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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가을.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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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남긴 교훈

김동근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지 6개월이 지났다. 6월 11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경상남도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한 데 이어 7월 1일 공포되었고, 홍준표 도지사는 빠른 시일 내에 청산절차를 마무리짓고 진주의료원 건물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7월 13일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개월 이내에 진주의료원의 조속한 재개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였지만 한 달이 넘도록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여론조사에서 경상남도 도민과 국민의 다수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원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역시 진주의료원 폐업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사회운동의 제 단위들과 보건의료지역단체들까지도 진주의료원 폐업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몇 달간 한국에는 홍준표 도지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된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거치면서 공공의료를 둘러싼 수많은 쟁점들이 표면화되었다. 지방의료원 운영의 ‘비효율’은 실재하는 것인지, 지방의료원 운영의 비민주성이 어떠한 문제를 발생시켰는지,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폐업을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지방의료원 적자는 왜 발생하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등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공방에서 드러난 쟁점들은 결국 한국에서 공공의료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이후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달여에 걸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이는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대답하지 못한다면 (진주의료원을 제외하고) 남은 33개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들은 계속 존립의 위협을 느끼면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쟁점들

진주의료원의 재정적자, 어떻게 볼 것인가
2월 26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하면서 ‘진주의료원은 매년 40~60억 원의 손실로 현재 3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3~5년 안에 파산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바로 ‘경영 위기’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결론적으로 경상남도가 주장했던 진주의료원 경영 위기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2011년 말 진주의료원의 부채비율은 63.9%로 300억 원의 부채는 진주의료원의 자산 규모를 감안했을 때 과도한 규모가 아니었다. 매년 발생하는 40~60억 원의 적자 역시 감가상각비와 퇴직급여충당금증가분 등 장부상 기록되는 손실액수를 제외하고 보면 실제 발생하는 현금 손실은 연 1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상남도는 이어서 ‘진주의료원에 더 이상 도민의 혈세를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지원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진주의료원에 대한 경상남도의 지원금은 연 10억 원 수준으로 이를 병상당 지원금으로 환산해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23번째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남도가 수익형민자사업(BTO) 방식으로 마창대교, 거가대교 등을 건설하면서 민간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익(MRG)으로 보장해주는 금액이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상남도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진주의료원 경영 악화는 왜 발생했는가
폐업이 발표된 시점에 진주의료원은 폐업이 불가피할 정도의 경영 위기에 빠졌던 것은 아니지만, 경영이 악화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진주의료원의 당기순익 현황을 보면 연 10억 원 정도의 손실을 기록하다 2009년부터 42억 원, 28억 원, 6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 역시 2008년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었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을 경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82.8%로 타 병원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이 경영 악화의 가장 핵심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의료원 경영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차수당 반납, 무급 토요일 근무, 경영진단 등을 제안하였으나 노동조합이 모두 거부했으며 경상남도에서 실시한 종합감사 처분을 일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공격했다. 그러나 경상남도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은 6년째 임금을 동결해 왔으며 7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노동조합은 무급 토요일 근무라는 근로기준법에도 미달하는 조항에 합의하여 2013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82.8%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는 경영 악화의 결과로 드러난 현상일 뿐 그것이 곧바로 인건비가 과도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주의료원 경영 악화의 가장 핵심적 원인은 2008년 이루어진 확장이전이다. 원래 진주의료원은 진주시 중안동에 위치한 200병상 규모의 병원이었으나 2008년 2월 400병상 규모(실제 운영은 300병상 규모)로 확장이전했다. 병원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인건비, 감가상각비, 외주용역비 등 고정비용이 대폭 상승했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외곽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접근성이 떨어져서 의료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전 이후 고정비용은 2배 가량 상승했지만 의료수익은 1.5배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그림1] 진주의료원의 의료수입과 고정비용 변화

