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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8.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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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전쟁의 새로운 용병, 군사대행기업

이장욱, 『전쟁을 삽니다』(서강대학교출판부, 2011)

김민석 | 반전팀
“저는 그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필요한 때에 사용했으며, 그들의 물건을 지키고 위험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총알이 튀어다닐 수도 있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죠. 예, 전쟁 중이니까요.”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죽은 것은 전쟁의 안개 속에서 벌어진 사고일 뿐이며 전쟁 기간 동안 블랙워터 직원들도 27명이나 희생됐습니다.”
- 청문회에서 블랙워터의 이라크민간인 살해에 대한 블랙워터 사장 ‘에릭 프린스’의 답변

하지만 블랙워터의 주장과 달리 블랙워터가 연루된 195건의 총기사건 중 163건은 블랙워터가 선제공격을 한 것이었고,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역시 전쟁의 안개완 무관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미국 정부와 계약이 파기된 것 말고는 민형사상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들에게 부여된 살인면허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사건사고들에 의하여 군사대행기업의 활동과 이들을 활용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터져나왔다. 한국에서도 블랙워터의 만행이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고문사건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군사대행기업의 비인도적인 활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아프간에 활동 중인 군사대행기업 직원의 수는 24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이라크-아프간뿐만 아니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세계 곳곳에서 군사대행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그 시장규모는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와 같은 수치는 군사대행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향후 군사대행기업이 새로운 전장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이들이 비인도적인 전쟁용병이라는 것 말곤 별로 아는 게 없다. 물론 비인도적 전쟁용병이란 성격은 군사대행기업을 설명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군사대행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불가능하다. 전쟁용병이라는 무자비한 성격과 달리 군사대행기업은 국가의 승인아래 합법화된 경제영역에서 활동을 확장하면서 법인화된 경영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군사대행기업은 주식시장 진출이나 동일자본 혹은 다른 자본과의 M&A를 활발하게 벌이며,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은 전투행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간군사산업의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앞으로 전쟁과 세계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에서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장욱의 『전쟁을 삽니다』(서강대학교출판부, 2011)는 군사대행기업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며,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이들을 활용한 국가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실제로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주요 사례를 중심으로 군사대행기업과 국가와의 관계 그리고 전장에서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고, 끝으로 군사대행기업의 합리적인 활용을 위한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있다. 본 서평은 책의 내용을 바탕을 두고 군사대행기업을 소개하고, 군사대행기업의 합리적 활용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담고자 한다.


