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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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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공기업화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정책기획팀 |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b>오해1 -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다</b>

민영화시대에 공기업화가 말이 되느냐고 문제제기할 수 있다. 사기업은 효율적이고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부른 주범이 비효율적이라던 공기업이었는지, 아니면 효율적이라던 독점재벌들 때문인지는 한번 따져봐야 하는 문제이다.
공기업은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다. 일례로 한국중공업의 경우 사적 경영이 실패하고 난 뒤 공기업으로 운영되어 기술발전과 만성적인 누적적자가 94년 말 완전히 해소되었다. 또한 97년 말 현재 매출액 3조70억원, 총자산 3조 4천억원의 거대한 규모의 기업으로 발전하었다. 문제는 그러한 한국중공업조차 매각하고자 하는 DJ정권의 의도에 있는 것이며, 단순히 소유형태의 문제에서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공기업의 사업 중에서 공공서비스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단순히 이윤율로만 환산하여 비효율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소유형태를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바꿀 경우 생기는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의 회피가 구미당길 따름인 것이다. 정작 공기업의 문제는 정권의 낙하산식 인사와 관료들의 부패와 무능력이었다. 이런 문제가 공기업의 비효율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바로 이런 공기업의 비효율을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국민과 노동자가 기업운영을 통제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을 이루어내야 한다.


<b>오해 2 - 대우자동차 공기업화는 현실성이 없다</b>

김우중 전회장이 빚더미 위에서 세계경영을 부르짖고 있던 96년 말, 대우전자가 1백 55억 프랑의 부채를 떠 안는 조건으로 단돈 1프랑(200원)에 매출규모 세계4위의 프랑스 국영가전업체 '톰슨멀티미디어(TMM)'을 인수하려던 시도가 프랑스 국민의 저항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DJ정권과 국내 자본가들의 정서에서는 가전업체를 국가소유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는 것도 생소하겠지만, 부실의 원인을 직관적으로 찾으라고 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영기업이라는 소유형태에서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97년 6월 집권한 사회당 정부가 매각방침을 철회하고 1백9억프랑을 투입하여 부채를 털어냄으로써 99년 상반기 매출 1백84억프랑에 5억8천7백만프랑의 순익을 내는 흑자기업으로 돌아섰다. 만약 프랑스가 채권회수 가능성 운운하며 대우전자에 팔았다면 프랑스의 톰슨사는 지금 대우자동차와 같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에서는 대우차의 공기업화는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해외매각을 하는 것이 대우차의 유일한 해결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차의 공기업화는 실현 가능성을 묻기 전에, 실현이 불가능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대우그룹 워크아웃에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서도 이를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채권단의 눈치나 보면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착실히 수행하려는 정부와 단 한푼의 손실부담도 지지 않으려 하는 채권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애초에 대우차 공기업화는 얘기조차 못 꺼내고 있다. 이는 대우 워크아웃의 해결 당사자가 정부와 채권단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대우차의 공기업화가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노동자와 국민전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기업화 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고 이는 프랑스의 예와 같이 현실적인 문제이다.


<b>오해 3 - 공기업화는 국민의 부담만 커진다</b>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작년 9월 17일 정부는 7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제일은행을 5천억원에 미국계 투자기관인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했다. 국민들이 7조의 세금을 부담한 결과가 고작 5천억원의 헐값 매각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대우자동차도 제일은행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해외매각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상 해외자본은 투자가 불리하면 언제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렇게 된다면 국내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이것은 초국적 자본의 무기가 되어, 남미에서는 자본을 철수시키겠다는 협박을 통해 각종 특혜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있다. 따라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확대, 연봉제의 도입, 노동조합의 무력화 등은 매각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매각협상 과정과 그 이후에도 노동조건과 노동기본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결국 공적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기업을 독점재벌이나 초국적 자본에게 매각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로 자본을 살찌우자는 소리이고,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을 이중 삼중으로 더 커지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많은 사회적 부담을 안게 되는 매각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이 통제하는 형태가 오히려 국민의 부담을 줄이게 하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통제할 수 있는 공기업화가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면서도 기업회생의 성과물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b>오해 4 - 공기업화가 노동자 생존권과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가?</b>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향후 방침에 대해 GM의 스미스 회장은 GM이 지금보다 적은 연산 100만대 생산 수준만 필요로 한다면서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및 우크라이나에도 생산라인이 있지만 모두가 필요한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차의 한국내 상황이 "매우 좋다"면서 그러나 폴란드 현지법인은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회장은 <b>대우가 지난 90년대초 폴란드 라인을 인수했을 때 2만명 모두를 그대로 넘겨받았으나 GM이라면 2천명 정도만 필요했을 것</b>이라고 말했다.(2000. 01. 19, 대한매일)

'초국적 자본에 매각하더라도 고용과 노동조건만 보장되면 그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매각이 이루어진다면 고용, 노동조건 보장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우리의 처지는 위 폴란드 노동자의 입장에 가깝다. 이런 마당에 GM에게 선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대우자동차를 초국적 자본에게 매각하는 것은 이들의 '글로벌 소싱(세계적 조달)전략'과 노동유연화 전략으로 노동자뿐만 아니라 부품산업 등 연관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구조의 불균형 발전과 경제·기술인 종속이 심화되어 국가의 고용정책은 실효를 갖기 어렵게 된다. 또한, 앞서 밝힌대로 초국적 자본은 언제라도 철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성적인 고용불안 상태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화가 이루어지면 이를 통해 고용정책은 물론 자동차 시장에 대한 통제와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기업화된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나은 노동자 생활과 노동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볼때, 공기업화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을 지키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공기업은 관료주의와 국가의 일방적 지배속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한계를 보여왔다.
결국, 공기업의 혁신은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을 통해 민영화가 아닌 생산자의 통제와 시장에 대한 통제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 속에서 노동자의 생존권과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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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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