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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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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노조에 맞서는 금속 스타일을 만들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고공농성 투쟁의 의미와 과제

한지원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이 10월 21일부터 아산 공장 앞 굴다리 위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회의 요구는 회사와 창조컨설팅이 만들어 낸 어용노조(유성기업(주)노동조합)를 해체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9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와 이후 국정감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듯이, 유성기업은 작년부터 최근까지 금속노조를 약화시키고 어용노조를 다수노조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왔다.
창조컨설팅의 자료를 통해 드러난 유성기업의 어용노조 육성 전략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째 직장폐쇄를 통한 금속노조 조합원 이탈을 유도하고, 둘째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1년 7월을 기점으로 어용노조를 설립하며, 셋째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는 징계를 추진하고 어용노조에는 교섭 및 일상활동을 지원해 노조 간 경쟁에서 어용노조가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한 이후, 넷째 2012년 임단협에서 어용노조가 교섭대표가 될 수 있도록 사무관리직을 가입시켜 조합원 수를 늘린다는 것이다. 창조컨설팅이 자문하고 유성기업이 실행한 이 계획은 그대로 실행되어 현재 유성기업의 교섭대표권은 어용노조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창조의 공모자 고용노동부, 과연 어용노조에 손을 댈 수 있을까?

한편,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창조컨설팅이 자문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부당노동행위는 암세포와 같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용노동부가 해온 행태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고용노동부가 적절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업주를 실제 규제할 수 있는 처벌을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대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창조컨설팅이 자문한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와 공조였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그렇다.
특히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사측 부당노동행위의 결과물인 어용노조에 대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법 2조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는 단체다. 이에 따르면 회사가 금속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만든 단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다. 2011년 7월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를 접수한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설립부터 운영까지 회사가 주도한 단체로서 노동조합이 아니며, 응당 고용노동부는 설립신고를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고용노동부의 발언에는 부당노동행위에만 초점이 가 있을 뿐, 그 결과물인 어용노조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없다.
어용노조를 내버려 둔 채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만 소극적인 처벌을 내린다면 사용자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왜냐면 부당노동행위 최고 벌금이 2천만 원이니 최대 2천만 원으로 어용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도 있으나,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주는 지난 10년간 악덕임금체불 건을 제외하면 연평균 2명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로서는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민주노조를 약화시키는 일이 해볼 만한 비지니스가 되는 셈이다. 창조컨설팅의 자문 내역도 사실 이러한 법적 허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또한 창조컨설팅이 문을 닫아도 노조법의 허점을 이용한 민주노조 파괴 컨설팅이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어용노조 효과, 사용자 입장에서는 법적 처벌을 받아도 남는 장사

사용자들이 약간의 돈을 들여서라도, 심지어 법적 처벌을 받더라도 어용노조를 만들고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장에서 민주노조의 통제력과 임단협 교섭력이 약화되면 그만큼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남겨준다. 아래는 어용노조가 들어선 이후 유성기업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1] 2012년 상반기 유성기업 주요 지표

어용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가져간 올해, 상반기 회사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로 올랐지만 정작 생산직의 임금은 오히려 작년보다도 하락했다. 심지어 관리직 임금 총액은 7%가 올랐는데, 생산직만 하락했다. 자, 보라. 기업노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만큼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다.
이는 다른 어용노조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신브레이크, 발레오전장, 대림자동차의 사례를 보자. 이들 세 사업장은 모두 2010년 초에 회사가 지원하는 어용노조가 민주노조를 밀어낸 사례다.
먼저 이들 사업장들은 모두 어용노조 출범을 전후해서 종사자 수가 감소했다. 2010년 말에 상신브레이크는 1%, 대림자동차는 39%, 발레오전장은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 고용이 4.4%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들의 고용 감소는 상대적으로 매우 큰 규모다. 어용노조가 금속노조를 탈퇴하며 내세운 첫 번째가 고용안정이었지만 이들 사업장에서 고용불안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그나마 해고를 면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나아졌을까? 물론 아니다. 총액으로 계산하는 임금 수준은 정체되거나 후퇴했고, 더욱 큰 문제는 노동강도 대비 임금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더욱 크게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통상 경영진들은 임금 수준을 총액 임금으로만 계산하지만 노동 지출에 대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이 마모되는 정도(노동강도)에 따른 임금이 중요하다. 자본의 회계지표에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간접적으로 생산량에 비례하는 매출액(대부분 납품단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비 임금 비중으로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상신브레이크는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이 3% 하락했고, 대림자동차와 발레오전장은 각각 6% 하락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매출액 대비 임금은 평균 0.9% 하락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들이 새로운 설비 개선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니 임금에 비해 노동강도가 업계 평균보다 더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민주노조의 어용노조 대처법

민주노조의 어용노조에 대한 최선의 해법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용노조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제도의 힘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기초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떤 제도도 노동자 스스로의 강한 의지가 없다면 자주적이고 민주적이며, 연대를 지향하는 노동조합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물론 지금과 같은 친사용자적 노동법은 큰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부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까지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 개입을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줄여주는 것 까지만 역할할 뿐이다. 어용과 민주가 다른 근본적 이유는 민주노조 스스로가 만들 수밖에 없다.
현재 유성기업에서는 조금씩이나마 어용노조에 가입되어 있었던 조합원들이 다시 금속노조로 재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유성기업 아산, 영동 지회는 현장에서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고, 어용노조 집행부의 실체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사측의 강압 속에 어용노조로 끌려간 노동자들도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사측과 창조의 끔찍한 노조 파괴 공작에 치를 떨고 있으며 꽤 많은 숫자가 금속노조로 재가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금속노조가 이 투쟁에 좀 더 힘을 보태 어용노조를 박멸하는 ‘금속노조 스타일’을 유성기업에서부터 시도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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