군사대행기업의 등장

중세시대까지 큰 활약을 했던 민간군사력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사실상 용병활동이 범죄화 된 이후 크게 위축되었다. 용병이 아닌 ‘국민’을 통해 벌이는 전쟁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나폴레옹전쟁, 그리고 미국과 소련이 세계 모든 군사 분쟁에 관여하던 냉전시기를 거치며 이들의 역할은 한없이 축소되었다.
하지만 냉전 이후 이들의 역할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냉전 대결구도의 해체는 군사강국들의 대규모 군비감축과 양 진영국가 간 군사협력의 약화를 불러왔다. 이 가운데 냉전질서아래 봉합되어 왔던 민족, 종교 갈등이 분출하기 시작하여 오히려 냉전시기보다 지역분쟁이 급증하면서 더 많은 군사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소련의 몰락 후 세계질서의 수호자로 등극한 미국이 자국과 신자유주의적 질서재편에 이익이 되는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군사개입을 하게 되면서 각지에서 나타난 군사적 공백은 더욱 확장되어 갔다.
군사적 공백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이지만 그 자신들에게도 군사적 공백이 발생했다. 선별적인 개입을 하더라도 냉전시기 보다 더 많은 군사작전을 수행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하면서 군사력 부족현상이 나타났고, 소련에 대비하여 정규군간의 전투를 상정하고 조직되어 있던 미군이 내전형태로 진행되는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취약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군사적 공백의 증가는 많은 국가들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존재를 필요로 하게 하였는데, 이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군사대행기업이었다.
냉전 종식이 불러온 변화는 군사적 공백만이 아니었다. 미국을 위시한 많은 군사강국들이 비대한 군사력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군사노동력과 잉여장비가 민간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민간부분에서 군사노동력과 장비의 확보가 용이해지게 되면서 민간군사사업의 확장에 있어 결정적인 조건을 제공해주었고, 군사대행기업은 이를 통해 자사의 군사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군사력 공백과 잉여군사력의 민간시장유입은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국가유형을 중심으로 본 군사대행기업의 역할과 쟁점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군사대행기업은 소규모국가의 군사력 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민간군사집단으로 성장하였고, 현대 전쟁에 있어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은 현재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군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는 그들을 활용하는 국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국가를 중심으로 이들의 활동을 4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그들의 성격을 설명한다.
제1유형은 군사대행기업을 대외군사활동을 보완하는데 사용하는 경우로 미국만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다 적은 인력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한다는 미군의 기조아래 군사대행기업은 초기 대규모 감축에 의한 병참공백을 메우며 병참분야에서만 사업을 꾸려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분쟁급증으로 미국의 대외군사활동이 늘어나자, 미국은 훈련, 4개년 국방 보고서(QDR) 감수, 군사장비운용 등 대부분의 군사영역에서 이들 군사대행기업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이르러선 그 규모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아프간 전쟁비용의 60%를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며, 전쟁기간동안 이들은 자신들이 비정규군과의 전투수행에 있어 효율적이란 것을 입증했다. 게다가 24만 명에 이르는 이들 군사대행기업 없이는 더 이상 이라크-아프간전선을 유지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이들에 대한 미국의 의존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이 현지에서 일으키는 총기난사 등 각종 사건, 고임금은 물론 사용하지도 않은 추가대금을 요청하는 비리 등으로 국방부 예산에 미치는 악영향 등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사대행기업이 여전히 자신들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미국의 의존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군사적 여력의 부족과 국내여론 등을 감안하여 정규군을 파견하는 대신 군사대행기업에게 대외군사업무 자체를 대행시키기도 한다. 콜롬비아의 마약소탕작전을 군사대행기업에서 수행한 콜롬비아플랜이나, 크로아티아 내전에 군사대행기업 고용금을 지원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2유형은 냉전시기 시작되었던 해외군사지원을 군사대행기업을 통한 지원으로 대체하는 형태다. 주로 군사대행기업들은 군사훈련을 통해 이들의 국가안보능력을 향상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해체로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민족 종교적 분쟁의 장이 되어버린 발칸반도에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는 각각 미국과 회교권 국가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던 미국과 회교권 국가들은 이들에게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할 비용을 지원했다.
지원금을 통해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는 이들의 훈련서비스 등을 통해 열악했던 군사력을 성장시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크로아티아에선 군사대행기업이 이면계약을 통해 전투서비스까지 제공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분쟁의 씨앗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에 의한 군사력강화서비스가 더 파괴적인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주관한 군사대행기업 MPRI는 자신들을 통한 군사력강화가 힘의 균형을 불러와 평화를 유지하게 해줄 것이라 주장하며, 발칸반도 전역에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의 입장 차이를 계기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중단되자 자체적인 부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국왕친위대의 훈련을 맡아왔던 미국계 군사대행기업 비델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바델은 군사훈련과 경호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당시 여론은 미군의 철수로 비델 역시 철수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제 3유형은 자체 군사력이 너무 열악하여 전쟁 자체를 군사대행기업에 맡겨버리는 유형으로 앙골라, 시에라리온과 같은 국가들이 해당된다. 이들은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해왔던 국가들로, 매우 열악한 경제여건으로 인해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협력 없이는 정권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곳들이었다.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과 소련이 해외군사지원을 중단한 후 치열한 내전이 전개되었지만, 개입해봤자 얻을게 없다는 이유로 외국의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앙골라와 시에라리온은 내전과정에서 국토의 대부분을 반군에게 장악당해 실질적으로 국가전복 위기에 빠져있었다.
그런 이들이 택한 최후의 선택은 석유, 다이아몬드와 같은 국내 자원의 채굴권을 해외자본에게 매각하여 군사대행기업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군사대행기업은 군사적 능력이 너무 열악했던 정규군을 대신하여 전투행위를 벌였고, 정규군을 지휘했다. 이들의 군사작전은 반군들을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전쟁의 판도 자체를 뒤엎어 버렸다.
하지만 이를 위해 자원을 해외자본에 팔아넘긴 이들 국가의 민중들은 해외자본의 수탈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피폐한 경제상황은 또 다른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내전이 발발하더라도 이들을 지원해줄 것은 군사대행기업 밖에 없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 국가는 또 다른 자원채굴권을 담보로 이들을 고용해야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처럼 군사대행기업을 활용하는 국가들과는 달리 남아공처럼 군사대행기업을 직접 활용하진 않지만 민간군사력을 공급하는 국가도 있다. 냉전시기 반인종정책으로 고립되어 있던 남아공은 군사안보능력의 강화를 위해 자체 군사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민주화 이후 남아공은 이와 같은 반인종정책에 동원된 군사력을 해체하기 시작하였고 수많은 퇴역군인들이 민간시장에 유입되었다. 하지만 군사안보적 위협이 없던 남아공은 이들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남아공의 군사대행기업들은 시에라리온, 앙골라와 같은 국가에서 사업을 활발히 벌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아공은 자국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에 남아공은 자국 군사대행기업의 대외군사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남아공의 군사대행기업들은 다른 국가로 소재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은 각지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들을 활용해야하는 국가들이 점점 더 늘어감에 따라 군사대행기업들의 위상은 점차 더 높아졌다. 군사대행기업은 국가의 군사적 공백을 메우며 그 사업을 더욱 확장해 전쟁의 새로운 주체로서 자리 잡고 있다. 군사대행기업의 등장으로 전장에서 국가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효율성 높은 군사대행기업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쟁의 형태를 정규군 간의 전투로 규정해왔던 오랜 질서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베스트팔렌 체제의 해체, 즉 국가의 폭력독점이 해체된다는 점에서 전쟁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군사제도적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대행기업의 등장은 국가의 몰락을 의미하는가?

