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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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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함을 조직하고, 동요함을 공격하라!-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에 대하여 -

이상훈 | 정책기획부장
<b>노동자들의 외침, "김대중 정권퇴진"</b>

누/구/라/도 최근의 대우차 투쟁과 한통계약직 노조를 필두로 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한번이라도 접하였다면 그(녀)는 격동하는 가슴을 억누를 길 없었을 것이다. 젖먹이 아이가 연행당하고, 지하철 플랫폼 아래로 시위대를 밀어내는 살인적인 공권력의 폭력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비극적이고 반민주적인 지난 역사의 한 장면들을 떠올렸으리라.
역사의 뒤안길로 이제는 묻힌 줄만 알았던 국가공권력의 핏빛 폭력은 그렇게 평온하기만 했던 출퇴근길 밖, 거리의 무덤에서 부활해 기어나왔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의 도움 없이도, 노동자들은 이 나라 경제가 파탄났으며, 사주와 정권이 한통속이 되어, 거리로 내몰린 자신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의 폭력을 동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역과 업종을 넘어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외침은 "김대중 정권 퇴진"이라는 외침으로 모아져가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올해 투쟁의 중심슬로건으로서 정권퇴진을 결의하였으며, 지난 3월14일에 출범한 전국민중연대(준) 역시, 갖은 논란 끝에 3·31 전국민중대회의 대회명칭에 정권퇴진을 삽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지난 IMF사태 이후 4년여간 계속되어 온 반신자유주의/반김대중 투쟁은 정권퇴진투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세는 투쟁하는 노동자민중 대오의 헌신적 노력으로 말미암아 한편으로는 반신자유주의/ 반김대중 투쟁이라는 단일한 정치적 방향각을 공고히 한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전선의 일진전을 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강화를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 줄 것도 받아낼 것도 없이 파탄나고만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더욱 냉철한 비판과 더불어, 노동자민중의 가슴 절절한 요구인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우리내부의 좌우익기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요청하는 바이다.


<b>정권 퇴진투쟁, '선언'인가 '행동'인가</b>

민주노총은 3월6일 1차 중앙위원회와 뒤이은 2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올해 중심슬로건으로서 정권퇴진을 결의하였고, 3월말 집중상경투쟁과 5월말 '총력투쟁', 12월 총파업투쟁으로 이를 실천해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런데 이같은 민주노총의 결의가 나온 직후 한가지 해프닝이 발생하였다. 5월말 '총력투쟁'계획에 대하여 지난 3월18일자 일간지들이 일제히 '민주노총 총파업 자제, 노사관계 안정 청신호'라는 보도를 낸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체 투쟁의 기조와 흐름이 그렇지 않은데, '총파업'과 '총력투쟁'의 용어 문제를 실제 내용의 변화로 확대해석해 내용 자체를 왜곡하는 식으로 어긋난 보도가 나오게 된 점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해명성 성명을 발표하였다.

