봄노동을 꺼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에 기반하여 이들 노동에 대한 체계적 저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재가 요양보호사의 이직률은 매우 높은 편인데, 요양보호사 사용자(수급 대상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이직률 때문에 재가 요양보호사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켜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 자신들의 이해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캠페인에 참여하였다.
요양보호사 조직화 캠페인에서 소비자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전체 사업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소비자들이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캠페인에 참여하는 주요 이유는 재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향상시켜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 자신들의 이해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요양보호 전달 시스템 속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사용자로서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주 차원의 재정에 크게 의존하는 재가 요양보호사 서비스의 개선과 재정확충을 주 정부에 요구하고, 재가 요양보호사의 서비스에 따라 이들의 임금을 인상한다거나, 해고/교체 등의 권리를 원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에 따라 SEIU는 일반적으로 노조 설립 후 노동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단체협상의 적용을 받는 부분과 피요양인에게 위임되는 부분으로 분리하여 체결한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소비자들이 요양인 고용, 해고, 요양방식에 대한 결정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펜실베니아의 경우 다른 주들보다 장기요양 전달 시스템이 복잡한 것이 전체 조직화 사업에서 난점으로 작용하였다. 예를 들어 워싱턴 주의 경우 주정부가 운영하는 통합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펜실베니아 주에는 67개 카운티에 52개 요양보호서비스 기관이 있고 20개의 장애인 자활센터가 존재하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199P에서 주된 조직화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동자는 소비자가 직접 고용하는 재가 요양보호사이다. 이러한 고용 형태에서는 실질적으로 고용주가 없으며, 중개기관은 중간에서 노동자를 알선하고 주정부로부터 지급되는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임금의 결정 구조가 모호하므로 노조 설립에 있어 독립 서비스 제공 모델에 비해서도 난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조직화 캠페인은 노동자 조직화와 함께 전체 요양보호 체계에 대한 정책적 요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의 가장 큰 정책적 과제는 법적으로 공식 고용주 역할을 할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요구와 로비가 캠페인의 큰 축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노동법 상에서 임금 결정 기관이 노조인정권을 가지는 것을 고려할 때, 주정부가 임금결정 기관인 경우가 많아 UHCWP도 애초 주단위 노조를 목표로 설립되었다. 그렇지만 펜실베니아 주에는 재가 요양보호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와 요양보호사를 연결해 주는 중개기관이 있기 때문에 시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임금결정자는 요율 등을 결정하는 주정부이지만, 중개기관의 존재 때문에 펜실베니아의 경우 두 가지 노조 인정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주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협상단위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부문에서 노조를 인정하는 재정적 중개기관과 협상단위를 꾸리는 것이다.
노동조합 설립의 경우 주 정부를 사용자로 하는 첫 번째 경로가 바람직하기 때문에 UHCWP도 주 정부 차원의 행정명령을 통해 소비자, 노동자, 주정부, 중개기관으로 구성된 협상단위를 만들려고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펜실베니아에서 노조에 우호적인 민주당 출신의 에드 렌들(Ed Rendell) 주지사가 당선된 이후 몇 년간의 로비 끝에 주지사는 행정명령을 통한 소비자 노동자 협의체 설립에 동의하지만 행정명령이 발표되자 나서 영리 중개기관 연합체인 재가 요양보호사 파견기관 연합회에서 행정명령의 중지처분을 신청하였다. 결국 법원은 소비자-노동자 협의체의 설립을 중단하는 가처분 조치를 내렸다. 렌들 주정부는 이에 순응했고, 이후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의 인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SEIU는 노조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뜻을 함께 하는 장애인 자립센터들을 묶는 계획으로 전환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노동자 조직화와 노조에 동의하는 연합회에 대한 조직화는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일부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노동조합이 인정받게 된다. '(노조인정을 할 의지가 있는 기관들의) 의지 연합'을 상대로 한 노조인 UHCWP는 단협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과 임금 인상 기준을 만들려고 시도하였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약간의 임금 인상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 캠페인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특히 풀뿌리 조직화, 정책변화, 이해관계자와의 연합을 세 축으로 하는 SEIU 전체의 재가 요양보호사 조직화 사업의 모델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정책변화를 통해 노동조합 조직화의 공간을 열고, 이렇게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캠페인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선순환이 이 모델의 뼈대를 이룬다. 하지만 1199P의 사례에서는 정책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조직화가 난항을 겪고, 조직화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노동조합으로서는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찾지 못하게 되는 이중의 괴로움에 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화 실천단을 통한 교육훈련과 조직화의 사례는 여전히 풀뿌리조직화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고, 의도했던 법제도적 변화가 불가능하게 되자, 가능한 수준에서 노동조합 건설을 통해 이후 투쟁의 여지를 남겨놓은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노동자 실천단을 중심으로 한 실제 조직화의 진행과정