결론적으로 진주의료원의 이전은 진주시와 경상남도, 그 중에서도 최종 결정권자인 경상남도의 책임이 가장 크다. 실제 진주시의회 회의록을 통해 진주의료원 이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면밀한 입지 선정 과정이 부재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보건복지부가 사업타당성 조사를 요구했음에도 경상남도가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권한인가
홍준표 도지사는 지방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면서 지방의료원의 존폐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 정관에 따르면 도 조례 개정으로 해산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방의료원의 폐업과 관련한 별도의 법적 제한 조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방의료원의 설립과 운영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 해당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의 설립 권한을 가지도록 되어 있고 해산과 관련한 사항은 해당 지방의료원의 정관에 따르도록 되어 있어 중앙정부의 권한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시설을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의료원 운영 및 폐업에 관한 권한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어서 부처에서 적극 관여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진주의료원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방의료원에 대규모 국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료원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인 폐업해산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명백히 법제도의 미비다. 진주의료원의 경우에도 2000년대 들어 국고 300억 원이 지원되었으며 이는 같은 기간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에 지원한 금액을 상회한다. 사상 초유의 지방의료원 폐업 시도가 발생함에 따라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지방의료원을 폐업하려는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해산하는 경우 남은 재산 중 국고보조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국고로 귀속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늦어짐에 따라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서는 적용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진주의료원 폐업을 철회하려고 노력했음에도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 휴업폐업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이 규정된 <의료법>에 의료기관의 폐업과 관련한 보건복지부의 권한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59조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기관 개설자의 휴업폐업을 막고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었다.

제59조(지도와 명령)
①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개정 2008.2.29, 2010.1.18>
②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③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발표된 후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3월에 이러한 점이 지적되었지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별다른 이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나아가서 박근혜 정부가 정말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을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고, 사태가 발생한지 50일이 지나서야 ‘경남도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아무 의미 없는 발언만을 했을 뿐이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공공보건의료’에 남긴 쟁점

진주의료원 폐업의 정치적 지형
홍준표 도지사의 ‘막대한 혈세’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진주의료원 사태에서는 공적 자금 지원 문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공공기관 민영화, 구조조정 시도에서 공적 자금 지원을 매개로 한 공격이 정부와 자본, 보수언론의 주요 전략이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 번째는 이번 사태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대립구도라는 특이한 형태로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진주의료원에 대한 경상남도의 지원이 연 10억 원 정도에 불과하며, 시설 확충 과정에서 차입한 지역개발기금에 대해 경상남도가 책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사실 진주의료원에 대한 공적 지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2008년 확장이전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300억 원, 경상남도의 지원이 22억 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준표 도지사의 독단적 폐업 추진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됨에 따라 중앙정부는 소극적이나마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공적 지원이 필요없다거나 과다했다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원인은 진주의료원이 담당하는 저소득층 환자 진료 기능이 부각되면서 ‘착한 적자’ 담론이 널리 제기되었던 것이다. 진주의료원 적자에는 입원수익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입원 환자의 상당수가 저소득층, 장기입원 환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경상남도가 무리하게 환자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아주지 않아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착한 적자’ 담론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그 결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구분하여 착한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사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되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짐에 따라 발생한 특수한 상황에 가깝다. 이제까지 정부가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대해 취해왔던 태도는 사실 홍준표 도지사의 입장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강화하거나 공적 지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매년 나오고 있으며, 지방의료원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방의료원도 일반병실을 줄이며 상급병실을 늘리고 의사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업화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는 지방의료원의 존재 목적에 반하는 경향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의 기묘한 결합: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
공공병원의 수익성을 높일 것을 요구해왔던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과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공공의료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논의 사이에서 도출된 나름의 절충이 ‘건강한 적자’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지방의료원 육성 등 공공의료 정상화 방안으로 ‘지방의료원의 적자에 대해서는 공익적 역할 수행에 따른 불가피한 적자인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구분하여, ‘건강한 적자’는 공익성을 고려하여 인정하고 ‘불건강한 적자’는 경영개선 및 의료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감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역할을 특정한 기능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공공병원에 대한 수익성 압박이 여전히 강제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공공병원의 경영 수지를 놓고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 기관 안에 있는 요소와 기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공적 기능과 그 외의 기능을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일반 환자를 보는 의사와 의료급여 환자를 보는 의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환자수가 적더라도 각 지역의 조건에 따라 필수적인 기능(예를 들어 분만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로 나누어 계측하기도 힘들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장애인 전용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2년 진료 환자수는 460명이었다. 치과의사 포함 3명의 의료진이 하루 1~2명의 환자를 치료한 셈인데,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진주의료원이 장애인 전용 치과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적자 중 어디까지가 ‘건강한 적자’이고 어디까지가 ‘불건강한 적자’인가.
또 다른 예를 보자. ‘지방의료원의 소재지역 특성에 따른 소득계층별 입원환자 구성비’를 보면, 의료기관이 충분한 지역의 지방의료원에는 의료급여환자를 포함한 저소득층이 많이 입원했고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전 계층이 골고루 입원했음을 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안전망 역할을 했고, 후자의 경우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중심적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각각의 공익적 역할 수행 정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단순히 의료급여 환자를 많이 진료했다고 해서 공익적 기능을 더 많이 했다고 평가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림2] 지방의료원의 소재지역 특성에 따른 소득계층별 입원환자 구성비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보건복지부에게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건강한 적자’로 구분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사스나 신종플루 등 재난적 전염병 관리와 같이 민간의료기관이 책임지지 않는 영역,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진료를 적게 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 등이다. 결과적으로 파편적으로 규정되는 공익적 의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불건강한 적자’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공병원의 ‘착한 적자’ 담론이 역설적으로 공공병원의 수익성 강화 압박을 더욱 공식화노골화 시킬 것이 우려된다.
결론적으로 공공병원에 대한 현재의 평가 기준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의 구분은 공공병원의 수익성 평가 방식의 세련된 판본과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병원에 대한 평가 기준은 공공의료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논의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후술한다.

