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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6.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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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속2교대제, 어떻게 쟁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지원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총선 이후, 첫 번째 전선 : 노동시간 단축

19대 국회 구성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6월 임시국회에서는 각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이른바 민생법안이라 불리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다루려 할 것이다. 반값 등록금, 양육수당부터 비정규직 사용제한 및 처우개선까지 다양한 법안들이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김대중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10년 동안 경험해 왔듯 보수정당들의 개혁 법안들은 언제나 고용, 노동시간 등의 유연화를 동반했다. 김대중 정부는 모성보호를 한다며 결국 여성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유연화했고, 노무현 정부는 주5일제를 실시한다며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했다. 노무현 정부가 파견근로자 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파견근로자 사용 범위 확대,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 의제 폐기를 관철시킨 예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새로 구성될 19대 국회에서 다룰 법안 중 현재 가장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근로시간단축과 관련한 것이다. 정부가 6월 국회 상정을 이야기한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개정안은 연장근로시간에 주말특근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금까지 노동부는 위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말특근을 연장근로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용자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2시간 잔업을 시켜도, 주말에 마음껏 특근을 시킬 수 있었다. 정부안은 이를 원래 근기법 근로시간 조항 취지에 맞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야당도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정부 구상은 단순히 주말특근만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국가고용전략2020>에서부터 밝혀왔던,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정책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2주-3개월로 되어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 범위를 1개월-1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정부 정책은 현재 금속노조가 핵심 투쟁 과제로 삼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과 맞물리며, 자본이 주간연속2교대제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가져갈 제도적 힘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자동차산업에서 보통 주 20시간 가까이 이뤄지는 잔업특근이 제도적으로 제한될 경우 자본은 생산량 임금 연동 원칙을 내세우며 노동강도를 높이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가장 큰 쟁점, ‘노동강도 강화 없는’ 시간단축이 제도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 글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둘러싼 정부와 자본의 의도, 노동운동의 기조 등을 살펴보고, 계급적으로 올바른 실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이뤄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 본다.


정부와 자본은 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는가?

작년 중순부터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0년 말에 근로시간계좌제, 단시간근로확대 정책(국가고용전략2020)을 발표했고, 2011년 중순에는 완성차업체 장시간 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며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에 개선 대책을 요구했다. 2011년 말에는 근로시간 예외 업종 축소(노사정위안)를 발표했으며, 2012년 초에는 휴일특근 규제 법 개정안(6월 국회 상정, 11월 시행)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인 3월 말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해외 자동차 업체 현지답사를 다녀와 한국의 노동조합들이 장시간 노동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렇게 노동시간단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정권 차원의 고용실적을 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투자가 없는 상태에서 취업자 수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단축(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시간 유연화를 통한 생산성 확대)을 추진하는 것밖에 없다. 고용 유연화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저항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대변하는 총자본 입장에서 고령화 문제와 노동력 확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제조업 사업장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자본 입장에서도 이제 장시간 노동에 따른 문제(근골격계, 산재, 근태 등)를 간과할 수 없고, 청년들의 장시간 노동 기피로 인한 노동력 확보 문제도 절실하다. 결국 총자본 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 규제와 노동시간 유연화로 청년 노동력 유입과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2010년 말 발표된 ‘국가고용전략2020’에서는 고령화 문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뤘다.
한편 재벌들에게 노동시간단축과 유연화는 경기 불안정에 대비한 생산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경기 불안전성이 커졌는데, 현대기아차 자본은 신흥시장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경기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은 이미 상당히 유연화되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생산량의 40~50%를 차지하는 국내 생산의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신차투입, 차종이관, 그에 연동되는 전환배치 등에 대한 노조(및 대의원) 통제권의 약화이며, 둘째는 생산 증감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듈화, (모듈, 물류 등)외주화, (도장, 조립, 물류)자동화이다.
현대기아차 사측이 주장하는 주간연속2교대제(및 휴일특근 규제)는 이런 유연화를 핵심에 두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법적 강제 사항으로 규제할 수 있는 휴일특근규제를 통해 주간연속2교대제를 측면 지원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요컨대 자본은 휴일특근규제 → 노동시간감소 → 임금보전을 위해 생산량 보전 필요 → UPH(시간당 생산량, Unit Per Hour) 상승 필요 → 주간연속2교대제 함께 시행 → UPH 크게 상승 → 신규투자 → 생산유연성의 단계로 공장 재편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쟁점