만약 행정명령이 계획대로 통과되었다면 전체 재가 요양보호 노동자를 포괄하는 협상단위가 법적으로 승인되는 동시에 모든 재가 요양보호사에 대한 조직화 작업에 재빨리 착수하여 선거 전까지 노조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을 터이나, 행정명령 불발로 조직화 대상은 노조 설립에 동의한 6개 파견기관에 소속된 노동자 5,300여명으로 제한되었다.
실제 조직화에서는 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재가 요양보호사를 만나 노조에 대한 지지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대규모 조직활동가와 이들을 위한 지원(호텔, 렌터카 등)이 필요했다. 조직화에 필요한 대규모 인원은 기본적으로 기조직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로 충원되는데, 이들을 실천단 체계로 구성하였다. 메사추세츠나 일리노이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파견되었고, 펜실베니아 주의 요양보호원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동참하였다. 실천단에 속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지부는 이들의 임금손실분과 경비를 지원했다. SEIU 중앙에서도 기술지원 및 상근자 지원을 통해 캠페인을 도왔다.
기본적인 조직화 방식은 재가 요양보호사가 일하고 있는 곳을 찾아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상근 조직가들이 팀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조직화와 함께 실천단의 노동자들을 교육하였다. 실천단은 60명에서 65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대략 8개 팀으로 나뉘어서 교육 및 활동을 진행했다. 조직화 기간 동안 하루 일과는 회의로 시작하는데, 이 회의에서는 전날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쟁점 토론 및 교육을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조직화 방식과 면담 방식에 대해 논의하면서 스스로 교육, 훈련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2010년 9월부터 연말까지 진행된 조직화 캠페인을 통해 만난 노동자들은 대부분 당장 급격한 임금인상은 어렵겠지만 서로 분산되어 있던 많은 노동자들이 한 조직으로 모임으로써 힘을 갖게 됐다는 것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전체 5,300명 중 과반수 이상을 조직한 UHCWP는 이를 바탕으로 6개 자립생활 기관에 노조를 승인 받는다.

소결: 시사점 및 제언

미국의 장기요양 산업 노동자 조직화 노력은 노조설립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의 사례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 교섭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펜실베니아 주의 사례에서 볼 때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잠재적인 조직대상 모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직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가능한 수준에서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를 계속 추진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경우 각 주 별로 법제도적 측면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한국에서는 노동자성이 철저하게 부정된다는 점에서 이를 일면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역사적인 성공 사례는 장장 12년에 걸친 장기적인 조직화 캠페인의 성과라는 점이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2) 풀뿌리 조직화, 연대전략, 정책변화라는 세 가지 고리의 유기적 연계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돌봄연대 등을 통한 정책변화 노력과 간병분회, 희망터 등을 통한 조직화 노력이 있지만 전략적 차원에서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지는 못하다. 간병제도화에 있어서 ‘건강보험 급여화’와 ‘간병노동자 직접 고용’을 중심으로 조직화 노력과 연계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고용서비스의 공공성을 포기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무마하는 방패막이로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무료소개소는 비영리단체로서 국가의 사업비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활용되기 쉽다. 노동조합에서 직업 알선을 통한 조직화 사업을 할 때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야 하고, 아울러 직업 알선 외에 주체 조직화의 다양한 경로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3) 미국서비스노조 전략조직화 사업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단위는 현장 조합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조직화 실천단이다. 같은 업종에 오랜 기간 종사해 온 조합원들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상태와 정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정서적으로도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조직화 실천단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현장에 들어가는 역할까지 맡는다. 이러한 실천단은 노조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점에서 장점이 있는데, 무엇보다 실천단 활동을 한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다시 노조 강화, 재조직화 사업의 주축이 되며 튼실한 간부로 성장한다는 점, 조직화 사업에 대한 대중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 기반이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조직화 사업 확대, 기존 조합원의 조직화 사업에 대한 동의 지반 확대라는 선순환의 중요한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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