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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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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시민연대의 오도된 개혁주의와 낙천낙선운동을 비판한다

최이숙 | 편집실
헌부대에 새술=정치개혁?

'부패한 인물, 철새정치인, 국보위활동 등 반민주적 인사에 대한 퇴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의 중심 화두는 정치권 물갈이를 통한 정치개혁에 있다. 지난 1월 10일 경실련과 1월 24일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정치권 물갈이와 이를 통한 정치개혁을 요구하였다. 국민의 80% 이상이 낙천 낙선운동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보수정치권 역시 이 운동의 여파로 공천작업에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낙천,낙선운동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정치개혁이라고 한다면 정치의 내용과 구조를 바꾸는 것일텐데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은 인물을 바꾸자는 주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지지서명운동이 유권자 스스로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총선시민연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주권자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정치내용보다는 인물의 변화를 앞세우고 있이다. 만약, 이 주장대로라면 재벌개혁 역시 재벌그룹의 경영진을 좀 더 참신하고 깨끗한 자본가로 바꾸자고 하는 재벌개혁론이 가능하다. 양심적인 재벌로 바꾼다고 재벌지배구조와 폐해가 개선되지 않듯이 기존정당의 인물을 바꾼다고 썩은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정치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 중의 하나는 헌부대에 새술이 들어간다고 해서 부대가 깨끗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단지 술만 더러워졌을 뿐이다.

그동안 수많은 재야 인사, 시민운동가, 개혁적 인사들이 기성 정당으로 흡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울의 정치는 그대로였다. 더더군다나, 국민적 기대를 받으며 기존정당으로 흡수된 사람들이 97년 노동법 개악, 99년 교육법 개악,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등 반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인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까지도 보아왔던게 우리가 경험한 현실이다.


개혁정국속에서 낙천, 낙선운동의 정치적 효과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은 위와 같은 개혁 방식의 문제보다도 이 운동이 가지는 정치적 효과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있기 불과 몇 달 전까지만해도 DJ정권은 옷로비사건과 파업유도 사건 등 각종 부패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또한, 민중들의 분노로 DJ집권 후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던 2차 민중대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다. 얼마 후 정권은 전국농민회의 의장과 집행부 전원을 연행해 갔고 민주노총, 전빈련 간부와 학생 등 민중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구속을 자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민중적인 작태로 일관해 온 DJ정권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을 통해 형성된 개혁정국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DJ는 명시적으로 낙천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또한 구시대적 정치행태의 타파, 개혁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사의 영입를 외치고 있는 DJ정권의 구호와 낙천, 낙선운동의 구호는 거의 모든 면에서 일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절기 강제철거로 인한 빈민 생존의 파탄,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과 WTO수입개방으로 인한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위협 등 민중들의 생존권은 현재에도 위협받고 있고 또 이들은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정국을 통해 이 문제는 거의 부각되지 않을뿐만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오히려 개혁의 화신으로 등장하고 있다. 결국 낙천, 낙선운동이 현실적으로 새천년 민주당에게 유리한 결과 낳게 될 것이라는 문제보다도 DJ정권의 개혁성을 더 부각시키고 DJ정권의 개혁드라이브에 기름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경향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DJ정권은 집권 초기 50년만에 이룩한 정권교체라는 이유와 다른 정치인에 비해 DJ라는 인물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이미지로 비쳐졌던 이유로 공세적인 개혁국면을 형성하기도 하였고 국민적 지지여론도 확대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집권 2년 동안 취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 농민, 빈민의 삶이 훨씬 더 악화되고 연인어 발생한 정권의 부패 스캔들로 DJ정권의 개혁이미지는 완전히 빛을 바랬다. 그러나, 현재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잦아 들고 있다. 오히려 DJ정권은 착실하게 개혁요구를 자신들의 요구로 흡수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은 신자유주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지 않고 정치와 민생파탄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DJ정권의 개혁드라이브의 한 구성물로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그 정치적 효과 역시 민중투쟁을 은폐하고 민생파탄의 원인이 DJ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있다는 사실을 봉합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활동보장이 국민참정권 확대인가

총선시민연대는 낙천,낙선운동의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이 운동을 '국민주권, 국민참정권 확대운동'으로 상승시키겠다고 말한다. 또, 국민주권운동의 실현 과제로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시기 시민단체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은 이번 선거법에 보장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월 8일 개정된 선거법은 1인 2표제로 표상되었던 비례대표제 문제, 공탁금 제, 통신공간에서 의사표현 제한 등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조항은 그대로 남긴 사실상 개악된 것에 다름 없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선거구 축소조정, 1인1표제로 결말... 양보와 타협이 조금은 엿보인다. 하지만 그것들은 여야 정당들의 주된 관심사일 뿐. 이번 선거법 개정조항 중 핵심의 하나는 선거운동 규제조항이었으나, 그 부분은 팔다리가 잘린 채 처리되고 말았다'(개혁통신 45호).

선거법이 통과된 직후 총선시민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참여연대에서 발행한 개혁통신의 내용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총선시민연대 자체도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선거법 87조의 철폐 이외, 다른 사안에는 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국민참정권의 신장이라는 측면에서보면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보장은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미가 작다. 따라서 이들이 진정한 국민참정권과 국민주권의 확대신장을 염원하고 있다면, 다른 문제보다 우선해서 1인 1표제 문제나 시민단체가 아닌 시민들의 통신공간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해 싸워야 했다. 왜냐하면 비례대표제 문제나, 공탁금 문제, 의사표현의 자유가 그나마 제한적이긴 하지만 지역주의와 억압적 선거구조를 극복하고 형식적 참정권을 확보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시민연대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보장을 요구하는데만 머물러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악된 선거법의 테두리에서 낙천낙선운동을 진행하겠다는 준법선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법 개혁의 많은 과제를 외면한 채,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보장을 확보에만 연연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권리확장일 뿐 시민의 권리확장 일 수는 없다. 민중이 진실로 바라는 것은 몇몇 시민운동의 스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투쟁들이 민중의 실질적 권리로 남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치판에 Yellow 카드가 아닌 Red 카드를

낙천,낙선운동의 진행과정에서 우리는 또다른 우려스러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민중들과 함께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정치개혁을 위한다는 구실로 공천반대자 명단을 들고 각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찾아가서 자신들의 공천기준을 3당에 전달하였다.
20의 뜻을 대변하는 세력과의 연대가 아니라, 재벌등 20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성 정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진행된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그 정치적 결론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치라면 그것은 이미 퇴출되어야 할 정치이며, 그것이 개혁주의로 포장된 것이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정권에 대한 정당한 투쟁이 저들만의 개혁 잔치속에 묻혀 잦아 들게 했던 것이 썩은 정치이고 개혁해야 할 정치가 아니던가.
지금 필요한 것은 총선시민연대의 Yellow Card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한 보수정치권에 대한 Red Card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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