교대제 개편, 노동조합 주도 개편이어야 한다
사실 교대제 개편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사측 주도로 진행된 교대제 개편이 노동운동 확대 강화에 도움이 된 예는 없다는 것이다.
자주 인용되는 90년대 폴크스바겐의 예를 보자. 폴크스바겐은 1994년부터 정리해고 대신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하며 주 28.8시간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근로시간계좌제와 200여가지 교대제로 대표되는 대대적인 노동시간 유연화를 도입했다. 이 협약은 조직 노동자의 정리해고 회피 전략과 사측의 생산유연화 확대 전략이 교환된 형태였는데. 이를 통해 조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부분적으로 이뤘지만 이후 사측의 작업장 권력은 예전보다 훨씬 강화되었다. 조합원들은 너무 많은 유연적 근무 형태로 서로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협약에 따라 대부분 사측에 귀속된 작업 조정권으로 현장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줄었다.
르노삼성의 예도 마찬가지다. 2006년 르노삼성은 지금 현대기아차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했지만, 어용노조로 인해 현장권력이 없던 르노삼성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는 사측 마음대로 종업 시간을 바꾸는 연속교대제로 변형되었다. 잔업이 없으면 A조 07:00~15:45 B조 15:45~12:39로, 사측이 생산량을 늘리고자 할 때는 오전 07:00 다음날 새벽 02:00 까지 연속2교대제로 일했다. 또한 UPH가 54에서 65까지 증가한 이후 UPH 다운 없이 각종 인력 조정으로 생산량을 조정하고, 민주노조 건설 이후에는 잔업과 고용조정을 미끼로 한 민주노조를 수시로 탄압했다.
한편, 노동운동의 투쟁과 연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경우 현장권력 확대, 조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2004~06년 금속노조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대표적이다. 금속노조는 산별 파업과 집단교섭으로 법정노동시간을 조기 도입하고, 인근 사업장을 신규 조직하며, 법정 노동시간의 악소조항들을 무력화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교섭력, 현장권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은 물론이다.
2009년 두원정공의 예도 그러했다. 2001년부터 7~8년간 사측은 계속해서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추진했으나, 노동조합은 2001년 민주노조 출범 이후 현장 투쟁을 통해 구조조정을 좌절시키며 2006년부터 사측의 구조조정을 중장기적으로 막기 위해 주도적으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추진했다. 철저한 교육과 현장 실천, 파업과 연대 투쟁 등으로 노조 주도로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를 시행한 결과 현장 권력과 노조 집행력이 크게 상승했다.
이상의 예가 말해주는 것은 교대제 개편,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함께하는 준비, 현장에서부터 진행되는 투쟁을 통해 달성해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측 주도 교대제 개편은 결국 노동시간 유연화, 현장권력 약화로 귀결되었다.

생산량 보전은 자본 투자로 해결해야 한다
<생산량=노동시간=임금>인 현재 조건에서 노동시간 변화 시 나머지 두 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현재 주간연속2교대제의 중심 논쟁이다.
자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생산량과 노동시간을 탈동조화시키는 것이다. 병목 공정에 대한 3교대제, 시간당 생산대수 증가, 공장 간 차종 이관 확대 등을 통해 노동시간 증감과 상관없이 최대한 사측의 뜻대로 생산량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노동자 입장에서는 현장권력의 핵심인 생산량 조정권을 박탈당한다.
노동이 바라는 것은 노동시간과 임금의 탈동조화다. 월급제를 통해, 노동시간 증감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시간외 수당이 임금의 20~30%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잔업특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월임금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는 자본 입장에서는 임금을 통한 노동시간 통제권을 박탈당하는 결과다.
한편, 자본과 노동이 공통으로 유지를 원하는 것은 생산량이다. 자본 입장에서 생산량은 매출액과 직결되고. 노동 입장에서는 물량이 보장하는 고용 문제와 직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조합과 사측의 최종 쟁점은 이 생산량을 노동시간 단축 시에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생산량 보전 방식에 따라 앞의 두 쟁점도 해결 방향이 결정된다.