진주의료원 투쟁이 남긴 후과: ‘불건강한 적자’의 함의
경영 위기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높은 인건비 비율에 대한 강조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었다.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 원인이 노동조합의 이기주의와 ‘밥그릇 챙기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홍준표 도지사는 ‘하루 외래 환자 200명인 병원에 직원이 240명이나 되어 환자보다 직원이 많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진주의료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높아진 것은, 2008년 의료원 이전 과정에서 병원 규모에 비례해 인력이 늘어난 반면 의료수익은 예상했던 것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진주의료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2006년에는 63.2%로 지방의료원 평균보다 낮았다. 결국 문제의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 예측에 실패한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 외곽지역으로 입지를 선정한 경상남도에 있다.
사실 공공병원의 인력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원 규모(병상수)에 걸맞은 의료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이다. 진주의료원의 간호인력은 법정 정원 대비 75%에 불과하며 간호등급으로는 5등급이었다. 수익과 비교하지 않고 실제 필요한 인력과 비교했을 때 진주의료원의 의료인력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진주의료원 투쟁 과정에서 보건의료노동조합은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4월 16일 진주의료원 노동자 65명의 자발적 퇴직을 발표한 것이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은 보도자료에서 ‘명예퇴직조기퇴직을 신청한 65명의 인건비 총액은 20억 2845만 원에 이른다. 이들의 희생과 양보로 진주의료원은 인건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고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 2012년말 210명이던 직원수는 128명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진주의료원 총 인건비(급여 및 퇴직금까지 포함)는 75억 2300만 원에서 41억 6000만 원으로 줄어들어 무려 44.7%(33억 6300만 원)의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주장하면서 진주의료원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는 진주의료원이 규모에 맞는 적정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스스로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진주의료원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입장이었다.
두 번째는 5월 14일 발표한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시뮬레이션)이었다. 정상화 방안은 종사 노동자 규모를 90명(37%) 줄이고, 입원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외래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의료사업을 축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를 통해 진주의료원이 연간 2억 원 가량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4월 16일의 구조조정 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홍준표 도지사가 주장했던 지방의료원에 대한 수익성 논리에 조응하는 것이었다. 경상남도에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및 정상화를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방안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수익성이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공의료기관의 운영에 대한 원칙과 공공의료 강화 입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지방의료원에서의 구조조정 내지 노동권의 후퇴를 정당화해줄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과를 남긴 전략이었다.
앞으로 지방의료원의 운영에 있어서 인건비 혹은 인력 문제는 지속적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경과하면서 (핵심적인 쟁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문제와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등은 ‘불건강한 적자’의 대표적 사례로 여러 차례 거론되었으며, 이번 국정조사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방의료원에 성과보상체계, 총액인건비제,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지방의료원 노동자들이 감내하고 있는 고질적인 임금체불 문제,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위법적으로 강제되는 토요 무급근무 등은 거의 이슈가 되지 못했다.

