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9.57호

사회의 위기를 대중운동 활성화의 계기로!

최예륜 | 정책편집부장
‘자기희생의 결단으로 새 시대를 위한 정치를 열어가기 위해!’라는 거창한 수사와 ‘연정과 선거제 개편’이라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가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탄핵을 정점으로 극대화되었던 노무현의 ‘대국민 협박극’은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그로 인한 정치의 위기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노무현 정부는 ‘진보-보수/민주-반민주/오늘 혹은 미래-과거’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번갈아 활용하며 위기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빈부차별시정위원회,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정부 전문가 관료집단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과 ‘부정·부패 진상규명과 사법적 처리’라는 쟁점을 국민적 과제로 포장한다. 다수의 시민·사회운동은 이에 조응하여 민중의 시야에 안개를 뿌리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회의 위기와 빈곤의 확산, 노동의 불안정성이라는 삶의 조건에 처한 민중의 분노의 화살을 교묘히 돌리는 셈이다.

“옳다”에서는 정희찬과 고석태가 X-파일정국과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분석, 비판한다. 정희찬은 노무현정부가 민중의 불만과 분노를 관리하는 인민주의 정치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쟁을 멈춰라”에서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기획연재가 시작된다. 정영섭의 ‘한반도의 핵무장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출발로 냉전시대 핵 경쟁과 핵 확산 전략, 세계의 반전반핵운동을 살펴보는 기획이 연이어 실릴 것이다. 파올라 만두카의 글에 담긴 이탈리아 반전운동의 경험은 대규모 미군주둔과 이라크 파병이라는 비슷한 조건에 있는 한국의 반전운동에 시사점을 줄 것이다.
“대안세계화를 향하여”에는 ‘유럽통합’에 관한 두 번째 기획연재 글이 실렸다. 경제·화폐동맹을 통해 ‘세계화를 매개하는 지역화’를 실현하는 유럽통합과정이 노동자계급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가에 관한 치밀한 분석이 카르케디의 논문에 담겨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의 지역별 현황을 소개하는 기획연재가 이번 호부터 시작된다. 아만다 알렉산더·만디사 음발리의 글을 통해 아프리카 사회포럼의 쟁점을 살펴볼 수 있다.
“노동자운동으로 세계를 변혁하자”에서 유재이는 언론의 집중포화와 긴급조정권 발동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노사관계로드맵의 시범케이스로 활용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을 다루며 고민거리를 남긴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점령, 민주당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확대, 조직화 구조 변화를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의 현 상황을 소개한 기사가 번역되었다.

“해방을 향한 여성운동”에서 이진숙은 확장되는 이주 여성의 문제를 다룬 지난 여성위원회 월례포럼의 내용을 소개하며 이주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객관적인 조건과 고통이 무엇인지 고발한다. 줄리아 오코넬 데이비슨은 성매매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검토한다. 그녀는 성매매 여성들의 법적, 정치적 권리의 보장이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이성애적 부부결합을 통해 자신의 성적 자아를 사회의 ‘생산적’ 목표에 종속시키는 전통적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유주의적 소유권 개념을 통해서는 성매매에 관한 올바른 시각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내외부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참여한 회원쟁점토론이 노동자운동과 조우하는 여성운동에 관한 고민의 화두를 회원들에게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운동’의 기획은 신자유주의 개혁정책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에만 머물 수 없을 것이다. 운동은 권리의 주체인 개인들의 집단적인 분노의 표출에서 시작되지만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직시하는 냉철함과 대안을 조직하는 능동적 투쟁만이 해방을 향한 사회운동의 길을 열어제낄 것이다. 9월 23-25일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사회운동 활동가 학교>에서 반가운 얼굴을 맞대고 눈을 반짝이며 서로가 품은 희망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나눌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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