① 사측의 꼼수
현대차, 기아차 사측은 교대제 개편에 따른 노동시간단축분을 라인 속도 증가, 작업 시간 추가 확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8/9 근무형태 변경시 부족한 18만대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속도 향상(21UPH, 393UPH(울산+아산) → 414UPH)을 통해 7.6만대를 확보하고, 작업시간 260.5시간을 추가확보(조회, 안전교육, 휴일조정 등)해 10.4만대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기아차 사측 역시 8+9로 개편시 부족한 18만대를 42.2 UPH UP(시간당 생산량 증가) +296시간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UPH UP(시간당 생산량 증가)이 반드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병목 구간의 설비개선 등을 통해 시간당 생산 대수를 증가시킬 수 있고, 여러 개선을 통해 작업성도 좋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익히 경험했듯이 UPH UP이 단순히 컨베이어 속도 증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현대차가 이야기하는 시간당 생산 대수 증가는 공장별 차이(예들 들면 일부 공장은 차체나 도장이 이미 설계 한계에 다다름)를 감안하여 UPH UP을 한다는 것이고, 공장 노동자간 노동 강도 차등을 두지 않기 위해 전환배치, 차종 이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사측의 노동강도 측정 방법에 입각한 M/H(맨아워) 기준 수립 및 적정인원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 현장 대의원이 교섭하는 노사협의 핵심 사안들을 모두 사측에게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림 1] 현대차 사측 유인물

최근 현대차의 경우 사측이 더 강하게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 선전을 하고 있다. 사측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사실 사측의 핵심은 생산량이 아니다. 또한 생산량 연동 임금도 아니다. 임금을 생산량과 연동시키는 것은 생산량 감소는 곧 임금감소라는 인식을 통해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생산량 유지 방안을 통해 현장에 관철시키고 싶은 속내는 따로 있다.
사실 교대제 개편 시 사측 주장대로 생산량이 시간 감소분만큼 그대로 줄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노동시간단축 사례들을 보면 결근, 조퇴 등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 기아차 시범실시 기간에 보면 결근과 조퇴가 이전에 비해 70%이상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나온다. 결국 결근, 조퇴 등으로 라인 전체 가동률이 저하되는 경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측은 이런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산량 감소를 이야기하고 있다.(한 조사에서는 이런 효과를 누적적으로 감안하면 10~30% 가까이 생산성 향상이 있다고도 한다.)
이런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감안하면 현대차나 기아차 모두 실제 생산량 감소는 10만대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기에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의 여유 생산능력까지 감안하면 노동시간단축으로 크게 문제가 발생하는 생산량은 더욱 미미하다. 즉, 사측은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생산량 조정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양보를 받기 위해 안하고 있다.

