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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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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총선, 신자유주의연합을 경계한다

홍석만 | 편집실
정치개혁바람이 불고 있다

낙천운동, 선거법개정, 병무비리 조사 등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정치개혁 바람은 잦아들 줄 모르고 있다. 시민선거혁명이라 불린 낙천운동을 시발로 진행된 일련의 정치개혁바람은, '정치는 꼴도 보기 싫다'는 식의 정치적 무관심과는 다른 국민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호응이나 하듯 정치권은 벌써부터 개혁 바람을 대비해 온 듯한 인상이다.
DJ정권은 지난 해부터 'α+1'로 제기한 신당창당 구도를 통해, 386세대의 젊은피와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사들 영입으로 새천년 민주당을 탄생시켰다. 한나라당이나 자민련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혁인사를 대거 영입하거나 영입을 공표하고 나섰다. 바야흐로 물갈이를 통한 정치개혁은 초읽기에 돌입한 듯 하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정치권 물갈이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부패정치인, 지역주의, 3김정치의 청산 등 정치개혁과 물갈이는 매 선거 때마다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개혁바람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자 명단발표의 여파로 민주당 중진의 불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한나라당은 당 대표의 연설을 통해 낙천자 명단의 선별 수용 의사를 밝혔다. 또한, 각 당 모두 수도권에 신진인사 출마를 다짐하고 있다. 지역주의가 고개를 숙이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정치개혁이 단순한 구호로 그칠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이런 정치 개혁바람이 총선시민연대의 주장과 같이 시민사회의 성숙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보기에 결론은 좀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


아무도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깨끗하고 참신한 정치인으로 바뀌면 정치가 개혁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낙천자 선정기준으로 반민주, 반인권을 문제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정치의 내용을 묻지마라, 사람을 바꾸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 정치개혁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 환란과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민중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커져가고 있다. DJ정권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수십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IMF 환란의 주범인 관료와 재벌들에게는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 고용인구의 53% 이상이 비정규직에, 신규취업의 85%이상이 임시직에 고용되고 있다. 이처럼 IMF 환란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민중들은 과거보다 더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민중들은 사실상 위기에 빠진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개혁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거센 개혁바람속에, 위기의 근원인 신자유주의 문제점들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오직 내용없는 국민주권과 참정권이 얘기되면서, 정치개혁에 대한 민중들의 광범한 요구는 정치권 물갈이로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물갈이 된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에 우리 민중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결국 이번 총선에서 부패한 정치인의 당선이 줄고, 젊고 참신한 정치인이 대거 등장할지 모르지만 '깨끗한 정치선언(?)' 외에 민중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정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두렵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형성된 정치적 반감은 지금과 같은 정치개혁으로 결코 무마될 수 없다. 오히려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저항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작년 두번의 민중대회에서도 확인된 사실이지만 노동자·민중들의 저항은 날로 격화되어 결국 '정권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지난 해 12월 10일 제2차 민중대회는 농민들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해 DJ 집권 이후 가장 격렬한 싸움으로 진행되었다.
게다가 작년 말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계 민중들의 투쟁에 의해 WTO 각료회의가 무산되었다. 또한 남미 여러 나라들의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동조한 정권들이 민중들의 저항과 분노로 막을 내리고 좌파정권이 연이어 집권하는 등,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기운 역시 심상치 않다. 특히, 남미의 신자유주의 정권들은 군부 보수세력들과 일정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고 부패 스캔들과 정치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우리와 비슷한 정치 환경을 가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기에 DJ정권 역시도 일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추진이 심각한 정치적 위기상황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 하고 있다.
DJ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 정책은 추진해야 하나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이 현실적으로 걱정된다. 98년과 99년을 이어오면서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으로 격화된 노동자들의 투쟁, 빈민과 실업자의 투쟁을 안정시킬 계획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생산적 복지다 삶의 질 향상이다 하면서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대부분 이를 선거용 떡밥 보듯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을 유지해온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DJ정권이 지금까지 신자유주의를 공식 표명한 적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신자유주의로 보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내외적인 비판이 거세지고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자, 마침내 정권 내부에서도 "정권을 떠받쳐주는 세력이 무너지고 있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국 지난 해 4월부터, '디제이피 연합'을 집권 시나리오로 창안했던 '디제이 이데올로그'들을 중심으로 신중도노선으로의 전환이 이야기되고 있다.
한편, 당시 신문지상의 보도에 따르면, 정권 담당자들은 신자유주의 노선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와 △국민회의의 정국주도권 약화 및 이에 따른 만성적 파행정국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 △개혁기조의 실종 위험 등 정치적 손실을 꼽고 있다.
즉, DJ정권의 가장 큰 약점으로 인식되는 지역당의 한계와 자민련과의 공동정부로 인해, 정국운영은 물론 신자유주의 정책의 안정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DJ정권의 전국정당 구성을 위한 밑그림 짜기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지난해 7월 느닷없이 DJ와 당시 총리인 JP와의 회동내용이 공개되면서 신당 창당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DJ는 "16대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국민회의, 자민련 및 야당 일부와 시민운동단체·재야세력을 포함해 제3세력이 함께 참여하는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JP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2(여당)+α(제3세력)'론이 제기 된 것이다.
그러나, 신당 추진과정에서 자민련 내부의 반발과 제3세력의 자민련 배제 기운이 강해지면서 다시 '1+1+α'의 형태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선통합-후영입이 시도되는 듯 했으나, 결국에서는 영입세력을 주축으로 한 'α+1'로 신당창당의 기조가 확정된다. 즉, '개혁적 이미지로(α) 무장한(+) 신자유주의(1) 정당'의 창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신자유주의연합으로 가는가

신자유주의 정책은 민중복지의 축소와 생존권의 희생 아래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권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미와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에 따른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DJ정권은 보수정치의 종주를 자임하는 자민련과의 공동여당으로, 정국운영의 안정화는 물론 정권의 개혁 이미지마저 약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98년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DJ정권의 지지율은 99년 중반 급감하여 현재 불과 20% 안팍을 맴돌고 있으며, 노동자 민중의 저항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그리하여 DJ정권은 지금의 개혁드라이브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안정감있게 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구조를 형성시켜 가고 있다.