민주노총의 해명의 골자는 지난 2~3년간 5월경에 벌어졌던 총파업투쟁이 실은 단위사업장의 임단협과 연계한 '시기집중 연대파업'이였지, 총파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민주노총의 계획은 단지 이같은 현실을 왜곡없이 표현하고, 하반기에 실제적인 총파업투쟁을 벌인다는 계획과 결의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는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탄압국면 하에서 민주노총의 결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 일간지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악의적인 추측보도를 할 수 있었던 연원에는, 지난 수년간 민주노총이 남발했던 총파업 결의와 남발된 총파업만큼 총파업 철회를 반복해왔다는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이런 배경에서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선언은 강력한 총파업을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마치 과거의 총파업 선언과 같은 정치적 수사로 인식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민주노총 2차중앙위의 5월 '총력투쟁'-12월 총파업 결정이 가지는 자체적인 불명료함, 그리고 정권퇴진결의와 불균형은 1998년 이후 강화되어온 자본의 공세 속에서 각 단위사업장별 임단투 시기집중도가 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 그 현실적인 배경을 이루고 있다. 형식적으로 민주노총은 소속단위사업장들과 연맹들의 최상급 단위인 내셔널센터(전국적 지도단위)이지만, 아직까지 민주노총은 대단위 사업장과 거대연맹에 대한 전국적 지도력을 충분히 세우고 있지 못한 현실이 작용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5월 투쟁은 민주노총 차원의 정권퇴진 결의에도 불구하고, 임단투 시기집중 연대파업 수준에서 결정된 것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의 이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산별 건설을 생각하는 이유 역시 이와 유사할지 모른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대단위사업장과 거대연맹들이 민주노총에 비해 하부현장에 대한 현격히 강한 장악력을 지니고 있냐 하는 것이고, 그 역시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이같은 문제만 아니라면 산별은 만병통치약일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차원의 전국적 지도력을 수립해가는 일이며, 이는 조직 형식적 대안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 원칙적 방도임과 동시에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력 누수와 현장동력의 상실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왔고, 결정적 순간에 투쟁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정권퇴진 투쟁이라는 수준의 결의를 내왔음에도 불구하고, 당면투쟁 속에서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관철되지 못하고 이 투쟁들을 엮어내지 못한다면, 지도력 회복의 길은 요원한 문제로 남게될 것이다. 민주노총 차원의 전국적 단결력과 투쟁성을 확립해가는 핵심적 방책은 이러저러한 조직 형식적 대안에 앞서, 현장투쟁에 대한 실천적 조직화와 내부논쟁지형의 혁신을 통해서만 생성될 수 있다. 지난 선거시기 출마한 민주노총의 세 선본은 어느 선본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두 이구동성으로 '총파업'을 공약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민주노총내 좌우파를 막론한 모든 세력이 현 정세에 대한 단호한 입장에 합의했다는 좋은 측면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어느 누구도 조합원대중에 대한 안정적인 헤게모니를 확보하고있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세인식과 투쟁방향에 관한 논쟁을 봉합하고,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직면한 내외적 엄혹함을 회피하려는 좌우익기회주의의 동시적 발호라고 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거짓주장을 내뱉었고, 그로 인해 선거시기에는 총파업이 그리고 현재는 정권퇴진 슬로건이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민주노총의 결의를 더욱더 추상적인 공문구 속에 가두고, 구체적 투쟁방침의 실천과 전진을 가로막는 것이다. '정권퇴진'이라는 최고수준의 정치투쟁은 그에 상응하는 추상성을 가지는 바, 정권퇴진을 실제화하기 위한 구체적 투쟁계획과 책임 및 명확한 정세인식과 관련한 논쟁·갈등을 봉합해내는 효과 또한 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가깝게는 IMF초기 이른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한 세력들이 정치투쟁을 빙자하여 단위사업장의 정리해고투쟁을 사회개혁투쟁으로 대체하려했던 맥락에 닿아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결의와 심각한 내외적 위기의식 속에서 정권퇴진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부평으로 향하는 전국적 연대투쟁의 기운과 결의 또한 전에 없이 뜨겁다. 그러나, 그 속내를 까고 보면 여전히 그 과정에서 선거후유증의 여파로 볼 수 있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업장에서 연대투쟁의 폭은 격앙되어있는 분위기에 비해, 어찌보면 소극적이다 싶을 정도로 확장되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정권 퇴진투쟁이 가야 할 길은 앞길을 막아서고 있는 저 많은 산들을 넘고 서야 할 길이다.


<b>반미·통일운동을 지배하는 정권에 대한 입장</b>

한편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결의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현재 운동진영을 지배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정세인식이 있는 바, 이는 현재의 김대중 정권퇴진 구호에 대해 모호한 태도와 구구한 근거를 대면서, 실제로는 이를 거부하는 태도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편향을 일부 반미·통일운동 진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하에서 각계 민중들의 생존권의 위기상황에 맞선 투쟁의 절박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인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권과 '전략적 교집합'이 있으며, 이를 가로막는 미국과 국내수구세력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침략이 노골화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적 요구투쟁은 전략적 수위의 투쟁인 반미반제투쟁의 차원으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대통령 자신이 거듭 강조하듯,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하에서 그리고 미국과의 상시적인 정책공조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 왜 눈을 감는가라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일관성이 있으려면 반미·통일투쟁이 미국과도 '전략적 교집합'이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의문은 그들이 더 높은 '전략적' 수위의 투쟁인 반미반제투쟁을 역설하면서, 그것이 김대중 정권에 대한 투쟁을 실제로 우회하면서 실현가능하다는 발상이다. 이는 '정권퇴진보다 어려운 총파업'과 상반되게도, '정권퇴진보다 쉬운 반미반제투쟁'이라는 역설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그 나름의 (가능성의) 정세인식에 기반한 투쟁과 그 계획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민중 스스로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 막 집결하기 시작한 상설투쟁체가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효과만을 낳을 뿐이다. 3월 31일 민중대회를 준비하는 전국민중연대(준)의 회의과정에서 이들의 정세인식의 편향은 그대로 반영되었다. 비록 '민생파탄 개혁실종 김대중 정권퇴진'이 작은 구호로 들어가는 데까지 합의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세인식의 차이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주어진 정세를 인식하는데 있어, 우리는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잊지말아야 한다. 김대중 정권의 상대적 진보성이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겨줄지도 모른다는 그 실낱같은 '가능성'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의 현실로부터 투쟁은 개시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주관적인 정세인식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의 실행자이자 미국의 대북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대중적 공분을 희석시키고, 민중진영의 단결과 투쟁을 김대중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짓밟히도록 방치하는 행위가 될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미국 제국주의와 그 냉전적 잔재들에 대한 타도-청산의 과제는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자축이 아니라, 오히려 김대중 정권퇴진 투쟁과 긴밀히 결합되어 나갈 때, 오직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b>김대중 정권 퇴진투쟁, '선언'을 넘어</b>