이런 변화를 두고 몇몇 연구자들은 국가의 무능과 군사대행기업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군사안보영역에서 점차 군사대행기업이 국가를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군사안보분야의 비용 증대에 따라 민간부분의 군사분야 진출이 늘어나고, 국가가 전장에서 한계를 보이는 등의 현상이 중세시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중세시대 용병과 같은 민간군사집단이 폭력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의 정치적 무질서와 용병을 활용한 전쟁의 경제적 효율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주장이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고 비판한다. 군수산업분야에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군사 분야의 기술적 진보는 여전히 국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군사기술의 교류와 기술이전의 권한 역시 모두 국가가 가지고 있다.
군사대행사업에서도 국가는 여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블랙워터와의 계약해지, 남아공의 군사대행기업 통제사례가 보여주듯, 국사대행기업이 군사작전의 실행주체가 되더라도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여부, 활용 영역, 활용 수준에 대한 결정권한은 여전히 국가의 고유 권한으로 남아있다. 군사대행기업 업무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국가의 몫인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질서에 반하는 군사대행기업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핵무기를 보유하려 시도하는 군사대행기업이 나타난다면? 결과는 하나뿐이다. 이들은 그날부터 전 세계 정규군 또는 다른 군사대행기업의 공격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군사대행기업이 지금과 같이 안정적인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잊어선 안 된다. 이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국가이며, 국가와 같은 안정적인 수입원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들 스스로 법인자본화하여 국가 제도 안에서 다른 자본들과 경쟁하고, 금융적 축적까지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밥줄을 스스로 파괴하려 들까? 합리적인 선택으로 주주들의 자산을 보호해야할 군사대행기업의 CEO가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없다. 종합해본다면 군사대행기업의 역할이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국가는 여전히 군사안보영역에 있어 결정권을 지닌 중요한 존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는가?