② 설비투자 및 공장 증설을 통한 생산량 보전, 어렵지 않은 문제(현대차의 예)
현대차나 기아차가 의지를 가지면 주간연속2교대제를 노동조건 악화 없이 쉽게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의 재무 상황과 공장 상황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77.8조 매출에 8조원의 순익을 거뒀다. 수익률 10%대로 전세계 자동차 기업 중 최고 수준의 수익률이다. 자동차 생산 대수로 1위인 GM이 165조원 매출에 10조원 정도의 순익을 얻은 것에 비하면 현재 현대차가 수익성이 얼마나 좋은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현대차는 현재 11개인 플랫폼을 6개 정도로 통합하면서 신차 개발 및 생산 비용을 기술적으로 더욱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구조적 비용이라 불리는 장기간의 생산 비용이 기술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가 돈이 없어서 추가 고용을 못하거나, 설비투자를 못할 상황은 아니다.
현대차지부가 요구하는 신규인력채용, 설비투자 중심의 노동시간단축 요구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자본이 언제나 하는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장기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아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고,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비용 증가가 현대차 경영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까? 2004년 이후 해외공장이 크게 늘어나서 발생한 변화를 제외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를 제외하고 국내 현대차 법인에 한해서 살펴보자.
먼저 설비 투자 부분을 보자. 설비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설비를 통해 한 해 얼마만큼의 매출액을 올리느냐다. 유형자산회전율이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여기서는 생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설비(구축물, 기계, 금형/공구, 운반구)에 한해서 회전율을 살펴본다. 2002년 현대차의 매출액은 26조3천억 원이었고, 설비 순액은 3조6천억 원이었다. 즉 설비 1원 당 7.3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2011년에는 4조4천억 원의 설비로 40조5천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켜, 설비 1원당 9.2원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2002년에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최소한 2002년과 2011년의 회전율의 중간치인 8.2정도의 설비투자 여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5천억 원 정도의 설비투자를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011년에 회사가 제시한 2천9백억보다 2천1백억 원 더 많은 돈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공장 증설, 설비 개선 등에 투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만큼 노동시간 단축 분을 노동강도 강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5천억 원 투자액은 현재 현대차 공장 부지에서 증설을 한다고 가정하면 아산 공장 규모를 하나 더 짓고도 남을 액수다. 현대차 아산 공장의 구축물, 기계, 금형/공구, 운반구 자산은 3천9백억 원 규모다.
다음으로 인력 충원과 신규투자에 따라 매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살펴보자. 먼저 신규 채용 부분이다. 현대차는 2010년 제조에 직접 필요한 인건비(급여+복리후생비+퇴직금)로 4조1천억 정도를 지출했다. 현대차가 36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여기서 재료비, 감가상각비, 외주가동비, 제조 인건비 등 27조 8천억 원의 비용이 지출되어 제조과정에서 남은 이익은 8조9천억 원이다. 가치의 생산과 직접 연관된 과정에서 보면 현대차 노동자들은 2010년 1원 임금을 받아 약 2.2원의 이익을 만들어 냈단 이야기다. 2011년에는 매출액이 10% 가까이 올랐으니 이 액수가 조금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자본이 조금만 양보해 인건비 1원 당 2.2배의 이익이 아니라(2.2배의 착취) 2배의 이익(2배의 착취)으로만 조금 조정하면, 인건비 여력은 매년 3천6백억 원 가량이 발생한다. 이 액수는 2012년 1월에 실시한 4천8백억 원 배당금의 75% 수준으로 사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별로 큰 액수라 말할 수도 없는 금액이다.
3천6백억 원 중 공장 신규 증설로 발생할 350억 가량의 감가상각을 제외하면, 약 3천2백억 원 가량이 매년 신규 인력을 위한 인건비로 사용될 수 있다. 인건비에서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 된다.
이를 이용하여 첫째, 약 9천명에 이르는 사내하청을 모두 정규직화 할 수 있다. 금속노조 조사에 따르면 같은 근속연수의 정규직 대비 임금은 68% 수준이다. 2011년 임금 명세표(근속 4~5년)를 기준으로 정규직과의 1년 임금 총액 차이는 약 1천5백만 원 정도다. 따라서 9천명의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1천4백억 원 수준이다.
둘째, 남은 1천8백억 원으로는 약 2천3백여 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조합원 수인 2천5백여 명의 90%에 이르는 숫자다. 사측은 신규 채용시 근속 연수 증가에 따라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간 현대차에서 퇴직할 인원(근속연수가 20~30년인 노동자들)이 1만 명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는다.
즉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본이 조금, 아주 조금만 양보하면 굳이 이러한 현장통제 강화, 노동강도 강화 방안이 아니어도 생산량을 유지하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할 수 있다. 자본의 탐욕을 조금만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8+9 체제로 변화시 생산량 부족분은 18만 7천대 수준이다. 이 생산량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가지고 맨아워위원회부터, 일부 공정의 3교대제 도입, 편성효율 증가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방식으로 투자비와 운용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굳이 노동이 양보해야만 하는 쟁점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아산 공장이 8+9로 변경 시 22만대 생산이 가능하니, 아산 공장 규모의 신규 공장을 증설 하면 될 일이다. 설비투자부터 운영비까지 모두 그렇게 어렵지 않게 확보 가능하다.
자본이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이고, 노동조합이 조금만 더 단결된 힘으로 싸워서 쟁취하면 될 일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과 노동의 역관계를 반영한다. 앞에서 제시한 투자, 고용에 관한 시뮬레이션도 결국 노동의 힘으로 자본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것을 오직 노동의 양보 속에서만 찾는 것이야 말로 노동시간이 결국 자본의 이윤과 노동의 몫이라는 계급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맨아워(M/H)위원회, 현장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현대차는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위해 맨아워 기준을 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편성효율, 적정인원 산정 등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핵심은 지금까지 대의원 합의 사항이던 차종이관, 배치전환 등 생산 유연성과 관련한 내용들을 다른 방식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측의 맨아워측정 기준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사측의 시간 측정 기법이 전제하지 않는 다양한 노동 지출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명분으로 사측 기준을 받아들이면 현재보다 대부분 노동강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이미 여러 차례 기준이 필요하다면 다음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나는 설계 초기, 시범생산 단계부터 노동조합과 대의원이 참여하여 맨아워 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설계부터 시범생산까지 사측 마음대로 해버린 이후 노조가 참여해 봤자 사측 안을 사후 승인하는 것 이상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강도 측정 방법에서 유무형의 다양한 노동 지출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는 맨아워 기준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노조가 요구하는 맨아워 기준으로는 사측이 원하는 유연화를 달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쟁점이 맨아워 산정 기준에 관한 문제에 그치고 있는데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기구(맨아워위원회)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이 기구를 통해 현장권력이 얼마나 더 확대되고 활성화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현재 노동조합에서 제출되고 있는 안은 맨아워 산정기준에 관한 것에 한정되어 있는데, 현장 대의원과 조합원이 이 기구를 통해 어떠한 역할과 투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간과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결국 현장이 수동화되고 현장권력이 무너져서는 올바로 운영될 수가 없다. 제도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도 주체다.