고전적 의미에서 경제적 토대와 영향을 가리키는 재생산구조의 위기-동향만을 놓고 본다면,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 가로놓인 현 시기는 마땅히 '혁명적 시기'이다. 120조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투입과 이에 불구한 금융시스템의 부실화, 대우차 사태, 300만에 육박하는 실업노동자와 6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 수입개방에 따른 농촌경제의 파탄은 이미 한계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여기에 미·일 경제위기 상황까지 보태어 본다면 이것은 단지 징후를 넘어서 어떤 파국적 종말로 치달아가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더욱이 정리해고와 노동기본권 및 사유화-해외매각, 시장개방-투자협정, 국가보안법 등 분명한 쟁점들이 주어져있으며, 지배계급의 결속정도와 정치·경제적 대중통제력 또한 현저히 약화/분열되어 있다.

특히 IMF위기관리-극복을 자임하며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1, 2차에 걸친 구조조정 정책의 실패와 위기의 만성화로 인해 상당한 정도의 정치적 위기에 몰려 상황통제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의료보험의 재정파탄으로 인한 기만적 의료개혁의 실상이 여실히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민중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결국, 지난해 롯데호텔파업 폭력진압에서 올해 대우차 부평공장 침탈로 이어진 정권의 폭력적 만행 역시 정권의 강함보다는 흔들리고 있는 지배계급내부의 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현 정세를 살펴본다면, 날로 심화-만성화되고있는 경제위기의 해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계급대립의 폭과 수위가 매우 크게 열려있는 상황일 뿐, 경제위기심화라는 상황만으로 계급대중운동의 역동성이 주어진 대립 폭과 수위에 걸맞은 실제적 흐름을 창출하고 있지 못하다.

비록 곳곳에서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에 따른 수많은 문제들이 터지고 있지만, 노동자민중의 저항은 '충분히' 조직되지 못하고 산개해 있다. 이는 '구체적 상황에 따른 총체적 사회관계'로서의 정세가 단순한 '상황들의 총합'이 아니며, 운동주체의 임무와 과제를 내오기 위한 '정세분석'은 '상황서술'로 대체될 수 없는 주체적 작업임을 뜻한다. 경제토대 동향이 비록 궁극적인 정세규정의 의미를 지니더라도, 직접적으로 해당정세를 규정하는 것은 계급간 충돌의 구체적 양상과 배치에 따른 역관계이다. 그러므로 현 시기를 혁명적 정세인가 아닌가로 구분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같은 시기구분에 입각해서는 정권퇴진 슬로건의 적합성은 물론, 그 슬로건이 해당시기 전술적 목표를 실현해내기 위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어떠한 근거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지난 3년간 계속된 노동자투쟁과 현 대우차, 비정규직 투쟁을 경과하며 체득한 몇몇 소중한 성과로부터 반전의 실마리들을 찾아볼 수 있다.