공공의료는 무엇이었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2012년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인용했다. ‘민간의료기관에서도 공공보건의료 역할을 할 수 있는 등 공공의료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더라도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공공의료기관만으로는 필요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홍준표 도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3년 2월 2일 시행되었는데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은 2월 26일에 발표되었으므로 실제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의 폐지에 따른 공백을 민간의료기관이 어떻게 채우게 할 것이냐에 대한 대안은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홍준표 도지사의 주장은 완전한 억지다.
한편,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공공의료의 핵심 임무와 목표를 양질의 적정 진료 수행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민간의료기관의 불합리한 진료 또는 과잉진료와 같은 관행들을 견제하고 전체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체계를 선도해야 한다는 견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공공의료기관의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여 지방의료원에 전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한편, 적정진료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민간의료기관이 하지 않는 잔여적 역할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응급, 감염병, 호스피스, 재활 등 수익이 나지 않아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는 분야와 취약계층 진료로 공공병원의 역할을 한정하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료원이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한정된 분야에 국한하는 방향으로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며 동시에 현재의 200~300병상 수준보다 규모를 더 축소할 것을 방향으로 제시한다.
두 가지 역할 모두 공공의료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공익적 기능이므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공공의료의 핵심적 역할을 무엇으로 규정하는지는 한국 보건의료체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문제다. 공공의료를 민간의료기관의 잔여적 역할로 규정하게 될 경우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의 왜곡된 의료서비스 공급 행태를 바로잡을 중요한 정책적 수단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행위별수가제와 광범위한 비급여 진료가 존재하는 현재의 건강보험제도가 의료기관의 서비스 제공 행태를 규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이 표준적 진료를 제공하면서 전체 보건의료서비스의 양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의료비를 줄이고 의료기관의 과잉 경쟁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가진다.
이제 다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로 돌아가보자. 제2조는 공공보건의료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개정 전 법률이 공공보건의료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였던 것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개정된 법률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개정 전후를 막론하고 법률에 공공보건의료의 구체적 개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2조의 규정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모든 의료행위를 공공보건의료로 해석할 수도 있는 포괄적인 정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의는 앞에서 설명한 공공의료의 첫 번째 역할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다. 제2조는 이어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⑴보건의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지역 및 분야에 대한 의료 공급에 관한 사업, ⑵보건의료 보장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의료 공급에 관한 사업, ⑶발생 규모, 전파 속도, 심각성 등을 고려할 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필요한 질병의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한 사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하지 않는 대표적 분야를 명기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공공의료의 잔여적 역할을 의미할 뿐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경과하면서 벌어진 논쟁에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까지 일련의 흐름에서 확인된 것은 우리 사회에 공공보건의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합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제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의 핵심적 역할은 ‘양질의 적정의료를 제공하면서 민간의료기관을 선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보건의료운동의 과제

현재까지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공공의료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보건의료운동진영은 공공의료에 대한 적대적 공격을 시도하는 세력에 맞서 진주의료원을 지켜내지 못했다. 보건의료운동진영은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는 한편 공공의료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10여년 동안 보건의료운동진영이 주장해왔던 ‘공공의료 강화’라는 과제는 그 무게감에 비해 구체적현실적이지 못했고, 폭넓은 지지와 광범위한 실천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공공병원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펼쳐진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차분하면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풍부한 논의와 실천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래에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지방의료원을 포함하여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공병원은 공익적 기능을 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지방의료원의 적자가 잘못된 운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논의되었다. 그 결과로 지방의료원의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구분하여 ‘건강한 적자’은 공적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는 기존의 평가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전히 수익성 기준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공공의료기관의 운영은 수익성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하고 있는지,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더불어 각 지역의 의료자원 분포나 인구학적 조건 등에 따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앞서 살펴봤다시피 지방의료원들도 각각의 조건에 따라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매년 해당 지역의 상황에 맞게 ‘공공보건의료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수립 과정에서 해당 지방의료원 운영의 목표와 방향이 풍부히 논의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공공보건의료의 개념과 목표가 명확히 규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목표와 발전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며, 공공의료 확충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격화되는 의료시장의 경쟁구조 속에서 공공의료기관 역시 갈수록 민간의료기관의 운영 논리에 매몰되어가고 있으며 이는 공공의료기관의 존재 의의를 희석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공공의료 확충’만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열어젖힌 논의의 장을 잘 활용하여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전술하였다시피,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장의 상업화를 제어하고 보건의료공급체계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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