정부의 근기법 개정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현대차는 정부가 휴일특근제한(주12시간 상한제)을 실시하겠다는 발표 이전에 이미 장시간근로시간개선의 핵심 중 하나로 휴일특근 문제를 제기했었다. 2011년에 제출된 1차 장시간근로 개선 조치안에서도 휴일특근 시 생산성 저하 문제를 집중 지적했었다. 정부도 이에 맞추어 노사담합에 의해 휴일특근이 계속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그림 3] 현대차 장시간근로개선계획(1차)

* 위 표와 같이 휴일근무 시, 장시간 근무를 하더라도 충분한 잉여 인원을 이용해 작업장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사실상 교대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실 노동 강도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실 작업시간 대비 월등히 높은 임금(할증률이 높은)을 받는 휴일근로를 선호하고 있음.

완성차 업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시점부터 현대차와 정부간에 가닥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휴일특근규제를 하고, 현대기아차는 의제로 있던 주간연속2교대제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추진하는 계획이다.
완성차업체의 경우 주12시간 규제에 휴일특근 포함 시 최대 연 420시간 가까운 노동시간이 단축된다. 할증이 많은 휴일연장이나 휴일야간연장 등이 없어지면, 임금 타격도 꽤 클 것이다. 정부는 근기법 개정을 통해 현대차 노동자들이 사측의 안대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할 수 있다.

부품사지회 대응과 미조직 조직화 사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할 경우 직접 연관을 받는 업체는 20% 내외로 예상된다. 실시간 주문 납품 업체(머플러,제동,시트 등)는 직접적으로 완성차와 근무형태가 비슷하게 변화되어야 하고, 일반납품(피스톤링, 펌프 등) 업체들은 현대차와 근무형태가 똑같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여러 방식으로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속노조 부품사 지회들이 2004~06년과 같은 전국적 투쟁으로 이 변화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현장 정서도 노동시간을 단축에 관해 부정적 의견이 많다. 더군다나 2010년부터 집요하게 정권의 집중 타격을 받아 사기도 많이 저하되어 있는 실정이다. 설비투자 능력이 현대기아차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만약 현대차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게 될 경우 노동강도 상승이 매우 클 수 있다. 하청 업체의 특성상 생산량에 대한 ‘조정’ 능력이 없기 때문에 노동강도↑-시간↓-임금유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금속노조의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은 미조직 조직화 사업 의제가 빠져 있다. 이전 노동시간단축 투쟁에서도 경험했듯이 산별노조의 투쟁 중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조직화와 투쟁이 함께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금속노조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완성차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청의 교대제 개편을 미조직 사업장 조직화 계기로 가져 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500여개 중요 1차 업체 중 무노조 사업장과 한국노총 사업장이 80%에 달한다.


나가며

완성차 주간연속2교대제는 최대한 임단협과 연계해 투쟁 속에 쟁취해야 한다. 교대제 개편은 노사 합의 수준보다도 현장에서부터 얼마나 토론하고 투쟁하며 쟁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현대기아차 사측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할 만한 여력을 가지고 있다. 약간의 UPH(시간당 생산량) 상승, 약간의 인원충원, 약간의 설비투자 정도로도 생산량 감소 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사측이 끝까지 노동조합과 갈등을 만드는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의 실시를 통해 현재의 현장 역관계를 더 사측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노동조합이 방향을 잃고 조급하게 주간연속2교대제를 추진하려고 하는 순간, 사측은 다른 무엇보다 현장을 장악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갈 것이다.
한편, 금속노조는 현대차 기아차지부 교섭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 부품사 문제, 특히 미조직 사업장과 한국노총 사업장 문제를 제기하며, 이 문제를 산업적 문제로 만들어 내야 한다. 교대제 개편 전후로 부품사 투쟁과 신규 조직화의 모범을 만들어 내야 한다. 특히 휴일특근규제 정책까지 합해지면 중소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산안, 임금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만큼 노동조합의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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