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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2.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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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한다

박하순 | 노동자운동연구소 소장
한국경제는 현재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주택부분의 침체에 따른 장기불황에도 현재와 같은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들 외부변수의 악영향으로 조만간 위기에 빠질 것인가? 위기에 빠진다면 위기 강도와 지속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다음을 확인해 두자.
첫째, 주지하다시피 한국경제는 저성장 경로에 접어들었다. 저성장 경로가 곧바로 위기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경기순환의 저점에서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은 뻔한 이치이다.
둘째, 한국경제의 커다란 위기는 주로 외환 위기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적자, 외채규모나 해외순자산의 마이너스 규모가 커지고, 이에 불안을 느껴서 초국적 자본이 빠져나가면(이는 환율폭등을 가져오고 외화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부실해진 은행이나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생산 및 판매활동의 축소를 가져온다.
따라서 변수는 우선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내적으로 얼마나 튼튼하냐이다. 해외에 문제가 생겨 초국적 자본이 빠져나가도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튼튼하다면 위기를 견뎌내는 것이고, 이런 경우에는 초국적 자본이 빠져나가는 규모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아주 튼튼하다 할지라도 다른 나라들의 경제(특히 한국경제와 관련이 깊은 나라들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경제도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아주 높을 뿐만 아니라,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심화하여 금융적으로 초국적 자본에 상당히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경제가 현재 유럽이나 미국경제의 악화에 따라 위기에 빠질지 여부는 한편으로는 이들의 위기의 크기나 지속성에 달려 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경제가 이들 해외변수의 악영향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도 하다.
우선 한국경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간단한 전망을 해 보기로 하자.

한국경제의 현황

성장률과 제조업 평균가동률

한국경제는 이번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2008년 4/4분기 1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2009년 1/4분기 이후 계속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표 1> 참조). 설비투자와 수출증대가 성장의 주요 동력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2/4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약간 둔화하고 있다. 전기 대비 성장률도 2011년 1/4분기 1.3%, 2/4분기 0.9%, 3/4분기 0.7%로 그리 높지 않고 2개 분기 연속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표 1] 한국경제 성장률

현재의 성장률을 조금 더 장기에 걸친 시야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 1>을 보면 1990년 이후 분기별 한국경제 성장률은 우하향하고 있다. 분기별 성장률이 1990년대 초반에는 2%에 근접하던 것이 최근에는 1%대 아래로 떨어졌다.
크게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경우는 97, 98년 위기 시기와 이번 금융위기 시기이다. 두 위기 모두 한국경제 내부에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지역적 혹은 세계적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전자는 과잉투자-부도기업 발생,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 발생, 외채 누적이라는 내부요인에 더해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초국적 자본의 증시 철수가 발생하면서 증권시장 폭락, 신용경색 등이 발생하여 생산 활동의 축소가 있었다. 후자는 경상수지의 적자전환, 순해외자산(IIP) 마이너스 규모 폭증 등 한국경제 내부가 취약해 있는 조건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초국적 금융자본 철수 및 수출 급감 등의 사태가 초래되었다. 즉 90년대 이후 순 국내변수에 의한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두 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기간이 2개 분기를 넘어가지는 않았다. 97, 98년 위기 때는 2개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이번 위기 때는 1개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즉 위기 지속기간이 매우 짧았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0.5%인데, 이는 전월보다 낮아진 것이긴 하지만 과거 평균수준(’00~’10년 78.3%)을 2.2%p 상회하고 있다.
결국 성장률이 그리 높지는 않으나 대체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제조업가동률은 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가동률이 높은데도 성장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은 한국경제가 저성장궤도로 진입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림 1] 한국경제의 분기별 성장률과 추세선