현 시기 노동자민중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이 반민중적이라는 즉자적인 인식을 넘어, 현재의 재생산구조 하에서는 어떠한 대안적 개혁정책도, 일정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조치들도 무력하며 오로지 희망이 있다면, 정권과 자본에 대한 정치적 투쟁을 통해 체제적 위기를 현실화-가속화 시켜가는 길뿐이라는 노동자 스스로의 각성과 교훈이다. 수구냉전 보수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하고있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반대를 중심으로 전선을 사고하는 것은, 보수세력과의 연합공격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전선은 개혁과 반개혁의 구도로 이루어진 위기관리체제를 저지-파탄내기 위해서 보수적 반개혁세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들과의 대치전선이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IMF사태로 온 민중이 알게된 현 체제의 모순과 위기는 근본적으로 관리되거나 극복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이 가지는 문제점의 핵심은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다는 환상과 파국적 붕괴를 막기 위한 위기지연-심화정책을 철저히 민중의 부담으로 치르는 반민중성에 있다. 지난 3년여간의 반신자유주의-반김대중 투쟁의 무엇보다도 소중한 성과는 이같은 진실이 하나의 실천적 교훈으로 축적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b>정권퇴진 투쟁이 현실화되기 위하여</b>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스스로도 자신의 무능과 전망부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김대중 정권을 퇴진시켜내려는 퇴진슬로건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의 중단과 체제적 위기를 가속화 시켜내야 하는 전술적 목표를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한다. '주어진 역관계'상 피지배계급이 마땅히 지배계급을 압도할 수 있는 명명백백하고 자명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헛된 꿈이다. 말로는 퇴진투쟁을 말하면서 그 높은 결의와 추상성에 기생하는 좌익기회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주체역량의 미비나 이러저러한 상황을 들어 지금 당장 김대중 정권을 실제 타도할 수 없기 때문에 퇴진슬로건을 내걸 수는 없다는 우익기회주의자들 역시 그 헛된 꿈의 공유자들이다. 우리가 직면해있는 갖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망상을 깨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의 김대중 정권퇴진 투쟁은 지지-엄호되어야하며, 이는 반드시 전민중적인 퇴진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현 시기 제기되는 정권퇴진 투쟁을 총체적 체제위기에 대한 분명한 전술적 목표실현을 위해 배치되는 투쟁방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2002년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권력재편기 국면'으로 손쉽게 사고하는 정세인식하에서 배치된 정권'교체' 투쟁 혹은 대정부 압박용 사업수준에서 사고하는 것이라면, 5월 총력투쟁도 12월 총파업도 가능할 수 없다.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단호한 정치적 방향각으로서의 정권퇴진투쟁의 위상을 분명히 한 가운데, 정권퇴진 투쟁에 걸맞은 정치적 조직적 계획마련에 기반한 실제 동력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성과를 이어서 현재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생명보험 3사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공공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사회보험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투쟁이 다시 고립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권퇴진 투쟁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임단투가 단순히 시기를 집중하는 문제로 국한되어선 안되며 그 쟁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경총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산별교섭의 거부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임단투는 전국적인 수준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될 수 있고 또한 총파업으로의 전국적 투쟁 동력들을 모으고 집중할 수 있는 유력한 매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핵심과제들에 대한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과 실천들을 조직함으로써 이들 투쟁들이 명실상부한 정권퇴진투쟁의 실제 동력으로 전화될 수 있을 때, 선언으로서의 퇴진투쟁은 그 실체를 가지면서 본연의 정치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b>위기에 대한 유일한 민중적 대안</b>

민주노총이 상정하고 있는 5월 총력투쟁은 그것을 '시기집중 연대파업'이라 부르건 '총력투쟁'이라 부르건 상관없이, 퇴진투쟁에 대한 당위적인 선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만의 총력투쟁이 아니라 전민중적인 정권퇴진 총력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즉,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제 부문의 투쟁동력을 살려나갈 때 정권퇴진 투쟁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칼날이 휘몰아치고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수입개방과 농가부채로 고통받는 농민,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조건에서 전세값마저 폭등하여 더 힘들어진 삶을 살아야 하는 도시서민과 등록금과 교육비 인상은 물론, 의료보험 재정파탄으로 우리 민중들의 정권에 대한 공분은 나날이 높아만 가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조직하고 정권퇴진-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 단일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총파업의 성사여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선봉에 선 투쟁으로 전화할 때만이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투쟁도 그 본래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난 1996-1997 날치기노동법 범대위로부터 시작된 전국적 노농빈학 연대의 단초가 상설적 공동투쟁체 건설을 준비하는 전국민중연대(준)로까지 발전해왔다는 점은 기층대중운동의 성과로서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야 할 과제인 것이다. 물론 현재수준에서 민중연대(준)는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연대체이며, 수많은 내적 한계들로 다소 위태로운 상층 중심의 타협을 이루고 있는 형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민중연대는 1980-1990년대 민중연대의 정신과 투쟁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가는 민중진영의 연대조직이다. 현재의 민중연대가 과연 그러한가 라는 자문에는 강한 의문이 들지만, 출범 이후의 민중연대가 그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민중의 공분(公憤)을 조직하고, 총파업을 통한 정권퇴진을 실현해나가자. 그것이 위기에 대한 유일한 민중적 대안이다.
주제어
정치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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