이어 저자는 중세나 베스트팔렌 이후의 시기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군사대행기업과 정규군의 적절한 혼합적인 운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병참과 같은 보조적 기능을 군사대행기업이 수행하고, 정규군은 전투병력 중심으로 정예화하며, 우수한 군사대행기업이 민간의 혁신 경영기법을 군에 도입하여 군 운영의 선진화를 이루는 모델을 갖추게 된다면 양자의 장점만을 살린 긍정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군사안보분야의 발전방향 속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용가능성을 전망하면서 군사제도 모델을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은 국제정치와 군사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쟁점을 제기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군사대행기업의 합리적인 활용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합리적 활용이 가능하더라도 정규군과 군사대행기업의 혼합적인 운용을 통한 이상적인 군사제도가 우리를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군사대행기업을 국가의 목적에 맞게 이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가능한가? 여전히 국가의 권한과 주도권이 군사대행기업에 대해 확고한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용병행위를 금지한 제네바협약 47조나, UN이 채택한 용병 금지 국제조약과 같이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에 대해서도 그 범위를 제한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국제적인 조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미국이 교전에 참여하는 군사대행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그 계약의 내용은 주로 ‘경호업무’이다. 하지만 게릴라전과 테러가 주된 저항방식인 비정규군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이 테러와 게릴라전의 대상에는 군사대행기업이 ‘경호’하는 것들이 포함되기때문에 언제든지 ‘교전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블랙워터의 만행에 대한 처벌이 포고령 17호를 근거로 계약해지에 그쳤다는 사실은 미국이 드러내 놓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처럼 당당하게 국제조약을 위반하지 않아도 여러가지 편법적 운용이 가능하다. 크로아티아 내전당시 크로아티아와 군사대행기업 MPRI의 계약내용은 나토식 군대운영에 대한 이론강연이었지만, MPRI는 군사훈련을 비롯한 특별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시에라리온, 앙골라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면계약을 통해 국제법상 금지되어있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적발되지만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게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은 전선유지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제네바협약 47조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이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보조업무로 제한하는 조약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안보에 비상이 걸린 국가들이 국제법 기준을 따져가며 활동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교전행위의 규제방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앞서 살펴봤듯 발칸반도에서의 경험은 갈등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군사대행기업의 사업이 분쟁 위험성과 파괴력을 더욱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제3세계의 악순환 역시 심각한 문제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제3세계에서 이들의 사업은 군사개입→내전→군사개입이라는 악순환을 강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사대행기업과 이들에게 돈을 제공하여 자원채굴권을 획득한 자본은 배를 불리지만 해당국가의 민중들은 더욱 궁핍해진다.
그리고 영국의 정치가, 석유재벌, 작가가 적도기니 망명정치인과 손잡고 군사대행기업 출신직원들을 고용하여 적도기니의 쿠데타을 기도한 사건, 그리고 리비아내전 당시 카다피의 용병들 중 군사대행기업 직원들이 있었다는 사실과 ‘Global CST’의 개입 의혹은 군사대행기업이 타국의 정치상황에 개입하고, 국가를 전복시키며, 나아가 혁명시기 민중을 통제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 무력집단의 존재는 세계를 더욱 혼란스럽고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나가며

세계 각지에서 군사대행기업이 활개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먼 존재이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군사대행기업의 활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동에 집중되었던 미국의 관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함과 동시에 군사대행기업들 역시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블렛케이, 시위진압을 주요 업무로 하는 컨택턱스를 비롯한 한국 군사대행기업의 시장규모도 점차 성장하는 추세다.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군사적 위험성이 심화되는 이 지역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이 전쟁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은 분명하다. 새로운 불안정요소에 대비하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의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군사대행기업자체가 워낙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싶었지만, 지면의 제약 상 몇 가지 사례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더 풍부한 사례를 접하고 싶다면 꼭 책을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또한 이라크전쟁에서 블랙워터가 벌인 참상과 비리를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제러미 스카힐의 『블랙워터』(삼인, 2011)를 추천한다. 이 외에도 군사대행기업의 폭발적인 성장배경이 된 비정규전이 과거의 전쟁과 달리 어떤 변화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메리켈도어의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그린비, 2010)를 참고할 수 있다.
이외 군사대행기업을 다룬 영화도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군사대행기업의 활동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켄로치 감독의 <루트아이리쉬>나 조슈아 세프텔 감독의 <전쟁주식회사> 그리고 시에라리온 내전의 실화를 각색하여 제3세계의 현실과 군사대행기업의 잔혹한 성격을 보여주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추천한다.
주제어
평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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