이윤율 추세

이윤율의 추세적인 하락은 경제위기를 낳는 근본 원인이다. 그런데 자본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발전 등으로 이런 추세는 반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반전 이외에 1980년대 이후 미국 등 중심부 국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통해서 1990년대 말까지 이윤율 하락추세가 일정하게 반전되기도 했다.
한국경제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길게는 1966년 이래, 짧게는 1986년 이래 IMF 위기 당시까지 이윤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윤율 대리변수로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을 사용해 이야기해 보면, 한국 제조업의 이윤율은 1960년대 초반 25-30%, 70년대에서 3저 호황시기까지는 20-25%, IMF 위기 직전 90년대에는 15-20%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IMF 위기가 한창인 시기에는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10-15%대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97, 98년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심화시킨 이후 이윤율 추세는 약간 상승하고 있다. 이윤율 궤적을 보면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IMF 위기, 대우사태 등 금융위기로 매우 낮아진 이윤율(1998, 1999, 2001년 이윤율은 12% 초반으로 하락했고, 2000년에는 정보기술산업(IT)의 반짝 호황으로 이윤율이 약간 높아졌으나 대체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은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이후 약간 높아졌고, 2004년에는 이윤율이 22.08%까지 상승하기도 하였다. 구조조정 이후 이윤율 수준은 대체로 90년대 중반 수준 혹은 그것을 약간 넘는 수준이고, 2010년에는 70-80년대의 이윤율 수준인 20-25%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IMF 위기 이후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이윤율은 약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해 이윤율이 대폭 하락한 1998, 1999, 그리고 2001년의 이윤율을 예외로 친다면 그 상승추세는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

[표 2] 제조업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

한편 이런 이윤율 개선은 현재 세계적인 성장 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호황이 일정하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윤율 상승 추세가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이윤량 규모는 매우 클 텐데 이는 분모인 유형고정자산 규모가 커지고 있으면서 이윤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윤율을 마진율(매출액영업이익률)과 회전율(유형고정자산회전율)로 분해해 보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이후 이윤율의 일정한 상승은 주로 회전율의 상승으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유형고정자산회전율이 1999년 1.85에서 2008년 3.18(2010년 3.19)로 상승한 것이다. 이는 유형고정자산 가동률이 높았다는 의미이다. 즉 유형고정자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가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10년은 투자증가가 꽤 있었는데, 회전율도 높았다. 그리고 마진율(매출액영업이익률)도 높아 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획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기업들이 대외변수의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림 2] 제조업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1960-2010)

가계부채

2000년대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한 가계소득이 별로 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가 부동산 구매를 위한 저리의 주택대출을 늘리고 카드사나 할부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1998년 -5.7%의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경제는 이후 환율상승과 노동비용 삭감을 활용하여 IT 제품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비교적 단기간에 벗어났다. 그러나 가계소득은 위기 이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는 임기 초기에 부동산 경기활성화 정책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가계의 저리 주택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카드남발’이라 할 정도로 카드발급이 증가했고 이로 인한 판매신용도 늘었다. 이런 경기활성화 대책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의 이윤율을 약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가계부채를 급격히 늘렸다. <표 3>에서 보다시피 가계신용(=가계부채)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2002년에 무려 약 97조 원의 가계신용이 증가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 가계신용잔액 곡선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그림 3> 참조). 정부는 이후 각종 규제를 통해 가계신용 증가를 억제하였는데 이런 조치로 2003년에 판매신용은 21.3조 원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의 가계신용증가액이 엄청났고, 2009년에도 가계신용증가액이 약 91조 원에 달해 2010년 말 가계신용잔액은 약 847억 원에 이르고 있다. 결국 노동자의 고용악화에 따른 생계불안, 저금리 상황에서 노동자가계의 부동산 구입 붐에의 동참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계부채의 증가는 노동자의 삶이 금융시장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지속적인 잔업 특근의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한국경제가 금리 인상에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바뀐다면 가계와 금융기관, 그리고 소비지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중심부 경제가 장기불황 상태에 빠져 있고 한동안 여기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어서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표 3] 가계신용잔액과 가계신용증가액(단위: 조 원)

[그림 3] 가계신용잔액과 가계신용증가액(단위: 조 원)

정부부채

유럽의 재정 또는 정부부채 위기로 인해 한국도 정부부채 규모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긴축정책을 취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부채 위기가 단기간 내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어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이명박 정부도 균형재정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대체로 증가해 오고 있으나 그 수준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기업부채를 이야기하나 이는 다른 나라에도 일정하게 존재하는 문제이다. 즉 한국은 정부부채로 인한 위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정부부채는 외채 또는 국제투자자산잔액(=해외순자산)과 구별되어야 하는데, 정부부채는 자국민에게 진 빚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볼 국제투자자산잔액(=해외순자산)은 정부와 민간을 포함한 해외순자산이라는 점에서 정부부채와 다르다.