DJ정권은 보수주의와 단절 즉, 자민련과의 거리두기 및 386세대와 시민운동진영 등 개혁세력의 영입을 통한 신당의 개혁이미지 조작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이 총선연대의 낙천운동과 맞물려 정치적 효과가 상승되고, 병무비리 조사 등 사정작업을 통해 공세적인 개혁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의 개혁이미지 조작이 일시적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때문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안전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사회갈등의 조절과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구조를 필요로 한다.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이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나타나기 전에, 이를 완화하고 이완시키는 것을 합의구조를 통해 이루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구조는 정치적 신망이 있는 강력한 중간세력을 필요로 하고 여기서 새로운 정치구조의 파트너로 고려되는 것이 바로 시민운동진영이다.

지금까지 소위 시민운동진영은 DJ정권에게 철저한 개혁을 요구할 뿐, 이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극 동조해 왔다. 경실련은 전력산업을 조속히 민영화하라는 성명을 발표 하였고, 참여연대 역시 지난 해 노동기본권이 정권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외국통신사의 보도로 어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들을 대신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하면서(경실련), 주식자본주의의 효율화와 주주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소액주주운동(참여연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현재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 노선에 입각한 활동을 하거나 DJ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 100여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새천년 시민사회의 선언'을 통해 "국민정부 2년의 역사는 시민·사회운동의 적극적인 행동과 압력이 없으면, 개혁이 확산·심화되어 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치를 DJ정권의 개혁파트너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낙천운동이 국민주권과 참정권의 상승기운을 불러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로 인해 시민단체의 정치적 권위가 확대되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총선시민연대가 1인2표제, 선거공탁금, 통신공간의 선거운동제한 등 수 많은 선거법 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오직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보장만을 요구하며 이를 국민주권운동이라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현재의 개혁정국 속에서 시민단체의 정치적 지위상승만을 목적으로 낙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결국 낙천운동의 정치적 여파로 인해 시민운동은 앞으로 정치구조에서 기성 정치정당 못지 않은 정치적 지위를 보장받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통치구조를 '신자유주의연합'이라고 부른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반민중성과 반동성에 따른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강력한 중간 합의세력을 바탕으로 완화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연합의 통치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총선은 개혁정국 통해 이미지가 조작된 신자유주의 정당과 시민운동의 정치적 지위상승을 통한 새로운 정치구조 즉, 신자유주의연합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신자유주의연합을 경계한다

동절기 강제철거에 맞서 빈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고,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협정과 WTO뉴라운드의 생존권 박탈에 맞선 농민들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DJ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의해 발생한 것이지만 개혁정국 속에 모두 묻히고 있고, 그 대신 신자유주의의 본령인 새천년민주당은 개혁 이미지로 분칠되고 있다.
국민주권의 형식적 상승과 개혁바람을 타고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정치적 효과가 신자유주의연합이 실질적인 힘을 얻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낙천·낙선운동을 통한 정치권 물갈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민중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DJ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해 지금이라도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
또한, 시민단체의 정치적 지위상승이 아니라 실질적 국민주권 확보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노동자 민중들이 바라는 진정한 정치개혁은 신자유주의 노선의 철회와 실질적인 삶의 질의 향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미가 심상치 않다>

남미의 좌파 돌풍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98년 12월 베네수엘라에서는 전체 국민의 80%에 달하는 빈곤층의 지지를 받으며 좌파연합의 후보 차베스가 당선된 후 남미에서는 줄줄이 좌파정권이 등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사회민주계와 좌파연합의 후보인 델 라 루아가 당선되었고, 칠레에서는 아엔데에 이어 27년만에 다시 좌파정권이 집권하게 되었다. 우루과이 대선에서는 비록 좌파가 집권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1차투표에서 1위를 하는 등 좌파 돌풍은 잠들 줄 모른다. 게다가 지난 1월 에콰도르는 원주민, 교사, 학생 그리고 군인들에 의해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일부 군인들의 배신과 미국의 협박속에서 부통령이 다시 정권을 물려 받았지만 남미에서 민중들의 저항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최근 일어난 남미의 대선과 민중들의 저항에 대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미국의 영향력하에 진행된 신자유주의에 반발하여 벌어진 일련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와 뒤이어 발생한 브라질의 레알화 위기는 남미 대륙 전체의 경제 침체를 가져왔고,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정권의 정책들은 극도의 빈곤과 실업을 낳아 남미 민중들의 적대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자 DJ정권의 물타기가 시도되고 있다. 소위 '생산적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통령 직속으로 '삶의질향상기획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을 탈피해서 신중도노선으로 선회했다는 이미지를 심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업예산을 작년대비 50%나 삭감하면서 말로는 생산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의 실천의지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자유주의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영국의 전수상인 대처 시절에도 못 미치는 복지예산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은 이를 반증한다. 이처럼 생산적 복지니, 삶의 질이니 하는 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하고 금융시장의 국가개입을 통한 불안요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DJ정권의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는 선언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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