[표 4]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

대외 변수

(1) 해외순자산 현황
한국 자본주의는 현재 금융세계화의 불안정성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OECD 가입,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 협약 등을 통해 환율 변동과 초국적 금융자본의 유출입에 취약한 경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환율인하(원화 평가절상)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반되면서 순국제투자자산잔액(=해외순자산)의 마이너스 규모가 증대하다가 결국 초국적 금융자본의 유출 및 환율폭등이 발생하는데 이런 사태가 IMF 위기와 2008년 위기 때 공히 발생하였다.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 2011년 2/4분기 현재 순국제투자자산잔액(=해외순자산)은 -1,520억 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4분기 때보다 낮아졌고,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더 낮아졌다.
지난 8월에도 유럽 재정위기의 이탈리아로의 전염 가능성이 얘기되면서 환율이 출렁이기는 했으나 2008년 같은 큰 폭은 아니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것으로 볼 때 당장 대외불안이 크게 올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가 폭등하고 초국적 자본이 몰려와 거품이 또다시 형성된다면, 그 과정에서 환율이 급격하게 내려가고(원화가치가 급격하게 절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 혹은 적자가 커진다면, 초국적 금융자본의 급격한 유출 등 대외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2) 수출비중
한국경제의 수출비중은 예전에도 높았으나 최근에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00년 39.9%이던 것이 2010년 54%까지 치솟았다.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악화하면 한국경제는 즉각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과 유럽연합의 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세계경제는 이러저러한 연쇄 고리를 통해 전체가 연결되어 있어서 수출비중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대외변수에 매우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표 5] 해외순자산

[표 6]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비중

전망

한국경제의 현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대외변수가 악화하면 어쩔 수 없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주택부문 부진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면서 한국경제 위기가능성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10월 26일에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은 시한을 연장해 가면서 주요한 내용의 대강에 합의하였다. 위기에 견딜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자본을 더 확충하기로 합의하였고, 그리스 정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은행들로 하여금 새로운 채권과 교환방식으로 ‘자발적으로’ 50%를 상각하도록 하여, 2020년까지 그리스 정부부채 수준을 현재 160%가 넘는 규모에서 120%로 줄이기로 하였다. 또한 독일의회는 현재 4,400억 유로인 유럽금융안정화기금을 1억 유로까지 늘릴 수 있도록 메르켈 총리에게 권한을 부여하였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그러나 유럽의 긴축정책을 여전히 지속한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개선되어가고 있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의 상황은 또다시 악화될 수 있다. 성장률 둔화 및 재정상황 악화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은 금융자본의 자유가 허용된 상황에서 위기국가의 부채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위기국 안에 머물고 있는 금융자본이 언제든 이들 국가를 떠나면서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주택부문도 부분적인 호전 기미가 없지는 않으나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미 연준은 최근에 또다시 주택담보증권(MBS)을 추가로 매입하기로 하였다.
종합해 보면, 한국경제는 위기 상태에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예전보다 상당히 위기에 견딜 수 있는 힘이 어떤 측면에서는 증대되어 당장 커다란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대외변수의 악화에 따라서는 여전히 위기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민총소득 대비 수출비중이 대폭 증가했고, 여전히 불안정한 금융세계화의 영향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확인해야 할 것은, 위기 가능성이 현재 낮다는 것이 민중들의 생활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불황에 가까운 저성장에서 시장기제에 의한 대폭적인 고용증대나 비정규직의 낮은 근로조건 개선을 예상할 수는 없다. 여전히 노동자 민중적 대안을 추구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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